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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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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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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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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 대통령 차규범

DUMMY

담배연기를 허공에 내뱉고는 작게 남은 불씨를 제거하며 주머니에 꽁초를 집어넣던 무수였다.


“왜놈들의 피 냄새는 과거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라는 소리야.”

“아하.”


뭔가를 잔뜩 기대한 건 아니지만 무수의 말 한마디에 절로 고개를 끄덕 거리던 세 사람이었다.


“뭐해? 가서 얼른 씻자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무수일행을 지켜보던 온창현의 어깨를 가볍게 치던 권순철.


“씻자고?”


화들짝 놀라던 온창현이었다.


“안 찝찝해? 가자, 내가 등 밀어줄게.”


어깨를 감싸던 권순철이 반 강제로 온창현을 끌고 가자 마지못해 몸을 움직였다.

뒤를 힐끔힐끔 돌아보며 힘없이 걷던 온창현.

신은 불공평하다. 신은 불공평하다.


“잠깐.”


뭔가 생각난 게 있는지 걸음을 멈추었다.


“밑에 한동희상사와 이봉수상사 있지?”

“응. 방금 샤워실에 들어간다고 복도서부터 옷 벗고 돌아다니던데.”


손가락을 튕기던 온창현이었다. 자신감을 회복할 절호의 찬스.

눈을 반짝이더니 냅다 뛰기 시작했다.


“나 먼저 샤워하러 간다.”


말을 마치고는 뛰어가는 온창현의 눈 끝에서 반짝거리며 떨어지는 눈물을 보던 권순철이었다.


“뭐야, 저거?




* * *



여의도.

파란지붕의 건물 안.

집무실 소파에서 마주보고 앉아 있던 두 사람이었다.

벽면 한쪽에 봉황 두 마리가 마주보고 있었고, 책상 위 검은 명패에 금색 글자가 눈에 띄었다.


‘대통령 차규범.’


수북이 쌓여 있는 담배꽁초에 재떨이가 위태로울 정도인데 탁자를 두들기던 거꾸로 세워진 담배 한 개비였다.


“오년 전 이었던가?”


차규범이 입을 열었다.

탁자를 두들기던 행동을 계속한 채 마주 보고 있던 뿔테 안경의 국정원장 성훈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다.


“정확히 8월 15일이었습니다.”


양 무릎사이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던 성훈이 허리를 세우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확신이 안 선다네.”

“마찬가지입니다. 대통···, 아니. 변호···, 아니. 형님.”


차규범이 날카롭게 눈을 치켜뜨자 움찔하던 성훈이었다.


“둘이 있을 땐 좀 편하게 하자.”


탁자를 울리던 담배를 입에 가져다가 불을 붙이던 차규범이 소파에 등을 기대자, 스마트폰을 탁자에 내려놓고 넥타이를 고쳐 매며 자세를 낮추던 성훈이었다.


“하지만 형님.”


애꿎은 담배연기가 대답대신 돌아왔다.


“전당 대회, 안타까운 유람선 사고, 국민들이 촛불 들고 일어난 탄핵이었습니다. 뭐하나 틀리지 않았습니다.”

“형님 대통령 된 거! 여소야대!”

“믿고! 안 믿고! 이런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15만입니다. 15만이 희생됐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말입니다!”


상기된 얼굴로 가슴을 두들기던 성훈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자 상체를 앞으로 수그려 재를 털던 차규범이었다.


“일이 잘못되면 제가 책임집니다.”


천장으로 바라보고 있던 차규범의 시선이 성훈을 향했다.

한없이 온화한 눈빛이 순식간에 매섭게 바뀌었다.

25년을 넘게 알고 지낸 사이다.

저런 눈빛이라면 날이 선거고, 누구도 말릴 수 없다는 거다.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말이다.

하지만.

평소라면 무조건 꼬랑지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를 악물었고 시선을 피하지 않던 성훈이 의지를 내보이고 있었다.


‘지이잉! 지이잉!’


때마침 울려대던 탁자 위에 스마트폰이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직후의 힘든 표정을 짓고 있던 성훈이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그래, 전부? 대원들은?”


짧아진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양 무릎에 팔꿈치를 기대던 차규범이었다.

옆으로 돌려진 성훈의 몸짓과 표정을 봤을 때 나쁜 소식은 아닌 모양이었다.

5년 전.

앞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성훈이 데려온 촌로를 떠올렸다.

임진년에 터진 전쟁 중에 진법 연구 도중 미래를 보고 왔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 이 시대까지 왔다고 했다.

일본이 세 번째 전쟁을 일으켰고, 전 세계의 인구가 반 이상이 죽는다고 했다.

믿기 어려웠지만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만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데, 반쯤 정신 나간 공상과학소설 혹은 판타지에 심취되어 있는 노인네라는 판단 하에 정중히 돌려보냈다.

하지만 다시 찾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밑져야 본전이라며 당내 경선에 덜컥 서류를 제출하고 돌아온 성훈이었다.

정치를 한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윗선과 연이 없었다.

대중적인 이미지도 전무한 상태였다.

아니 있을 리 만무했다.

강직한 성격과 굽힐 줄 모르는 소신, 언제나 약자 편에 섰고 힘없는 자의 뒤를 보고 있었다.

어부지리로 시작은 했으나 일단 시작한 거 최선을 다해보자는 심정이었다.

경선이 시작되자 쏟아져 나오던 비웃음과 조롱, 그리고 당선 확률이 3%였다.

정치생활의 마지막을 염두하며 이를 갈았고, 수없이 많은 비난을 참아내며 최선을 다하자, 각 지역을 돌고 돌아 마지막 서울에서의 합동 연설할 때 35%까지 치솟았다.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1등이라는 타이틀과 동시에 대선 출마 자격을 거머쥔 것 이었다.

거짓말처럼 모든 게 척척 들어맞았다.

배가 침몰했고, 분노한 국민들의 탄핵, 그리고 대통령 당선까지.

기계가 스스로 생각까지 하는 최첨단 시대에 점쟁이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원자력 발전소의 테러가 있을 것이고, 그에 맞는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할 적임자가 나타날 거라는 소리였다.

일시와 장소에 대한 쪽지를 남기고는 감시카메라가 버젓이 비추고 있는 공간에서 사라진 촌로였다.

먼지하나라도 건드리면 다시 못 돌아온다는 소리를 남긴지 3년이 흐른 지금이었고, 우려했던 일이 터진지 일 년이었다.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탈 원전을 선언했고, 경비도 대폭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터진 사건.

고리원자력발전소에 테러가 발생했고, 사망자만 15만, 이재민만 거의 삼백 만에 육박했다.

사태수습에 매진해야 했지만 동시에 끈질긴 추격도 해야만 했다.

1년 만에 겨우 찾아낸 꼬리였다.

반드시 응징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추측에 불과한 꼬리를 가지고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고, 직접 나설 수도 없었다.

적임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2년 전에 모습을 드러낸 정기룡을 떠올렸다.

본명이 ‘무수’라 했고 동료 셋과 함께였다.

임진왜란을 겪고 있는 도중에 동굴 바닥의 구멍으로 빨려 들어왔다고 했다.

400년이 훌쩍 넘은 시간을 거슬러 온 그들 앞에 미친놈처럼 자초지정을 설명했고, 촌로의 이름을 알아냈다.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촌로의 이름을 언급하다 ‘개새끼’라는 욕을 뱉어내던 정기룡이었다.

4백 년 전에도 저런 욕을 사용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깊은 역사를 간직한 욕이라는 생각이었다.

한글의 위대함을 잠시 느꼈고, 김정언을 통해 어떻게 해서든지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진심어린 부탁도 했었다.

조만간 왜놈들이 조선반도를 침략할거라는 소리였다.

반응이 즉각적이었다.

‘뭘 하면 되냐’라며 되묻던 정기룡이었다.


“형님! 형님!”


통화를 마친 성훈이 대선에 승리했을 때보다 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1%의 의심이 확신으로 자리 잡던 순간이었다.


“성공했다고 합니다. 지금 화물선에 전원 승선했고, 타깃은 사살, 신원확보와 e메일 전부 털고 있다고 합니다.”


성훈의 불끈 쥔 양주먹이 하늘을 향했고, 탁자에 양손을 집고 머리를 숙이던 차규범이었다.


“조만간 몸통이 드러나면 만천하에 놈들을 공개할겁니다.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국민들의 한을 꼭 풀어 줄 거고! 발본색원해서 씨를 말려 볼 생각입니다.”


눈물까지 글썽거리던 성훈이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허리를 세워 숨을 크게 내쉬던 차규범의 날카로운 눈빛이 성훈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의도치 않은 선물 말고 준비된 선물을 말일세.”


인터폰을 누르던 차규범이었고, 스마트폰 버튼을 누르던 성훈이었다.


“형님의 결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에 담긴 고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성훈의 한마디에 두툼한 손가락 끝에 눌려진 버튼 안으로 모든 고민을 털어내던 차규범이었다.



* * *



꼬박 하루가 지나 화물선에서 고무보트 그리고 한적한 곳에 세워둔 9인승 봉고차에 몸을 실은 직후였다.

맨 뒷자리에 담이와 아리, 그 앞에 무수, 운전석 뒤는 춘호였다.


“고생하셨습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며 뒤를 돌아보던 경호업체 대표 이강백이었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젤을 얼마나 발랐는지 반짝임이 눈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다.

경찰 출신이고 45살 중년의 나이에 관리 잘된 상체를 유지하고 있어, 얼핏 보면 건달 혹은 조폭을 연상케 했지만 한참어린 무수나 아리에게도 반말조차 아직 없었다.


“밤늦게 까지 기다리고 있던 대표님이 더 고생이시죠.”

“제 할 일입니다. 출발합니다.”


아리가 답을 하자 몸을 돌린 후 기어를 넣고는 차를 출발시킨 이강백.


‘키리릭! 쿨럭!’


그놈의 운전실력.

괜한 스틱차량을 뽑아서 뭔 고생이냐.

손잡이를 잡고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앞좌석에 처박힐 뻔했다.

뒷좌석에 있는 담이와 아리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었다.

예상했다는 거다.

머리를 긁적이며 룸미러를 힐끔 보고는, 이번엔 에어컨을 강하게 틀다 보니 그랬다며 귀 밑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변명도 참 다채롭다.

한적한 좁은 길을 지나 너른 도로에 들어서자 안정을 되찾아 가기 시작한 차량이었다.


“어디 다친 데는 없고요? 식사는요? 아참 스마트폰은 거기 앞에 있습니다. 각자 챙기세요.”


운전석 뒤쪽 작은 가방을 가리켰고, 춘호가 집어 들어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뭐부터 대답해야 하나 고민도 잠시였다.

전원이 켜지며 들리는 문자메시지 소리와 노란 채팅창의 울림과 동시에 ‘라면!’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던 춘호였고, 스마트폰을 노려보다 전원을 켜는 걸 포기하고 창가로 눈을 돌린 무수였다.

배에서 내리기전 갓 잡은 회와 매운탕, 봉지카레 다섯 개를 양푼에 넣고 김치를 잘게 썰어 밥을 비벼 먹은 지 두 시간도 안 된 시각이다.

키득거리며 바로 옆에 있는데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채팅을 하고 있던 담이와 아리였다.


“일단 숙소로 가지죠.”

“그럼 중간에 휴게소에서 핫도그 한 개정도씩은 하겠습니다.”


숙소로 가자는 무수의 말보다 휴게소를 들린다는 이강백의 말에 강렬한 반응을 보이며 ‘오케이’ 를 외치던 아리였고, 추가로 맥반석 오징어를 부탁하던 담이었다.

톨 게이트에 진입하자 속도를 올라갔고 건너편 차량들의 불빛들이 빠르게 눈에 들어왔다 나가길 반복하고 있었다.

과거를 잊었을까? 돌아가고 싶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점쟁이 사칭하는 김정언이 불쑥 나타나 고향으로 보내줄 것도 아닌데 키득거리며 이 시대에 완벽히 적응을 보이는 저 두 녀석.

이 보다 더 할 수 없다는 행복감을 드려내고 있는 담이와 아리를 볼 때마다 자꾸만 생각이 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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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1593년 7월 23.03.05 311 3 12쪽
» 3. 대통령 차규범 23.03.04 346 6 11쪽
2 2. 임무완수 +1 23.03.03 403 6 15쪽
1 1. 선물 23.03.02 575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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