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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다.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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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작품등록일 :
2021.05.12 20:32
최근연재일 :
2021.08.0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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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0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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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50. 조상신(23)

DUMMY

서슬뱀은 거의 하루 종일 마필리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비명을 질렀다.


“아아... 아아아아... 아아...”


목이 쉴 때까지 질러, 나중에 가서는 목소리 대신 하아아, 하는 바람소리가 나올 뿐이었다.

해가 중천에 떠올랐고.

검은바위와, 마을의 몇몇이 더 왔다갔다.

그리고, 해가 떨어져 노을이 지고, 밤이 되었다.


별이 뜬 그 시간이 되어서야, 우레별이 너른숲을 넘어 노을계곡에 도착했다.

그의 눈두덩이는 시커멓게 변해 있었고, 머리 곳곳에 흰머리가 보였다.


“.....”


우레별은 멍한 눈으로, 서슬뱀의 품에서 죽어있는 마필리를 보았다.

그리고, 서슬뱀은 아주 당연한 것처럼 마필리의 시신을 우레별에게 넘겨주었다.

우레별은 시신을 받아들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대신, 아주 거세게, 마필리의 시신을 끌어안았을 뿐이었다.

우레별의 몸 곳곳에는 기이한 주술에 걸렸던 자국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서 저항한 흔적 역시 남아있었다.


우레별은 얼마간 마필리를 끌어안아준 후,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둘은 약속한 것처럼, 노을계곡의 입구.

그 곳의 어느 한 부분을 파기 시작했다.

얼마 후, 널찍한 구덩이가 완성되었다.

우레별은 말없이 마필리를 구덩이에 내려놓았다.




둘은 한참 동안이나 구덩이 속에 들어간 마필리를 들여다 보았다.

달빛이 그들을 비췄다.

우레별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흙을 덮었다.


흙 한줌이, 마필리의 몸을 덮었다.


그제서야, 우레별은 울음을 터트렸다.


“으으윽... 으윽...끄윽...”


우레별의 울음은 크지 않았다. 그저 쉴새없이 끅끅거렸을 뿐이었다. 우레별은 끅끅거리면서도 흙을 덮는데에 열중했다.

서슬뱀 역시 다시금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목이 쉬어서인지, 울음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큰버루의 두 전사는 그렇게, 아주 작게 울어가며.

사랑했던 이의 시신을 묻어갔다.


그날 밤.


노을계곡의 입구에는 한 개의 무덤이 생겼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마필리의 무덤 앞에, 두 명의 전사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침이 지나, 해가 중천이 되었다.

그때까지, 두 전사는 움직이지 않았다.


해가 지며, 노을이 드리웠다.


서슬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말없이 너른숲으로 들어갔다.

우레별은 막지 않았다.




서슬뱀은 너른숲을 거쳐, 큰버루로 돌아갔다.

많은 이들이, 노을계곡에서 온 서슬뱀을 돌아보았다.

서슬뱀은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터덜터덜, 귀신굴의 입구로 향했다.


귀신굴의 입구는 막혀 있었다.

굴막이 바위로.

그는 굴막이 바위를 밀쳐보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한 번 바위를 건드려본 후.

영혼이 빠진 듯 터덜터덜, 자신의 천막이 있던 자리로 갔다.


자신이 넓은머리로 가서 살면서, 그의 천막은 철거되고, 그 자리에는 다른 가족이 천막을 치고 살고 있었다.


검은바위와 큰꽃향기였다.


큰꽃향기는 일 년 전 낳은 아들, 큰바위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고, 검은바위는 창을 다듬는 중이었다. 두 사람 모두 갑자기 들어온 서슬뱀을 보고 매우 놀랐다.

하지만 그들은 서슬뱀의 표정을 보고, 그를 집 안에 들였다.


서슬뱀은 자리에 눕자마자, 죽듯이 잠들어버렸다.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다음 날이 되었다.

서슬뱀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창을 가지고 큰버루를 나가, 사냥을 해 왔다.

서슬뱀은 자신의 사냥감을 검은바위에게 건낸 후.

우레별의 천막으로 들어갔다.


우레별이 돌아와 있었다.


“...우레별.”


우레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수염이 삐죽하게 튀어나왔고,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있었다.

몸에선 냄새가 났다.

그가 평소에 그려놓던, 악령을 쫓는 문양은 전부 어그러져 우레별을 괴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


“.....”


서슬뱀이 천막으로 들어왔지만, 우레별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우레별.”


서슬뱀은 다시금 우레별을 불렀다.

아직도 답이 없었다.


“우레별, 옆을 봐라.”


초췌해진 우레별의 옆에는, 우레가람이 깨어나 울고 있었다.

명백히 배가 고파, 밥을 달라고 울고 있었다.


“네 아이가 울고 있다.”


“... 우레가람.”


그제야 우레별은 고개를 돌려, 우레가람을 쳐다보았다.


“...나더러 어쩌라는거냐.”


“먹을 것을 줘야지. 뭐하는 거냐, 우레별.”


“내가 젖을 주라고? 서슬뱀. 하하하...”


우레별은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젖은 어미가 주는 것이지. 하지만 어미가 죽었어. 흐하하하하! 이제 우레가람은 젖을 먹지 못한다네. 흐흐... 흐흐흐...”


“.....”


서슬뱀은 그를 위로하지도, 호통을 치지도 못했다.

대신 담담하게 우레가람에게 다가갔다.

우레별은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서슬뱀은 우레가람을 데리고 나와, 푸르강에서 깨끗하게 씻겼다.


그 후 큰버루를 돌아다니며 젖동냥을 시작했다.


서슬뱀의 젖동냥을 거절하는 여인은 없었다.




그날부터.


서슬뱀의 일상은 바뀌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사냥을 나가, 많은 사냥감들을 잡아왔다.

그리고 자신이 머무는 검은바위의 집에, 놓아두었다.

그 다음엔 우레별의 집에 가 우레가람을 데리고 나와서, 깨끗하게 씻긴 후 젖동냥을 받았다.

그리고 젖동냥을 해준 집에 잡아온 사냥감을 나눠주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 후, 다시 우레가람을 우레별의 집에 넣어둔 후 검은바위의 천막에 가서 잠을 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 사냥을 간다.

검은바위에게 사냥감을 건내준다. 우레별에 집에 가 우레가람의 젖동냥을 시작한다.


그렇게, 서슬뱀이 우레가람을 돌본 지 보름이 지났다.


서슬뱀이 우레별의 천막에 들어갔을 때였다.


“....?”


얌 죽 냄새가 났다.

우레별의 천막에는, 억센꽃이 들어와 얌을 굽고 있었다.


“억센꽃...?”


억센꽃은 우레가람을 안아들고 달래고 있었다.


“왔어, 서슬뱀...?”


“네가 여긴...”


“자, 여기. 우레가람은 내가 아침에 씻겨놨어. 네가 젖동냥 좀 부탁해. 난 우레별을 돌볼게.”


서슬뱀은 얼떨결에 우레가람을 받아들고, 젖동냥을 나섰다.

씻겨놨다는 말이 사실인지, 우레가람은 깨끗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서슬뱀이 돌아왔을 때.

억센꽃은 우레별에게 얌 죽을 먹이고 있었다.


그리고 서슬뱀은 알 수 있었다.

억센꽃은, 아직도 우레별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신이 마필리를 잊으며 하늬바람에게 간 것과는 달리,

그녀는 차선이 아닌 인내를 택하고 있던 것이었다.

사슬뱀은 딱히 그런 그녀를 나쁘게 보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여느 날처럼, 우레가람을 데리고 젖동냥을 다녔을 뿐.


억센꽃의 일은, 그저 서슬뱀의 일상에 특이점이 하나 더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보름이 지났다.


마필리가 죽은 지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우레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슬뱀.”


여느 아침처럼, 서슬뱀이 우레별의 천막에 갔을 때였다.

우레별이 먼저 천막을 걷고 나왔다. 그의 팔에는 우레가람이 안겨 있었다.


“고맙다.”


“...그래.”


“나는 못난 놈이다.”


그것이 우레별과 서슬뱀이 한 달만에 나눈 짤막한 대화였다. 우레별은 스스로 젖동냥을 다녔다.

그리고, 서슬뱀이 다니던 것보다도 훨씬 열렬하게 사냥을 다니며 부족 곳곳에 사냥감을 돌렸다. 우레별의 몸짓에는 다시 힘이 돌아왔다.


다시 한달이 지났다.

그는 한 달동안 무섭도록 일을 했다.

다른 족원의 천막을 쳐주고, 나무를 해주고, 돌을 깎았으며.

사냥을 해왔다.

그는 마치 일에 미친 사람처럼 움직였다.


마치 한 달 동안 서슬뱀에게 진 빚을 갚기라도 하려는 듯이.



그리고 억센꽃에게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다정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억센꽃은 좋아했고, 서슬뱀 역시 기운을 되찾은 벗에게 찬사를 보냈다.

우레별은 검은바위와 종종 다시 사냥을 나갔고, 한 달 동안의 끝없는 노력으로 마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부족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우레별이야말로, 부족의 다음 족장이라고.

그리고, 우레별의 평판에 대한, 그런 소문이 돌 때쯤.




우레별이 서슬뱀을 찾아왔다.


“서슬뱀. 사냥을 가자.”


“사냥?”


서슬뱀은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그의 벗이 그날의 상처를 어느 정도 떨쳐낸 것이리라.


“어떤 놈을 잡을건데? 하하, 이번에는 버루라도 잡을 기세로...”


“바로 그거야.”


우레별의 눈이 번뜩였다.


“서슬뱀, 큰버루를 잡으러 가자.”


잠시 서슬뱀은 말을 잊고서, 우레별을 바라보았다.


“...우레별. 또...”


“서슬뱀!”


우레별이 씹어뱉듯이 소리쳤다.


“나와 함께... 큰버루를, 잡아줘. 부탁이다...”


우레별의 표정을 본 서슬뱀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버루를 잡으러 가자. 네가 예전 버루 뿔도 잘라왔으니... 뭔가 수가 있겠지.”


서슬뱀의 수락에, 우레별은 바로 귀신굴로 달려갔다.

우레별이 한 손으로 바위를 밀어내고 귀신굴로 걸어들어갔다.


“아버지.”


마필리가 죽은 후,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우레노을이었다.

그리고, 서슬뱀은 거의 세 달 만에 우레노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레노을 역시 초췌한 모습이었다.


원래도 늙은 나이이긴 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해골 같았다.

우레노을의 머리는 완전히 하얗게 새어있었고, 주름이 전신을 뒤덮었다.

서슬뱀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우레노을이 마필리를 죽일 때 상당히 무리했었던 것이라고 짐작했다.


우레별이 우레노을에게 다가갔다.


“아버지. 접니다, 우레별.”


“...우레별. 우레별이냐?”


우레노을이 우레별을 돌아보았다.

우레별은 창을 들며 말했다.


“사냥을 갔다 오겠습니다.”


우레노을은 서슬뱀과 우레별을 번갈아 보며 질문했다.


“서슬뱀과 사냥 나가기로 한 게야?”


둘의 대화는, 몇 달 전 아내를 죽인 아버지와, 아내를 살해당한 아들의 대화라고 보기엔 너무나 평온했다.

서슬뱀은 그 평온함 속에서 강한 불길함을 느꼈다.


“예. 서슬뱀과 같이 갑니다.”


“그래, 뭘 잡아올 게냐.”


“큰버루.”


우레별의 눈빛이 불타올랐다.


“나는, 큰버루를, 잡아올 겁니다.”


“.....”


잠시 귀신굴 안쪽으로 침묵이 맴돌았다.

우레노을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너는 지금... 네 아비 앞에서, 죽으러 간다고 말하는 것이냐...?”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아들아...”


“또 막아 보십시오. 마필리를 죽였던 주술로. 나를 그때 막았던 주술로.”


우레노을의 얼굴에 노기가 떠올랐다.


“너... 너...!”


“그럼. 아버님. 안녕히 계십시오.”


우레별은 창을 가지런히 내려놓고, 우레노을에게 절을 올렸다.


“그동안 키워주셔 감사했습니다.”


“우레별... 우레별...!”


우레별은 창을 잡아들고, 뒤에서 힘없이 울부짖는 우레노을을 무시한채 귀신굴을 나갔다.


“안 돼... 안 돼...!”


우레노을이 몇 개의 힘없는 주술문양을 만들어 던졌지만, 우레별이 창을 잡고 후려치자, 힘없이 바스라졌다.

우레노을의 발걸음은 경쾌했다.

서슬뱀은 입을 열 수 없었다.



우레별은 큰 소리로, 큰버루를 떠나기 전 소리쳤다.


“다들! 난 큰버루를 잡고 올게! 잘 있으라구!”


그 동안 밝아진 우레별의 모습에, 대부분의 부족원은 그가 농담을 하는가 보다, 하며 웃었다.


그리고 우레별은 너른숲을 너머.

버루가 많이 출몰하는, 오늘계곡 너머 평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잘 봐 서슬뱀. 여기는 버루가 많이 출몰해.”


우레별은 평원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그곳은 예전, 마필리와 우레별, 서슬뱀이 지났던 길이었다.

황금빛 빛무리가 있는 계곡으로 향하던 길.


그 길목이었다.


“최근은 버루가 출몰하는 시기야. 서슬뱀.”


우레별은 창을 들고 숨을 곳을 찾으며 말했다.


“너 말이야. 버루가 어떻게 번식하는지 알아?”


우레별은 신난 듯이 말했다.


“놈들은 암수가 없어. 마치 버섯처럼, 가루 같은 걸 날려서 번식하지. 놈들이 그렇게 미친 듯이 달리는 이유가 뭔지 알아? 녀석들은 달리면 달릴수록, 뒷다리 근육의 틈에서 가루 같은 게 뿜어져.

우리 사람의 액체와 같이, 그게 뒤쪽 버루의 어깨근육의 틈새로 들어가면, 그 버루는 임신하지. 놈들은 전부 암컷이자 수컷이야. 모두가 상대를 임신시킬 수 있고, 모두가 임신할 수 있지. 남녀가 하나라는 해달별 귀신처럼.”


우레별은 신이 나서 조잘조잘 버루에 대해 떠들었다.

우레별이 버루에 대해 아는 것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많았다.


“서슬뱀. 다 알아들었지?”


“...응.”


“그래, 예상했어. 너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고, 둘을 가르치면 백을 아는 놈이니까. 그럼 서슬뱀. 내가 들려준 것 정도라면, 너는 그 싱도 알아낼 수 있을거야. 어쩌면 버루를 길들이고, 타고, 같이 사는 법까지 알아낼 수도 있겠지.”


우레별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나는 내가 그동안 버루를 관찰하며 알아온 모든 것을 네게 알려줄게. 너라면, 저 살아있는 재앙으로 뭘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니까.”


“.....”


“마지막으로 가르쳐 줄 건. 버루를 사냥하는 법이야.”


우레별이 창을 잡았다.


“저기 온다.”


그의 말대로, 멀리서 버루 한 마리가 오고 있었다.

무리에서 떨어진 듯한 놈은, 한쪽 뿔리 잘려나간 버루였다.


“놈은 나와 싸운 녀석이지. 나와의 대결을 잊지 못해 자주 찾아오는 모양이야.”


우레별이 입술을 핥았다.


“가자, 서슬뱀!”




그렇게.

서슬뱀과 우레별의 마지막 사냥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우레별이었다.



“서슬뱀. 흰비늘원숭이, 기억 나?”


“...?”


“새벽산맥에서, 너와 내가 같이 잡은 놈.”


우레별이 씨익 웃으며 창을 잡았다.


“그때의 전투를 기억하라고. 큰버루나, 흰비늘원숭이나. 성질머리는 똑같으니까...!”


타닷!


말을 마친 우레별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일순간 우레별의 전신 근육이 수축되는 듯 했다.


“하아아아압!”


콰앙!


분명 창을 던지는 것이었지만, 우레별의 창은 공기를 찢어발기며 마치 북을 치는 듯한 웅장한 소리를 내었다.


피유우우우!


공기를 찢으며 날아간 우레별의 창이 큰버루의 한쪽 근육에 직격했다.


큰버루의 근육에 그대로 우레별의 창이 꽂혔다.


“버어어어어...!”


외뿔 버루가 분노한 듯 우레별을 노려보았다.


“오랜만이다! 자, 못다한 대결을 끝내자!”


우레별이 버루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소리쳤다. 성이 난 버루는 쉭쉭거리며 땅을 박찼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서슬뱀이 달려들었다.


푸콱!


서슬뱀의 창이 최적의 경로로 휘둘러졌다.

그의 창이 버루의 근육, 약한 틈을 베어냈다.


서슬뱀은 창을 빙빙 돌리며 그 회전력을 이용해, 버루의 허벅지 근육 세 군데를 더 베어낸 후 그 힘을 이용해 한쪽 허벅지에 창을 박아넣었다.


돌보다도 단단한 버루의 근육이 꿰뚫렸다.


“버어어어어어!”


버루가 미친 듯이 날뛰었다.


쿠웅! 쿠웅! 쿠웅!


살아있는 자연재해라는 말이 거짓은 아닌 듯.

버루가 한 번 발을 구를 때마다 지축이 뒤흔들렸다.

스치기만 해도 죽음이었다.


서슬뱀은 근육에 꽂힌 창을 잡고, 버루의 위에 올라탔다.

어느새 달려온 우레별 역시 자신이 꽂은 창을 잡고 버루의 위에 올라타 있었다.


“봐, 서슬뱀!”


버루가 날뛰며 천지사방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우레별은 더욱 버루의 갈기를 거세게 쥐며 창을 뽑았다.

그런 후 버루의 뒤통수를 탁탁 때렸다.


“버어어어...!?”


버루가 당황하며 갑자기 자리에 멈췄다.


“이 놈들은 여길 때리면 멈추지.”


촤악!


우레별이 다시 버루의 목덜미를 베어냈다.

버루는 다시금 미쳐 날뛰었다.


“다만 미쳐 날뛰면 다음부터는 안 통하니까 알아둬.”


쿠구구구구!


버루는 두 사람을 매단채 어딘가로 달리기 시작했다.

즈믄평원의 한 구석.


바위가 가득한 곳이었다.


“젠장, 떨어져!”


서슬뱀이 소리쳤다.


“우릴 바위에 갈아버리려는 거야!”


하지만 우레별은 씨익 웃으면서 외쳤다.


“내려, 서슬뱀!”


서슬뱀은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고, 우레별은 버루의 갈기털을 부여잡았다.


“가라!”


우레별이 버루의 털을 붙잡은 채, 한쪽 어깨를 때리자 버루가 움찔했다.

그리고 녀석이 방향을 바꾼다.


콰앙!


우레별이 바꾼 방향으로 바위에 부딪힌 버루가 성난 듯 울부짖었다.

몸만 아프고 벌레는 떼어내지 못했다.

버루가 다시 반대방향을 부딪히려 했다. 이번에 우레별은 반대쪽 어깨를 때렸다.


“하하하!”


쿠우웅!


버루는 또다시 엉뚱한 바위에 몸을 부딪혔다.

서슬뱀은 그 모습을 보며 식은 땀을 흘렸다. 보기야 쉬워 보이지만, 자칫하면 한순간에 몸이 갈려나갈 수 있는 것이다.


“버어어어어!”


“기다려, 우레별!”


서슬뱀의 신형이 쏘아져 나갔다.

얼마간 달려간 서슬뱀은, 그 탄력을 이용해 근육을 수축시켰다.

그리고, 창을 던졌다.


퍼버벙!


우레별의 창보다도 더한 소리를 내며, 서슬뱀의 창이 버루에게 날아갔다.

버루의 허벅지에 서슬뱀의 창이 박혔다.

버루는 완전히 분노했다.


녀석이 날뛴다. 버루가 뿔을 앞세우고 날뛰자, 앞을 막던 바위들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천재지변!

그리고, 그 천재지변에, 우레별이 매달려 있었다.


콰악!


매달려 있는 와중에도, 우레별이 창을 하나 박아넣었다.

그리고 녀석이 창에 매달려, 어딘가를 가리켰다.


서슬뱀은 우레별의 입모양을 바라보고, 그곳이 어디인지 알아들었다.


심장.


그곳이 버루의 심장이 있는 곳이었다.


부우웅!

퍽!


그리고, 우레별의 몸이 날뛰는 버루의 몸에서 튕겨나와 바위에 부딪혔다.


퍼억!


그리고, 성난 버루의 외뿔이 우레별을 타격했다. 우레별은 한참을 날아가다가 떨어졌다.


우레별이 피를 토했다.


“우레별!”

“서슬뱀!”


우레별이, 소리친다.


“큰버루를, 잡아!”


휘리릭!


우레별이 자신의 창을 서슬뱀에게 던졌다. 그는 큰버루에게 달려가, 창을 내질렀다.

흰비늘원숭이를 잡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폭풍우가 쳤지만.

지금은 해가 맑았다.


태양 아래에서, 서슬뱀의 일격이 큰버루의 심장을 향해 쏘아졌다.


푸욱!


서슬뱀의 창이 큰버루의 가죽을 꿰뚫고, 근육을 뚫었다.


그리고...


“....!”


뼈에 걸렸다.


“버어어어어어!”


쿠우웅!


버루가 앞발을 구르자, 지반이 형태를 변화시켰다.

버루는 미친 듯이 서슬뱀을 떼어내려 몸부림쳤고, 서슬뱀은 창을 놓고 물러섰다.

녀석은 고통스러웠는지 서슬뱀과 우레별조차 놔두고 어딘가로 달려가버렸다.


버어어어어어-


큰버루는 잡지 못했다.


서슬뱀은 피칠갑이 된 우레별에게 다가갔다.


“우레별.”


“서슬...뱀...”


“처음부터, 죽을 작정이었냐.”


“아니.”


우레별은 피를 토하며, 웃었다.


“말했...잖아. 큰버루를 잡을... 작정이었다고.”


우레별이 서슬뱀의 손을 잡았다.


“넌... 내 다시없는... 형제야.”


“알아. 말하지 마. 멍청한 놈. 난 자신이 있길래 가자고 한 줄 알았지...”


“저 버루는... 우리 앞에서 죽진 않겠지만, 결국 숨을 다할거야.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너도 그렇지. 업혀.”


서슬뱀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잘못이다. 우레별을 막았어야 했다.

하지만, 우레별이 부탁할 때의 그 표정을 생각하니, 막을 수 있었을까 싶기도 했다.


“거의, 심장에 닿을 뻔 했지. 그렇지...?”


“그래. 뼈를 예상 못했어.”


“나도 그건 몰랐네...”


우레별은 한숨을 쉬었다.

그의 피가 서슬뱀의 가슴을 타고 흘러내렸다.


“우레별. 말하지 마.”


“큭...큭... 왜 그리... 심각해... 이럴 줄 알고... 같이 온 거잖아...”


“닥쳐.”


“...서슬뱀.”


우레별이 피를 토하며 말했다.


“내가... 네게 처음, 나무창을 선물했던 곳. 기억 나?”


“제발 입 다물어, 우레별. 넌 마필리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야. 우레노을께 가면, 살릴 수 있어.”


“우리는 그곳에서 흰비늘원숭이를 잡았지.”


“너마저... 가면 난 어쩌라고. 개자식아. 체력을 아껴.”


“그곳에... 네 선물을... 준비해 놨어... 언제라도, 시간이 나면, 가, 봐.”


“네가 죽으면, 형의 칭호는 내 거야. 살아있는 자가 이긴 거니까. 제발. 우레별.”


“서슬...뱀.”


우레별이 웃는 것이 느껴졌다.


“마필리... 그녀의 옆에... 눕고 싶군...”


“말하지 말라고.”


“약속... 해다오.”


“.....”


우레별이 서슬뱀의 어깨를 잡았다.


“부디... 나 대신... 큰버루를... 잡아줘...”


“못 잡은 큰버루를?”


“큰버루를 말이야.”


그가 서슬뱀의 어깨를 잡은 손이 강해졌다.


“다시는... 누구도... 큰버루에게, 고통받지 않도록... 서슬뱀. 부탁한다.”


죽을 것 같던 우레별의 목소리가 커졌다.

입에서 내장 조각과 피를 내뱉으면서도, 우레별은 외쳤다.


“큰버루를... 잡아줘...!”


콰악!


어깨를 잡은 우레별의 손이 강해졌다.


“그게, 내... 마지막... 부...”


그것이, 우레별의 마지막이었다.



서슬뱀은 정처없이, 우레별을 업고, 걸었다.


“...우레별.”


서슬뱀이 말을 걸었다.


“말 좀 해 봐.”


답은 없었다.


“우레별...”


답은 없었다.


“우레별...!”


답은 없었다.


“... 우레별...! 대답하라고...!”



덜덜

덜덜덜덜


어느새, 서슬뱀은 몸이 미친 듯이 떨린다는 것을 알아챘다.

눈앞이 흐려져서, 앞을 분간하기도 어려웠다.


“대답해, 말 해! 말 하라고!”


당장이라도, 우레별이 손을 움직여서, 서슬뱀의 등을 철퍽 때릴 것 같았다.

울었으니까, 이제 내가 형.

그런 장난스러운 말이 들릴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새 우레별의 손은, 어깨를 잡았던 손은, 축 늘어져 있었다.


“우레별...!”


철퍽!


서슬뱀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는 등에 있던 우레별을 내려, 품에 안았다.

싸늘해지고 있었다.


“눈을 떠. 눈을 뜨라고..! 자신 있어서 사냥을 가자 한 거잖아...!”


어느새, 서슬뱀은 울고 있었다.


“일어나, 형!!!”


그의 목소리가 평원을 울렸다.

그는 우레별을 껴안고 울부짖었다.


“혀어엉!!!”


그날, 큰버루의 별이 떨어졌다.


작가의말

미친 듯이 늘어지네요. 이야기가...

압축할만큼 했는데도...

다음편이 진짜... 서슬뱀 에피소드 끝.

조상신 에피소드 마지막...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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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1. 조상신(24) +2 21.06.21 232 10 18쪽
» 50. 조상신(23) +1 21.06.20 224 6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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