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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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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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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글자수 :
272,765

작성
23.03.2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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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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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3. 앤디의 발표.

DUMMY

벽을 타고 튕겨져 나간 총알에 의해 놈의 몸통과 어깨에 차례로 구멍을 만들어 냈다.

절규에 가까운 비명소리가 귀를 괴롭혔다.


‘다다다닥!’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 놈이 사라진 통로 쪽으로 고개를 살짝 흘기고는 벽을 등졌다.


‘철컥!’


탄창을 갈았다. 내려진 시선에 놈의 어깨와 가슴에 큼지막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냥 차라리 한방에 죽었으면 이런 고통을 없었을 텐데 불필요한 발악이었다.

잠시 호흡을 갈랐고 밑에서 올라오는 놈들의 낌새를 살폈다.


- 2층 마무리, 혹시 3층 계단입니까? 로버트는 3층에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5명 추정입니다. 저희 요원들이 들어가겠습니다. 잠시만 계십시오.


기다리라고? 로버트가 아직 살아있는데?

‘와라락!’


몸을 날렸다.

설마하지 뛰어 들어올까 싶었나 보다.

격하게 놀란 표정을 짓던 놈의 미간을 뚫어냈고 몸을 옆으로 굴렸다.

희한한 놈들이다.

전투 중에 ‘나 들어갑니다.’ 라고 말해?

미끄러지던 몸을 반쯤 일으켜 세우자 정면에 보이는 둘이 무식하게 생긴 소총을 겨누고 있었다.


‘탕! 훽! 탕!’


여지없이 목을 뒤로 젖히며 쓰러지던 놈과는 사뭇 다른 한 놈이었다.

무수의 총탄을 피해 무식하게 생긴 소총을 갈기기 시작했다.


‘타다탕, 타다탕!’


수십 발의 총탄이 쏟아져 나왔다.

근처 기둥 뒤로 겨우 몸을 숨겼고, 다시 반대편 벽을 향해 몸을 날렸다.

콘크리트 벽 뒤에 몸을 바짝 기대자 계단에서 들려오는 구둣발 소리에 놈의 시선이 교차되며 총탄의 방향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몸을 날린 무수였다.

뒤따르는 총탄의 파편이 덮칠 무렵 가까스로 계단에서 멀어진 모퉁이에 몸을 숨기자 계단 쪽에서 비명소리가 잇따랐다.

병신들.

우려했던 상황이었다.

장비와 대가리 수로 족치는 무식함을 보이는 행태에 총탄의 시선이라도 멀리 돌려보고자 했다.

목숨 건 행동이 수포로 돌아간 상황이었다.

눈 끝이 험악하게 변하던 무수였다.

인이어에 손을 올려 버튼을 눌렀다.


“올라오지 말고 대기···.”


말을 끝까지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팔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떨어졌다.

바닥에 누워 있는 놈의 면상이 꽤나 낯이 익었기 때문이었다.

남자의 구실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바닥에 누워 골반에 뚫린 커다란 구멍을 양손으로 틀어막던 놈이었다.

무수의 요란한 등장에 감고 있던 눈을 치켜 떠 무수와 시선을 마주했다.

죽을상을 하고 있던 하마 같은 로버트였다.

비 오듯 땀을 흘리고 있는데 죽을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손 틈사이로 배어나오는 핏물이 아닌 놈의 눈동자가 말해주고 있었다.

놈의 이마에 총구를 겨누자 눈을 천천히 감던 로버트였다.

에리카를 잡아놓고 여차하면 죽일 듯 협박하며 비열하게 떠벌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모든 걸 내려놓고 ‘나 잡아 죽이쇼’ 하는 그럴듯한 비장한 표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은 모든 걸 내려놓는다고 했는데 놈이 딱 그래보였다.


‘탕! 퍽!’


미친 새끼.

어깨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무수를 악에 받친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이를 악 물고는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를 억지로 우겨넣고 있었다.


“그렇지, 넌 그런 표정이 어울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으려고 발악을 하는 놈과 로버트를 번갈아 보았다.

너를 믿고 따르던 먼저 간 수하들을 뒤로 한 채 모든 걸 내려놓은 표정으로 버젓이 바닥에 누워있으면 안 되는 거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말이다.

어깨 높이까지 팔을 들어 올렸고, 몸을 비틀어 반대편으로 총구를 겨누며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어린아이들 눈싸움하듯 몸을 웅크렸다 서기를 반복하며 무시무시한 총알을 난사하던 놈의 시선이 무수와 마주하던 순간이었다.


‘탕! 퍽!’


놈의 몸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마가 뚫리며 통나무 쓰러지는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갔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오는 이 더위에 마지막 한 움큼의 한기어린 입김이 뱉고 있었다.

놈이 억울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밥 때를 알리는 종소리에 부리나케 식당으로 항하는 학생들처럼 마지막 총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요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쏟아져 들어와 공간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무수 주위로 몰려들었다.

낌새를 봐서는 정리가 된 듯 했다.

몸을 돌려 천천히 로버트에게 총구를 겨눴다.

상태를 볼 때 걷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한 팔은 그럭저럭 밥은 먹을 것 같고 그렇다면 남은 한 팔이다.

멀쩡한 어깨에 총구를 들이 밀자 다급하게 뛰어오며 무수를 저지하던 코빈이었다.


“미스터 정! 미스터 정! 죽이면 안 됩니다.”


손사래를 치며 무수의 허리를 잡아 끌던 코빈이었다.

무수의 번득이는 시선이 다음이었고 꼬랑지를 급하게 말아 내리며 고개를 숙이던 코빈이었다.

무수의 피와 먼지가 뒤엉켜진 얼굴 사이로 보이는 번득이는 눈빛과 꽉 다문 입술 그리고 살기였다.

의도치 않은 뒷걸음질을 하던 코빈이었다.


“부탁합니다. 놈이 머리가 아닌 몸통일 수도 있습니다.”


기어가는 목소리를 힘겹게 용기를 낸 코빈이 차마 무수를 처다 보지도 못한 채였다.

총구를 놈의 어깨에 고정시키고 있던 무수의 시선이 코빈에게 향했다가 다시 로버트에게 향했다.


“한국에서 벌어진 일들이 네 짓이냐?”

“네? 네!”


무수가 질문을 해오자 죽었다가 살아난 표정으로 로버트에게 다가가던 코빈이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는 놈의 뺨을 한차례 때리며 통역을 하고 있었다.


“한국?”

“똑바로 말 안 해!”


로버트의 반문에 다시 뺨을 두어 차례 때리던 코빈이었고, 잠시 마른 침을 삼키다 힘겹게 말을 잇던 로버트였다.


“한국에서 네놈이 온다는 정보에서부터 시작했다. 제이든 혹은 앤디였는데, 두 놈이 네놈을 만나러 간다는 재미난 정보에 기회다 싶었다. 어차피 폐기처분 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에리카를 앞세운 몸값이었고, 사건의 원흉인 네놈이 시간을 끌어 주면 더할 나위가 없었기에 네 놈을 이곳까지 오게 한 거다. 크흥, 크흥.”


통증이 밀려오는 모양인지 말을 끊던 로버트였다.


“애지중지하는 외동딸의 몸값으로 네놈이 가져올 채권, 그리고 네놈의 목숨까지가 일차 목표였다.”


힘겨운 모습으로 두 번에 걸쳐 말을 이었던 로버트였다.


“난 한국에서의 테러를 물었단 말이다. 이 개새끼야!”


어깨에 권총을 힘껏 박아 놓으며 여차하면 쏠 기세로 코빈을 밀쳐내고는 얼굴을 코앞까지 들이밀던 무수였다.


“네놈이 망쳐놓은 테러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무수의 살기어린 시선을 피하지 않고 곧바로 말을 잇던 로버트의 표정에서 제이든이 언급한 말이 스쳐 지나갔다.

놈의 눈동자에 흔들림이 없다는 건 숨기는 건 있다하더라도 거짓은 아니란 소리다.

그럼 누가? 왜?

이놈은 아니다. 잘못 짚은 거다.

목적의식을 가진 에리카를 구하려고 살인을 저지른 것과 단지 정황상 의심이 든다 해서 저지르지 않은 일에 대한 분노로 살인을 저지른다는 건 무식한 살인마일 뿐이다.

총을 거뒀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복잡해진 머릿속에 권총을 요원에게 건네고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후!’


여기까지 올 시간에 한국으로 돌아갔다면 어떨까 라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내 고개를 떨어냈다.

미국에서 벌인 일이 아니라면 한국 아니면 일본이다.

행동반경이 좁혀진다는 소리고 사정권 내에 있다는 소리다.

이놈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면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끌 때까지도 놈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있던 무수가 응급 처치 후 들것에 실려 나가는 뒷모습에 코빈을 불러 세웠다.


“앤디나 제이든 연결해줘.”

“제이든 국장 연결하겠습니다. VIP는 제게 권한이 없습니다.”

“알아서 해.”


땀과 먼지와 피범벅이 된 검은색 양복을 바닥에 벋어 던졌다.

찝찝함을 털어내고자 했으나 붉게 물든 하얀 셔츠가 눈에 들어오자 불쾌함이 더했다.

단추를 풀어내려 하자 눈치 빠른 요원이 다가와 무수를 도왔다. 너저분한 셔츠를 벗겨냈고 소독약을 들이 붓다 싶을 정도의 많은 양을 등과 손바닥에 뿌렸다.

소독약으로 샤워를 한 기분이었다.

찌푸려진 얼굴과 옅은 신음, 전투가 끝나면 늘 있는 일이지만 이건 정말이지 적응이 안 된다.

더군다나 그보다 더 한건 입에서 풍기는 단내와 담배냄새가 섞여 짜증을 두 배로 만들고 있었다.

소독약을 뿌리던 요원에게 물 먹는 시늉을 하자 습기를 머금은 생수병 하나를 꺼내줬다.

입안을 먼저 헹군 후 목에 털어 넣자 살 것 같았다.


“연결됐습니다.”


코빈이 조심스럽게 내민 스마트폰을 한 손으로 건네받았고, 남은 물을 마저 목에 우겨넣었다.


“접니다.”

- 베일에 싸인 신분만큼이나 상당한 실력과 배짱에 혀를 내두를 정도네요.

“이 놈은 아닙니다.”


제이든의 말을 끊은 무수였다.

공치사를 떠벌리며 무언가 반응을 기대했던 제이든의 다급한 음성이 침묵으로 바뀌었다.

두어 번의 깊은 숨소리 이후 무겁게 입을 연 제이든이었다.


- 놈의 행태, 동선, 통화기록이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놈이 아닐 수 있다는 초침을 말이죠. 정보라는 게 그렇습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방향은 제시해 주죠. 확실한 정보를 수집해서 실패의 확률을 줄이는 게 우리의 주 임무이다 보니.

“에리카는 구해야겠고, 눈엣가시인 놈은 제거해야했고, 마땅하게 내세울 인물이 없었고···, 후, 제이든.”

- 말씀하세요.

“삶과 죽음이 초단위로 흘러가는 치열한 전장에서 배운 게 있다면 감이고 촉입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찝찝함을 털어내는 명쾌한 답을 들었으면 했는데 역시였네요. 됐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 인 것 같네요. 한국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서둘러주십시오.”

- 미스터 정.


무수를 불러 세우던 제이든이였다.

잠시 정적이 흐르는 사이, 스피커를 울리는 요란한 말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 한마디만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명쾌한 정보를 드릴 수 없는 점 양해바랍니다. 보다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조만간 찾아 뵐 것을 약속드립니다. 한국행 비행기는 전용기로 준비해뒀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고요.


뭔가 있다.

콕 집어서 말하기 힘들지만 장기판에 졸이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정보가 불확실하다니 더는 할 말이 없다.

스마트폰을 코빈에게 건네고는 발걸음을 옮기던 무수였다.



* * *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원전사고로 인해 전 세계에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터라 파장이 더 크게 번지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전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위험, 그리고 방사능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영향.

노심초사하며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주변국가의 곱지 않은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와중이었다.

고덕에서의 테러는 그야말로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위험한 나라로 각인 되어가고 있던 시점이었다.

앤드류의 긴급 기자회견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던 주변 국가들이였다.

원전사고의 배후로 일본의 우익단체의 소행으로 발표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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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앤디의 발표. 23.03.25 150 3 11쪽
22 22. 한국에서 온 저승사자. +1 23.03.24 157 3 12쪽
21 21. 적당히 하자. 23.03.23 146 2 12쪽
20 20. 어떻게 된겁니까! 23.03.22 148 3 11쪽
19 19. 특전사 맞어? 23.03.21 152 2 12쪽
18 18. 춘호와 수미 23.03.20 152 3 12쪽
17 17. 좋아서 한거잖아. 23.03.18 154 1 12쪽
16 16. 친구 합시다. 23.03.17 155 1 11쪽
15 15. 시속1500킬로. 23.03.16 177 1 11쪽
14 14. 애들 보는게 쉽다고? 23.03.15 160 2 12쪽
13 13. 2억5000만원. +2 23.03.14 158 2 11쪽
12 12. 어설픈 총격전 23.03.13 166 4 12쪽
11 11. 니들이 미어캣이냐? 23.03.11 163 3 12쪽
10 10. 단검하나 걸겠습니다. 23.03.10 175 3 11쪽
9 9. 축배드림 23.03.09 185 2 12쪽
8 8. 국밥 좋아하슈? 23.03.08 180 3 11쪽
7 7. 봉지값이 100원이란다. 23.03.07 203 4 13쪽
6 6. 자신과의 싸움 23.03.06 208 3 13쪽
5 5. 다짐 23.03.06 247 4 13쪽
4 4. 1593년 7월 23.03.05 311 3 12쪽
3 3. 대통령 차규범 23.03.04 345 6 11쪽
2 2. 임무완수 +1 23.03.03 402 6 15쪽
1 1. 선물 23.03.02 575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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