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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다.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엄청난
작품등록일 :
2021.05.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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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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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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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41. 조상신(14)

DUMMY

[대홍수를 봉인한 초규모 주술에서 영감을 받고, 가족과도 같은 내 가족들의 사후(死後)를 생각하여 만든 주술진. 우리의 터전이 곧 우리의 조상이며, 우리의 고향이 곧 우리의 신인 법이야. 여지껏 존재한 적 없는 새로운 신(神)의 개념이지.]


나는 제사장의 두뇌로, 설명을 듣자마자 이 무시무시한 주술의 실체를 알 수 있었다.


‘이건...’


부족의 신이 가진 신성과, 부족의 제사장이 본인의 영혼마저 갈아넣어 완성한 ‘살아있는 주술진’ 이었다.

이 귀신목 숲은 차차 죽은 이들의 영혼을 흡수하고, 점점 강력한 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반얀 부족의 세대가 이어지고, 그들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나무들 속에 깃든 조상신의 수가 많아질수록.

주술진은 초월적인 힘을 발휘할 터였다.


눈 앞으로 이 숲과, 반얀 부족의 미래가 보이는 듯 했다.


하나로 이루어진 군체의 숲은, 종래에는 점차 줄기가 굵어져 다시 합쳐질 것이다.

다섯 그루의 군체마저 모두 하나의 거대한 나무로 변할 것이다.

아마 산맥과도 같은 크기의 거대한 나무가 되어서, 반얀 부족의 주민들에게 초월적인 힘과 수명을 내릴 것이 분명했다.


[초규모... 주술...]


[그런 말은 하지 말게. 숲에 깃든 조상신의 수가 최소 일억은 넘어야 초규모 주술이라 불릴 수 있겠지. 진정한 초규모 주술을 본 입장에서야... 내 눈에 이 주술진은 가소로울 뿐이네.]


우레노을이 산맥을 이용해 친 주술진조차 우스워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가진 주술진이었다.


‘그렇군, 우레노을의 주술이, 굳이 숲에 닿지 않았던 것도...’


이 엄청난 주술을 건드릴 자신이 없어서였기 때문일 터였다.


서슬뱀의 어린시절.

그를 이 숲에 못 들어가게 했던 것 역시 비슷한 이유에서였을 터다.


[...알겠군요. 세티아란 무녀... 그녀에게서 그런 힘을 느꼈던 것은.]


내 말투는 어느새 경어로 바뀌어 있었다. 이 정도 능력을 가진 제사장을 앞에 두고, 자존심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당신 역시 제사장의 최종 경지를 개척한 제사장이기 때문이겠지요.]


제사장의 최종 경지에 이른 자이다.


우레노을의 혼에 새겨진.

신성하기도, 사악하기도, 거칠기도, 부드럽기도 한 그 기이한 기운.

세티아 역시 귀신목 숲의 조상신이라면, 바얏크가 본인의 영혼을 갈아넣은 제사장의 최종 경지의 힘을 지니고 있을 터였다.


[아무에게나 허락하는 건 아니고... 나무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아이에게만 잠시 허락하는 기운일세. 그 때문에 놀랐는가?]


[무례하게도 세티아란 자를 공격할 뻔 했습니다.]


[하하하하!]


바얏크는 껄껄 웃으면서 숲의 한 구석을 향해 손짓했다.


찌르르~


아까부터 노래하던 새 한마리가 포르르 날아와 그녀의 손에 앉았다.


[이 녀석이 네 덕에 놀랐다는구나. 얘야.]


파아앗!


새에게서 밝은 녹색 빛이 뿜어지더니, 한 명의 여인으로 변했다.

세티아였다.


[길손을 놀라게 하여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닙니다. 제 안목이 부족했던 탓이지요.]


나는 그녀와 짤막하게, 제대로 인사를 했다.


[잠시 대기하고 있거라.]


바얏크는 세티아에게 기다리라고 말한 후, 말을 이었다.


[이 아이가 어때 보이나?]


그녀가 세티아를 가리키자, 세티아의 몸에서 은은한 영력과 신력이 뿜어졌다.


[내 신의 신성과, 내 영혼을 갈아넣어 만든 조상신으로서의 신체(神體)일세. 부족원들이 사후에야 자신이 신이 될 수 있도록 만든... 내 최고의 걸작이 이 주술진이지.]


[훌륭할 따름입니다. 아름다울 정도군요.]


[그래, 하지만 문제가 있었지. 본래 이 주술진을 만든 후, 이 주술진에 ‘사후세계’의 역할과 더불어... ‘결계’로써의 역할까지 부여할 작정이었네.]


그녀가 손을 휘저었다.

심상계가 또 다시 바뀌었다.

반얀 부족이 있는 곳이었다. 대홍수 이후 문명 수준이 하락하여, 지금의 움집보다도 못한 구덩이에서 사는 것이 반얀 부족의 실정이었다.

바얏크는 영혼의 절반을 이미 숲에 갈아넣어, 힘을 거의 못 쓸 때였고, 그녀가 마침 숲에 또 다른 기능을 부여하려 할 때였다.


전쟁이 일어났다.


-우오오오오오!


수많은 전사의 함성이 들려왔다.

귀신목들을 넘어, 많은 전사들이 반얀 마을로 쳐들어왔다.


[그 당시 나는, 내 신을 죽여 그 신성을 숲에 흩뿌리고, 영혼마저 반을 갈아넣은 상태라 제대로 된 힘을 쓸 수가 없었지. 그때 저자들이 쳐들어왔네. 대홍수 이후... 식량이 부족해지자 타 부족이 쳐들어온 것이야.]


그리고, 침입자들의 우두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 모습에 흠칫 놀랐다.


[바얏크...]


자신을 ‘바얏크’라 칭한 원혼의 모습이었다.


[센유엔 부족... 저 멍청한 부족이... 부족의 제사장이 명하여 우리 부족에 쳐들어왔지.]


-우오오오오오!


센유엔 부족의 전사.

자신을 바얏크라고 칭하던 원혼. 그는 센유엔의 족장이라고 하였다.


-공손을 위하여!


센유엔의 족장이 외쳤다. 다른 전사들 역시 일제히 소리쳤다.


-공손께 영광 있으라!

-우오오오오오!


아무래도 자신들이 모시는 신의 이름인 듯 했다.

반얀 부족과 센유엔 부족간의 전쟁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반얀의 전사들이 우세했다.


[반얀 부족은 대대로 뛰어난 전사가 많은가 봅니다.]


[암, 그렇지.]


무기와 하나된 전사, 열 명이 센유엔의 전사들을 몰아붙였다.

반면 센유엔의 전사들 중 무기와 하나된 전사는 한 명, 센유엔의 족장 뿐이었다.

거기에 무기와 하나되지 않는 전사들의 수준 역시 반얀 부족이 훨씬 높았다.


비록 센유엔의 전사들은 백 명을 넘어서는, 군대나 다름없는 숫자였으나, 반얀 부족은 두 배가 넘는 숫자의 차이를 역량으로 메우며 그들을 몰아냈다.


-공손이 힘을 보낸다!

-우오오오오!

-공손께 영광 있으라!


하지만, 센유엔의 전사들은 지치지 않았다.

대지를 타고 황금빛의 기류가 센유엔의 전사들에게 흘러들어갔다.


‘저건...’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그것을 보았다.

우레노을의 산맥을 이용한 진. 대지를 엮은 주술이 보여주는 힘과 똑같은 힘이다.

센유엔의 전사들은 그 힘을 받고서, 마치 불사의 몸이라도 되는 듯 반얀 부족원들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그 광경을 유심히 쳐다보자, 바얏크가 설명을 더했다.


[용맥(龍脈)의 권능이네.]


[용맥...?]


[자세히는 잘 모르네. 나 역시 거센바람에게 들어서 대략 알기만 하는 것이니...

대지를 흐르는 이 땅의 생명력으로, 신의 힘에 버금가는 권능이라 알려주더군. 그리고 센유엔 부족의 ‘공손’이라는 주술사가, 제사장이 아닌 일반인의 몸으로 용맥의 힘을 얻었다고 들었네.

그리고... 결과는 보다시피. 용맥의 권능은 전쟁에 쓰였고, 신의 힘에 필적하는 힘이었지.]


-보라, 공손께서 힘을 내려주셨다!


센유엔의 족장이 창을 휘둘렀다.

그가 창을 휘두르는 궤적에 따라, 황금빛으로 이뤄진 강철의 산이 땅에서 솟아난다.


-쿠구구구구구!


황금빛 기운이 뾰족뾰족한 산맥으로 변하며, 반얀의 전사들을 덮쳐왔다.


-우오오오오오!

-보라! 센유엔은 최강이다! 공손께 영광 있으라!


반얀의 전사들이 가시같은 강철의 산에 꿰뚫렸다.

수많은 피가 흘렀다.


[한 지파가 거의 갈려나가다시피 했어...]


-반얀을 지켜라!

-이곳은 우리의 땅이다!

-우리의 터전이다!


그날, 반얀의 열두 지파는 열한 지파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행히. 그들의 희생으로 제때 시간을 맞출 수 있었지.]


-번쩍!


숲에서 녹색의 빛이 번쩍였다.


-엇, 어엇...


센유엔의 족장이 당황했다.

대지에서 솟아올라, 센유엔의 전사들을 지원하던 황금빛 권능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내 영혼을 온전히 갈아넣어, 결계를 완성할 수 있었네.]


숲의 모든 나무와 가지, 뿌리가 얽혀 만들어진 강력한 결계.

그것이 반얀마을을 감쌌다.


‘우레미르의 힘을 막았던 것 역시... 그것이었군.’


악령체에게 벼락을 떨어뜨렸을 때.

허공을 가로막았던 보이지 않는 기운. 그것이 반얀 부족의 결계였던 셈이었다.

용맥의 힘이 끊기자, 센유엔의 전사들은 분노한 반얀 부족의 전사들에게 쫓기기 시작했다.


[그래, 그 자리에서 녀석들을 모조리 끝장낼 수 있었어. 하지만...]


바얏크는 한숨을 쉬었다.


[‘놈’이 개입했네.]


[놈?]


[‘공손’. 센유엔 부족의 주술사. 용맥의 힘을 보내오던 녀석. 그 자가 돌발행동을 하기 시작했어.]


-촤르르르륵!


도망치던 센유엔 부족 전사들의 몸이, 기이한 주술에 의해 휘감겼다.

마치 지네 같기도, 얇은 밧줄 같기도 한 주술이었다.


[저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는 주술인가?]


[...아니, 같은 주술은 아니군요. 하지만 상당히 비슷한 주술을 압니다.]


[그런가...]


도망치던 센유엔 부족 전사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 왜, 왜 내 몸이...

-살려... 끄아아악!


센유엔 부족의 전사들은, 분노한 반얀 부족의 전사들에게로 무기를 버리고 돌진했다.

누군가가 꼭두각시처럼 전사들의 몸을 조종하고 있었다.


-공손! 공손! 이게 어찌된 일이오!


센유엔의 족장이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결국 족장의 몸 역시 주술에 휩싸이며 반얀의 전사들에게 돌진했다.


-공손, 잠깐 공손! 무, 물러서지 않겠소! 열심히 싸우겠소! 안 돼! 공손! 공손 이 개자식아아아!!!

-푸욱!


센유엔의 족장은 그렇게, 반얀 부족 대전사의 창에 찔려 죽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들은 자기네 부족의 주술사의 힘에, 모조리 전멸했네. 나는 그들의 원혼이 우리 부족을 괴롭힐까 걱정되어, 그들의 시신을 검우물에 넣고, 묻어버리라 명령했네. 설령 원혼이 되더라도, 검우물의 음기(陰氣)에 다 녹아버리도록.]


영혼을 숲에 갈아넣은 바얏크가, 새로 뽑힌 무녀에게 신탁을 내려 명령을 내리는 장면이 보였다.

반얀 부족은 센유엔 부족 전사들의 시신을 검우물에 밀어넣고, 흙으로 파묻었다.


[그리고 내가 무녀에게 빙의하여 주술을 짜넣었지.]


바얏크가 주술을 쓰는 장면이 보였다. 그녀는 두 가지의 주술을 짜넣었다. 귀신굴의 음기가 더 흘러나오지 못하게 하는 막음주술.

그리고 검우물의 음기와 함께 원혼을 정화하는 정화주술.


[정화주술을 이용하여, 혹여나 저 원혼들이 검우물의 음기에 녹지 않아도 정화되고, 저들의 원혼이 없어지면 검우물마저 없애버리려 주술을 짰지. 더 이상 이 마을에 제사장은 필요 없으니 말이야. 대신 검우물이 있던 우물터 위에 사당을 지었네.

제사장의 시대는 끝났고, 새로운 미래가 열렸다는 일종의 상징이었지. 하지만...]


반얀 부족의 시간이 흘렀다.

점차 반얀 부족은 다시 번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물터에서 원령들의 힘이 비져나오기 시작했다.


[뒤늦게 저들의 영혼에 주술이 심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네.]


-우오오오오오오!


우물터 위로, 거대한 악령체가 몸을 드러냈다.


[자네도 보았겠지. 수많은 영혼이 합체하여 제사장에 버금가는 힘을 내뿜는 것을.]


[예.]


[영혼들의 혼에 걸린 것은. ‘제사장을 만드는 주술’이었어.]


[무슨...!]


바얏크의 눈에 동정이 깃들었다.


[정확히는... 제사장처럼 두 영혼을 완전히 섞어서 힘을 증폭시키는 게 아닌. 강인한 영혼들을 일정한 배열로 붙여서 제사장의 힘을 내는 것일세. 제곱이 아닌 단순 더하기야.]


거대한 악령체가 피눈물을 흘렸다.


-집... 집에 가고 싶다. 센유엔으로... 우리의 고향으로...!


[하지만, 지독한 주술이 걸려 있었지.]


악령체가 허공으로 날아가려 할 때였다.

녀석의 육신이 허공에서 멈춰섰다.

그가 땅을 바라보았다.


기이한 주술이 악령체를 반얀 부족에 묶어두고 있었다.


-공손!!!!! 공손! 으아아아아! 공손!!!


[센유엔의 주술사가 엮어낸 주술. 저 원혼들을 하나로 붙여 제사장의 힘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저 원혼들의 힘으로 이 숲을 오염시켜 버리지 않으면, 원혼들을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주술이었네.]


악령체가 피눈물을 흘리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공손! 왜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하는거냐! 왜! 집에, 집에 가고 싶다!!!


[타지에서 객사한 원혼이 집으로 가지 못하면, 해가 갈수록 한이 깊어지는 법이지. 녀석은 점차 원한이 깊어졌고, 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어. 그리고 집에 가고 싶었던 악령체는... 주술사의 주술을 이행하기 시작했네.]


산산이 흩어져, 각기 다른 원령체로 변한 원혼들은, 심지가 약하고 깨끗한 아이들에게 들어갔다.


[처음에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그래서 일단 내버려 두었지. 다만 아이들의 몸속에 들어가, 아이들과 같이 지냈을 뿐이지. 아이들이 수련하면 같이 수련하고, 아이들이 쉬면 같이 쉬었어. 그리고 아이들이 커서 전사가 되면 같이 싸워주었지.

또한 아이들이 전사가 되어, 무기와 하나되면, 그 깨달음 역시 얻어 원령들은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네. 결국 몇 세대가 지나고, 그런 짓을 반복한 원령들은 모두가 무기와 하나된 경지에 이르렀네.]


무기와 하나되는 경지에 이르러, 더욱 강력한 혼을 지니게 된 원혼들은, 강해진 힘으로 숲의 주술을 오염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주술이 만만한 주술은 아니었지. 나는 조상신들의 영력을 이용해 녀석들의 힘을 짓눌렀네. 하지만 녀석들은 은밀하게 다시금 사람들에게로 들어갔어. 숲의 힘을 이용해서 한 놈 한 놈을 정화시키려 해도, 아이들의 몸 깊숙이 숨어벼렸지. 그 상태로 녀석들은 점차 아이들의 입을 빌려 말을 하기 시작했네.

자신들이 조상신이라고. 너희들의 부모된 이라고. 그리고 자신들이 몇 세대에 걸쳐 보아온 반얀 부족의 사람들을 흉내내며, 본격적으로 조상신을 흉내냈다네.]


바얏크가 입술을 짓씹었다.


[나는 본격적으로, 숲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 정화의 주술을 발동했네. 원령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힘이었어. 하지만 원혼들이 격렬히 저항했네. 제사장에 버금가는 원력(怨力)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전염병을 불러일으켰네.]


반얀 부족에 전염병이 돌았다.

마을 사람들의 피부에 검은 반점 같은 것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이 반점이 돋아난 사람은 괴로워하며 몸져눕고, 결국에는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인질로 잡은게지. 자신들을 정화하려 하면, 부족원들은 모조리 죽을 것이다. 라고... 하지만 나는 괴로움을 참고 녀석들을 빠른 시간 내에 전부 정화시켜 버리려 하였어. 그 때... 그 자가 나타났지.]


두두두두두두!


버루를 탄 전사가 나타났다.

한 손에는 버루뿔 창을, 몸에는 버루 가죽을 쓴 전사였다.


[서슬뱀. 저 자였네.]


서슬뱀은 병에 걸린 마을 사람들을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어린 전사들에게 창법을 가르쳐주며 그들의 희망을 이끌어냈다.


[나는 저때까지만 해도 저 자에게 고마움을 느꼈다네. 하지만... 저 자는 곧 떠났고, 육 년 후에 돌아왔지.]


쿠구구구구구!


육 년 후.

무수히 많은 버루떼와, 몇 명의 부하를 데리고 숲을 들어온 서슬뱀은 사악한 주술을 손에 넣은 채였다.

당시 반얀 부족은 조상신을 흉내내는 원혼들과, 진짜 조상신의 뜻을 받드는 세티아의 의견 차이로 인해 어지러운 상황이었다.


서슬뱀은 싸우길 좋아하는 반얀 부족원들의 앞에 나타나, 압도적인 무력으로 그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무기와 하나된 경지조차 뛰어넘은 경지에 오른 서슬뱀은, 열렬한 존경을 받았다.

샤크티 역시 그에 의해 무기와 하나된 경지에서 반 발짝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저 녀석이 저 주술을 썼다네.]


서슬뱀은 조상신이라고 떠드는, 원령들이 모인 우물터로 갔다.

그리고 우물터 위. 조상신의 사당에 사악한 문신의 힘을 불어넣었다.


[나는 방금 당신들의 신을 죽였소! 왜 신의 말을 따른다 하며 형제 자매에게 칼을, 창을 겨누는 거요? 이제 이 마을의 신은 죽었소. 남은 것은, 당신들이 인간의 지혜로, 인간의 머리로 스스로 생각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요!]


말을 마친 서슬뱀은 버루들을 이끌고 숲을 나가, 산맥을 넘었다.


[제 딴에는 조상신들이 전염병을 흩뿌린다는 것을 알아채고, 영들의 힘을 막는 주술을 쓴 것일세. 하지만 그 주술은 깨끗한 정령을 오염시켜 영을 막는 주술이었어...

깨끗한 영이 아닌 원령들에겐 통하지 않았지. 대신 서슬뱀의 사악한 힘은 사당의 위패를 오염시켰다네.]


은은한 빛을 내던 위패들이 그냥 나뭇조각으로 변해버렸다.

나는 그제서야 사당 안쪽. 위패들에서 느껴지던 익숙한 힘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서슬뱀이 흩뿌린 사악한 힘의 잔재였던 것이다.


[본래는 숲의 힘을 빌어, 우물터 밑의 원령들을 억누르던 위패들이... 오염되어 원령들을 억누르지 못하게 됐네. 서슬뱀이 떠난 후, 원령들은 서슬뱀이 자신들을 도와줬노라 선전하며, 그동안 퍼뜨렸던 전염병을 거두었네. 전염병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저것들을 조상신이라 따랐지.

녀석들은 부족과 숲을 잇는 세티아를 죽이라 명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티아가 자신들을 속였다 믿고... 그녀를 돌팔매질해 죽였네.]


바얏크의 옆에 서있던 세티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세티아가 죽고... 반얀 부족과 우리의 연결이 끊겼지. 그리고... 세티아를 끝까지 지지했던 몇몇의 부족원들은, 원령들의 저주에 전염병에 걸렸네.]


끝까지 자신들의 조상이 숲이자, 터전이며, 무녀가 옳다고 주장한 자들은 병자가 되었다.

병자들은 원래 사당이 있던 자리로 들어갔고, 사당의 위패들은 언덕 위로 옮겨졌다.


[이것이... 자네가 궁금해하던 모든 것일세. 해답이 되었는가.]


작가의말

조상신 에피가... 생각했던 걸 다 담다 보니 조금 늘어지는군요.

빨리 진도를 빼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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