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내 서재다.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엄청난
작품등록일 :
2021.05.12 20:32
최근연재일 :
2021.08.04 19:07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45,814
추천수 :
1,474
글자수 :
463,058

작성
21.07.10 15:22
조회
195
추천
5
글자
17쪽

57. 현인신(3)

DUMMY

저벅 저벅.


센유엔의 마을을 가로지르며 우레버루를 찾았다. 녀석은 마을 입구 옆의 커다란 마구간 같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커다란 녀석의 입에 여물이 한움큼 물려 있었다.


난 녀석이 있는 위치를 기억해두고 공손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


“잠깐, 잠깐!”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샤오허였다.


“어딜 가는 건가! 호양의 집에 있으라고 했더만...”


나는 그를 흘긋 쳐다보고, 그의 뒤에 서있는 전사에게 시선을 던졌다.

삼베옷을 입은 덩치 큰 거한은, 한 손에 커다란 돌도끼를 들고 있었다. 저 자가 호양인 듯싶었다.


“당신이 호양이오?”


“그렇소.”


호양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피식 웃으며 돌도끼에 시선을 주었다.


“사냥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신가?”


“그렇소만...”


“사냥감은 어디있소?”


“집에 놓고 왔소.”


“내가 당신 집에서 나오는 길인데?”


“사냥감은 왜 물은 거요?”


“왜 도끼를 들고 있소?”


“사냥을 갔다왔다고 하지 않았소?”


“도끼에 피 하나 없이 깨끗하군.”


“그래, 오늘 사냥감을 놓쳐서 그냥 돌아왔소. 이제 되었소?”


내가 코치코치 캐묻자, 호양은 기분이 상했는지 눈쌀을 찌푸렸다. 샤오허가 달래듯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허허, 호양. 오늘 자네 집에 묵을 길손인데 그리 다퉈서 되는가. 자네도 오늘 자네가 묵을 집에...”


퍼억!


난 샤오허를 밀어내고 창을 뽑아들었다.


“센유엔 부족은 사냥을 나갔다 들어와서도 흉흉하게 도끼를 쥐고 있나보군.”


“이게 무슨 무례지?”


호양이 그르렁 거리며 도끼를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애초에 주변이 초원인데 활이나 창이 아니라 도끼를 들고 사냥을 나가는가? 보아하니 투척용 도끼도 아니라 나무를 자르는 데에 쓰는 도끼군.”


“창을 내려놔라.”


“나무가 아니라 사람 목도 쉽게쉽게 자를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창을...”


“나야말로 경고하지. 이빨 드러내지 말고 물러나라.”


부웅!


호양이 도끼를 들었고.


“휘이이익!”


나는 휘파람을 불었다.


“버어어어어!”


우레버루가 마굿간을 부수고, 나를 향해 달려왔다. 앞에 뵈는 게 없는 버루답게 눈 앞의 집들을 뿔로 부수고, 발로 짓밟으며 내게 일직선으로 달려온다.


콰과과과과!


가히 자연재해!


“버어어어어!”


“으아아아악!”

“뿔소가 날뛴다!”

“피해!”


순식간에 주변이 아비규환으로 가득찼고, 당황하는 호양과 샤오허를 보며 비릿하게 웃어준 후, 공손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


“버어어어어!”


내 뒤로 우레버루가 내가 서있던 자리를 뿔로 들이받으며 그 뒤쪽 나무집을 통째로 짓이겨버렸다.


“막아!”

“큰뿔소 위에 올라타!”

“전사들은 전부 모여라!”


센유엔의 전사들이 우레버루를 제압하기 위해 달려들었고, 나는 유유히 공손의 집 앞에 다다랐다.


콰앙!


나무 문짝을 발로 차서 부숴버린 나는 녀석의 집 안으로 들어왔다.

공손은 명상을 하며 영력을 갈무리하던 중인지, 내가 갑자기 들어오자 상당히 놀란 기색이었다.


“너는...”


“이런 쓰레기 같은 놈.”


콰앙!


팔을 젓자, 영력의 파가 뿜어지며 공손을 밀쳐냈다. 공손은 그대로 뒤쪽으로 튕겨나가며, 벽에 대 자로 부딪혔다.


“커헉!”


놈이 신음을 흘린다.


“오가는 길손을 산제물로 바치고, 길손이 없을 때는 자기 부족원을 정기적으로 인신공양하는 미친놈이 우두머리라. 도대체 이 마을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모르겠구나.”


서슬뱀의 기억 속.

이 마을은 그런 마을이었다. 정기적으로 산제물을 바치는 곳.

아마 서슬뱀 역시 누군가가 경고해주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머물다가 그대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이, 이놈...!”


“기억에 따르면 서슬뱀이 이 마을의 가뭄도 해결해 준 것 같던데, 왜 아직까지 산제물을 찾는거지?”


촤르륵!


창을 휘젓자 내 등 뒤로 십수개의 주술문양이 떠올랐다.


“그리고 강철의 산이란 말을 듣자마자 그런 건 모른다고 거짓말은 왜 한 거냐.”


“크, 으윽...!”


놈의 안색이 변한다. 내게 갑자기 공격을 당해도 침착하던 표정이, 거세게 일그러진다.


“그걸 듣자마자 왜 내게 붉은 끈을 준 거지? 아니, 원래 그걸 줄 계획이었나?”


“끄... 흐읍...”


공손은 내가 펼치는 영력의 압박을 벗어나려는 듯, 영력을 활성화시켰다.

나는 녀석이 엄두도 내지 못할만큼 더욱 강한 영력으로 압박하며, 질문을 이어갔다.


“그리고 가장 이해 안 되는 게 있는데...”


서슬뱀의 기억 속.

이들은 오가는 길손을 몇 년에 한번씩 제물로 바친다고 하였다.

길손이 없으면 부족원을 인신공양하기도 한다.


“너희 말이다, 도대체 ‘누구’에게 제물을 바치는거냐?”


하지만 내가 의식으로 센유엔 부족을 훑은 결과.

이 인근엔 귀신굴 그 비슷한 그 어떤 음지(陰地)도 없다. 결코 제사장이 탄생할 리 없는 환경이고, 결코 신이 탄생할 수 없는 환경이다.

눈 앞의 공손조차 제사장이 아니었고, 인근에서 어떤 신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 놈들은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게 아니었다.

서슬뱀의 기억 속에도 이들이 ‘누구에게’ 제물을 바치는 지는 나와있지 않았다.


“이... 이이익!”


파앙!


“....!”


녀석이 영력을 폭발시키며 내 영력의 압박에서 벗어났다.


“허...”


무기와 하나된 전사로서, 무기와 하나되어 제사장의 영력을 떨친 게 아니다. 순수하게 정신력으로만 내 압박을 떨쳐낸 것이다.


놈이 피를 한 움큼 토하며 소리쳤다.


“너... 이놈, 이방 제사장이었구나!”


촤르륵!


공손이 기묘한 수인을 맺자, 등 뒤에 있던 작은 조각상들이 날아들어 녀석의 주변에서 기묘한 배치로 도열한다.


주술진이다.


즈우웅!


등 뒤에 있던 주술문양 하나를 날려보냈다.


콰아앙!


공손의 집 안으로 주술의 폭발이 일어났다.


“궁금했던 것만 묻고 가겠다만... 자꾸 저항하면 영혼을 뽑아 정보를 들을 것이다.”


녀석이 짜낸 주술진은 가루가 되어 있었고, 놈은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 녀석이 입고있던 부드러운 옷은 너덜너덜해져 걸레나 다름 없어졌다.


“알아봤자 좋을 거 없다 이 어린놈아. 강철의 산이 궁금한 거냐? 숲 속 부족들이 조상이라 떠받드는 영혼들에게 물어보면 알려줄 거다!”


치이이익!


녀석이 흘린 피가 놈의 피부를 뒤덮었다. 피를 이용한 기묘한 주술로 전신을 뒤덮은 공손이 무언가 주술을 준비한다.


나는 다시 주술문양 하나를 날려보냈다.


“미안하지만, 반얀 부족은 조상의 그림자에서 벗어났다.”


콰아앙!


붉은 빛이 폭발하며 공손의 집이 아예 터져버렸다.


“보아하니 그 원혼들도 아는 것 같군. 네게 물어볼 게 더 많아졌다.”


도대체 왜 고향에 왔는데도 이 원혼들이 한을 삭이지 못하는 건지.

저 놈은, 분명히 알고있을 것이다.

먼지구름을 영력으로 날려보내며, 공손의 흔적을 찾았다.


“...!”


먼지구름 너머, 기묘한 기운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타오르고 있었다.

공손의 피부를 뒤덮은 피의 주술이 일렁이고 있었다.


“공손!”

“공손이 위험하다!”


마을의 전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반얀 부족과는 다르게, 무기와 하나된 전사는 기껏해야 한 명 정도.

전혀 두렵지 않다.


“너희 부족원이 다치는 걸 원하지 않으면, 어서 말하는 게 좋...”


“흥, 마음대로 해 봐라.”


공손은 아랑곳하지 않고서 손을 ᄈᅠᆮ었다.


“...!”


제사장급의 주술이 불어닥친다. 나는 등 뒤에 짜놓은 주술들을 흩뿌려서 녀석의 공격을 막아냈다.


‘생명을 태우는 주술!’


생명을 불태워서 영력을 증폭시키는 주술인 듯 했다.


‘뭐지? 죽을 생각인가?’


내가 주술들을 마구 짜낼 때였다. 녀석의 몸에서 일렁이는 주술이 꺼져버렸다.


“허억... 헉...”


공손은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커헉...”


녀석이 피를 한 움큼 더 토해내며 부서진 집의 잔해를 황급히 뒤졌다.


“어딜!”


녀석이 쏘아보냈던 주술들을 전부 파해한 후, 공손에게 손을 뻗었다.

그때, 녀석이 잔해 속에서 뭔가를 열어젖혔다.

공손은 그대로 그 안으로 뛰어들었고, 내가 뻗어낸 제압주술은 그대로 허공을 날았다.


“이 놈이...”


빠르게 녀석이 들어간 곳으로 가자, 건물의 잔해 밑.

깊은 땅굴과 연결된 문이 있었다.


“저 놈 잡아라!”

“저 자가 공손께 해를...”


의식을 보내 우레버루를 살폈다. 다행히 제압만 당했을 뿐 외상은 없다.

난 내게 달려드는 전사들을 흘긋 본 후, 그대로 땅굴로 뛰어들었다.


휘이이이!


땅굴은 꽤 깊었다.


‘뭐지?’


정말 깊었다. 아무 준비 없이 뛰어내리면 그대로 절명해버릴 정도로.

전신에 몸을 가볍게 하는 주술과 신체를 강화하는 주술을 걸고 얼마간 아래로 떨어졌을까.


콰앙!


나는 바닥에 닿았다. 충분히 주술로 몸을 덮었는데도 전신이 얼얼했다.

상당히 깊은 곳이다.


“...!”


이 땅굴 속. 피냄새가 흥건했다.

발 아래로 공손의 시체가 있었다. 전신이 기괴한 각도로 꺾여 있었고, 피가 흥건했다. 추락사였다.


‘이렇게 어이없이 죽는다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땅굴 아래로, 몇 갈래의 굴이 더 파여있었다. 성인이 들어갈만한 크기는 아니었고, 어린아이가 들어갈까 말까한 작은 굴이었다.

굴 하나를 골라 의식을 집어넣자, 굴 너머로 또 다시 갈림길이 갈리고, 그 갈림길 너머로 수많은 굴리 미로처럼 얽혀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뭐지? 이 굴들은?’


뭔가 굴들이 엮여 주술진 같은 역할을 하는건가 싶었지만 전혀 아니었다. 그냥 미로같은 굴들이었다.


“어떻게 판 건지...”


굴들의 크기는 어린아이만했다. 어른들이 이렇게 깊고 작은 굴을 팔 수 있을 리 없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여기까지 내려올 수 있을리도 없다.


파앗!


영안을 뜨고 공손의 혼을 찾아보았다.


“....?”


공손의 혼은 사라져 있었다. 의식을 뻗어 인근 굴 수천 갈래를 훑어봐도 마찬가지였다. 공손은 없었다.


“...께름칙하군.”


더 이곳에 있고싶지 않았다. 놈이 이런 좁은 곳에다가 주술을 펼쳐놓았다면, 피하기도 힘들다. 나는 우선 공손의 시체를 집어들고, 제의를 불렀다.


“오라, 천둥의 힘이여.”


콰르릉!


일직선으로 뻗은 깊은 굴 속.

그곳으로 한 줄기 벼락이 떨어졌다.


쿠릉!


전신이 벼락으로 변모한다. 나는 번개의 정령과 같아진 몸으로 발을 굴렀다.


파아아앗!


굴의 입구가 삽시간에 가까워지며, 나는 어느새 굴을 빠져나와 마을의 상공에 도달해 있었다.


파직, 파지직!


나는 벼락불을 튀기며 땅에 내려왔다. 그리고 공손의 시체를 던지며 제의를 풀었다. 몸이 인간의 것으로 되돌아온다.


“공손은 죽었다.”


공손의 집 주변에 몰려든 마을 사람들의 분노가 일었다.


“감히...”

“공손을...”

“저 놈이 감히...!”


나는 등에 맨 제사자의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열려라, 버력의 잔치여.”


콰르릉!


수천 줄기의 벼락이 하늘을 뒤덮었다.


번개가 떨어진다. 벼락 줄기들은 센유엔 부족에 떨어지지 않고, 그 주변 목책 바깥으로만 떨어져내렸다.


“네놈들이 감히 무슨 자격으로 나를 노려보느냐! 죄없는 길손을 수십, 수백을 죽여 바치고 자기 형제자매들까지 잡아 바친 놈들 주제에...”


“으, 으으으...”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의 세례에, 마을 사람들은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아 나를 괴물보듯이 바라보았다.


“공손이란 놈을 내가 죽인 것 같느냐? 이 놈은 스스로 떨어져 죽었다. 나는 놈을 죽이지 않았고, 나를 제물로 바친 것을 추궁하려고 했을 뿐이다.”


쿠르릉!


마지막 번개가 하늘을 울렸다.


“그게 그리 큰 잘못이냐!”


천둥에 내 목소리를 섞어 말하자, 센유엔 부족원들은 기절할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가 무얼 잘했다고 적반하장으로 내게 분노를 표하느냐!”


마지막 일갈을 끝내고 보았을 때.

센유엔 부족원들은 일제히 내게 절을 올리고 있었다.


샤오허가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인(神人)... 이시여... 저희가 잠시... 위대한 분을... 몰라뵈었습니다...”


“내가 신인이 아니었다면 너희는 끝내 내 내장을 끄집어 내어 너희의 신에게 바쳤겠지. 그렇지 않느냐?”


“.....”


샤오허와 센유엔 부족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난 콧웃음을 치며 그들을 비웃었다.


“자기 손으로 풍요와 안락을 찾진 못할망정. 남의 피와 살로만 편하게 살아가려 하느냐. 웃기는 것들 같으니.”


“..신인, 이시여...”


샤오허가 힘들게 말을 꺼냈다.


“우리가 제물을 바쳐댄 것은... 그동안 일어났던 길고 긴 가뭄을 헤쳐나가기 위함이었습니다.”


“지금 저 목책 옆에 흐르는 강물은 뭐지? 숲 속 부족이 독이라도 타 놓은 물인가?”


“예... 가뭄은 서슬뱀이란 위대한 전사가 끝내주었습니다. 혹여 신인께오선... 그 위대한 전사와 같은 부족이 아니신지...”


샤오허는 내 복색과 버루뿔 창을 흘긋거리며 말을 꺼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셈이지. 그래서 제물을 바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예. 말씀드리겠습니다. 서슬뱀이 동쪽 끝에서... 큰뿔소 대군을 이끌고 와, 공손과 힘을 합쳐, 수맥을 막고 있던 큰 괴물을 잡으셨습니다.”


서슬뱀의 기억 속.

서슬뱀은 센유엔 부족의 물길을 막고 있던 커다란 지네를 찾아내서 사악한 주술로 죽여버렸다. 그리고 센유엔 부족은 물을 되찾았었다.

샤오허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괴물이 죽고, 그 괴물의 원독을 이어받은 무언가가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것은 전 괴물처럼 물길을 막진 않았습니다만... 마을로 들어와 마을의 아이들을 물어갔습니다. 다행히 공손께서 힘을 쓰셔서 그 괴물이 나타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만...”


그는 고개를 숙였다.


“그 괴물을 퇴치하려면 다시금 제물이 필요하다고 하시었습니다. 해서...”


“해서, 나를 죽여 바치려 하였다?”


“예... 그렇사옵니다.”


“하.”


화가 나기도 했고, 할 말도 많았지만 나는 일단 할 말부터 하기로 했다.


“뭐, 그래. 좋다. 내가 물어볼 것이 있는데... 혹시 너희들 중 ‘쇠의 산’이나 ‘강철의 산’같은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느냐?”


“강철의 산... 말씀이십니까?”


샤오허는 의아한 말투로 내게 물어왔다.


“저 멀리 서쪽 끝을 떠받치는 전설 속 산이라고만 들었습니다만... 어찌 물으시는지요?”


“이 마을에 그와 관련된 것이 있느냐?”


“...? 서쪽 끝에 있지 않겠습니까?”


그는 정말로 모른다는 기색이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뭐 좋다. 그게 궁금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럼 너희는...”


나는 원혼들을 봉인한 위패에 의식을 집어넣어 원령들의 이름을 알아내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며 물어보았다.


“...너희는 이 이름들을 들어보았느냐?”


사람들은 내 말을 듣고도 침묵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자, 샤오허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저희 부족 사람들의 이름 같습니다만... 저희는 잘 모르겠습니다.”


“너희는 너희 선대에 있었던 일은 모르느냐?”


“그냥 내려오는 전설들이나.. 저희 아버지 어머니때에 일들은 압니다만... 그 외에 것들은 공손께서만 알고 계시옵니다.”


“.....”


나는 위패를 바라보았다. 위패에 갇힌 원혼들은, 센유엔 부족 안으로 들어왔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여전히 한이 깊었고, 여전히 성불하지 못했다.


“...그래, 되었다. 난 이제 가보겠다.”


나는 사람들을 지나쳐 버루가 잡혀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원혼들은 그냥 하나하나 천도시켜주는 편이 나으리라.

내가 걸음을 옮길 때였다.


샤오허가 소리쳤다.


“기, 기다리십시오, 신인님!”


“뭐냐.”


“공손께서 돌아가셨으니, 이제 밤이 되면 괴물이 나타나 우리 마을의 아이들을 잡아갈 것이옵니다.”


“그래서?”


“저희 마을을 지켜주십시오!”


“내가 왜 나를 제물로 바치려고 한 너희의 편의를 봐줘야 하느냐?”


“그, 그것은...”


“내가 너희 공손을 죽여서?”


나는 살기를 끓어올리며 으르렁댔다.


“다시 말하지만, 너희의 공손은 저 혼자 죽었다. 헛소리하지 말고 알아서 해라.”


“시, 신인이시여...”


나는 등을 돌렸다. 나를 해치려고 한 자들의 편의를 봐줄 이유따윈 없었다.

샤오허가 소리쳤다.


“하면 사흘! 사흘만 저희를 도와주소서!”


“사흘?”


샤오허가 내게 달려와 머리를 바닥에 찍으며 소리쳤다.


“공손께선 저희 마을에 내려오신 하늘의 신이시옵니다.”


그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공손이 돌아가시면, 항상 사흘 후에는 징조가 내려 새로운 공손께서 탄생하셨습니다. 그러니 새로운 공손이 탄생할 때까지만 도와주십시오. 새 공손이 나타나시면 괴물이 신성한 기운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쿵! 쿵!


그가 머리를 바닥에 마구 찍었다. 바닥에 피가 흘렀다.


“부디, 새로운 현인신(現人神)이 탄생할 동안만이라도 우리를 보우하여 주십시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


"난 바쁘다. 다른 사람 알아봐라."


"하, 하면..."


샤오허가 품 속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저희 부족의 신물(神物)을 드리겠습니다."


"신물... 음?"


나는 그가 품 속에서 꺼낸 조각상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슬뱀의 사악한 문양과 같은 문양이 찍혀 있었다.


작가의말

...앗 지금 올려버렸다... 원래 7시 되면 올리려 했던 것인데... 공모전 발표전까지 삭제가 안된다 하네요.

낼부턴 다시 7시에 올리겠슴다... 임시저장을 눌러야 하는데 등록을 눌러버려서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7월 24(토)~7월 26(월) 휴재공지 21.07.24 734 0 -
공지 7월 15~18일 (목)~(일) 휴재공지 21.07.15 349 0 -
69 68. 현인신(14) +6 21.08.04 2,535 20 15쪽
68 67. 현인신(13) +1 21.08.03 257 7 13쪽
67 66. 현인신(12) +1 21.07.23 215 9 15쪽
66 65. 현인신(11) +1 21.07.22 211 9 18쪽
65 64. 현인신(10) +1 21.07.21 262 6 24쪽
64 63. 현인신(9) +1 21.07.20 215 6 22쪽
63 62. 현인신(8) +1 21.07.19 198 7 13쪽
62 61. 현인신(7) +1 21.07.14 193 7 13쪽
61 60. 현인신(6) +1 21.07.13 187 8 12쪽
60 59. 현인신(5) +1 21.07.12 187 8 13쪽
59 58. 현인신(4) +1 21.07.11 198 7 12쪽
» 57. 현인신(3) +1 21.07.10 196 5 17쪽
57 56. 현인신(2) +1 21.07.09 197 6 13쪽
56 55. 현인신(1) +2 21.07.08 269 8 13쪽
55 54. 조상신(27) +1 21.07.07 208 7 15쪽
54 53. 조상신(26) +1 21.07.06 206 9 19쪽
53 52. 조상신(25) +2 21.07.05 236 9 14쪽
52 51. 조상신(24) +2 21.06.21 232 10 18쪽
51 50. 조상신(23) +1 21.06.20 224 6 22쪽
50 49. 조상신(22) +1 21.06.20 197 5 17쪽
49 48. 조상신(21) +1 21.06.20 205 8 25쪽
48 47. 조상신(20) +2 21.06.19 226 9 23쪽
47 46. 조상신(19) +2 21.06.18 215 11 19쪽
46 45. 조상신(18) +1 21.06.17 251 10 21쪽
45 44. 조상신(17) +2 21.06.16 248 12 16쪽
44 43. 조상신(16) +2 21.06.15 248 11 18쪽
43 42. 조상신(15) +2 21.06.14 257 12 16쪽
42 41. 조상신(14) +2 21.06.13 279 11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