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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다.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엄청난
작품등록일 :
2021.05.12 20:32
최근연재일 :
2021.08.04 19:07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45,787
추천수 :
1,474
글자수 :
463,058

작성
21.06.1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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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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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8쪽

43. 조상신(16)

DUMMY

[그게 무슨 소리냐!?]


[나를 통해 힘을 중계하려면 해라. 하지만 진정한 힘은 기대할 수 없을 지어다.]


[이게 무슨... 우레미르...! 우레미르...!]


나는 황급히 신계의 입구를 뚫고 들어갔다.


[우레미르!]


영력의 흐름을 조절해 신력의 장벽을 뚫고, 녀석의 신계로 진입했다.


그 순간이었다.


번쩍!


푸른 섬광이 내게 쏟아진다.


동시에 웅장한 목소리가 녀석의 신계를 울린다.


[전사가 아니라면, 나는 힘을 빌려주지 않겠다!]


쿠구구구구구!


[끄...으아아아아아악!]


파앗!


“허억...!”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현실이었다. 옆에선 세티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제길... 제길...!”


나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떨어져라!”


쿠르릉!


하늘에서 한 줄기 푸른 빛이 번뜩였다.

우레미르를 통해서 벼락의 권역을 중계해 힘을 끌어올 수는 있다.


‘그렇다면...’


영기를 피워올리며, 제의를 바친다.


“열려라.”


정식제의를 행한다!


“천벌의 잔치여!”






아무 일도 없었다.


하늘은 잠잠했다.


“제길! 우레미르!”


아무런 답이 없었다.


“우레미르!”


신의 기본적인 힘만을 써야 하는 것이다.


“크으아아아아악!”


나는 분에 못 이겨, 마구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지조차 감이 안 잡힌다.

왜 하필 지금, 하필 지금 이러는 것이란 말인가!


“후우...”


의식을 신계로 넘겨서 우레미르와 교신하려 해도, 녀석의 신력이 결코 자신의 신계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우레미르, 들어라.”


나는 녀석의 신계에 의식을 접촉했다. 안으로 들어가진 못했지만, 표면에 의식을 붙이고, 내 말이 전달되길 기대하며 의지을 전달했다.


“좋다. 나는 제사장인 동시에, 전사이다. 내가 전사가 된다면, 너는 내게 힘을 빌려줄 것이냐?”


그리고 대답이 들려왔다.


[네가 전사임을 증명해라.]


“전사임을 증명...? 좋다. 내가 사냥하는 모습을 보면...”


[사냥을 하는 것은 짐승도 할 수 있다. 네가 전사임을 증명해라.]


아직 지능이 다 형성된 게 아닌지, 녀석은 같은 말을 반복하더니, 그대로 목소리를 끊었다.


“잠깐, 우레미르. 잠...”


투웅!


녀석의 신계 표면에 붙은 내 의식 한줄기가 튕겨나왔다.


“...우레미르!!!”


* * *


콰드득!


서슬뱀의 창이 나무둥치를 스치고 흰비늘원숭이의 몸을 후려쳤다.


“키이이익!”


원숭이는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서슬뱀은 비명을 지르는 흰비늘원숭이를 다시 한 번 후려쳤다.


“키르르륵!”


녀석이 빠르게 나무로 올라갔다.

그냥 흰비늘원숭이가 아니었다.

무리의 우두머리. 가장 비늘이 두껍고, 발톱이 긴 녀석이었다.

흰비늘원숭이의 대장이 나무 위로 올라갔다. 서슬뱀은 나무에 창을 박아넣고, 창을 지지대삼아 나무로 올라갔다.


흰비늘원숭이는 나무 가지 사이사이를 넘나들며 서슬뱀의 시선을 교란시켰다.


“내가 올라온 건...”


서슬뱀은 마치 원숭이처럼 가지를 옮겨다니며 놈을 쫓아갔다.

그리고, 녀석이 공격을 시도해 왔다. 좌상과 우하에서 녀석이 양팔을 좁혀 할퀴어온다.


“너랑 나무 위에서 싸우려고 온 게 아니거든.”


우두둑!


원숭이의 공격이 닿기 전, 서슬뱀이 서 있던 가지가 부러지며, 서슬뱀과 흰비늘원숭이가 동시에 떨어졌다.

녀석은 빠르게 다른 가지를 붙잡으려 했지만, 서슬뱀이 원숭이를 쫓는 척 하며 대부분 부러뜨려놓은 상태였다.


“키이익!”


원숭이는 그대로 땅에 떨어졌고, 서슬뱀은 나무에 박아넣었던 창을 뽑으며 떨어졌다.

땅이 발에 닿는 동시에, 서슬뱀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창을 내질렀다.


그리고, 사냥이 끝났다.


큰버루가 술렁였다.


“흰비늘원숭이... 그것도 우두머리야!”

“세상에, 나무에서 잘 내려오지도 않는 놈을...”

“저 비늘 크기 좀 봐... 어지간하면 충격도 안 먹을텐데...”


서슬뱀은 흰비늘원숭이의 사체를 매고, 마필리의 천막으로 향했다.


“마필리.”


아무 대답이 없었다.


“마필리, 나와봐. 선물을 가지고 왔어.”


천막에서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서슬뱀이 의아함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필리가 안에 없나?”


큰꽃향기가 귀신굴을 손으로 가리켰다.


“마필리와 우레별은 주술사님이 부르셔서 귀신굴로 불려갔어!”


귀신굴은 굴막이 바위로 막혀있었다.


“뭐...?”


왜 둘을 불렀을까.

서슬뱀은 가슴이 초조해지는 것을 느꼈다.

큰버루의 모든 례(禮)와 관련한 것은 주술사의 손에 치뤄졌다.


짝을 맺는 관례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비록 우레노을이 마필리를 좋게 보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사람의 마음은 모르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새 우레별과 마필리의 관계를 허락했을 수도 있었다!


“제발...”


서슬뱀은 난생 찾은 적 없던 신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천지신명이시여, 해달별 귀신이시여, 큰버루의 신들이여, 제발 마필리와 우레별이 저 안에서 짝을 맺는 중이 아니기를 기도합니다...!’


얼마 후, 굴막이 바위가 열렸고, 우레별과 마필리가 걸어나왔다.


둘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서슬뱀은 둘의 표정으로 보며, 날 듯이 기뻤다.

여하튼 표정이 저렇다면 절대 짝을 맺은 것은 아닐 터였다.


“우레별! 무슨 일이야!”


서슬뱀은 짐짓 모르는 척, 둘에게 다가갔다.

우레별이 힘없는 미소로 서슬뱀을 바라보았다.


“아, 왔는가 친구. 사냥을 다녀왔나 보군.”


“그래, 내가 뭘 잡았는지 보라고.”


우레별은 서슬뱀이 가져온 것을 보며 피식 웃었다.


“우두머리로군. 역시 너다워.”


“하하하하!”


서슬뱀은 씨익 웃으며, 떠보듯 물었다.


“그나저나, 둘이서 뭘 한 거지? 우레노을께서 어쩐 일로 부르신 거야?”


우레별에게 한 질문이었지만, 대답이 들린 것은 마필리였다.


“내가 악한 기운을 가지고 있으니, 더 이상 우레별과 같이 다니지 말라셨어.”


그 말에, 서슬뱀은 너무 좋아 소리라도 지를 뻔 했다.

우레별에게야 안 된 일이었지만, 자신에게 기회가 생긴 것 아닌가?


“저런, 마필리. 우리 마을의 주술사께서 조금 특이한 면이 있으셔.”


서슬뱀은 마필리를 위로했다. 우레별은 그런 둘을 잠시 바라보더니 등을 돌려 자신의 움막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서슬뱀은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준비해온 물건을 꺼내들었다.


“자, 마필리.”


차르륵.


흰비늘원숭이의 비늘로 만든, 목걸이였다. 우윳빛 비늘이 부딪힐 때마다 잘각거리며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다.


“이건...”


마필리는 조심스럽게 서슬뱀에게 목걸이를 받아들었다.

서슬뱀은 마필리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받아, 마필리. 이제 네 거야.”


“흰비늘원숭이 비늘이잖아... 거기다가 이 크기는...”


마필리의 눈에 감동의 빛이 들어찼다.


“나 때문에 우두머리를 사냥한 거야?”


“네가 원한다면, 몇 마리든 사냥해올 수 있어.”


서슬뱀은 어깨에 들쳐맨 우두머리 흰비늘원숭이의 사체를 마필리에게 건냈다.


“마필리. 이것도 너 줄게. 그리고, 할 말이 있어.”


서슬뱀은 떨리는 목소리로 다음 말을 뱉었다.


“마필리, 널 좋아해. 나와 짝을...”


“네 이놈!!!”


그 순간이었다.


우레노을의 목소리가 둘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이 삿된 것아. 내 아들을 유혹하는 것도 모자라, 서슬뱀까지 유혹하는 게냐!”


“우, 우레노을...”


서슬뱀은 우레노을을 바라보며 입술을 짓씹었다.

항상 그랬다.


우레노을은 어쩐 일인지 마필리를 싫어했다.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우레노을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마필리를 노려보았다.


“네가 감히 좋은 뜻을 품지 않고 온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서슬뱀에게까지 그 마수를 뻗치려 해! 네가 감히... 서슬뱀!”


마필리에게 삿대질을 하던 우레노을의 눈빛이, 서슬뱀에게로 옮겨갔다.


“내가 언제부터 이것을 그리 만나라고 하였느냐? 언제부터 네가 마음을 준 것이 이것이었어!? 네가 이것과 짝을 맺고 싶으냐? 못 한다. 절대 아니 된다!”


서슬뱀은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한 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다. 자신을 내친 스승이라지만 한 번도 반항 같은 것은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최대 경쟁자는 우레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우레별보다도 거대한 벽이 있었다.


자신의 스승.

큰버루의 정신적 지주.


우레노을이었다. 그가 있는 이상, 자신은 더 이상 마필리에게 다가갈 수 없다.


‘왜 안 된단 말입니까!’


서슬뱀은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참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익숙한 발이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까 떠났던 우레별이었다.


그가 돌아왔다.


“아버지.”


우레별의 목소리에는, 은은한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나와 마필리의 마음마저 막으려 하시더니... 이젠 서슬뱀과 마필리의 사이마저 가르려 하시는군요. 도대체 왜 이러십니까!”


“뭐...? 네가 지금 내게 소리를 지르는 게야!”


“언제나 정당한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며 가르치던 분이, 왜 본인은 그러지 않는 겁니까!? 왜 마필리를 그리 핍박하는지 알려주지 않는 겁니까! 저 애가 무얼 잘못한 겁니까!”


“...그건, 알려줄 수 없다...”


“하면 왜 서슬뱀과 마필리의 사이까지 막는 겁니까!? 서슬뱀의 마음이 어떤지 알기는 하십니까?”


우레별이 우레노을에게 소리쳤다.


“인간의 마음이 어찌 쉬이 가라앉는 성질의 것입니까! 나와 마필리의 관계를 허락지 못하겠다면, 서슬뱀과 마필리의 사이라도 허락해 주십시오! 이런 것은 부당합니다!”


“.....”


서슬뱀은, 난생 처음 우레별이 우레노을에게 대드는 것을 보았다.


정확히는, 이의를 제기한 적은 많지만, 우레노을이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슬뱀은 순간, 우레노을이 우레별의 앞에서 작아진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 안 된다.”


하지만 착각이었는지, 우레노을은 단호하게 고개를 돌리며 귀신굴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통수를 향해 우레별이 외쳤다.


“서슬뱀이 당신의 제자가 다시 되기 위해선, 마필리가 다시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 했지요. 아버지의 결정은 누구 하나의 피를 먹지 않으면, 바꿀 수 없는 겁니까!?”


우레별의 외침에도 우레노을은 묵묵히 걸어갈 뿐이었다.

그리고, 서슬뱀은 우레별이 그토록 분노한 표정을 짓는 것을 처음 보았다.


“내 피를 흩뿌리더라도 당신의 결정을 바꿀것입니다!”


우레노을은 말없이 귀신굴로 들어갔다.


쿠구구구!


그리고 그의 주술에 의해 굴막이 바위가 귀신굴의 입구를 막아버렸다.

얼마간, 귀신굴을 노려보던 우레별은 자신의 천막으로 가버렸다.


마필리 역시 서슬뱀을 슬픈 눈으로 쳐다본 후, 목걸이를 다시 건내주고 자신의 천막으로 돌아갔다.


서슬뱀은 얼마간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후 서슬뱀은 자신의 천막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지났다.


노을이 지고, 하늘엔 별이 떠올랐다.




그리고, 서슬뱀의 천막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벌떡!


서슬뱀은 자신의 천막으로 들어온 자를 쳐다보았다.

어둠 속이었지만, 서슬뱀의 눈은 그 자의 정체를 정확하게 잡아냈다.


“우레별?”


그의 벗이었다.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서슬뱀.”


우레별이 말했다.


“사냥을 하러 가자.”


“사냥? 무슨 사냥?”


서슬뱀은 의아한 듯이 물었고, 우레별은 속삭이듯이 말헀다.


“큰버루 사냥!”


“버루? 버루...”


우레별의 말을 들은 서슬뱀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소는 지금쯤 큰버루에서 멀리 떨어진 솟은매 너머 평원에...”


“아니! 물소 말고. 버루 말이야. 큰버루!”


그 말에, 잠시 멍하니 우레별을 바라보던 서슬뱀은 한숨을 쉬었다.


“드디어 미쳤군.”


그는 자신의 잠자리에 다시 드러누웠다.


“우레노을과 싸우더니 많이 피곤한가? 빨리 가서 잠이나 자라.”


“서슬뱀!”


비꼬는 듯한 서슬뱀의 말에, 우레별의 언성이 조금 커졌다.


“잡을 수 있어. 내가 버루를 잘 연구했어. 네 도움만 있으면, 버루 정도는 충분히 잡을 수 있어!”


“...우레별.”


서슬뱀은 다시 일어나 우레별을 마주보았다.


“그렇군. 아까 낮에 했던 말...”


버루를 사냥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진짜 네가 자살한다는 뜻이었냐?”


버루는 그야말로 자연재해.


한 번 달리면 멈추지 않고, 인간의 힘으론 사냥이 불가능한, 들짐승의 제왕이다.

때문에 천벌을 뜻하는 버력과, 노루가 합쳐져 버력노루라고도 불리는 버루였다.


“버루를 사냥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아무리 인간이 용을 써도 안 되는 건 안 돼. 그러니까 가서 잠이나 자.”


“서슬뱀...”


“네가 진짜 버루한테 자살한답시고 달려들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만...”


서슬뱀은 우레별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살아라.

...네가 얼마나 우레노을에게 쌓인게 많은지,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네 벗인 나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다.

그러니 살아라. 죽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거야. 살아. 살아있는 사람만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어. 그러니... 우레노을에게 할 말이 있으면, 내일 아침.

네 입으로. 살아서 해라.”


그의 주먹이 툭. 우레별의 가슴에 닿았다.


“배웅은 않겠다. 이제 나가봐.”


그 말을 한 후, 서슬뱀은 고개를 돌려 앉았다.

스무 해를 같이 보내 온 벗이다.

서슬뱀의 말을 못 알아들었을 린 없었다.


“...고맙다, 서슬뱀.”


우레별은 한숨을 쉰 후, 그의 천막을 나갔다.

서슬뱀은, 그를 설득했다고 믿으며 눈을 감았다. 내일 아침. 우레별이 우레노을에게 다시 한 번 올바른 말을 고한다면.

그 역시 도울 것이다.


서슬뱀은 그렇게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서슬뱀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큰버루의 다른 부족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절룩, 절룩.


피가 뚝뚝 떨어진다. 한 전사가 부러진 창을 지팡이삼아, 큰버루의 입구로 돌아오고 있었다.


족장도, 대모도 그 광경에 얼어붙어 아무 말을 잇지 못했다.


서슬뱀 역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저, 우레별이 팔에 낀 것을 가리켰을 뿐이었다.




우레별은 서슬뱀의 눈빛을 보고는, 씨익 웃으며 팔에 낀 것을 잡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아...아아아...”


함성을 지를 힘조차 남지 않은 것인지, 우레별의 목소리는 다 갈라졌고, 힘도 없었다.


하지만 부족의 그 누구도 그 모습을 보며 비웃지 않았다.


대신, 함성을 질렀다.


“우오오오오오!”

“와아아아아아!”

“우레별! 우레별! 우레별!”


우레별은 갈라져가는 목소리로, 얼마간 그것을 들고 함성을 질렀다.

새벽녘, 해가 뜨는 방향을 등지고, 우레별은 미소를 지었다.


우레별이 가져온 것은, 버루의 뿔 한쪽이었다.


버루의 피로 보이는 피가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여기저기가 깨진 모습이었다.


“후... 후우...”


우레별은 얼마간 버루의 뿔을 들어올린 팔을 내리고, 절룩거리며 큰버루 마을로 들어왔다.


대모가 그를 치료하러 했지만, 우레별은 절룩거리면서도 그 손길을 뿌리쳤다.

그리고, 우레별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귀신굴 앞으로 이동했다.


귀신굴의 굴막이 바위는 치워져 있었고, 그 앞에는 우레노을이 나와 있었다.


“...아버지.”


우레별은 다 갈라져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버루를... 사냥하러 나갔습니다.”


“...그래.”


“...그리고... 뿔을 잘라왔지요.”


“그래.”


“큰버루의 역대 어떤 전사도... 이런 일은 한 적이 없다고 압니다.”


“맞다.”


“이 뿔을 부족에 바칠테니... 부족의 그 누군가가, 누구와도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과 마음이, 타인의 규제를 받지 않도록. 천명해 주십시오!”


그의 말에, 우레노을은 아주, 아주 오랫동안 침묵하였다.


“...우레별.”


우레노을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떨리고 있었다.


“내가... 허락치 아니하면 어쩌겠느냐.”


“하면...”


우레별은 갈라진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쳤다.

다 갈라지고, 발음도 좋지 않았지만. 서슬뱀을 비롯한 모든 부족원들은 그 말을 똑똑히 알아들었다.


“천지신명께... 해달별 귀신께... 부족의 모든 신께 내 마음이 전달될 때까지!”


쿠웅!


그가 버루의 뿔을 귀신굴 앞 땅바닥에 찍었다.

우레별의 피가 함께 후두둑 떨어졌다.


“내 목숨을 바쳐... 이번에는 진짜로 큰버루를 사냥해 보이겠습니다!”


말을 하는 그 순간에도 우레별의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으며, 숨소리는 끊어질 듯 약해져 있었다.


“.....”


우레노을은 다시 한동안 침묵했다.


얼마 후, 낮은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너희의 마음을 아비인 내가 왜 모르겠느냐...”


그의 한숨이 작게 서슬뱀의 귀에 들어왔다.


“다만 저것의 마음이 진심일지 걱정될 뿐이지... 되었다.”


우레노을은 등을 돌리며 귀신굴로 들어갔다.


“더는 상관치 않으마. 어떤 놈이 저것에게 구혼하던... 누가 누구를 좋아하던. 더는 말하지 않겠다. 너희가 전부 알아서 하려무나.”


쿠르르르!


우레노을이 귀신굴로 들어가자, 굴막이 바위가 절로 움직여 귀신굴을 닫았다.

그리고, 우레별은 천천히 서슬뱀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 이제... 이젠...”


말을 하려던 우레별은 말을 잇지 못하고, 버루의 뿔을 손에 쥔 채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쿠웅!


우레별은 그 자세 그대로 쓰러졌고, 서슬뱀은 서둘러 달려 우레별의 심장소리를 들었다.

아직 살아 있었다.

아직 말을 다 끝마치진 않고 기절했지만, 서슬뱀은 우레별이 하려했던 말을 알 것 같았다.


“...그래. 이젠 우리 모두 마필리에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어.”

네가 목숨을 걸어 우레노을을 설득했으니.


뒷말을 내뱉기 전, 누군가가 서슬뱀의 말을 잘랐다.


마필리였다.


“우레별!”


인파를 헤집고 그녀가 달려왔다.


어쩐지, 속이 뒤집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서슬뱀은 우레별을 대모에게 건내주었다.


‘하지만, 마필리와 있을 자격은, 이젠 너만이 가지게 되었군.’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서슬뱀은 치유자들에 의해 업혀가는 우레별을 바라보았다.


“네가 이겼다. 우레별... 너는...”

진정한 전사야.


뒷말을 삼키며, 서슬뱀은 우레별이 떨어뜨린 버루뿔을 우레별의 천막으로 가지고 갔다.


작가의말

최근 제 글을 보다보니... 서슬뱀의 스토리를 아예 따로 빼서 에피소드 한 개 분량으로 분리할 것을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작품의 제 2 주인공이다 보니 과거사가 구질구질할 정도로 많이 나오네요.

그래도 서슬뱀이 주가되는 스토리는 이제 거의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조상신 에피소드도 기, 승의 단계를 지나 전에 진입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연재주기가 오락가락한 것은 글을 쓰기가 힘들거나 연중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단지 제 본업이 살이 3키로가 빠질 정도로 치열한지라 글을 쓸 시간 자체가 부족한 것이라서... 자꾸 오락가락하는 중입니다. 비축 쌓을 시간도 애매하네요. 잠을 포기하면 비축을 쌓고 안정적인 연재도 가능하겠지만... 그러면 살이 3키로가 아니라 수명이 3키로 빠질 것 같은 느낌이라... 당분간은 일일연재를 하되 연재시간은 조금 비정기적으로 가겠습니다...


물론 연재시간이 비정기적이라는 것이지, 일일연재는 꼭 지킬 예정이라서 공모전 응모 기간인 20일 전까지 연중도 휴재도 없을 예정입니다.

20일이 지나면 하루 이틀 쉴 수도... 그래도 결말은 물론 외전까지 다 구상해 놓은 작품이라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결말은 볼 겁니다.


오늘 육체가 지쳐서인지 제정신이 아니네요...

구질구질하게 뻘소리가 많았습니다.

늘 봐 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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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4. 조상신(27) +1 21.07.07 207 7 15쪽
54 53. 조상신(26) +1 21.07.06 205 9 19쪽
53 52. 조상신(25) +2 21.07.05 235 9 14쪽
52 51. 조상신(24) +2 21.06.21 232 10 18쪽
51 50. 조상신(23) +1 21.06.20 223 6 22쪽
50 49. 조상신(22) +1 21.06.20 197 5 17쪽
49 48. 조상신(21) +1 21.06.20 204 8 25쪽
48 47. 조상신(20) +2 21.06.19 225 9 23쪽
47 46. 조상신(19) +2 21.06.18 214 11 19쪽
46 45. 조상신(18) +1 21.06.17 250 10 21쪽
45 44. 조상신(17) +2 21.06.16 247 12 16쪽
» 43. 조상신(16) +2 21.06.15 248 11 18쪽
43 42. 조상신(15) +2 21.06.14 256 12 16쪽
42 41. 조상신(14) +2 21.06.13 278 1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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