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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다.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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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작품등록일 :
2021.05.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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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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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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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51. 조상신(24)

DUMMY

서슬뱀은 우래별이 죽는 날에서야, 자신의 가슴을 뒤덮었던 뜨거운 기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열패감(劣敗感)이었다.


최초로 그가 우레별에게 열패감을 느꼈던, 나무창을 선물받던 동굴에서의 열패감 정도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한 번도 열패감을 느낀 적 없던, 서슬뱀을 완전히 뒤덮어 버릴 정도의 거대한 열패감이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어림짐작했으면서도 모른 척 했던 것이었다.


그랬다. 서슬뱀은 우레별에게 열패감을 가졌다,


가슴이 열패감으로 흘러넘쳤다.

진정되었다고 생각한 열패감이 흘러넘쳤다.


우레별은 지금껏 버루의 습성과, 생태를 관찰하는 데에 모든 시간을 써왔다. 그렇기에 버루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남은 시간 동안 수련하며 노력한 것 만으로, 그는 지금껏 그것만으로 서슬뱀과 경쟁해온 것이다. 여태껏 서슬뱀이 이겨왔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은 사실 한 번도 그를 이긴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우레별과 서슬뱀은 제대로 된 선상에서 붙지 않았던 것이었다.

열패감이 마구 솟아오른다.

하지만, 그것을 해소할 수 없었다. 해소할 수 있는 경쟁자는 죽어버렸으니까.


서슬뱀은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진짜 천재는 자신 따위가 아닌, 우레별이었다. 그야말로 진정한 전사였다!


우레별, 그에게 열패감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이렇듯 뛰어난 전사인데, 어찌 열패감을 느꼈단 말인가!


누가 이보다 뛰어난 전사란 말인가!


“형...”


서슬뱀은 비틀거리며, 우레별을 업고 노을계곡으로 갔다.


“그래, 마필리 옆에 눕고 싶다고 했지.”


서슬뱀은 땅을 팠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서슬뱀은 없는 힘을 짜내며 땅을 팠다.


우레별이 누울 자리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하루 나절이 걸렸다. 그는 우레별을 안아들고, 천천히 땅속에 눕혀주었다.

마필리 때만큼 눈물이 나오지도, 비명이 나오지도 않았다.

대신, 손이 미친 듯이 떨려왔다.


“형... 형...!”


서슬뱀은 전신을 벌벌 떨며, 우레별의 시신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밤이 깊어서야, 서슬뱀은 천천히 흙을 덮었다. 그는 마치 미친 것 같았다. 쉴 새 없이, 낮은 음색으로 신음을 흘렸다.


“아아... 아아아아...”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서슬뱀은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우레별의 무덤이 완성되었을 때.

서슬뱀은 조용히 흐느꼈다. 울음소리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레별의 봉분은 눈물로 젖었다.


서슬뱀은 그날, 사랑하던 이들의 무덤 앞에서 밤을 지새웠다.




아침이 되었다.


서슬뱀은 우레별의 무덤 앞에 절을 한 후 큰버루로 돌아왔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조용히 우레별의 천막으로 걸어갔다.

늘 조용하던 우레별의 천막은 오늘따라 시끄러웠다.


우레노을의 목소리와 억센꽃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레가람을 다오.”


“주술사님. 우레별은 돌아올 거에요. 사냥을 나갔다 죽는다니요, 서슬뱀이랑 같이 사냥을 갔잖아요. 본인도 무기와 하나된 전사인데 어떻게...”


촤악!


서슬뱀은 입구를 걷고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우레노을이 초췌한 얼굴로 서슬뱀을 맞았고, 억센꽃의 얼굴이 밝아졌다.


“서슬뱀! 우레별도 왔지? 이것 봐. 주술사님이 우레별은 사냥을 가서 죽을 거라며, 우레가람을 데려간다고...”


“우레별은 노을계곡 입구에 묻었습니다.”


서슬뱀은 억센꽃과 우레노을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그곳에 묻히고 싶어하더군요.”


“...뭐?”


억센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단 표정으로 되물었다.


“뭘 묻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억센꽃.”


서슬뱀은 담담하게, 억센꽃에게 진실을 말해주었다.


“나와 우레별은 큰버루를 사냥하러 갔고, 우레별은 큰버루의 뿔에 치여 죽고 말았다. 나는 내 형의 시신을 노을계곡에 묻어주고 오는 길이야.”


“... 야. 하하하, 네가 날 싫어하는 건 아는데. 그런 재미없는 농담은 하는 거 아냐.”


서슬뱀은 말없이 고개를 돌려 우레노을을 바라보았다.


“우레노을. 이제 만족하십니까? 당신 아들이 죽었군요. 이제는 왜 그리 마필리를 싫어했는지 이유 정도는 못 말씀하십니까?”


“야. 서슬뱀. 농담이지? 그렇지?”


우레노을은 답이 없었고, 억센꽃이 우레가람을 내려놓고 서슬뱀의 다리를 붙잡았다.


“서슬뱀. 서슬뱀!”


“억센꽃.”


서슬뱀의 눈동자가 억센꽃과 마주쳤다. 그는 억센꽃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눈동자는 텅 비어 있었다.


“형은, 죽었어.”


“.....”


“이제 없어.”


얼마간 서슬뱀의 다리를 붙들던 억센꽃은, 갑자기 실실 웃음을 터트렸다.


“흐, 흐흐흐... 흐흐흐...”


그리고,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


그리고, 머리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며 천막을 나갔다.

서슬뱀은 그녀가 너른숲 너머 노을계곡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우레노을을 바라보았다.


우레노을이 천천히 앉아, 억센꽃이 내려놓고 간 우레가람을 안아올렸다.

우레노을이 입을 열었다.


“그 아이는, 동쪽 끝 땅의 전령(傳令)이었다. 그곳에 사는 주술사가 자신의 주술과 문화를 퍼뜨리려고 세상 곳곳에 퍼뜨린, 수많은 전령 중 하나야.”


“주술과 문화 말입니까? 도대체 그게 왜 문제가 되는 겁니까?”


“문화의 힘은 곧 신의 힘. 그 아이가 퍼뜨린 주술과 문화의 힘이 곧, 동쪽 끝 신의 힘을 이 땅에 강림시킬 매개체가 된다.”


“신의 힘? 동쪽 주술사가 주술 몇 개 보내는 것이 두려워 그 짓을 했단 말입니까?”


서슬뱀의 목소리에서, 낮게 그르렁 거리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우레노을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너는 아직 신의 힘을 본 적이 없지. 진정한 신의 힘은 결코 인간의 힘으론 대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겠지요.”


서슬뱀이 비꼬듯 말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게 그리 큰 비밀이라고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았던 겁니까?”


“동쪽 끝의 주술사는 아주 역량이 뛰어난 자야. 그와 그의 신에 대해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매개체를 통해서 신의 힘의 편린을 보낼 수 있어.”


“그럼 왜 지금은 그렇게 시원하게 언급하는 겁니까?”


우레노을이 노을계곡 방향을 바라보았다.


“가장 강력한 매개체가 소멸했으니 말이다.”


“... 마필리가 주술의 매개체였단 말입니까?”


“그래... 더군다나 내 눈을 피해 이 땅 곳곳에 몇 개의 매개체를 더 심기도 했어. 그것들을 찾으려면 또 다시 한세월 걸릴 터다...”


“하! 그래서, 그녀가 매개체라서 마필리의 아이마저 저주해 죽였나 봅니다?”


“그 아이가 자신의 태아마저 매개체로 만드려 하였다. 어쩔 수 없었어.”


“그럼 우레가람도 동쪽 끝 주술사라는 자의 매개체가 되었군요. 왜, 우레가람도 죽이시려 합니까?”


서슬뱀의 목소리가 점차 거칠어졌다.

우레노을이 우레가람을 바라보았다.


“아니, 세 번의 유산으로 인해, 그 애의 마음이 꺾였고, 그 애는 네 번째 아이에게는 아무런 시도를 하지 않았어. 내가 이 아이마저 저주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지. 결과적으로, 그것이 이 아이가 탄생한 결과가 되었다... 우레가람은 아주 깨끗해.”


잠시 천막 안쪽으로 침묵이 맴돌았다. 침묵을 깨뜨린 것은, 서슬뱀의 거친 목소리였다.


“이제 알겠군.”


그가 충혈된 눈으로 우레노을을 노려보았다.


“주술이란 건, 신의 힘이란 건, 전부 다스림을 위한 있어봬는 거짓말이야.”


“서슬뱀...”


“그 아이가 그토록 무시무시한 아이였다면 왜 처음 본 날부터 죽이지 않았던 겁니까?”


우레노을이 답했다.


“그 당시 대지의 정기를 엮는 주술을 짜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듣기 싫습니다. 솔직히, 당신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의심됩니다. 당신이 말한 것 중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입니까!”


“서슬뱀, 난 네 아버지나 다름없다.”


“며느리를 죽이고, 아들마저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이 아버지라고?”


서슬뱀의 말에, 우레노을이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마필리를 죽인 건 모두가 알고, 우레별이 죽은 것 역시 당신 탓이나 다름없어. 형은 당신에 의해서 큰버루에 치여 죽은 것이나 다름없단 말이다!”


“.....”


그가 우레노을을 노려보았다.


“우레가람을 주시지요. 우레별이 나를 그 애의 대부로 삼았으니, 그가 죽은 지금. 내가 우레가람의 아버지가 될 것입니다.”


서슬뱀이 우레가람을 안은 우레노을에게 손을 뻗었다.


“우레가람을 내 아들로 키울 것입니다. 어떤 부족함 없이 키울 터이니, 이리 주십시오.”


“...서슬뱀.”


우레노을이 그를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가 고개를 저었다.


“... 안 된다.”


“...뭐라고요?”


“이 아이만은... 내가 키울 것이야.”


“무슨... 이 아이의 대부는 나입니다. 아니, 우레별이 죽었으니, 내가 우레가람의 아버지입니다!

지난 몇 달 동안 내가 젖동냥을 다닐 때, 억센꽃이 우레가람을 돌볼 때. 당신이 뭘 했습니까! 지금껏 한 것도 없이 아이의 어미 아비를 죽여놓고, 이제와서 가족 행세를 한다는 겁니까?”


“네 말이 옳다. 서슬뱀... 내가 우레별을 죽였어... 하지만, 이 아이는 우레별의 핏줄이야!”


우레노을의 눈 역시 충혈되어 있었다.


“내가 내 아들에게 못 해 준 것을 이 아이에게 해 주겠다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이냐! 내게도, 우레별의 죽음을 기릴 기회를 다오...!”


서슬뱀과 우레노을이 서로를 충혈된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리고, 서슬뱀이 씹어뱉듯이 뇌까렸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그는 고개를 돌렸다.


“대신, 당신이 우레가람을 키운다면... 나는 우레가람을 형의 아들로 생각지 아니하겠습니다.”


서슬뱀은 천막을 걸어나갔다.


“나는 그 아이를 당신의 핏줄로 기억할 것입니다.”


그가 천막을 나섰을 땐, 상당수의 부족원들이 서슬뱀에게 물어왔다.


“서슬뱀! 우레별이 죽었다는 게 정말이야!?”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우레별이 왜 죽어...!”


어느새 갔다 온 것인지.

억센꽃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너른숲의 입구에서 우레별을 부짖고 있었다.


“우레별... 우레별...! 우레별이, 우레별이 죽었어...! 아아아악! 우레별이, 우레별이 죽었어...!”


서슬뱀이 한숨을 쉬며 자리를 뜨려 할 때였다.

억센꽃이 서슬뱀을 가리켰다.


“너...! 서슬뱀! 너지! 너야!”


그녀가 미친 듯이 달려와 서슬뱀에게 매달렸다.


“네가, 네가 우레별을 죽인 거지! 큰버루를 사냥한답시고 데리고 나가서. 몰래 죽인 거지!”


“뭐...?”


서슬뱀은 순간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억센꽃을 거세게 밀쳐냈다. 억센꽃이 바닥을 굴렀다.


“형의 죽음을 모욕하지 마! 그는 명예롭게 큰버루를 잡다가 죽었어. 그 자리에 무기와 하나된 전사가 한 명만 더 있었어도, 형은 버루를 잡을 수 있었을 거야!”


그가 소리쳤다.


“내가 우레별을 죽일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이냐!”


“하, 하하하! 이유? 이유라고?”


억센꽃이 미친 듯이 웃으며 서슬뱀을 가리켰다.


“네가 그동안 우레별에게 열등감을 느낀다는 거, 부족의 그 누가 모를 것 같았어!?

너만 다 모를 거라고 생각했지? 모두가 다 알고 있었어! 네가 우레별에 대한 열등감에 찌들어 넓은머리로까지 도망간건줄 모두가 알고 있어! 모두가!”


큰버루가 술렁거렸다.

서슬뱀은 살기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읇조렸다.


“그 입 닥치지 않으면 넌 언젠가 나한테 맞아 죽을 거다.”


“하하! 차기 대모인 날 때려죽여? 미친 놈. 그래, 그게 네 본성이지? 그 본성으로 우레별도 죽인 거잖아! 이 괴물 놈아!”


그의 얼굴에 진심어린 살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서슬뱀의 어깨를 잡는 이가 있었다. 검은바위였다.

그는 서슬뱀을 끌고, 한적한 곳으로 향했다.


“서슬뱀.”


“검은바위.”


“후... 우레별 형이 말한게, 이런 말이었군.”


“...! 뭔가, 너한테 말한 게 있었어?”


검은바위는 씁쓸한 표정으로 서슬뱀에게 말했다.


“어젯밤, 형이 나한테 찾아와서 말했어. 만약 자기가 죽기라도 하면. 서슬뱀을 지지해달라고. 네가 무너지지 않게, 옆에서 널 도와주라고.”


“.....”


“형의 유언에 따라, 난 앞으로 널 도울거다. 네가 그리 마음에 들진않다만, 널 지지하겠다. 왜냐하면... 그게 우레별 형의 뜻이니까.”


검은바위의 목소리 역시 떨려왔다. 서슬뱀은 그 역시 우레별의 죽음에 상당히 격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내가 본받기로 한... 진정한 전사의... 말이었으니까...”


검은바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검은바위.”


서슬뱀은 알 수 있었다.

검은바위 역시, 자신과 같다는 것을.


“나 역시, 우레별의 뜻을 따를 거야.”


그 역시 목소리가 떨릴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형의 뜻을 따라, 큰버루를 잡을 거야. 그러니, 네가 나를 도와다오.”


“...우레별 형의 유지라면.”


검은바위는, 서슬뱀과 같은 이를 본받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래, 맞아. 이건 우레별의 뜻이야.”


목소리가 떨려오는 걸 참았지만,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서슬뱀도 막을 수 없었다.


“내가 본받기로 한... 내 인생 최고로 위대한 전사의 마지막 뜻이었다...!”


그러니.


“나는...”


우레별이 잡으려 했던.


“큰버루를, 잡을 거야...!”


큰버루를, 바로잡을 것이다.



그 날.

서슬뱀은 미쳤다.

아니, 미치기로 하였다. 우레별의 유지를 잇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그는 지금의 서슬뱀이 되었다.






* * *






이것이 서슬뱀의 과거였다.


동시에, 그의 기억 전반에 남아있는 흉터이기도 했다.


“이게, 녀석의 과거인가...”


남아있는 녀석의 기억.

대모 억센꽃을 귀신들린 명목으로 패죽였다거나.

우레노을을 실각시키고 큰버루를 장악했다거나 하는 등의 기억들은 내가 아는 것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그렇군...”


어느새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빗물을 맞으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폭풍우였다.


거센바람이 몰아치고 빗방울이 떨어지며, 간간히 하늘에선 벼락이 번뜩였다.

이어지는 우렛소리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네가 말했던 것이, 그것이었느냐. 우레미르.”


내 속에 있다는 진정한 전사의 태.


그것은 서슬뱀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감상한 서슬뱀의 기억은 그의 시점으로만 진행되었다.

그러니, 우레미르가 내 심상계를 통해 본 진정한 전사는, 서슬뱀이 아니었다.


그가 말했던 진정한 전사의 태란, 곧 우레별.


서슬뱀의 기억 속, 그가 진정으로 존경하던 전사였다.


동시에, 내 아버지이기도 한 자였다.


“내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으란 것이었어...?”


번쩍!

쿠르르릉!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렸다.

우레미르와는 상관없는 그냥 자연현상이었다.


녀석은 내게 답하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을 잡았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모르겠다. 우레미르.”


나는 창을 잡고 빗속을 걸어나갔다.

하늘이 회답하듯 또 다시 벼락을 울렸다.


“내 아버지란 자의 모습이 진정한 전사의 모습이라고 했었나... 난 이해가 가지 않아. 그는 여러 방면에서 한심한 자였지.”


숲속을 걸으며, 우레미르가 들으리라 생각하며.

나는 계속 뇌까렸다.


“그에게서 본 받을만한 전사의 모습? 무모하게 큰버루에게 돌진해서 자살하는 모습? 아니면 큰버루를 연구하며 다른 분야해서도 노력해서 서슬뱀과 거의 비등하게 겨뤘던 그 재능을 본받으란 거냐?”


주변이 더욱 추워지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고 있었고, 폭풍우는 거세지고 있었다.

정상적인 폭우는 아니었다.


“네가 애초에 왜 이런 요구를 하는지도 모르겠어. 난 서슬뱀의 기억을 모두 읽었고, 그의 전투경험도 물려받았어. 나는 이미 한 명의 전사다. 이번 일 역시 네가 힘을 빌려주기만 했어도 모두 끝날 일이었다. 네 요구는 명백히 이상한 요구라고!”


서벅, 서벅.


풀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점차 나무가 많아진다.


나무가 뿌리에서 줄기로 올라와, 가지가 밑으로 늘어지며 다시 땅으로 들어가 뿌리를 내리는 기묘한 나무들이 즐비해진다.


귀신목 숲이다.


나는 어느새 반얀 마을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명백히, 이건 비합리적이다.”


저 멀리, 하늘을 향해 치솟으려 하는 무시무시한 원한이 느껴졌다.

검은 기둥이 숲의 결계를 뚫을 듯이 치솟고 있었다. 그 원력에 감응해, 난데없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중이었다.


그리고, 나는 귀신목 숲을 벗어났다.


나무가 없는 공터.

반얀 부족의 땅. 반얀 마을이었다.


쿠구구구구!


눈으로 보일 정도로 유형화된 원력이 마을 곳곳을 흐른다.

부족원들이 악령에 씌인 채 기묘한 배치로 늘어서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부족원들에게선 원력의 힘을 느낄 수 없었다.


악령들이 새삼 얼마나 부족원들의 몸 깊숙이 들어갔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여전히 이 일이 비합리적이며,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서슬뱀의 과거를 읽어낸 후.


어쩐지 우레미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들어라!”


나는 창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큰버루의 전사, 우레가람이... 내 버루와, 내 제자를 구하러 왔다!”


내 목소리에, 악령에 씌인 부족원들의 눈이 내게로 향했다.


“그러니, 악령들은 순리로 돌아가고, 반얀 부족을 해방할 지어다!”


작가의말

어제로 공모전 접수 기간이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 건 공모전 심사 기간이지요.

한 다미로, 통칭 ‘공모전 완주’라는 걸 끝낸 셈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 쓸 때만 하더라도 완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회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독자님들이 봐 주신 덕에, 지금까지 달릴 수 있었습니다.


전 화에 완결까지 달리겠다, 뭐다 하고 다짐을 적어 놓았지만 사실 그 다짐이 지켜질지는 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유료화는 생각도 않고 있고, 공모전 당선은 커녕 입소문이나 좀 타는 걸 희망중입니다.

하지만 그런 나약한 생각을 가진 채로도 여기까지 온 것은,

난생 최초로 50화를 넘어선 것은, 전부 독자님들이 있어서였습니다.

독자님들과의 무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일연재를 해왔고, 하루도 쉬지 않으리라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이 무슨 엄청난 소설은 아닙니다만.

그렇더라도 분명 여기까지 클 수 있었던 것은 전부 독자님들의 덕입니다.

지금껏 공모전 완주라는... 접수 기간동안 지켜봐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고, 앞으로도 감사드리겠습니다.

즐겁게 봐 달라는 말을 드리고 싶지만, 즐겁게 보는 것은 오롯이 독자님의 권리이기에 그에 관해선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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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 조상신(18) +1 21.06.17 251 10 21쪽
45 44. 조상신(17) +2 21.06.16 248 12 16쪽
44 43. 조상신(16) +2 21.06.15 248 11 18쪽
43 42. 조상신(15) +2 21.06.14 257 12 16쪽
42 41. 조상신(14) +2 21.06.13 279 1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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