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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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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765

작성
23.03.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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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 용서해 주는 겁니까?

DUMMY

관련자들의 체포하는 과정과 자백에 대한 동영상 그리고 증거들과 함께 자국의 CIA 부국장 로버트가 깊숙하게 관련되어 체포했다는 소식을 덧붙였다.

자국이 원전 참사에 관여된 사실을 꺼내며 진심어린 사과까지 이어졌다.

대한민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간단한 치료를 마친 무수가 냉수를 마시는 도중에 나오던 방송이었다.


“사인 받아야 하는 건가요?”


옆에서 여자승무원이 무수를 힐끔 보면서 하는 말이었다.

이국적인 매력은 분명한데 글쎄.


“무슨 소리입니까?”

“대통령을 움직이는 대단한 인물이 제 곁에 있잖아요.”

“요원입니까? 승무원입니까?”


대화의 깊이를 확인하고 싶었다.

단순한 호기심인지 아니면 스파인지. 죄다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승무원에게 질문을 한 무수였다.


“제 소속은 국방부지만 보세요. 대한민국에 관세유예, 무비자입국, 경제회복을 적극 지지한다고 나오잖아요. 게다가 600억달러 통화스와프. 와! 엄청납니다.”


600억 달러가 얼만데 저리 호들갑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방송내용이었다. 한국말인데도 말이었다.

변화무쌍한 표정으로 꿀이 떨어질 것처럼 눈 끝이 묘하게 말리던 여자승무원이었고, 냉수만 묵묵히 들이키던 무수였다.

간간히 덤덤한 무수의 표정을 보며 더 이해가 안 간다는 시선도 곁들이던 여자승무원이었다.


“대한민국의 한해 예산을 뛰어 넘는 실로 엄청난 금액입니다.”


허드슨이 여자승무원 곁으로 다가와 소파에 앉으며 하던 말이었다.

이번엔 부기장과 통역으로 탑승했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건 또 뭔데? 일 년 예산이 얼마냐고?


“일본에 수출하고자했던 전투기와 무인정찰기와 항모를 대한민국에 팔기로 약속했고, 우선 F-35전투기 10대와 무인정찰기를 한국으로 보내기로 했다고 합니다. 축하드립니다.”


허드슨과 승무원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며 축하를 해주고 있었다. 박수의 깊이를 봐서는 진심인데.


“그게 왜 제가 축하 받아야 할 일인지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그 중심에 정기룡씨가 있습니다. 방금 앤디가 정기룡씨 이름도 언급했습니다.”

“맞아요. ‘무수’ 그러잖아요.”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사람 죽이고 온 게 축하 받을 일이라면 평생 축하인사만 받고 살아도 될 만큼 많이 죽였다.

게다가 무기를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굳이 일본에 갈 걸 굳이 왜 대한민국에? 싸움 붙이는 건가? 그리고 일 년 예산이 얼마냐고.


“러시아도 움직였다고 하는데 이러다가 대한민국 대통령 되겠는데요.”

“대통령요?”


허드슨의 허무맹랑한 소리에 여자승무원이 완벽하게 하트가 된 눈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러시아는 또 왜요?”


TV를 끄고 싶었지만 로또에 당첨되기 일보 직전 표정이라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방송에서 경협차관 25억 달러의 분할 상환을 발표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건 없이 인공위성 발사체와 모든 우주항공기술을 전수한다는 소리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마트폰을 꺼내 대한민국 일 년 예산을 검색해보다 조용히 화면을 끄던 무수였다.

대한민국 일 년 예산이 500조가 넘고, 그 다음은 뭐였지? 스와프였나?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할겁니다.”

“저게 그렇게나 대단한 겁니까?”

“정기룡씨는 관심이 없는 겁니까? 모르는 척 하는 겁니까?”


산 넘어 산인가? 예산은 겨우 알았는데 저건 또 뭐지?

‘아는 게 없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곤 다음질문을 까먹었다. 무수의 살짝 내려앉은 표정을 보던 허드슨의 온화한 미소가 ‘이제 그만 속내를 보이시죠.’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참, 로버트는 어떻게 되는 거죠?”


화제를 돌리던 무수였다.


“아마도 법정 최고형내지는 사망처리가 될 겁니다.”

“일본 놈들도 그렇게 되는 건가요?”“네, 그쪽은 관련된 인물들이 모조리 자살했다고 합니다.”

“자살요?”


진심어린 사과가 먼저고 관련된 새끼들 모조리 공개해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똥 처먹은 새끼들, 하는 짓도 엿 같다.

미간이 기분 나쁜 주름을 만들어 내고 있을 때였다.

벽돌처럼 생긴 두툼한 전화기를 다른 승무원이 무수에게 건네고 있었다.

대한민국 차규범 대통령의 전화였다.

스피커로 연결을 부탁하자 테이블에 조용히 올려놓던 승무원이었다.


“네, 접니다.”

- 고생하셨습니다. 정기룡씨. 대한민국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인사야 그러려니 하지만 주가는 내 알바 아니다.

허드슨이 조용히 TV화면을 증권관련 뉴스로 바꿔주고 있었다.

저놈의 친절.

냉수를 한 잔 더 권했다.


- 외교부가 밀려오는 전화에 업무가 마비 될 정도입니다. 이 모든 게 정기룡씨 덕분입니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나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저는 에리카를 구한게 다입니다. 다른 건 관심 없습니다. 춘호와 아리, 그리고 담이 소식이 먼저입니다.”

- 아. 죄송합니다. 흥분해서 그랬습니다. 국정원장 바꿔 드리겠습니다.


솔직히 대한민국 따위는 관심 없다. 과거 조선의 판박이에 불과한 나라다. 일본 놈들이 설치고 다니는 꼴도 역겨울 뿐이다.


- 성훈입니다.

“아리는요?”

- 좀 전에 수술 끝마쳤다고 합니다. 이춘호씨는 식사도 하고요.

“담이는요?”

- 아리 곁에 있습니다. 다만 문제가 발생됐습니다.

“네? 무슨 말씀이시죠?”


절망 이라는 끝자락에서 희망이라는 밝은 빛을 본 시민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앤디의 발표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동안 아리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던 네티즌들에 의해 사고 동영상이 퍼지기 시작했다.

축배드림이라는 사이트였다.

아리의 사고 장면에서 부터 덤프트럭기사의 그날의 행적까지 모조리 파헤쳐졌다.

이 또한 누군가에 의도적인 사고라는 확신과 함께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던 것이다.

고덕에서의 테러를 완벽하게 진압하는 멋진 장면을 떠올리며 누군가의 보복이라는 의심을 품던 시민들이 분노가 시작됐다.

앤디의 발표로 인해 일본의 소행으로 결론지어 철저한 수사와 응징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 병원 출입과 경호가 문제입니다.


다행이었다. 또 다시 테러가 발생한줄 알았던 무수가 냉수 한 컵을 들이키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두 시간이면 도착한다고 합니다. 그때 뵙겠습니다.”

- 네, 차량 준비해 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겁게 전화를 끊었는데 TV화면에 가해 당사국인 일본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사과는커녕 모함이고 조작된 증거를 운운하며 인터폴에 재수사 요청과 공식사과를 요한다는 공문을 보내왔다는 성훈의 말이 떠올랐다.

뼛속 색깔도 검은색일게 분명했다. 냉동치킨처럼 말이다.

피곤했다. 그리고 양해를 구해 조용히 소파에 몸을 맡기자, 조용히 자리를 피하던 허드슨과 여자승무원이었다.

대한민국에 도착하는 두 시간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던 무수였다.

하지만 오산공항에서 준비된 차량 뒷좌석에 몸을 맡기는 순간 거짓말처럼 잠이 들었다.

대한민국에 최적화된 몸이 분명했다.


‘뚜. 뚜. 뚜.’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는 병실 안이었다.

사람머리가 이토록 커질 수 있나? 아리가 맞나 싶었다. 커진 머리에 칭칭 감겨있는 붕대였다.

이름 모를 기계들에 둘러싸여 있던 아리였다.

산소 호흡기가 애처롭게 아리와 호흡을 같이하고 있었다.

8시간 전에 끝난 수술이라고 했다.

깨어진 뼛조각을 맞췄고, 뇌 속에 고여 있는 핏물도 제거했다고 했다.

다행히 뇌는 문제없지만 다량의 출혈과 충격에 지금으로써 최선의 방법은 지켜보는 수 밖 없다고 했다.

아리의 한 손을 양 손으로 지그시 잡고 앉아 있던 무수였다.


“넌 어때?”

“아리만 깨어나불면 지는 상관없어라.”


말은 저렇게 해도 꽤나 고심한 흔적이 역력해 보였다.

그새 살도 빠졌고, 무엇보다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카락이 날이 깊게 서 있었다.

아리의 손끝에 남아있는 찌든 때에 억지로 시선을 내리던 무수였다.


“준비해, 이럴 때 일수록 한눈팔지 말고.”

“시방, 나가 말이어라. 딴 건 다 참아도 아리는 못 참지라.”


그랬다.

기울어져가던 가세에 노비들이 자고 일어나면 없어지던 시기에 아리를 품에 안고 있던 담이를 왜 모르겠냐.


“아리랑 바람 쐬고 오늘 길이었어라.”


담이가 덤덤하게 입을 열며 그때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순진해 보이는 동그란 두 눈의 껌벅거림이 힘겨울 정도로 슬픔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 트럭기사 놈이 찾았어야 혔는데. 아쉽소.”

“복수하자.”

“말해 뭣 해요. 시방 아작을 내불자고요.”

“그놈이 다가 아닐 거다. 분명 대가리가 더 있다.”


무수가 등을 보이고 있던 상황에서 분명한 의사를 던지자, 담이가 각오를 다짐하는 듯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아리가 깨어나고 회복하면 한을 풀어준다. 그때까지 몸 만들고 준비하자.”

“알았어라. 그란디 시방 대원들 화장터 간답디다.”


커다란 한숨을 쉬며 아리의 손을 놓고는 이불을 살포시 덮어 주며 몸을 일으켰다.

아리가 친자식이라면 먼저 간 대원들은 동료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담이의 재촉에 커다랗게 숨을 내쉬어 독기를 털어내며 몸을 돌린 무수였다.


“담아.”

“네, 도련님”

“네겐 아리도 소중하지만 너도 소중한 가족이야. 네가 일으킨 사고 아니고 네 잘못 아니야. 죽은 대원들도 마찬가지고.”


아리만큼이나 대원들의 죽음이 담이 가슴에 시퍼렇게 멍 자국을 남긴 모양이었다. 그냥 넘길 수 없던 무수였다.


“용서해 주는 겁니까?”

“용서가 아니야. 넌 잘못한 게 없잖아. 아리와 죽은 대원들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짓지 말고 평소처럼 하자. 네가 평소와 다른 모습이면 아리도 싫어 할 거고 죽은 대원들도 힘들게 갈 거야. 그럼 좋겠어?”

“그라믄 안되지라.”


아리사고에 대한 죄책감을 털어주었고 대원들을 잘 보내주자던 무수의 말이었다.

코끝이 붉어지던 담이가 깊게 박힌 감정을 긁어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결 눈매가 가벼워지고 있었다.

과거에 담이의 노비문서를 불태울 때는 그만 울라고 해도 땅이 꺼져라 계속 울던 녀석이 말 한마디에 표정이 삽시간에 바뀐다.

담이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무수가 가볍게 웃어주자 묘한 표정으로 받아주던 담이었다.

몸을 돌렸다.

병실 문을 열자 이재호와 이강백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가 무수를 보고는 손짓을 했고 말을 걸며 다가왔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가벼운 목례만 하며 복도로 몸을 돌리던 무수였다.

들고 있는 손이 부끄러운지 무수의 등을 멀끔히 바라보고 있다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나오는 담이에게 턱짓을 하던 두 사람이었다.


“별 것 아니어라. 흐흐흐”


양손으로 두 사람에 어깨를 감싸던 담이가 밀어내듯 무수 뒤를 따라 걸었다.

엉겁결에 따라나서던 두 사람에게 나쁜 일은 아니라는 담이의 간단한 한마디였다.

정상병원 지하 장례식장.

억울한 죽음만큼이나 조촐한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몇 안 되는 하객들, 국방부 관계자와 가족, 그리고 국정원직원들이 화장터로 향하는 운구에 차마 시선을 주지 못하고 푹 숙여진 고개와 처진 어깨를 보이며 씁쓸함을 더하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남겨진 미망인과 아이들이 서러운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개죽음이라는 표현을 왜 군인들에 빗대어 말하는지 여실히 드러내던 공간이었다.

승강기에 운구가 실렸고 장례식장을 떠나 화장터로 가는 버스로 자리를 옮겨가던 가족과 직원들이었다.

텅 빈 공간으로 다시 돌아온 무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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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어떻게 된겁니까! 23.03.22 149 3 11쪽
19 19. 특전사 맞어? 23.03.21 153 2 12쪽
18 18. 춘호와 수미 23.03.20 153 3 12쪽
17 17. 좋아서 한거잖아. 23.03.18 154 1 12쪽
16 16. 친구 합시다. 23.03.17 155 1 11쪽
15 15. 시속1500킬로. 23.03.16 177 1 11쪽
14 14. 애들 보는게 쉽다고? 23.03.15 160 2 12쪽
13 13. 2억5000만원. +2 23.03.14 15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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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단검하나 걸겠습니다. 23.03.10 17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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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봉지값이 100원이란다. 23.03.07 20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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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다짐 23.03.06 248 4 13쪽
4 4. 1593년 7월 23.03.05 312 3 12쪽
3 3. 대통령 차규범 23.03.04 346 6 11쪽
2 2. 임무완수 +1 23.03.03 403 6 15쪽
1 1. 선물 23.03.02 575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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