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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객 님의 서재입니다.

한스의 그림자에 리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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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객
작품등록일 :
2024.08.2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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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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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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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화. 어떤 복수4

DUMMY

일레인의 손아귀는 정말로 강했다.

아무리 떼어내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손에서 튀는 스파크로 목덜미가 익어 버릴 것만 같았다.

급기야 숨이 막히고 의식이 흐려진다.


‘겨우 살아났다고 생각했는데 이 악녀에게 목이 졸려서 죽게 될 줄이야.’


황당하고 억울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렇게 억울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시발. 최소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잖아.’


왕족들마저 선망하는 여인과 원 없이 섹스했다.


‘최소한 왕족과 귀족 놈들에게 빅 엿은 날렸으니까.’


생각할수록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으윽, 그래, 네년이 분노할수록 제대로 된 복수를 했다는 증거인 거잖아. 킥킥킥.’


그런 생각이 들자, 자꾸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일레인이 목을 움켜쥐고 있었기에 마음껏 웃을 수 없었지만, 생각할수록 너무나 웃겨서 터져 나오는 웃음에 온몸이 꿀렁거렸다. 일레인이 그런 한스의 행동에 더욱더 분노하며 목을 조여댔다. 하지만 고통스러울수록 한스는 점점 더 크게 웃어 댔다.


“으. 이 죽일 놈이. 왜 웃어. 어째서 웃는 거냐고?”


일레인이 광기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한스는 더욱더 크게 웃어댔다. 어느 순간 그녀가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목에서 손을 뗐다. 키득거리던 한스가 놀란 듯이 바라보았다. 일레인이 너무 화가 나서 실핏줄이 터져버린 붉은 눈으로 한참을 노려보다가 말했다.


“안 죽여. 죽이지 않겠어.”

“뭐? 무슨 소리냐?”

“죽이지 않겠다고.”

“어째서지? 어째서 갑자기 생각을 바꾼 거냐?”


한스가 불안해진 표정으로 묻자, 그녀는 한기가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해 보니 네놈을 그냥 죽여버리는 건 너무 쉬운 일이잖아. 살려서 두고두고 괴롭힐 거야.”

“헉, 두고두고 괴롭히겠다고?"

"그래."

"안 돼.”

“킥킥. 안 되긴. 살려두고 끊임없이 괴롭힐 건데?”

“으아, 차라리 그냥 죽여라. 빨리 죽여줘.”

“아니야. 넌 반드시 살아야 해. 아주 오래도록 말이야.”

“차라리 죽여 달라니까.”


어느새 득의 한 표정이 된 일레인이다. 한참을 웃더니 말한다.


“깔깔깔. 기억해. 하루 한 번씩 껍질을 벗기고 치료해 주지. 어때?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아?”

“으, 제발 죽여 달라니까.”

“무슨 소리. 넌 장수할 거야. 아픈 곳이 있으면 내가 정성껏 치료해 줄게.”


한스는 질린 듯 일레인을 바라보았다. 한스가 질려할수록 일레인의 눈에 만족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시발, 실컷 만족해해라. 껍질이 벗겨지든 인두로 지지든 일단 사는 게 중요한 것이니까.’


사실 한스는 내심 안도하고 있었다. 죽지만 않는다면 이곳에서 빠져나간 후 기회를 보아 도망치면 그만일 테니까. 그래서 일부러 연기한 것이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이 있잖아. 네년이 어떻게 해도 난 살아남는다.’


그런데 개똥밭에 굴러도란 문장이 어색한 느낌이다. 문득 떠오른 말이었는데 한스로서는 몰랐었던 말이었다.


‘빅 엿이란 말도 그렇고···. 점점 강한수의 기억이 나의 원래 기억에 동화되고 있어.’


한스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강한수 역시 자기 자신이었으니까.

잠시 생각에 빠져 있는데 일레인이 소리쳤다.


“설마 나중에 도망치겠다는 생각인 거야?”


한스는 일부러 고개를 크게 내저으며 소리쳤다.


“아냐.”

“킥킥, 바보가 아니라면, 그게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맞아. 너처럼 강한 마법사를 무슨 수로 따돌린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지만, 내심은 반드시 도망칠 것을 다짐했다. 일레인 역시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한스를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둘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가운데 일레인이 그제야 한스의 몸과 자기 몸이 아직도 붙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엉덩이를 뒤로 빼려 했다. 하지만 수정관이 좁아서 쉽지 않았다. 그녀가 한스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더러운 몸 떼라고.”


한스가 억울한 듯 소리쳤다.


“떼려고 했지만, 너무 좁아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럼, 밖으로 나가면 되잖아. 일부러 모른 척 버티는 거지? 확 그곳을 잘라 줄까?”


으스스한 목소리다. 움찔했지만, 지지 않고 외쳤다.


“젠장. 조금 전까지 네가 목을 조르고 있었잖아.”

“흥, 어쨌든 빨리 나가. 나가라고.”

“알았으니까 가만히 좀 있어.”


그녀가 자꾸 엉덩이를 빼려고 하자 오히려 자극받은 한스의 분신이 힘을 내려고 했다.


‘시발, 이 상황에서 커지면 정말 잘리게 될지도 몰라.’


한스는 얼른 그녀를 당겨서 안았다. 수정관을 나가자면 공간이 좁아서 잠시 안을 수밖에 없었다. 일레인은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렸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았는지 가만히 있었다.

한스는 한 손을 뻗어서 문을 밀었다.


치익.


쉽게 열렸다.

등 근육과 엉덩이를 꿈틀거려서 조금씩 이동해 문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용틀임하려는 분신에서 힘을 빼느라 식은땀이 다 났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얼른 팔을 풀고 물러났다. 그녀가 죽일 듯 노려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중요 부위를 손으로 가린 후 다시 수정관으로 가서 머릴 들이민 후 널브러진 옷을 주웠다. 그리고 얼른 껴입었다. 그때까지 한스를 노려보던 그녀가 자기 몸을 살핀다.

그녀의 몸은 지저분했다. 독 안개 속에서 데스나이트와 치열하게 전투를 치른 흔적에서 수정관에서 격렬하게 나눈 정사의 흔적까지 남아 있었다.

그녀의 눈엔 혐오감이 짙어졌다.

한스는 그런 그녀를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았다. 솔직히 조금도 혐오스럽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고 완벽했으니까.

어느 순간 한스의 눈길을 느꼈는지 그녀가 고개를 홱 쳐들었다. 얼른 눈길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의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먼저 눈알 하나를 뽑아 주지.”

“네, 네가 괜찮은지 본 것뿐이다.”

“닥쳐. 네놈의 호의 따위 사양이야.”

“젠장. 알았다.”

“절대 궁금해하지도 마.”

“알았다고.”


대답한 한스를 잠시 노려보던 그녀가 주문을 외기 시작한다.


[만물의 근원이여 마나여 나의 의지에 답하라.]


기이한 힘이 어린 목소리였다. 움찔했다. 다행히 공격 마법은 아니었다.

주문을 왼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놀랍게도 그녀의 몸 주변으로 희미한 빛이 어리더니 몸이 깨끗해진다.


‘클린 마법이구나.’


힐끗 훔쳐본 한스는 감탄했다. 한순간에 정성스럽게 목욕한 것처럼 깨끗해진 그녀다.


‘시발 그래. 지금은 무조건 그녀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출 때야.’


반항해 봐야 어차피 상대도 되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 그녀라면 무너진 던전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스가 머릴 굴리는 사이 그녀가 팔다리를 살짝 벌렸다. 은은한 빛이 그녀의 몸을 뒤덮더니 어느 순간 은빛 갑옷이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분명히 금속인데도 몸의 굴곡을 그대로 살려주었고 천이나 가죽처럼 부드럽게 보인다. 척 봐도 마법 금속인 미스릴이 섞인 최고의 갑옷이었다.


‘아공간에 넣어 둔 물건을 소환한 거야.’


신기하고 부럽고 감탄스럽다.

고위 마법사나 귀족들은 마법으로 공간을 왜곡시켜서 물건을 보관한다고 들었는데 처음으로 본 것이었다.


‘그나저나 애초 로브보단 갑옷을 입었다면 좋았을 것 같은데···?’


갑옷은 대충 봐도 성 한 채의 가격만큼 비싸 보였다. 그런 갑옷이라면, 데스나이트와 싸울 때 입고 싸웠다면 훨씬 유리했을 것이었다. 궁금증을 못 참고 불쑥 물었다.


“엄청나게 좋아 보이는 갑옷인데 이제야 입는 거냐?”

“궁금해하지 말라고 했었다.”

“방심했었구나?”

“귀찮네. 확 죽여버릴까?”


뜨끔했지만, 오히려 강하게 소리쳤다.


“죽여주면 나야 고맙지. 살아서 고통받느니 죽는 게 훨씬 나을 테니까.”

“흥, 편안하게 죽일 것 같아? 내가 그렇게 바보 같아 보여?”

“죽여. 어쨌든 네게 끌려다니면서 괴롭힘을 당하고 싶지 않다.”

“흥, 네놈의 몸을 하나씩 해체한 후 붙여 주지.”

“독한 년.”


한스가 질린 듯 소리치자, 그제야 만족한 표정을 짓는다.

그것을 보자 한스는 그녀가 당장은 자신을 어떻게 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예상대로 그녀가 고개를 돌리고 먼저 공동을 살핀다.

공동은 사방이 무너져 있었다. 수정관에서 나와보니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휴, 아무리 봐도 빠져나갈 통로는 없어.’


한스로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녀가 다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이번엔 큰 주문인지 손가락에 결계까지 맺고 있었다.


[만물의 근원이여 마나여 나의 의지다. 길을 열어라.]


기이한 힘이 어린 주문이 완성되는 순간, 결계를 맺은 그녀의 손끝에서 빛이 생성되더니 동공을 스캔하듯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가 한스를 돌아보더니 무너진 벽과 가까운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다. 저기 바닥에 길이 있다.”


‘젠장, 볼수록 대단하네.’


한스는 새삼 일레인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다.

그녀가 강할수록 탈출할 희망이 생겨서 좋긴 했지만, 그럴수록 도망치기는 어려워질 테니까. 한스가 복잡한 표정을 하고 서 있자, 그녀가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저쪽에 길이 있다고 했잖아?”

“아. 알았다.”


한스는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뛰었다.

무너진 벽 아래 도착하자 과연 작은 구멍이 벌어져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다가온 일레인이 말했다.


“넓혀.”


그녀의 명령에 힘을 주고 무너진 석재를 치웠다. 그러자 몸을 숙이고 안으로 들어갈 만한 구멍이 드러났다.


“들어가.”


안으로 들어가니 여기저기 무너졌지만, 이동할 수 있는 긴 복도가 나타났다.


“앞장서라.”


한스는 일레인을 뒤에 두고 앞으로 이동했다. 뒤통수가 근질근질하다.

뜻밖에도 한스의 등에 박힌 일레인의 눈동자가 묘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고통과 분노 절망의 눈빛이었다.

사실 그녀의 마음속은 요동치고 있었다.

한스를 죽이고 싶은데 죽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이하게도 한스를 죽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그녀의 내부에서 마나가 요동치며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그랬다. 그녀가 수정관 속에서 한스의 목을 졸라서 죽이지 않았던 건 사실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씨, 어째서냐고?’


목을 졸라서 죽이려고 하면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고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다. 그 고통은 끔찍했다. 정말 다신 경험하기 싫을 정도로 큰 고통이었다.

처음엔 무시하고 억지로라도 한스를 죽이려고 했었다. 벌레 같은 죄수병에게 자신이 짓밟혔다고 생각하면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으니까.

그녀는 지독한 고통을 참아가면서 손아귀에 힘을 가했었다. 심지어 전격 마법까지 일으켰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손에서 힘이 빠져버렸다. 마치 자기 몸을 다른 누군가가 조종하듯이 말이다.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손을 떼지 않고 버텼다. 손을 떼면 죄수병이 자길 용서한 것으로 착각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놈이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정말 죽기보다 싫었다.

이를 악물고 더욱더 강력한 살기를 일으키며 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힘이 빠졌다.

어느 순간 그녀는 한스보다 자기 몸에 집중했다. 곧 자기 몸속에 이질적인 마나가 흐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5 클래스의 고위 마법사였다. 당연히 자기 몸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안다. 일단 몸속을 관조하기 시작하자 곧 알게 되었다. 그 이질적인 마나가 자신을 제어하고 있다는 것을.

어째서 그런 마나가 생겨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조심스럽게 그 마나를 제어하려고 하자, 뜻밖에도 그 마나는 고분고분 그녀의 의지를 따랐다. 그런데 한스를 죽이려고만 하면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방해 했다. 화가 나서 그 마나를 거부하고 한스를 죽이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의지가 강해질수록 맞서는 마나의 힘도 강해졌다.

결국 그녀는 손을 풀 수밖에 없었다.

무리하게 억지로 계속한다면 그 마나가 오히려 자신을 죽일 것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수정관 때문이야. 수정관이 내 몸에 마법진을 새겨넣은 거야.’


그래서 한스를 죽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한스의 등을 보고 걸으며 다짐했다.

어떤 경우라도 반드시 한스를 죽일 것이라고.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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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의 그림자에 리치가 산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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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화. 그림자 속의 리치2 NEW +4 11시간 전 153 15 14쪽
20 6화. 그림자 속의 리치1 +4 24.09.15 303 21 16쪽
19 5화. 흙더미 속에서2 +5 24.09.14 314 22 17쪽
18 5화. 흙더미 속에서1 +5 24.09.13 308 20 16쪽
17 4화. 강요된 정사4 +1 24.09.12 335 18 15쪽
16 4화. 강요된 정사3 +6 24.09.11 331 21 19쪽
15 4화. 강요된 정사2 +5 24.09.10 340 18 13쪽
14 4화. 강요된 정사1 +2 24.09.09 367 20 12쪽
13 3화. 진짜 유물5 +6 24.09.07 385 26 16쪽
12 3화. 진짜 유물4 +1 24.09.06 383 26 15쪽
11 3화. 진짜 유물3 +2 24.09.05 398 32 16쪽
10 3화. 진짜 유물2 +3 24.09.04 420 28 17쪽
9 3화. 진짜 유물1 +2 24.09.03 482 29 16쪽
» 2화. 어떤 복수4 +3 24.09.02 495 32 13쪽
7 2화. 어떤 복수3 +1 24.08.31 503 33 12쪽
6 2화. 어떤 복수2 +2 24.08.30 537 32 12쪽
5 2화. 어떤 복수1 +3 24.08.29 602 37 14쪽
4 1화. 던전4 +2 24.08.28 593 39 12쪽
3 1화. 던전3 +2 24.08.27 604 43 12쪽
2 1화. 던전2 +4 24.08.27 633 41 12쪽
1 1화. 던전1 +10 24.08.27 810 4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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