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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객 님의 서재입니다.

한스의 그림자에 리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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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객
작품등록일 :
2024.08.2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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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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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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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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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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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어떤 복수3

DUMMY

한스는 일레인과 정사로 쾌락의 극치 속에 있었지만, 어느 순간 던전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었다. 그땐 꿈인지 현실인지 잘 구별하진 못했었지만, 이성을 찾은 지금 걱정되어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젠장할, 진짜로 무너졌군.’


허탈했다. 밖을 살피자 바로 알 수 있었다.


“무너지라고 그렇게 원할 땐 멀쩡하더니.”


동공 여기저기가 허물어지다 못해 절반쯤 무너져 있었다. 벽에서 떨어져 나온 수정관이 희미한 빛을 내고 있었고 시야를 가리던 독 안개가 걷혀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휴, 그나마 절반쯤 무너지다가 멈춘 게 다행인 건가?’


계속 무너졌다면 그야말로 정사를 나누다가 파묻혀서 죽었을 것이었다.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꼭 좋기만 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갇혀서 굶어 죽는다면 더 괴로울 거잖아.’


하지만 부정하듯 머릴 흔들었다.


‘어쨌든 또 살아남았어. 살아 있는 이상 끝난 건 아닌 거니까.’


한스는 빠져나갈 방법을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릴 굴려도 자기 능력으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암담하네. 그런데 어째서 마음이 편한 거지?’


이상한 일이었다. 묘하게도 절망적이거나 두렵지 않았다.


‘원래라면 절망에 빠져서 비관하고 괴로워했을 것인데? 몇 번이나 죽을 경험을 했기 때문인가?’


생각에 잠겼다가 문득 일레인이 생각났다.

고개를 아래로 내리니 눈부신 금발과 새하얀 목덜미를 드러낸 채 여전히 축 늘어져 있었다.


‘큭큭, 마음이 편한 이유를 알 것 같아. 그녀와 같은 여인을 취했기 때문이야. 여한이 없는 거지.’


그녀를 보고 있으니 절로 웃음이 터진다. 한동안 키득거리고 있는데 늘어져 있던 그녀가 꿈틀했다. 그 순간 한스는 자신이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신 번쩍 든다.


‘멍청이. 깨어나면 나를 찢어 죽이려고 들 텐데···?’


천하의 악녀인 그녀가 자신을 살려둘 리 없었다. 생각할수록 오싹하고 당황스럽다.


‘차, 차라리 내가 먼저 죽여버릴까?’


그야말로 깔끔한 해결 방법이었다. 그녀를 죽여버린다면 혹시 살아서 나간 다음에도 안전할 것이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그녀가 밉고 악녀였다고 해도 반항할 힘이 없는 여인을 죽일 정도로 한스는 독하지 않았으니까.


‘쪽팔리게 살지 않겠다고 했었잖아.’


철이 들고난 후 지켜온 신조였다.


‘빠져나가기만 하면, 대륙은 넓어.’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다른 왕국으로 숨어들어서 쥐 죽은 듯 조용히 살면 될 것이었다. 문득 어머니의 유언이 떠올랐다.


‘숨어 살면 가문에 복귀할 기회를 만들 수가 없겠지?’


어머니의 유언은 가문에 남아서 어떻게든 귀족 신분이 되라는 것이었다.

곧 고개를 내저었다.


‘두 분 형님이 살아 계신 이상 어차피 유언을 들어줄 기회는 없어.’


유언이 아니더라도 잠든 여인을 죽일 순 없었다. 그건 어머니도 원하는 일이 아닐 것이었다. 한스는 한동안 생각을 이어가다가 결론을 내렸다.


‘해선 안 되는 걸 할 수는 없어. 그냥 빠져나가면 돼.’


일단 지긋지긋한 수정관에서 빠져나가기로 했다.

일레인은 여전히 잠든 채 축 늘어져 있었다.

막상 그녀에게 집중하자, 여전히 그녀의 중요 부위와 자신의 중요 부위가 겹쳐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고민스럽다. 문득 그녀와 함께한 쾌락의 순간이 떠오른다. 갑자기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헉.'


깜짝 놀란 한스는 얼른 그녀의 허리와 엉덩이를 잡고 들어 올렸다. 급했지만 그녀가 깨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했다. 그런데 수정관이 좁아서 그녀를 들어 올려도 몸을 빼낼 만큼 공간이 나질 않는다.


‘뚜껑이 짜부라졌기 때문이야. 젠장, 깨우지 않고는 쉽지 않겠는데···?’


깨우는 건 곤란했다. 잠깐 고민하고 있는데 일레인이 꿈틀거리더니 고개를 든다. 금발이 어깨 아래로 쏟아졌고 서서히 얼굴을 들더니 뒤로 돌린다.

한스는 숨을 죽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완전히 돌린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잠시 멍한 얼굴로 한스를 바라보던 그녀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부릅뜬 눈으로 한스를 노려본다. 눈동자에 무시무시한 살기가 피어나는 게 실시간으로 보였다.

한스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점점 얼굴을 일그러뜨리던 그녀가 갑자기 손을 들어 올리더니 한스의 목을 움켜잡았다.


“컥, 놔. 뭐 하는 거야?”


한스가 소리쳤지만, 그녀는 오히려 강한 힘으로 목을 졸랐다.


“크윽, 그, 그만해.”


한스가 힘겹게 소리쳤지만, 흉악할 정도로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엔 울분과 살기만 가득했다.

그녀는 미친 듯 목을 조여댔다. 한스가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힘을 주었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녀가 광기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감히. 감히 네놈이. 네놈 따위가. 감히.”


한스는 어떻게든 그녀의 손을 풀려고 애를 썼다. 그녀는 한스가 힘을 쓸수록 더욱더 미친 듯이 목을 졸랐다.


“으아, 죽으라고. 죽어. 죽어라.”

“크윽, 마, 말로 하자. 말로 해···.”


억지로 소리쳤지만, 목이 조여서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느 순간 그녀의 손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목이 조여지는 것도 모자라 강렬한 전격으로 인한 충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으, 타,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아.’


곧 일레인의 전신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전격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돌아온 마녀였다.

한스는 어떻게든 일레인의 손을 풀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녀의 힘을 당할 수가 없었다.


‘크윽. 운도 없지. 겨우 살아나면 금방 개죽음당할 처지에 놓이는 거냐?’


한탄스럽다. 그러나 다른 방법은 없었다. 한스는 이를 악물고 힘을 썼다. 하지만 당할 힘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정신이 흐릿해진다.


-----


사실 일레인은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깨어났었다.

먼저 몸을 점검했다. 다행히 독은 말끔히 치유되었고, 어떻게 된 것인지 오히려 날아갈 것 같이 좋았다. 그래도 정신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시간이 흐르며 기억이 선명해지고 있었다.


‘으음. 그랬어. 드래고니아고원에서 던전이 발견되었다는 소릴 듣자마자 달려왔었지···?’


던전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왕명으로 던전 발굴팀이 꾸려졌다. 그녀는 직접 그 발굴팀을 이끌겠다고 나섰다.

5 클래스 마스터인 그녀였다. 왕국 최고 귀족인 데다 지략가에 천재 마법사로 평가받는 그녀였기에 그녀가 직접 나선다고 하자 모두가 기꺼이 찬성했다.

그 후 던전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을 몰아쳐서 빠르게 던전을 공략했다.

당연히 큰 성과를 냈다. 던전엔 은과 금 그리고 각종 마법 아이템과 보물들이 가득했다. 그녀는 그것들을 싹 쓸어 담아 왕궁으로 보냈다. 그 과정에서 천여 명이 넘는 병사가 죽어 나갔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런데 코림트 놈들이 나타났었지.’


언젠간 알아챌 것으로 예상은 했었지만, 훨씬 빨리 알아챈 코림트였다.


‘흥, 돌아가면 왕도의 스파이들을 싹 쓸어버려야지.’


여러 가지로 정보를 통제한다고는 했지만, 스파이는 바퀴벌레처럼 언제나 사방에 있었다.


‘칫, 코림트도 코림트지만 던전의 마법 트랩을 너무 얕봤었어. 대 마도사 잉크라트의 던전인데 말이야.’


코림트의 습격에 당황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피어나기 시작한 독 안개와 데스나이트라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상했어야 했는데 바보 같이.’


데스나이트가 강하긴 하지만 전력을 다한다면 죽일 자신 있었다. 문제는 동공 전체에 피어난 독 안개였다.

인간인 이상 숨을 쉬어야 한다. 독 안개가 가득한 상태로 전투가 이어지자, 기사들도 그녀도 무한정 싸울 수 없었다. 실제로 데스나이트와 싸우다 독을 흡입했고, 그 후 일방적으로 몰리다가 치명적인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었다.

데스나이트의 공격에 충격받고 수정관으로 날려가 부딪힌 일을 생각하면 정말 아찔했다.


‘쥐어 짜낸 마나로 방어막을 만들지 못했다면 즉사했을 거야.’


그녀는 생각을 이어가다가 문득 수정관 속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던 죄수병의 얼굴을 기억했다.


‘놈, 놈이 있었어. 어째서 죽지 않았던 거지?’


몸이 흠칫 굳어진다. 갑자기 가슴이 서늘하게 식는다.


‘아, 아니야. 독에 취해서 잠들었던 것뿐이었어.’


애써 기억을 부정했다. 하지만 부정할수록 모든 일이 점점 더 자세히 생각났다.

데스나이트의 공격에 당하고 독에 중독되어서 정신이 흐려진 상태였었다. 마나가 바닥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데스나이트가 다가오는데 탈출할 마법조차 쓸 수 없었다.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수정관의 문이 열렸고 죄수병이 자신을 수정관 안으로 끌어들였었다.

분명히 기억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분명하게.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악몽을 꾼 것일 수도 있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눈을 뜨고 주변을 살폈다. 눈앞에 금이 가고 짜부라진 수정관의 뚜껑이 보인다.


‘그, 그래. 난 아직 수정관 뚜껑에 붙어 있는 거야. 킥킥. 정사라니. 괴상한 꿈을 꾼 것이라고.’


그녀는 안도했다. 하지만 찜찜했다. 무엇보다 수정관 뚜껑이 밖에서 볼 때의 위치가 아니었다.


‘으, 난 수정관 안에 있어. 어, 어째서 등이 따뜻한 거지?’


소름이 돋았다.


‘아냐. 절대로 아냐. 맞아. 아직 중독 상태라 환영을 보는 거야. 등에서 느껴지는 느낌도 수정관의 뚜껑도 환영일 뿐이야.’


그녀는 억지로 부정했다. 하지만 이미 스스로 억지란 걸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통증은 거짓일 수가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하복부에 손을 가져다 댔다. 축축했다. 들어 올린 손가락에 피가 묻어 있었다.

갑자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 순간 뭘 하려는 건지 뒤쪽의 인간이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쳤다. 고개를 돌렸다. 죄수병의 얼굴이 보인다. 꾀죄죄하고 지저분했으며 수염이 덥수룩했다. 그 순간 이성을 잃었다.


‘죽여야 해. 반드시 죽여야 해.’


그녀는 미친 듯 죄수병의 목을 졸랐다.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손에서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법을 발현하는 건 자신의 경지를 뛰어넘은 현상이었지만 그녀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으, 죽어. 죽어라. 이놈. 죽으라고.”


죄수병이 뭐라고 소리쳤지만, 그녀의 귀엔 전혀 들리지 않았다.


-----


한스는 어떻게든 일레인의 손을 풀려고 애썼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느꼈다. 연신 강렬한 스파크가 튀면서 엄청난 고통이 가중되고 있었다. 죽을힘을 다해서 소리쳤다.


“으윽. 제발 좀 놔. 우, 우리 대화하자.”


온 힘을 다했지만, 목소리가 조그맣게 겨우 튀어나올 뿐이었다.


“으아. 죽어라.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미친 듯 목을 조르며 광기가 어린 목소리로 마구 소릴 지르는 그녀다. 어느 순간 목을 조르고 마구 흔든다. 워낙 과격하게 흔드는 바람에 살짝 손아귀가 느슨해졌다. 그 순간 다급하게 소리쳤다.


“으아, 시발, 나 아니면 넌 죽었어.”

“닥쳐. 이 무도한 놈이. 감히. 감히 날 범했으면서.”

“널 구하느라고 나도 독에 중독되었었다고.”

“누가 구해 달랬어? 네놈 같은 벌레에게 구함을 받느니 그냥 죽는 게 나았다고.”

“시발. 못돼 먹은 년. 배은망덕한 년. 처녀들의 피를 마시는 년.”

“으아. 죽어라. 죽어, 죽어, 죽어, 죽어.”


눈이 뒤집힌 일레인은 미친 듯이 한스의 목을 졸라대며 소리쳤다.

다시 강하게 목이 조였고 한스는 그저 입만 벙끗벙끗할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한스에게 언제 좋은 날이 올까요?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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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의 그림자에 리치가 산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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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4화. 강요된 정사4 +1 24.09.12 335 18 15쪽
16 4화. 강요된 정사3 +6 24.09.11 331 21 19쪽
15 4화. 강요된 정사2 +5 24.09.10 340 18 13쪽
14 4화. 강요된 정사1 +2 24.09.09 367 20 12쪽
13 3화. 진짜 유물5 +6 24.09.07 386 26 16쪽
12 3화. 진짜 유물4 +1 24.09.06 383 26 15쪽
11 3화. 진짜 유물3 +2 24.09.05 398 32 16쪽
10 3화. 진짜 유물2 +3 24.09.04 420 28 17쪽
9 3화. 진짜 유물1 +2 24.09.03 482 29 16쪽
8 2화. 어떤 복수4 +3 24.09.02 495 32 13쪽
» 2화. 어떤 복수3 +1 24.08.31 504 33 12쪽
6 2화. 어떤 복수2 +2 24.08.30 537 32 12쪽
5 2화. 어떤 복수1 +3 24.08.29 602 37 14쪽
4 1화. 던전4 +2 24.08.28 593 39 12쪽
3 1화. 던전3 +2 24.08.27 604 43 12쪽
2 1화. 던전2 +4 24.08.27 634 41 12쪽
1 1화. 던전1 +10 24.08.27 810 4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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