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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객 님의 서재입니다.

한스의 그림자에 리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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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객
작품등록일 :
2024.08.2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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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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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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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3화. 진짜 유물2

DUMMY

한스는 생각할수록 안심이 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는 건가?’


생각해 보니 막상 데스나이트가 나타난다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있자니 너무 안이한 것 같았다. 복도를 훑어보고 주변을 살피며 고민했다. 그런데 갑자기 일레인이 입고 있던 갑옷을 벗어버렸다.


‘갑옷과 망토를 아공간으로 역 소환했어.’


당황스럽다. 그런데 알몸이 된 그녀의 나신이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짙은 빛을 뿜는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순간 무중력 상태에 있는 듯 허공으로 떠올랐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한스는 멍하니 그것을 지켜보다가 문득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깨달음은 갑자기 찾아온다고 하더니. 한 차원 높은 경지로 올라가려는 거야.’


말로만 듣던 신기하고 놀라운 광경이었다.


‘깨달음을 얻는 순간은 대단히 민감하다고 했었는데···? 그래서 다급하게 소리친 거야. 죽여야 할 나에게 호위를 부탁할 만큼 절박했던 거지.’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허공에 떠오른 일레인은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젠장, 더 불안해지는걸. 데스나이트라도 나타난다면 끝장이잖아.’


깨달음을 얻는 순간은 매우 취약한 상태로, 엄청난 능력의 기사라고 해도 일시적으로 일반인보다 약한 상태가 된다고 했다.


‘고민스럽네. 일레인이 잘 못 되면 나도 죽게 될 텐데···.’


어쩔 수 없었다. 일단은 그녀를 안전하게 지켜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한스는 그녀를 어떻게 지킬지를 고민하고 고민했다. 역시 뾰족하게 떠오르는 수가 없다. 강한 전사도 기사도 아니고 한낱 죄수병일 뿐인 한스로서는 데스나이트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이 나타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정말 아무런 방법이 없는 걸까?'


고민을 거듭하는데 최소한 복도 앞쪽만이라도 막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쪽은 동공을 나와 지금까지 지나온 비교적 안전한 곳이었다. 뭔가가 나온다면 앞쪽 복도일 테니까.

고민하며 훑어보는 데 크게 무너진 앞쪽 복도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음, 저곳이라면, 대충 눈가림으로라도 막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유독 많이 무너져 내린 부분이었다. 덕분에 복도가 다른 곳보다 훨씬 많이 막혀있었다.

한스는 작업을 할지 말지 잠깐 생각했다. 시간이 꽤 걸릴 일이었다.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 데 괜히 힘만 빼는 일일 수도 있었다. 일레인이 빨리 정신을 차릴 수도 있고 말이다.

잠시 고민하던 한스는 결국 작업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행동해야지.’


결정을 내린 한스는 무너진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주변에 뒹구는 돌덩어리들을 모아서 바닥에서부터 하나씩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커다란 석재부터 주워서 옮기고 굴려서 이동시켰다. 그리고 무너지며 흘러내린 흙을 두 손으로 퍼서 담을 쌓았다.

한스는 최대한 빨리 움직였다. 막상 담을 쌓기 시작하자 마음이 급해졌기 때문이었다. 앞쪽에서 언제든 뭔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으니까. 덕분에 숨이 차올랐지만, 끝까지 멈추지 않았다.


‘헉헉, 잠깐만 쉬자.’


정신없이 작업하다 보니 너무나 숨이 찼다.

어쩔 수 없이 숨도 고를 겸 잠시 주저앉아서 몸을 돌려 일레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허공에 떠 있었다. 놀랍게도 점점 더 밝은 빛에 감싸이고 있었다.


'뭔가가 그녀를 감싸고 회전하고 있어. 그래. 마나야. 마나가 그녀를 감싸고 있는 거야.’


묘했다.

어렴풋이라도 마나의 흐름이 느껴지니 말이다.


‘마나 호흡을 익히거나 마법을 배운 적이 없는데도 마나가 느껴지다니 신기하네.’


잠시 지켜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헉, 빨리 쌓아야 하는데.’


정신을 차린 한스는 다시 열심히 돌을 쌓아 올렸다. 마침내 키 높이 정도 벽을 쌓았다. 하지만 계속 서둘렀다. 잠시 후 결국 자신의 키보다 더 높게 담장을 쌓을 수 있었다. 천장 높이까지 메꿀 수 있다면 완벽할 것이겠지만 아쉽게도 천장은 높았다. 그런데 그 순간 앞쪽 복도 끝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저벅.


뭔가 거대하고 묵직한 것이 걸어오는 소리였다. 아직 거리가 멀었지만, 복도로 연결된 곳이었기에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한스는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


‘젠장.’


뒤를 돌아보았다.

일레인은 여전히 무아지경의 상태로 허공에 떠 있었다.


‘이 정도 높이로 괜찮을까?’


문득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이 생각나 뽑아 들었다.


‘의미 없는 짓이야.’


다가오는 게 뭐든 죄수병의 평범한 칼질 따위로 상대할 수 없는 놈이었다. 새삼 가문의 마나 호흡법을 익히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아니었다면 어떻게든 비벼볼 수는 있었을 텐데 말이다.


‘휴, 그때는 형님들이 너무 무서웠었지. 시발, 그냥 혼자서라도 도망칠까?’


퍼뜩 떠오른 생각이었지만, 곧 고개를 내저었다. 비겁한 짓이란 생각보단 일레인이 없으면 살아서 이 던전을 나갈 수 없었다.


‘이상한 것들이 돌아다니는 던전이야. 혼자라면 절대로 살아서 나갈 수 없어.’


입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다.


‘다가오는 게 데스나이트라면 지금 상태로는 안 돼. 최소한 놈의 키보단 높게 쌓아야 해.’


한스는 데스나이트를 보았기에 놈의 키가 크다는 걸 알았다. 곧바로 움직였다. 이를 악물고 최대한 민첩하게 움직이며 돌들을 주워서 담을 쌓았다. 담장의 높이가 조금은 더 높아졌다.


‘아직도 부족해? 놈은 더 컸었어.'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주변에서 쌓을 만한 것들이 떨어진 것이었다.

한스는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곧바로 뒤쪽 무너진 잔해로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 석재와 흙을 온몸으로 밀어냈다.


와르르.


곧 박혔던 석재와 흙이 무너져 내렸다. 그런데 그 순간 멀리 검은 덩치가 복도를 돌아 나오고 있었다.

저절로 몸이 굳어진다.


'시발, 데스나이트야.'


다행히 놈은 기계처럼 일정한 동작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방금 무너진 소릴 그냥 자연 현상으로 인식한 모양이었다.

한스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작업을 이어갔다. 조심스럽게 조금씩 석재를 들어 담장의 높이를 높였다.

방금 무너뜨린 것으로 흙과 석재들이 풍부해졌기에 재료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지만, 놈이 눈치채지 않을지 똥줄이 탔다. 하지만 그냥 두기엔 너무 불안한 높이라 조심조심 담을 쌓았다. 다행히 놈의 움직임엔 변화가 없었다.


‘정말 쫄리네.’


쫄깃쫄깃한 기분으로 몸이 꼬일 지경이었지만 이를 악물고 계속 쌓았다. 놈이 완전히 다가오기 전에 겨우 원하던 높이를 달성할 수 있었다.


'휴, 이 정도면 최소한 놈의 키보단 높아.'


한스는 곧바로 복도의 벽으로 가서 붙어 섰다. 어느새 데스나이트가 쌓은 담장 가까이 다가들고 있었다.


흐으으으.


담장 너머에서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마치 숨소리 같았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는 숨을 쉬지 않는다. 뭔지는 몰라도 듣고 있으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제발, 담장이 먹혀야 하는데.’


기도하는 마음으로 꼼짝하지 않는데 벽 너머 돌 틈으로 어둑한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놈이 담장 바로 뒤까지 바짝 다가온 것이었다.


흐으으 흐으으으으.


담장 너머에서 기이한 숨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한스는 손을 들어서 입을 틀어막았다.

혹시라도 자신의 숨소리를 들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상태로 꼼짝하지 않은 채. 만약 놈이 벽을 무너뜨리고 넘어온다면 어떻게 도망칠지를 생각했다. 어느 순간 놈의 숨소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시발, 그냥 도망쳤어야 했나?’


발끝이 간질간질해지면서 아랫배가 따끔거린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지금 움직인다면 오히려 들킬 것이었다.


후으으 흐으읍 흐으으.


놈의 숨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서 들려왔다. 기도했다. 그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짧았지만 미칠 것 같은 시간이 지나고 다행히 놈의 서늘한 숨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꼼짝하지 않고 참던 한스는 놈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멀어진 후에야 숨을 내쉬었다.


‘흐어헙, 휴, 수명이 십 년은 단축된 기분이네.’


조심스럽게 고개를 뻗어서 쌓은 벽 틈으로 내다보았다. 놈은 상당한 거리까지 멀어져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자 다리에 힘이 빠져나갔다. 털썩 주저앉고 싶었지만 억지로 버텼다.

잠시 후 고개를 돌려 일레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허공에 떠 있었는데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녀의 피부가 벗겨지고 있었다.


‘나무껍질처럼 일어나며 부서져 내리고 있어.’


신기하고 놀라웠다.

피부가 벗겨지고 나자 몸 곳곳에 남아 있었던 전투의 흔적이라던가 정사를 치른 흔적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어떤 상처도 보이지 않고 갓난아기처럼 투명한 피부가 되었어.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변했어.’


다소 부스스한 느낌의 금발이었는데 지금은 막 감아서 찰랑거리는 느낌으로 빛나고 있었다.

더 아름다워진 그녀의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안 그래도 완벽한 몸매였는데···. 빛이 나는 것 같아.’


그야말로 군더더기 하나 없다. 새삼 그녀의 몸을 깨물고 빨고 비틀고 주물렀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미친놈 뭔 생각을 하는 거냐.'


퍼뜩 정신을 차린 한스는 다시 담장 틈으로 고개를 돌렸다. 데스나이트가 복도 끝 꺾여진 부분을 돌아나가고 있었다. 곧 놈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한스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저절로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이었다. 곧 몸을 돌려서 일레인을 바라보았다.

일레인은 점점 더 밝은 빛에 휩싸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듯 빛을 뿜었다. 눈이 부셔서 눈을 감았다가 떴는데 그녀가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와 바닥을 딛고 있었다.


---


일레인은 심장을 감싸고 회전하는 여섯 개의 마나 고리를 확인하는 순간 너무나 기뻐서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야말로 기쁨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수년간, 절대 깰 수 없으리라 여겼던 6 클래스의 벽을 마침내 허문 것이었다. 정말이지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

한동안 엄청난 환희가 그녀의 뇌리를 강타했다.

늘 그랬지만 깨달음을 얻고 한 단계로 높은 곳으로 올라갈 때 느끼는 환희는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환희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완전히 식어 버렸다.

여전히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6 클래스에 오르자, 척추를 타고 흐르는 마나를 더욱 자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자기의 등뼈에 진짜로 마법진이 새겨져 있다는 것을.

수정관에서 새겨진 것이었다. 독에 중독되고 정사를 치르며 절정에 도달했을 때였다. 그래서 인식하지 못했었다.

척추에 새겨진 마법진의 작용은 놀라웠다. 주변의 마나를 끌어와 농축했고 끊임없이 몸을 강화했다. 덕분에 웬만한 기사 못하지 않는 육체를 얻게 되었다. 그야말로 꿈 같은 작용을 하는 마나였다.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만 없다면 말이다.

그 마나로 인해 벌레 같은 죄수병을 죽일 수가 없다는 단점 말이다.

어떻게 된 것인지 죄수병을 죽이려는 마음을 일으키면 그 마나가 방해했다. 6 클래스가 되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은 결코 죄수병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척추에 새겨진 마법진은 일종의 인장이야. 놈과 연결된 이 인장을 지우지 못하는 한 결코 놈을 죽일 수 없어. 가장 최악은 죄수병이 죽으면 나도 죽을 것이란 것이지.’


그랬다. 정말 최악이었다. 죄수병의 생명이 끊어지면 척추의 마나는 자신을 죽일 것이었다.

어이없게도 찢어 죽여야 할 죄수병을 보호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었다.

끔찍했다. 대마도사의 반열에 올랐다는 기쁨이 전혀 반갑지 않을 정도로.


‘으드득. 잉크라트 앙가드. 내 몸에 무슨 장난을 쳐 놓았는지 모르겠지만 기필코 너의 마법을 해석한 후 놈을 죽일 것이다. 반드시.’


그녀는 울분을 토하듯 소리쳤다. 물론 죄수병이 듣지 못하게 마음속으로 말이다. 자길 죽일 수 없다는 비밀을 놈이 절대로 알아서는 안 되니까.

한동안 분을 삭이고는 죄수병을 보았다.

죄수병이 멍한 표정으로 바라 보고 있었다.

가슴 속에서 울화가 치민다. 자신도 모르게 싸늘하게 소리쳤다.


“뭘 그렇게 쳐다봐.”

“아, 그게, 그냥.”


그녀의 알몸에 빛이 어리더니 순식간에 은빛 갑옷으로 휩싸였다. 그녀가 차갑게 소리쳤다.


“눈깔 뽑아 버린다.”

“젠장할, 처음 보는 것도 아니구만.”

“뿌드득, 정말로 뽑아주지.”


당연히 눈알을 뽑는 것도 불가능했지만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괴롭힐 생각이었다.

그녀의 모습이 번쩍하며 사라졌다가 한스의 코앞에서 불쑥 솟아났다.

한스는 그녀가 더욱 무시무시해졌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곧 무너진 잔해에 등이 닿았다. 덕분에 더는 물러날 수 없었다. 일레인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끝이 푸른 전격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한스는 뒤로 더 물러나려고 발버둥 치다가 무너진 잔해로 물러나지 못하자 발악하듯 소리쳤다.


“배은망덕한 년. 호위까지 서 주었는데”

“킥킥. 너 따위가 무슨 호위를 선다고?”

“아무것도 접근하지 못하게 해 달라고 말했었잖아?”

“그냥 한 소리지? 네놈의 접근이 가장 위험했거든.”

“웃기네. 데스나이트가 접근하는 걸 막아서 널 지켰다. 나 아니었으면 넌 죽었어.”

“거짓말을 잘도 하는군.”

“큭큭. 저 벽이 왜 갑자기 생겨났을까?”

“벽?”


그제야 일레인은 조잡하지만, 복도를 막고 있는 벽을 보았다.


“저걸 네가 쌓았다고.”

“안 그랬다면 없었던 게 갑자기 생겼겠냐?”

“우습네. 저걸로 데스나이트를 막았다고?”

“믿든 안 믿든 분명한 사실이다.”


일레인이 고개를 갸웃한 후 푸른빛을 머금은 손으로 벽으로 가리켰다. 그녀의 손끝에서 빛이 번쩍했고 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곧 벽이 무너졌다.


“데스나이트가 저 따위 벽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어쨌든 사실이다.”

“흥, 아니라면 정말로 눈알 하나 뽑는다.”

“시발, 거짓말이라면 뽑아라. 어차피 네가 하고자 한다면 내 능력으론 막을 수도 없잖아.”


일레인이 무너진 벽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그리고 묘한 톤으로 소리쳤다.


[대지의 기억.]


그녀의 말이 끝나자, 놀랍게도 벽 너머의 공기가 어른거리더니 홀로그램처럼 영상이 나타났다. 무너진 담장 너머에 거대한 덩치의 검을 기사가 있었다. 데스나이트였다.

일레인의 표정에 뿌듯함이 어렸다. 그도 그럴 것이 5 클래스였다면 긴 마법 주문과 바닥에 마법진까지 그려야 했었는데 말이다.

영상에 나타난 데스나이트는 일정한 속도로 벽까지 다가온 후 벽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서서히 등을 돌리고 멀어져 갔다.

일레인이 미간을 찌푸렸다가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의 잔머리는 대단하구나.”

“잔머리라니.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의 결과다.”

“좋아. 눈알을 뽑진 않겠다.”

“시발, 고마워하진 못할망정.”

“흐흐, 네놈 따위에게 왜 고마워해야 하지?”

“난 널 두 번이나 구했다고.”

“흥, 그래서 어쩌라고. 날 범했잖아.”

“그, 그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널 구하느라 독을 마셨다고 했잖아.”

“이유가 무엇이든 내 몸은 더럽혀졌어. 그건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어.”


한기가 어린 목소리다.


‘시발, 네년은 수많은 죄수병을 죽였잖아.’


약이 오르고 화가 났지만, 꾹 눌러 참았다. 중요한 건 살아 나간 후 도망치는 것이었다.

내심 벼르고 있는데 일레인은 그런 한스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 말했다.


“잔머리 굴리지 마라. 네놈이 뭔 생각하는지 내 눈엔 다 보인다.”

“내, 내가 무슨 생각을 했다는 거지?”

"도망칠 걸 생각했잖아."

"아니야. 도망쳐야 내 힘만으론 살 수도 없다고."

“잡아떼긴. 따라와.”


싸늘하게 소리친 그녀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둘은 한동안 이동을 계속했다. 복도 끝을 지나 커브를 돌아나갔지만, 데스나이트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어느 순간 복도가 끝나고 위로 올라가는 길이 나타났다. 일레인이 계단을 살폈다.


“왜 내려가는 계단을 살피는 거지? 올라가지 않을 거냐?”

“우린 내려간다.”

“아, 아래로 내려간다고?”

“그래.”


한스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던전을 나가려면 위로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닌가?”

“멍청이. 이 던전의 발굴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서로 죽고 죽이며 그 난리를 쳤는데?”


한스가 충격받은 표정을 짓자, 그녀가 비웃음을 띤 얼굴로 말했다.


“킥킥. 진짜 유물은 아직 지하에 그대로 있다.”

“지, 진짜 유물?”

“운 좋은 줄 알아라. 대륙의 모든 왕국이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는 전함을 구경시켜 줄 테니까.”


한스가 믿기 어렵다는 듯 바라보자, 그녀의 비웃음이 짙어졌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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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6화. 그림자 속의 리치1 +4 24.09.15 304 21 16쪽
19 5화. 흙더미 속에서2 +5 24.09.14 314 22 17쪽
18 5화. 흙더미 속에서1 +5 24.09.13 308 20 16쪽
17 4화. 강요된 정사4 +1 24.09.12 336 18 15쪽
16 4화. 강요된 정사3 +6 24.09.11 331 21 19쪽
15 4화. 강요된 정사2 +5 24.09.10 341 18 13쪽
14 4화. 강요된 정사1 +2 24.09.09 367 20 12쪽
13 3화. 진짜 유물5 +6 24.09.07 386 26 16쪽
12 3화. 진짜 유물4 +1 24.09.06 384 27 15쪽
11 3화. 진짜 유물3 +2 24.09.05 400 32 16쪽
» 3화. 진짜 유물2 +3 24.09.04 422 28 17쪽
9 3화. 진짜 유물1 +2 24.09.03 484 29 16쪽
8 2화. 어떤 복수4 +3 24.09.02 497 32 13쪽
7 2화. 어떤 복수3 +1 24.08.31 505 33 12쪽
6 2화. 어떤 복수2 +2 24.08.30 539 32 12쪽
5 2화. 어떤 복수1 +3 24.08.29 603 37 14쪽
4 1화. 던전4 +2 24.08.28 594 39 12쪽
3 1화. 던전3 +2 24.08.27 605 43 12쪽
2 1화. 던전2 +4 24.08.27 634 41 12쪽
1 1화. 던전1 +10 24.08.27 810 4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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