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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다.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엄청난
작품등록일 :
2021.05.12 20:32
최근연재일 :
2021.08.04 19:07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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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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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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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53. 조상신(26)

DUMMY

규칙이 내 전신에 맴돈다.

섭리를 주술로 녹인다.

서슬뱀의 기억이, 반얀 마을에서의 경험이.

바얏크가 내게 준 신력이, 주술로 녹아든다.


정식제의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것은 세 가지.


영력, 주술식, 기원(冀願)이다.


영력은 바얏크의 신력으로.

주술식은 전사로서의 꺾이지 않는 의지를 본따.

기원은 서슬뱀의 기억을 바탕으로.


지금 이 순간.

소슬바람이 만들어준 첫 번째 제의 이후.

두 번째 제의를 완성한다.


“오라, 천둥의 힘이여.”


쿠르르릉!


전신이 번개로 휩싸였다. 마치 번개의 정령(精靈)과 같은 형상이다. 전신이 우레미르의 신력과 권능으로 충천해 있다.

내가 마치 번개의 신이 된 듯한 기분.


[고맙구나.]


나는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원혼들에게 말했다.


[내게 깨달음을 주어서.]


[..이, 이익 다들 덮쳐라! 어차피 반얀 부족의 몸을 입고 있으면...]


콰르릉!


내 몸과 마찬가지로, 정식제의를 부여해 벼락의 창처럼 변모한 버루뿔 창을 들었다.


[열려라, 천벌의 잔치여.]


번쩍!


그리고, 전신에서 천벌이 치솟았다.

수천 줄기의 벼락이 내게 달려드는 반얀 부족원들에게로 향한다.


[가라, 천둥의 힘이여.]


파아앗!


그리고, 그들에게 깃든다.


[...! 끄아아아악!]


[아아아악!]


천벌의 잔치가 우레미르의 힘을 손실없이 쏟아붓는 제의라면.

천둥의 힘은 번개의 힘을 [부여] 하는 제의.


번개의 속성을 부여받은 반얀 부족원들의 몸이 내 몸처럼 번개의 정령과 같이 변모한다.

그리고, 육신에 깃든 번개의 힘을 견디지 못한 원령들이 비명을 지르며 그 속에서 빠져나왔다.


쿠릉!


쿠르릉!


주위로 뻗어나가는 천둥의 힘이 수많은 반얀부족원들의 몸에 [부여]된다.

반얀 부족이 아니라, 번개의 정령 무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수많은 이들이 정령과 같이 변모한다.

그리고, 수많은 원혼들이 허겁지겁 그들의 몸에서 도망쳐나온다.


유전자 단위까지 섞여들어갔다고 해도.

아무리 이들을 가까이 관찰해왔다고 해도.

사악한 힘이 하늘의 빛을 당할 순 없다.


[크아아아악!]

[아아아악!]

[이 노옴! 이 놈!]


시커먼 원혼들이 허공으로 도망친다. 나는 씨익 웃으며 다시금 손을 들어올렸다.


[열려라, 천벌의 잔치여.]


하늘이 개벽한다. 파아랗게 물든 먹장구름 속에서, 악령들에게 천벌이 내린다.


너희가 입은 몸을 나왔느냐.

이제 내가 거리낄 것이 없다.


벼락이 빛의 속도로 원혼들을 맞췄다.

벌써 수 명의 령(靈)들이 힘을 잃고 떨어진다. 나는 빠르게 정리해버리려 했으나, 놈들의 우두머리가 소리쳤다.


[그만! 모두 모여라! 이방의 제사장이여, 우리는 물러가겠다! 우리의 영에 걸린 주술도 목적을 한 번 달성함으로 해제되었다. 우리 부족으로 돌아갈 터이니, 우리를 놓아다오!]


우두머리 령이 말하는 동안, 수많은 센유엔의 원혼들이 우물터 위.

병자들의 집으로 쏜살같이 스며들어갔다. 반얀 부족원들에게 부여한 천둥의 힘을 거둬들이며, 녀석을 비웃었다.


[전장이 곧 집이라면서 어딜 간다는 거냐.]


[으윽...]


왼손 검지로 녀석을 가리켰다.


콰르르릉!


벼락이 소용돌이를 치며 우두머리 령에게 쏘아졌다. 이제, 끝이다!

그 순간. 환자들의 집이 터져나가며, 강철의 산이 솟아올라 벼락의 소용돌이를 막아섰다. 본래는 조상신의 사당이었던 곳이, 산산이 부숴지며 사악한 힘을 여실히 풍긴다.


그곳에서 시커먼 원력을 흘리는 환자들 일곱 명. 그리고 아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일곱 명과 아샤를 뒤덮은 전염병의 문양은 어쩐지 특히 더 사악한 느낌을 풍겼다.


부스스...


강철의 산이 다시 흩어지며,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챙긴 우두머리 령이 빠르게 아샤의 몸으로 들어갔다. 아샤와 일곱 명의 환자들이 입을 열었다.

그들의 목소리와 함께, 수십 명의 전사들의 목소리가 웅웅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들은 마지막 제사장 바얏크의 직계혈족. 이들만 있으면 우리가 숲의 열쇠를 쥔 것과 같다!]


우우웅!


아샤와 일곱 부족원들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에 들어간 수십 명의 원령들이 그들의 몸을 허공으로 띄웠다.


부우웅!


여덟명의 몸은 빠르게 허공으로 날아올라, 순식간에 숲의 결계를 통과했다. 아무래도 결계를 손쉽게 통과하려 아샤와 저들의 육신을 차지한 듯 싶었다.


“아샤...”


사하시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원혼들에게서 깨어난 다른 부족원들도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서는 중이었다.

나는 사하시를 보았다.


[아샤를, 구하고 싶소...?]


“당연한 것을 묻나!”


[하면 당신의 새끼 손가락의 피 세 방울을 따서 주시오.]


콰득!


사하시는 새끼손가락을 냉큼 잘라서 내게 건냈다.


“부탁하네.”


[...아샤는 돌아올 것이오.]


창을 들어올렸다.


[아비가 바라고 있으니.]


쿠르릉!


천둥이 번뜩인다.


[오라, 천둥의 힘이여!]


다시 한번.

천둥의 힘을 불러들였다. 벼락이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직격했다. 전신이 벼락의 힘으로 충천한다.


내 육신이 곧 벼락과 같아졌으니.

나는 곧 번개와 다름없으리.


쿠웅!


발을 굴렀다. 내 몸은 깃털따위는 비할바 없이 가벼웠고, 삽시간에 천공이 가까워졌다. 어느새, 저 멀리 구름 아래로 날아가던 원령들이, 손 뻗으면 닿을 위치에 맞닿아 있다.


[올 때에 가지고 온 것이 없다면, 갈 때에도 가져갈 수 있는 건...]


창을 휘둘렀다. 벼락이 반월형으로 뿜어지며, 원령들에게 쏘아졌다.


[아무것도 없다!]


쿠르르르!


시커먼 기운이 녀석들을 뒤덮는다. 동시에, 여덟명의 인영이 사라지고, 익숙한 모습이 거체(巨體)를 드러낸다.

악령체.

울긋불긋한 줄무늬를 두른 악령체가 나를 노려보았다.


[끝까지 방해하느냐!]


[가고 싶으면, 내 제자와, 내 친구들을 놓고 가라!]


허공에서 한 번 더 발을 구른다.

한줄기 벼락이 된 내 육신이 악령체의 가슴을 뚫고 반대편으로 튀어나왔다. 허공에서 몸을 돌린채, 손끝으로 놈을 가리킨다.


[열려라, 버력의 잔치여!]


쿠르릉!


수천줄기의 벼락이 천지사방을 뒤덮는다.


버력의 잔치.

비.


벼락이 소낙비처럼 떨어진다.


[우오오오오!]


그리고, 그 속에서 녀석이 고함친다. 놈을 뒤덮은 줄무늬가, 변하기 시작했다. 악령체의 시커면 영체가 우직거리며 탈피를 준비하는 듯 했다.


[그동안 묶여있던, 우리의 가장 강력한 권능을 보여주마!]


우드득!


우득!


벼락의 비 속에서, 시커먼 거체가 점차 변모한다. 손가락은 발톱으로, 피부는 가죽으로, 동공은 세로로.

그것은 범(虎)이었다. 온몸이 강철의 산으로 뒤덮힌, 시커먼 형체의 거대한 호랑이가 번개의 비를 찢어발기며 포효한다.


[크오오오오!]


시커먼 원력의 파동과 함께, 벼락이 둥근 파문을 일으키며 사그라들었다. 허공을 밟으며, 검은 범이 내게 도약했다.


버력의 잔치.

소나기.


줄기차게 떨어지던 번개의 힘이 모여들어 거대한 창이 되었다. 번개의 창이 하늘에서 내게 달려드는 검은 범을 찍어눌렀다.


[크아아아아!]


검은 범이 포효하며 앞발을 들자, 강철의 산이 솟아오르며 소나기를 잠시 막아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강철의 산은 흩어져 원력으로 돌아가고, 번개의 창은 흑호에게 떨어졌다.


[크르르르...]


검은 범은 번개의 창을 맞고도 전의를 불태우며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버력의 잔치.

장대비.


쿠르릉!


다시금 번개의 창이 떨어졌다.


번쩍!


[크오오오오!]


녀석이 다시금 울부짖으며 수십개의 강철의 산을 소환하였다. 그러나, 하늘은 다시금 번개의 창을 쏟아낸다.


두 번째 번개의 창.


[내려라.]


세 번째 번개의 창.


[쏟아져라.]


네 번째, 다섯 번째... 열 번째 번개의 창이 연이어서 흑호를 향해 떨어졌다.

점차 전의를 불태우던 검은범의 눈빛이 약해졌다. 나는 놈의 눈빛에서 공포를 읽을 수 있었다.


[크르르...]


놈이 약하게 울부짖었다. 마치 비를 쫄딱 맞은 고양이 같다. 나는 끝을 낼 때라는 것을 알았다.


버력의 잔치.

[장마.]


번개의 장마가 내리기 시작한다. 번개의 장마는 마치 장막처럼 천지사방을 뒤덮고, 거대한 우리처럼 변해 나갈 틈을 막았다.


[성불해라!]


벼락이 흐르며 천공에 주술진을 그려낸다. 원혼의 원기를 씻어내고, 집단 성불시켜버리는 주술진이다. 그리고, 검은 범이 포효했다.


[우리는!]


퍼엉!


거대한 범의 원령체가 터져나간다.


[집에 갈 것이다!]


범의 원령체는 곧바로 여덟 조각으로 나뉘어 장막의 약한 틈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각자가 쌓아온 원력을 방출해 장막을 뚫고 나가버렸다.


[어딜!]


천둥의 힘.

개울.


번개가 내 몸처럼 느껴진다. 내 의지에 따라, 번개는 허공을 흐르는 개울처럼 이지러지며 원혼들을 추격했다. 어뎗 갈래의 번개의 개울이 놈들을 쫓아갔다.


먹장구름 아래.

녀석들이 피할 곳 따윈 없다.


콰르릉!


벼락의 개울이 작아진 검은 범 한 마리에게 직격했다. 녀석은 끔찍한 비명과 함께 아래로 떨어졌다. 숲의 기운이 떨어지는 영체 속 부족원을 부드럽게 받아들인다.


[이 노오옴!]

[우리가 네놈을 기억할 것이다!]


벼락을 피해 도망치면서도 우짖는 원혼들이었다. 나는 창을 잡아들고, 자세를 잡았다.


[기억만 해서 쓰겠나.]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허공을 박찼다. 내 몸이 한 줄기 벼락이 되어, 그대로 검은 범 한 마리의 가슴팍에 부딪혔다.


천둥의 힘.

시내.


[뼛속까지 새겨줘야지!]


벼락의 힘이 한 줄기 창이 되며 검은 범을 천공으로 밀어올린다. 전신이 터질 것 같다. 땅이 작아졌고, 구름이 넓어졌다.


어느새, 나는 구름을 뚫고 맑은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


퍼엉!


결국 견디지 못한 검은 범의 원령체가, 수십 체의 원령들로 흩어졌다. 그 중심에서 또 한 명의 부족원이 떨어졌다. 부족원에게 다가가 체내의 원력을 흩어준 후, 조심스레 반얀 숲 방향으로 떨어뜨려 주었다.


[까아아아악!]

[끼야아아아!]

[햇빛! 햇빛이다!]


흩어진 원혼들이 숲의 결계를 벗어나 햇빛을 받으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푸확!

푸확 푸확!


구름이 치솟아오르며, 남은 여섯 마리의 검은 범들이 구름 위로 뛰어올랐다. 녀석들은 빙의체를 잃고 날뛰는 다른 혼들을 빠르게 거두고 다시 구름 밑으로 내려가려는 속셈 같았다.


[어림도 없지.]


버력의 잔치.

여우비.


구름 위로 벼락이 거꾸로 치솟아오른다. 구름 위 운해가 새파란 빛으로 물들었다.


[크오오오오!]


여섯 마리의 검은 범들은 비명을 지르며 운해로 돌아가려던 것을 멈추고 튀어올랐다.


천둥의 힘.

개울.


벼락이 개울처럼 굽이치며 세 마리의 흑호를 쫓는다.

나는 수많은 벼락들을 밟고, 뛰며, 도망치려는 세 마리 흑호에게 창을 뻗었다.


[네놈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천둥의 힘.

내.


번개의 창을 던져 한 마리 흑호를 흩어버렸다. 녀석이 수많은 원령으로 흩어진다.


[저승뿐이다!]


다음 번개의 창을 응결하기도 전, 두 마리 흑호를 이루던 원령들이 알아서 흩어진다. 두 명의 부족원, 그리고 아샤를 포함한 세 명의 빙의체는 원력으로 인해 허공에 둥실 떠올라 있었다.


우두머리 령이 소리친다.


[사, 살려주시오! 단지 집에 가고싶을 뿐이오!]


[전장이 집이라 하지 않았느냐?]


쿠릉

쿠르릉!


전신에서 벼락의 힘이 끓어오른다. 벼락의 개울들은 어느새 뒤쪽의 세 마리 검은 범들을 흩어버리고, 빙의된 부족원들을 땅으로 돌려보냈다.


오라, 천둥의 힘이여.


벼락의 개울들이 내 몸에 부여된다. 내 몸이 점차 거대해져 갔다. 악령체처럼. 바얏크가 보여준, 숲의 거신(巨神)처럼.

마치 뇌신(雷神)처럼.


[너희도 알고 있던 거지.]


투기를 드높이며, 벼락을 더욱 끓어올렸다.

원령들이 긴장을 드높이며, 구름 위로 자리를 잡고 기묘한 배치에 따라 도열한다. 반얀 부족을 통해 보여주었던, 그 기묘한 주술진이다.


[전장은 결코 집이 아니란 것을...]


원령들의 힘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놈들이 나를 둘러싸고, 각자 원력으로 무기를 응결한다.


[진정 집이란 것은, 가족과 가족이, 믿음을 주는 공간이란 것을 말이다.]


[사나운 신이여! 우리를 보우하소서!]


남은 원령들의 수는 정확히 백팔 명.


[너희가 반얀 부족의 집을 망가뜨려놓고...]


전신이 터질 것 같다.


[자기들은 집에 가기를 바라느냐!]


천둥의 힘.

폭포!


전신에서 빠져나간 벼락들이 각기 벼락의 창이 된다. 진의 한 구석에서 주문을 외던 원령이 창에 꿰뚫린다.

수백 가락의 벼락의 창에, 주술진의 한 귀퉁이가 무너져 내린다.

우두머리 령이 악을 쓰며 주술을 완성시켰다.


[공손이여! 우리를 도와주시오!]


우르릉!


천공에, 강철의 산이 허상처럼 떠올랐다. 지금까지 아주 얄팍한 환영으로만 나타났던 강철의 산은, 훨씬 더 또렷한 형상으로 구름 위에 떠올라 있었다.


시커먼 기운이 강철의 산을 뒤덮고 있었다.


[이번 대(代)의 공손이여! 힘을 내리시오!]


무언가 위험하다.


천둥의 힘.

폭포.


수많은 번개의 창이 주술진을 무너뜨리고, 남은 원령들의 3분지 2를 쓸어버렸지만 강철의 산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흉험한 기운을 풍기기 시작했다.


강력한 게 온다!


긴장했을 때였다.


[왜, 왜 응답이 없는거냐! 공손!]


강철의 산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우두커니 서 있다. 이들의 생사따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듯.


혹은, 그들의 기도가 닿지 않았다는 듯.


[이, 이럴 리 없어! 왜! 왜...!]


파앗!


허공을 박차고 녀석들에게 쏘아졌다.

벼락의 개울을 흡수해 커졌던 거체는 벼락을 잔뜩 쏘아낸 탓에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아무래도 너희의 신은... 그리 사려깊은 놈이 아닌가 보구나.]


[이, 이럴 리...]


[꺼져라.]


퍼억!


어쩐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진심으로 절규하는 듯한 원령을 정령체의 육신으로 강타했다. 놈은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한 놈이 떨어져내리자, 정신이 든 것인지. 우두머리 령이 헛숨을 들이키며 고함을 쳤다.


[그래, 모든 게 다 거짓이었구나! 옳다! 마지막이라도 전사답게 죽으리라!]


그 순간.

나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원령체 열두 명을 해치우던 중이었다.


이제 남은 원령은 서른 여섯 명.

녀석들이 정신을 차리고 진을 짜며 내게 달려들었다.

하나 하나가 무기와 하나된 전사들의 혼. 하지만, 나는 번개의 속도로 움직이며, 한 합에 수 명을 꿰어 떨처냈다.


[삿된 것은 세상을 뜰 지어다.]


콰드득!


녀석들의 움직임에 비해, 내 움직임은 한참이나 빈틈이 많다. 하지만 부족한 점은 속도로 떼우며 창을 몰아쳐갔다.

다시 열두 명의 원령이 떨어져 나갔다.


한 명의 부족원이 몸을 드러냈다. 그를 땅으로 내려보내고, 나는 발을 놀렸다.


무기와 하나되진 못했다.


하지만, 마치 번개와 하나된듯한 일체감과 더불어, 서슬뱀의 전투경험이 맹렬히 내 몸을 채웠다.


푸욱!


푸욱푸욱!


빛살과 같은 속도로 창을 지른다. 원령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다시 한 번 부족원의 빙의체가 풀려나왔다.


남은 원령은 열세 명.

아샤의 몸을 쥐고 있는 녀석들이었다.


[이제 끝이다!]


그 때였다.


파직!


전신을 채운 번개가 흩어진다. 내 육(肉)은 다시 인간의 것으로 돌아왔다.


“....!”


그렇다. 천둥의 힘을 유지할 영력이, 전부 소진되었다.

운해의 상공, 나는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고, 나를 멍하니 바라보던 열세명의 원혼은 희희낙락하며 내게 달려들었다. 저 멀리, 녀석들에게 묶인 아샤가 보인다.


“아샤...”


주먹을 뻗었다. 영력도 떨어졌고, 숲의 신력은 숲에서 너무 떨어져 있어 쓸 수 없다. 하지만...


“네 아비가, 내게 부탁했다.”


주먹을 폈다. 그 안에 쥐고왔던, 사하시의 새끼손가락이 허공을 노닌다.


내게는, 제물이 있다.


“너를 데리고 와 달라고.”


나의 신이여.

전사의 육신을 바치니.

힘을 빌려다오.


쿠르릉!


내가 운해 속으로 떨어졌을 때.

구름 속에서 천둥이 쳤다.


동시에, 우레미르의 신계 속. 거대한 신력이 뿜어지며, 녀석의 힘이 내 몸을 차지했다. 어쩐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 얼굴 위로 기묘한 인(印)이 박히는 듯 했다. 동시에, 웅장한 신언(神言)이 내 입에서 뿜어졌다.


[내가 너와 함께할 것이다.]


몸이 저절로 움직이며, 나는 허공을 박찼다. 벼락이 내 발을 받쳐주며, 나는 다시금 구름을 뚫고 천공을 노닐수 있었다.


파지직!


전신이 신력으로 가득차며, 나는 다시금 내 육신이 번개의 정령처럼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우레미르가, 나와 함께한다.


그러니.


‘물러설 수 없다!’


“아샤를 내놔라!”


허공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가며, 천둥의 힘을 쏘아낸다.


천둥의 힘.

폭포!


폭포줄기와 같은 벼락의 창들이, 달려드는 원혼들을 쳐내고 아샤와 나 사이의 길을 연다.


[네 놈...! 네 노오옴!]


아샤의 몸에 깃든, 우두머리 령. 센유엔의 족장이었던 녀석이 악을 쓰며 온갖 저주를 쏟아낸다. 하지만 저주는 내 몸을 두른 벼락에 의해 찢겨나가고, 나는 두 팔을 들어, 창을 잡았다.


우레미르가 들어오고, 서슬뱀의 기억이 내 몸을 채운다. 나는 어쩐지 몸에 벼락이 충천한 도야감 속에서, 내 자신이 창이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천둥의 힘

가람


순간, 나는 나 자신이 거대한 번개의 창이 되어 아샤를 향해 쏘아져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자신이 뇌신(雷神)이 던진 창이 된 듯, 나는 아샤에게 날아가, 녀석의 안에서 원력을 쏘아내는 원령과 부딪혔다.


...!


소리가 찢겨나간다. 동시에 원령의 영체가 둥근 파문과 함께 찢겨나가며, 그대로 스러진다.


파직, 파직...


번개의 힘을 진정시키며, 눈 앞에 남아있는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나는 아샤를 안아들었다.


“괜찮니...?”


파직...


우레미르의 힘이 전신에서 빠져나갔고, 내 몸은 다시 인간의 것으로 돌아왔다. 힘이 없다.

전신이 주술로 도체가 됐던 탓인지, 마치 몸이 걸레짝이 된 것 같았다. 기력이 딸린다. 아샤가 차차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여기는...”


나는 녀석을 놀려줄 겸, 운해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늘나라란다.”


“어, 어엇...”


“이제 너희 조상님들을 만날 수 있을거야.”


“예? 주술사님, 이게 어떻게...”


“하하...”


점차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아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어찌 된 거긴...”


구름이 가까워진다. 저 멀리, 나와 함께 떨어지는 원령들의 영체 조각이 보였다.


“모든 게 끝난 거지.”


주술을 두르며, 가까워지는 구름에 몸을 맡겼다.


구름 위는 정말 맑았다.


작가의말

  ㄴㅇ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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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 조상신(26) +1 21.07.06 206 9 19쪽
53 52. 조상신(25) +2 21.07.05 235 9 14쪽
52 51. 조상신(24) +2 21.06.21 232 10 18쪽
51 50. 조상신(23) +1 21.06.20 223 6 22쪽
50 49. 조상신(22) +1 21.06.20 197 5 17쪽
49 48. 조상신(21) +1 21.06.20 204 8 25쪽
48 47. 조상신(20) +2 21.06.19 225 9 23쪽
47 46. 조상신(19) +2 21.06.18 214 11 19쪽
46 45. 조상신(18) +1 21.06.17 250 10 21쪽
45 44. 조상신(17) +2 21.06.16 247 12 16쪽
44 43. 조상신(16) +2 21.06.15 248 11 18쪽
43 42. 조상신(15) +2 21.06.14 257 12 16쪽
42 41. 조상신(14) +2 21.06.13 279 1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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