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내 서재다.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엄청난
작품등록일 :
2021.05.12 20:32
최근연재일 :
2021.08.04 19:07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46,027
추천수 :
1,474
글자수 :
463,058

작성
21.05.12 20:37
조회
3,462
추천
72
글자
10쪽

1. 부족의 신(1)

DUMMY

"사장 불러 개웨웨와!"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얼굴이 벌게진 취객이 미친 개처럼 침을 흘리며 카운터를 탕탕 친다. 음료수병으로 머리를 후려치고 싶은 욕구가 목젓까지 치솟았지만 간신히 참기로 했다.


"내그 으뜬 스름인지 을아?"


"손님, 죄송하지만 그래도 결제를 해주셔야 가져갈 수 있으세요..."


내가 무슨 못할 말이라도 한 건지, 머리가 반쯤 벗겨진 손님은 해장음료를 손에 쥔 채 나를 죽어라고 노려보고 있었다.


"으른이 그져가겠다 흐믄 능큼 두손으로 븓츠야지, 요즘 것들은 그냥 가졍교육이 어!"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그래도 저희 매장은 결제를 해주셔야 물건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얼마간 실랑이를 했을까, 취객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100원짜리 동전을 두 개 꺼내서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200원이다.


"아! 내가 학생이 우리 조카같아서 이만치 주는거야!"


"고객님... 카드를 주시면..."

"아 거참 이만치 주겠다 해도 발광이여 발광이!"


퍼억!


취객의 손이 내 콧잔등을 때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미소를 잃지 않고 말을 이었다.


"고객님, 이거 폭행죄 성립 되는거 아시죠?"


"뭐 임마!? 네가 내 소중한 돈을 먼저 거절을... 우우웁!"


이백원을 가지고 내게 마구 고함치던 취객은 얼굴색이 달라지며 입을 막았다. 나 역시 안색이 달라져 카운터를 나가 취객을 밀어냈다.


"예, 알겠습니다. 잘 받았습니다 손님. 안녕히 가세요."


나는 기어이 오바이트를 하려는 손님을 얼른 편의점 밖으로 밀쳐내고 한숨을 쉬었다.


남은 것은 실랑이를 하느라 지쳐버린 몸과, 손님이 공갈해간 해장음료의 빈자리.


그리고 음료값(?)이라고 주고 간 200원.


"하...씨X. 사장이 된통 깔텐데."


편의점 야간알바가 이렇다. 지랄맞은 손님들도 찾아오고, 편의점 물건도 공갈해간다. 이런 식으로 뺏긴 물건값은 내 시급에서 제해진다.


"으아아아아!"


나간 취객처럼 카운터를 내려치려다가 멈췄다. 이게 내 것도 아닌데 CCTV앞에서 후려치면 쫓겨난다. 울분을 달래며 편의점 폐기 삼각김밥을 뜯었다. 뭐라도 좀 먹어야 기분이 풀릴 듯 싶었다.


"인생... 왜 이러냐..."


폐기지만 맛있었다. 폴리프로필렌 냄새가 조금 배었지만 그런대로 참을 만 했다.


"...그 새끼 진짜 아..."


카운터로 돌아오니 취객이 놓고 간 200원이 덩그라니 놓여있었다. 취객이 때린 콧잔등이 아파오는 것 같았다.


"시X 왜 나한테들 다 지X인데..."


내가 뭐라고.


편의점 야간 알바는 이렇게들 까라고 만들어놓은 직업이 아닌가 싶다.


‘하은이가 소개시켜준다는 거... 이번에 괜히 거절했나?’


여자친구가 소개시켜준다는 고수익 알바를 괜히 거절했나 싶기도 했다.


"...아 씨... 왜 이렇게 아프냐..."


코가 욱씬거린다.


"...어?"


코에서 뭔가가 흐른다 싶더니, 그대로 다리가 풀린다. 야간알바로 쌓인 피로 탓인지, 취객이 때린 탓인지.


피가 멈추지 않는다.


몸이 무거웠다. 휴지를 찾으려 고개를 돌릴 때였다.


철퍽!


힘이 빠지며 카운터로 엎어졌다. 눈이 감겨왔다.


'죽는... 건가?‘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요새 좀 심하게 과로를 뛰긴 했으니까.


카운터로 엎어지는 순간. 내 눈에 카운터에 올려놓은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온 것이 보였다.


이 시간에 전화할 사람은 누굴까.


엄마.


아빠.


여자친구 강하은.


우리 집 바둑이...


아직 못 해 준게 많은 사람들이 눈 앞을 스친다.


시발, 이렇게 많은데, 이렇게 죽는거구나.


세상이 어둠에 잠겼다.






"...%^$&>>>...^%**$$^?"


"......"


뭔가 기이한 소리가 들렸다. 어린 아이의 목소리 같기도,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다. 신기한 것은 점차 머리가 맑아지며, 그 소리의 의미가 이해된다는 것이었다.


"...@*&$*)^>>그냥 잠든거라고 말ㅎ$줘. 조는 %&&지?"


누군가 나를 흔들고 있었다. 작은 손이었다.


거친 목소리가 울렸다.


"그놈은 죽었다! 시체나 옮겨!"


"...몸이 따뜻합니다."


"기분 탓인가 보지. 썩기 전에 빨리..."


뭔가 이상한 말소리에, 나는 손을 들어 눈을 비볐다.


"으, 으아아아!"


나를 흔들던 목소리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주변은 동굴 안이었다. 근육질의 험상궂은 남자와, 열살쯤 되어보이는 꼬마가 새하얘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웃기게도 둘 다 하반신에 가죽만 걸친 채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하하, 시X."


눈을 비비며 일어섰다.


"야간뛰다가 필름 끊겼나... 여기 어디지?"


내가 일어서자 어째 이 반라의 남자들은 뒷걸음질을 치며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나는 긴장하며 복싱 자세를 잡고 허리를 숙였다.


"뭐야 당신들, 여기 어딥니까."


그리고 뭔가 이상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어 잠깐 뭔가 높이가 이상한데..."


열살쯤 되어보이는 꼬마가 왜 나랑 비슷한 높이인건지.


근육질의 남자가 왜 저리 커보이는 건지.


'나 180인데... 나보다 크다고? 시X 바이킹인가...'


눈을 비벼봤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그리고 내 손도 뭔가 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어?"


작아졌다. 노가다, 편의점 알바, 인형 눈알 붙이기 등으로 굳은 살 배긴 손이 아니었다. 굳은 살이 적은 꼬마의 손바닥이었다.


"어어, 내 몸 왜 이래? 내 몸이 아니잖아?"


말을 하고서도 나는 다시한번 놀랐다. 외국어는 헬로 니하오 나마쓰떼밖에 모르던 내가, 완전히 모르는 언어로 말을 내뱉었던 것이었다.


그때 열살쯤 되보이는 꼬맹이가 입을 열었다.


"우, 우렛가람이... 우레가람에게 악령이 들었다! 으아아아아!"


"조, 족장! 족장!"


근육투성이 남성 역시 다급한 얼굴로 동굴을 뛰쳐나갔다.


나는 덩그러니 동굴에 남겨져서 동굴 입구를 바라보았다.


* * *


"뭐라고?"


큰버루 부족의 부족장 서슬뱀은 잘못들었다는 듯 검은바위를 바라보았다.


"우, 우레가람... 녀석이 눈을 떴습니다. 상태를 보니 정말로 귀신이 든 것 같습니다."


"허... 서른 날동안 귀신굴에 가둬뒀는데 죽지 않고 귀신이 들렸다?"


"예!"


검은바위의 말에, 서슬뱀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약은 놈이 귀신굴에 먹을 걸 숨겨뒀나 보군. 아니면... 네 아들 녀석이 우레가람에게 먹을 걸 넣어준 것 아닌가?"


"아닙니다! 큰바위는 항상 제가 돌보고 있었습니다."


"... 가보지. 일단 녀석이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 설명해봐."


얼굴에 악령을 쫓는 무늬를 그린 후, 서슬뱀은 창을 들고 귀신굴을 향해 걸어갔다.


검은바위는 우레가람이 깨어나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며 그들에게 주먹을 겨눴고,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몇 마디 하다가 그들 부족 말로 '내 몸이 왜 이래. 내 몸이 아니잖아.'라고 말한 것을 전해주었다.


전해지는 대로의 귀신들린 반응이었다.


그리고, 긴장하는 서슬뱀과 검은바위가 귀신굴에 갔을 때 본 것은 비명을 지르는 우레가람이었다.


"으아아아악! 아아악! 아그극..."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힘을 다해 비명을 질렀다. 깨끗한 뇌 속으로 온갖 기억이 밀려들고 있었다.


'우레가람', 혹은 '우렛가람'이라고도 불린 소년의 기억이었다.


이곳 큰버루 부족은 세 명의 우두머리가 있었다. 족장과 대모, 그리고 주술사.


우레가람은 큰버루 부족 주술사의 혈통이었다.


어렸을 적에는 주술사의 손자로서 부족함 없이 살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주술사는 약해졌다.


그는 이상하게도 유일한 혈육인 우레가람에게 신통한 힘을 물려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세 우두머리중 주술사의 힘은 약해졌다.


대모는 주술사의 권위를 존중했지만 신임 족장인 '서슬뱀'은 미신에 의존치 않는 성격이었다.


약해진 주술사가 내려놓은 권력을 가지고,


대모인 억센꽃과 족장 서슬뱀 간 권력 투쟁이 벌어졌다.


승자는 족장이었고, 대모는 죽었다.


거의 모든 권력을 뺏긴 주술사는 마을 한 귀퉁이로 몰려났다.


그리고 그 때쯤에서야 주술사는 후계를 정했다.


족장 서슬뱀의 자식 서슬바람이었다.


그리고 힘을 물려받으려면 귀신굴에서 열흘 동안 쑥과 마늘을 먹으며 지내야 한다는 말에,


서슬뱀은 대노하여 되려 우레가람을 귀신굴에 집어넣고 입구를 틀어막았다.


무려 서른날 동안이나.


이것이 '나'의 기억이었다.


"웨엑...웨에엑.."


구토감에 취객이 했던 것처럼 오바이트를 쏟았다.


"우욱...허억...헉.."


어디까지가 나고, 어디까지가 내가 아닌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나는 편의점 야간 알바를 뛰는 하상진인가, 큰버루 부족의 주술사 혈통 우레가람인가.


하지만 자세한 고민을 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우레가람."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이 내 눈 앞에 박혔다. 창이었다.


붉은 무늬가 그려진 그 창을 잡은 것은 진갈색 피부를 가진 남성이었다. 얼굴엔 악령을 쫓는 무늬를 그리고, 온갖 귀한 이빨로 장신구를 만들어 찬 남자. 물소가죽을 쓰는 것이 허락된 이.


"조, 족...장?"


'족장' 서슬뱀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잘 알아봤다."


퍼억!


굳센 발이 내 배를 타격했다.


"용케도 저 안에서 살아나왔구나. 방금 전 귀신들린 연기는 정말 감탄이 나오더군."


분명 맞기 전 힘을 줬지만 내장이 징징 울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뒷걸음질을 치며 서슬뱀을 올려다 보았다.


눈길이 서늘했다. 죽는다. 이대로면 분명 악령이 들렸다며 때려죽일 테였다.


'대모를 그렇게 죽였었어...'


생각을 하고 나서도 나는 흠칫 놀랐다. 우레가람의 기억을 받아들이고 나서 너무 자연스럽게 기억을 되살렸다. 순간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서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하지만 우선은 눈 앞의 일에 집중해야 했다.


"서슬뱀 족장님께 아룁니다. 귀신굴에서 위대한 영을 만났나이다!"


지금은 살아야 할 때였다.


"으음?"


서슬뱀의 목소리에 흥미가 실렸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에게 무릎꿇으며 외쳤다.


"위대한 영께서 말하시니, 서슬뱀 그는 분명 큰버루 부족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 따르는 것이 당연타고 하셨습니다!"


작가의말

*정보 : 본인은 앞으로 심심할 때마다 작가의 말에 작품 속 쓸데없는 정보를 달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7월 24(토)~7월 26(월) 휴재공지 21.07.24 745 0 -
공지 7월 15~18일 (목)~(일) 휴재공지 21.07.15 352 0 -
69 68. 현인신(14) +6 21.08.04 2,569 20 15쪽
68 67. 현인신(13) +1 21.08.03 260 7 13쪽
67 66. 현인신(12) +1 21.07.23 216 9 15쪽
66 65. 현인신(11) +1 21.07.22 212 9 18쪽
65 64. 현인신(10) +1 21.07.21 263 6 24쪽
64 63. 현인신(9) +1 21.07.20 217 6 22쪽
63 62. 현인신(8) +1 21.07.19 199 7 13쪽
62 61. 현인신(7) +1 21.07.14 194 7 13쪽
61 60. 현인신(6) +1 21.07.13 188 8 12쪽
60 59. 현인신(5) +1 21.07.12 188 8 13쪽
59 58. 현인신(4) +1 21.07.11 199 7 12쪽
58 57. 현인신(3) +1 21.07.10 198 5 17쪽
57 56. 현인신(2) +1 21.07.09 198 6 13쪽
56 55. 현인신(1) +2 21.07.08 271 8 13쪽
55 54. 조상신(27) +1 21.07.07 209 7 15쪽
54 53. 조상신(26) +1 21.07.06 207 9 19쪽
53 52. 조상신(25) +2 21.07.05 237 9 14쪽
52 51. 조상신(24) +2 21.06.21 235 10 18쪽
51 50. 조상신(23) +1 21.06.20 226 6 22쪽
50 49. 조상신(22) +1 21.06.20 200 5 17쪽
49 48. 조상신(21) +1 21.06.20 206 8 25쪽
48 47. 조상신(20) +2 21.06.19 227 9 23쪽
47 46. 조상신(19) +2 21.06.18 216 11 19쪽
46 45. 조상신(18) +1 21.06.17 252 10 21쪽
45 44. 조상신(17) +2 21.06.16 249 12 16쪽
44 43. 조상신(16) +2 21.06.15 249 11 18쪽
43 42. 조상신(15) +2 21.06.14 258 12 16쪽
42 41. 조상신(14) +2 21.06.13 281 11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