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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다.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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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작품등록일 :
2021.05.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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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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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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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1. 현인신(7)

DUMMY

거대한 얼굴과, 피눈물을 흘리는 원령.

두 영체의 사이로 깊은 적막이 흘렀다.

나는 원혼이 귀곡성을 지름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걸려있던 심령제압의 주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상당하군.’


언제부터 주술에 있던 것일까. 아마 자연스럽게 붉은 끈을 받았던 때부터였던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내 체내의 ‘주술의 씨앗’이 심어졌을 것이다.


‘나를 포함해, 부족원들까지 전부 걸려있었어.’


나는 방금 전 공손의 영체가 이 마을에 덧씌웠던 주술을 빠르게 분석했다.


‘부족원들의 몸에 평소 심어놓았던 주술의 씨앗으로 심령을 제압하고, 그들에게서 살기를 이끌어내, 살기를 빚어 대상을 저주해 죽이는 주술이다.’


나 역시 완전히는 아니지만 상당히 심령을 제압당한 상태였기 때문에, 자칫하면 큰일 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그토록 치고받았던 원혼이 도움이 됐다니,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너는.]


공손의 머리가 입을 열었다.


[잔수. 잔수로군.]


[나를 기억하는가? 공손이여! 우리를 기억하는가!]


잔수라고 불린 센유엔의 족장이 비통하게 울었다. 그의 목소리로, 수십의 목소리가 겹쳐 울렸다.


[대답하라! 공손! 우리를 왜 저 어두침침한 숲 속 부족에게 죽게 하였는가! 우리를 왜 저 깊은 숲 속에 묶어두었는가! 왜! 왜!!!]


[...너희가 갑자기 튀어나올 줄은 나도 몰랐다. 너희에겐 임무가 있지 않느냐?]


[임무? 네가 우리에게 어떤 임무를 주었단 말인가!]


[숲을 정벌하라고 이르었다.]


[그 뜻이, 대가 이어지도록 숲에 틀어박혀 우리의 한으로 숲을 오염시키란 뜻이었나?]


[그렇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었다. 전쟁을 떠나기 전 축복을 주며, 숲을 정벌하기 전까진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너희는 모두 우렁차게 대답하였지.

범바람과 미르바람 아래에 맹세하노니, 몸이 죽어 흙이 되고, 마음이 죽어 원령이 되더라도 부족을 위해 숲을 정벌하리라고.]


[그것은 전사의 맹세였다! 의지를 관철시키는 맹세였지, 주술에 우리의 영혼을 팔아치우는 맹세가 아니었다!]


[전사의 맹세라고?]


공손이 웃었다.


[들어라, 옛 족장이여. 신 앞에서, 전사와 일반인의 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황금빛의 거대한 얼굴이, 근엄한 표정으로 영을 내렸다.


[나는 공손. 센유엔의 현인신이노라.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족장에게 이르노니, 그대는 다시 숲으로 돌아가 내 영을 이루거라.]


[크...으아아아아!]


원혼의 전신이 벌벌 떨려왔다.

공손의 령(令)이 잔수의 원혼을 붙들어맨다. 이들에게도, 공손이 남긴 주술의 씨앗이 깃들어있던 것이리라.


[네가! 우리를 버린 네가 무슨 권리로 내게 영을 내린다는 소리냐!]


영체를 떨면서도, 그의 원혼은 겨우겨우 버텨내며 공손을 노려보았다. 공손이 차분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현인신 공손의 이름으로 내리는 영이노라.]


[현인신...! 현인신...!]


덜덜,

덜덜덜덜


그의 원혼이 마구 흔들린다. 버티고는 있지만, 더 버틴다면 소멸될 것이다.

하지만, 영체가 흔들릴 지언정 원혼의 원력은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원령의 한(恨)이 깊어진다는 증거였다.

시커먼 원혼의 영체는 더욱 시뻘게진 피눈물을 흘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놈이 외쳤다.


[현인신이라고 그랬느냐...!]


우우웅!


원혼의 목소리가 귀곡성이 되어 부족을 울렸다. 기이하게도 나는 영력을 끌어올려 귀곡성을 방어했지만, 센유엔 부족원들은 귀곡성을 그냥 쐬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눈빛이 맑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잔수의 원혼이 소리쳤다.


[우리는 한때 반얀의 조상신으로 섬김받았다.]


쿠득, 쿠드득!


그의 전신에 기묘한 줄무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허물어지려 하던 영체가 튼튼한 형체를 갖추었다. 그의 목소리로 수십의 목소리가 겹쳐울린다.


[이젠 네놈만이 신이 아니다!]


나는 가공할 원력에 뒷걸음질을 쳤다. 영력은 나와 싸웠을 때에 비해 약해졌지만, 원독(怨毒)은 몇 배나 강해져 있었다.


[우리도! 신이다!]


동시에, 그의 원혼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악령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악령체는 순식간에 거대해지더니, 마을을 감싼 결계를 부숴버리고 한 마리 흑호로 변하여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다.


[공손! 우리를 집으로 돌려보내라!]

[우리의 후손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라!]

[우리는 이방 부족의 조상신이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후손의 조상신이고 싶었단 말이다!]

[우리의 고향에서! 우리의 후손에게 섬김받게 하여라!]


쿠구구구구!


시커먼 원력을 풍기는 흑호가, 허공으로 날아들어 거대한 얼굴을 물어뜯었다. 공손의 얼굴은 고통스럽게 인상을 찡그리는 듯 하더니, 그대로 터져버렸다. 황금빛의 빛줄기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아니, 아니다!’


빛줄기는 흩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한 지점을 향해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황금빛 휘광이 한 지점으로 흘러들어간다. 센유엔 부족의 목책과 적당히 떨어진 거리의 한 땅굴 속으로.


“....!”


나는 시야를 높여, 땅굴로 들어가는 빛줄기를 보고 흠칫 놀랐다. 그곳에는, 지네의 더듬이와 턱이 튀어나와 있었다.



떨어져라.



번쩍!


우레미르의 신력이 천공에 모이며, 한 줄기 낙뢰가 내렸다. 빛의 속도로 뿜어진 벼락이 지네를 향한다.


슈르륵!


지네는 황급히 피하는 듯 했으나, 결국 한 줄기 벼락이 놈의 몸을 그을렸다. 지네가 다시 땅굴로 들어갔다.


우웅!


나는 내 손바닥에 봉인해둔 지네의 육체 일부를 공명시켰다. 놈은 빠르게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더 멀어지면 놓친다!’


죽시 손가락을 꺠물어 피를 내고, 목책 바깥으로 뛰어내려 핏방울을 던졌다. 핏방울은 허공에서 붉은 눈알의 문양으로 응집되었다.

반얀 부족에서 샤크티를 찾기 위해 썼었던 추적 주술. 눈알 문양은 이내 수십 개의 문양으로 분열하며 지네가 내려간 땅굴로 들어갔다.


‘내 신력의 흔적을 쫓아라!’


눈알 문양들은 땅속으로 흘러들어가, 내 벼락에 맞았을 지네의 육신 일부를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공에 남은 황금빛을 물어뜯어 흩어놓던 흑호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놈은 몸을 영체로 변화시키며, 내 눈알 문양을 쫓아왔다.

놈의 크기는 거대했지만, 영체였기에 대지를 그대로 통과하며 일직선으로 문양을 쫓는 듯 했다.


휘이이...


일단의 사건이 휩쓴 초원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내 감각에 문양들이 지네에게 달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드디어..’


그때였다.


푸콱!


지네는 그대로 벼락에 그을린 부분 일부와, 내 문양이 달라붙은 부위 일부를 잘라버리고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얼마 후 문양을 따라가던 악령체는 문양이 붙어있는 지네의 일부를 찾았고, 놈은 분노에 고함을 질렀다.


[......!!!!!!!]


영적인 귀곡성이 대지를 울렸다. 주술방어로 영체를 보호하고, 주술문양을 다시 불러들였다. 악령체는 내 주술문양이 내게 돌아오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놈은 그대로 대지 아래에서 흩어졌다.

수십 마리로 흩어진 원령들이 수없이 엵히고설킨 땅굴들 속을 헤집고 다녔다.


공손을 찾으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나는 고민하다가, 끊어진 위패를 잡아들고 주술을 발동시켰다.


“돌아와라!”


쿠구구구구!


얼마 후, 땅속을 뒤지던 원령들이 다시 위패로 빨려오기 시작했다.


[안 돼!]

[크아아아악!]

[공손을, 공손을 찾아야 한다!]


이전보다도 더욱 한이 깊어진 원령들이었지만, 바얏크가 위패에 찍어놓은 낙인 덕분에 녀석들을 회수하긴 어렵지 않았다.


[우리를 풀어라!]

[풀어라!]


지독한 원독이 느껴졌다. 공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지만, 이런 지독한 것들을 풀어놓는 것 역시 옳은 선택은 아니리라.


[우리에게 기회를 다오!]

[제발!]


슈르륵!


나는 마침내 마지막 원령까지 전부 위패에 봉인해넣고, 이전보다 더욱 강한 봉인을 열두 겹에 겹쳐서 씌워놓았다


“후우...”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공손도 못 믿을 녀석이지만, 원령들 역시 쉽사리 믿을 수는 없다. 적의 적이야 동지라지만 원령들은 그동안 해온 전적이 너무 컸고, 위험하기도 했다.

나는 위패를 회수하고 센유엔으로 다시 돌아왔다. 부족원들이 내게 모여들었다.


“신인이시여... 저 결계는...”


“... 저 결계는 너희의 생각대로 신성함을 쫓는 결계가 아닌...”


“아닙니다.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의 가장 앞에 있던 샤오허가 손사래를 쳤다.


“다만, 아까전의 그 원령이 공손에게 달려들 때에, 결계가 깨어졌으니 다시 보수해 주십사 하고 말을 올린 것이옵니다.”


"... 나를 믿나?"


"저희 모두 잠시동안 생각할 것이 생겼을 뿐입니다."


“...알겠다.”


나는 센유엔 부족원들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이들의 눈빛은 조금이지만 맑아져 있었다.


‘뭐지? 내가 모르는 주술이 걸려있었나?’


하지만 내가 느끼기로, 공손이 이들에게 심어놓았던 것은 유사시에 주술을 발동시키기 위한 주술의 씨앗 정도.

딱히 다른 정신적 주술은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눈빛이 맑아졌단 말인가.

내가 의아해하며 결계를 보수할 때였다.

한 여인이 목책 위로 올라와, 결계를 어루만지는 내 옆에 섰다.


“무슨 일이요?”


“안녕하십니까, 신인이시여.”


그녀는 기품있게 자기소개를 하였다.


“제 이름은 서릉. 공손의 첩입니다.”


“어쩐 일이시오?”


“한 가지 묻겠습니다, 신인이시여. 신인께서 벼락을 떨구신 곳. 그곳에 있던 것이, 혹여 어젯밤 누조의 아들을 잡아간 괴물이었습니까?”


“...그렇소.”


서릉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 공손에 대해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그녀는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한쪽 팔을 걷어붙였다. 삼베옷이 그녀의 어깨까지 걷어올려졌다. 나는 눈을 찌푸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게 무슨 짓이요?”


“잘 보시지요. 여기.”


그녀는 담담하게 자신의 어깨를 가리켰다. 그녀의 맨살이 드러난 어깨. 그곳에는 자국 같은 것이 있었다.


“이 자국은, 제가 어렸을 적, 철없이 물길을 막은 괴물이 산다는 곳으로 가서, 괴물을 자극한 결과 얻은 상처입니다.”


“....!”


“기이하게도.. 이 상처를 얻은 날부터. 저와 그 괴물은 기묘하게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이 자국에 집중을 하면 아릿한 고통이 느껴지는데, 그 고통으로 괴물의 상태가 유추 가능하더이다.”


“...그렇군.”


자세히 보니, 서릉이라는 이 여인은 꽤나 영력의 자질이 높은 여인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요?”


“귀하와 같은 부족인 서슬뱀이, 그 괴물을 죽였다고 했을 때 마을사람들은 모두 환호했지만... 저는 어쩐지 고통이 사라지지 않아 의아해했지요. 그리고 서슬뱀이 부족으로 돌아가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괴물이 나타났을 때 확신했습니다.

그 괴물은, 애초에 죽은 적이 없다는 것을요.”


“.....”


“그리고, 오늘 신인께서 확인을 해 주셨지요. 공손의 광채가 가장 많이 뿜어져나오던 자리. 그곳에 그 괴물이 있었다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것으로, 우리 첩들끼리 짐작해오던 불길한 추측들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공손, 그 자가 지금껏 괴물의 몸으로 물길을 막았고, 또 아이들을 납치하려 한 것을요.”


“...알고 있소.”


나는 한숨을 쉬었다.


“나 역시 정황을 추측해 보았을 때 공손이 마을의 물길을 막은 주범이란 건 알고 있소. 하지만 왜 그랬는지는 추측중이지.”


“...저희도 그 이유는 모릅니다. 하지만 신인이시여. 저희는 공손의 첩으로, 그의 수상한 행태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이들이며, 그 때문에 공손의 목적과 그의 정체에 대해서도 서로 많이 추측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방금의 확인으로 인해... 저희는 최악의 추측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무슨 추측이오?”


“그건 바로...”


이어진 그녀의 말에 나는 작은 침음성을 흘렸다.


“공손의 본모습이, 사실 그 괴물 자체가 아닌지 하는 추측입니다.”


과연, 가능성이 있었다.


“이곳까지 찾아온 것은... 신인께 부탁을 드리기 위함입니다. 부디... 그 괴물을 처리해 주시고, 센유엔 부족을 구해주십시오.”


작가의말

20분이나 지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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