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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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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글자수 :
272,765

작성
23.03.2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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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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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20. 어떻게 된겁니까!

DUMMY

“그나저나 얼마나 더 가야 합니까?”


조금씩 안정을 되찾은 무수가 입을 열었다.


“오 분이 채 안 남았습니다.”

“지금까지 대화중 제일 반가운 소리네요.”

“그럴 것 같았습니다. 후훗.”

“혹시 내리면 잠시 쉴 수 있습니까?”

“화장실도 다녀오시고 샤워도 하시기 바랍니다. 편안한 옷으로 준비해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싹할 정도로 속을 들여다보던 허드슨이 무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창한 영어를 하며 하강을 시작했다.

기다란 활주로에 납작하게 붙어있는 수백 대의 전투기 사이에서 내린 두 사람이었다.

30분 후에 건물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샤워실 까지 안내를 한 후 돌아선 허드슨이었다.

먼저 화장실에 들러 몸에 있는 걸 앞뒤로 깔끔하게 게워냈다. 샤워를 하자 보란 듯이 컨디션이 회복된 느낌이었다.

사람 간사하다고 새 옷을 걸치는 동안에는 담배와 커피 생각에 고소를 품을 수밖에 없어서 쓴 웃음을 털었다.

건물 밖으로 나가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자 양손에 캔 커피를 들고 나오던 허드슨.

사뭇 달라진 어두운 표정이었다.

게다가 당최 이해 안 되는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보고 기함하는 관람객의 표정을 한 꼬리 몇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시간이 벌써 됐나요? 표정을 그게 뭐고, 뒤에는 뭡니까?”


커피를 건네받아 뚜껑을 따고는 목에 우겨넣던 무수가 질문을 던졌다.


“우선 여기 둘은 저희랑 같이 출발하실 분들이고, 이 분은···”

“반갑습니다. CIA요원 코빈입니다.”


듣기 거북하지 않을 정도의 한국말을 하며 한걸음 다가와 악수를 청하던 코빈이 허드슨의 말을 끊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받자 다시 말이 이어졌다.


“코드명 ‘판도라 Z’를 VIP께서 직접 전해왔습니다. 지금 놈의 위치는 워싱턴이고 6층 건물을 점거하고 있으며 대략 40명 정도가 완전무장한 상황으로 파악됩니다.”


달달하고 시원한 커피가 몸에 흡수되기도 전에 도로 나올 것만 같은 무서운 말을 내뱉던 코빈이었다.


“이번 작전에 모든 지휘권을 정기룡씨가 가집니다. 따라서 에리카만 구한다면 놈을 죽이든 살리든 그건 정기룡씨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우선 통화부터 했으면 합니다.”


허드슨이 결연한 눈빛을 내비치며 말을 막자 잠시 허드슨을 흘기던 코빈이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통화를 시도했다.


“뭔 일 있습니까?”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네?”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던 무수가 친절함을 걷어 버린 허드슨의 의미심장한 말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 제이든입니다.


스마트폰을 무수에게 건네던 코빈의 곱지 않은 시선이 허드슨에게 쏠려있었다.


“정기룡입니다.”


무수가 스마트폰을 건네받고는 둘에게 시선을 번갈아 주었다.


- 한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십분 후면 국정원장에게 전화가 갈 건데, 정기룡씨.

“네.”


끝말이 현저히 낮아지며 한숨을 내쉬던 제이든이었다.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큰 숨이었다.


- 이춘호, 정아리. 정담이 공격을 당했습니다.


힘겹게 내뱉는 영어 뒤에 경쾌한 한국어가 혼탁함을 주고는 있지만 아리와 춘호 그리고 담이의 이름이 귓등을 후려치고 있었다.


“뭐라고요?”

- 이춘호와 정아리가 위독하다고 합니다. 정담도 심각한 상태이지만 의사소통은 할 수 있답니다. 정기룡씨의 유일한 친구고 가족이라고 들었습니다. VIP께서 지금 이 작전에서 빠지신다고 해도 친구로 생각하는 마음은 변함없다는 말씀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요.


‘끄흥.’


무수의 외마디 비명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며 묘한 긴장을 만들고 있었다.


“살아있습니까?”

- 전 그렇게 들었습니다.”

“누구의 소행입니까?”

- 확인 된 바는 없지만 아마도 일련의 사건과 연속성은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언짢은 표정이 무수의 얼굴을 덮쳤다.

한손으로 담배를 꺼내 물자 누군가 불을 붙여주고 있었다.

슬픔보다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과 고갯짓이 이어졌다.

누구보다도 셋의 실력을 잘 알고 있다.

춘호가 당한다고? 맞서 싸우다 힘이 부치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재빠르게 도망이라도 갈 녀석이다.

그리고 아리 옆에는 담이가 있다.

수십, 수천이 와도 아리만큼은 지킬 놈이다. 설령 자신의 목숨을 잃는 다고해도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흘러나왔다.


“후!, 제이든!”

- 말씀하세요.

“일단 국정원장님하고 통화하고 말씀드려도 되나요?”

- 네. 어떤 결정을 내려도 저희 한결같을 겁니다.

“그럼 전화 드리겠습니다.”


스마트폰을 코빈에게 건네고 마저 담배를 피며 잠시 눈을 감았다. 뭔가 잘못 되도 한참 잘 못됐다.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이다. 그런데 그 사이? 그것도 내 새끼들이.

바로 옆에서 허드슨이 다가와 등을 살포시 도닥이고 있었다.

그러자 잠시 후 울리던 스마트폰이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스마트폰을 낚아채 다급한 모습하게 전화를 받던 무수였다.


- 먼저 이런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어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묻지 않았습니까!”


헝클어진 감정과 격한 목소리를 뿜어내던 무수의 반응에 곧바로 말을 이어한 국정원장 성훈이었다.

춘호는 주수미요원과 식사하고 나오던 중 괴한의 습격에 칼에 맞아 과다출혈로 혼수상태고, 아리와 담이의 차량을 덮친 덤프트럭에 의해 아리는 머리가 거의 뚫릴 만큼의 큰 상처를 입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했다.

담이는 혼절한 상태로 병원에 왔다가 정신을 차렸고, 정신 차리고 난 직후부터 아리 옆에 달라붙어서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작전에 나간 대원중 셋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끝으로 말끝이 흐려지던 성훈이었다.


- 이런 소식을 전해 줄 수밖에 없는 제 마음이···, 정말이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네요. 송구스럽고 죄송합니다.


진심이 전해지는 성훈의 말에 선뜻 말을 못하고 있는 무수였다.

꽉 다문 입술에 볼이 떨리던 무수가 노려보는 시선을 고스란히 받고 있던 코빈의 얼굴색이 변하고 있었다.

숨소리마저 침묵을 지키던 전화통화였다.

한참을 말이 없던 무수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담이와 통화할 수 있습니까?”

- 주요원이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바로 전화하라고 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그리고 원장님···.”

- ···.

“감정이 격해져서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 아닙니다. 저라면 더했을 겁니다. 억지로 떠밀었고, 자리에 없게 만든 게 접니다. 국익이라는 핑계 하에 욕심이 앞선 접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조치해 놓겠습니다.

“지금 돌아간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일단 담이와 통화 후 결정하겠습니다.”

- 면목 없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스마트폰을 코빈에게 건네지 않고 팔을 내리자 놈이 움찔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놈은 분명히 전달받았고 이 사실부터 먼저 알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새끼다.

옆에서 아픔을 나누고자 하는 표정의 허드슨과 비교되는 순간이었다.

놈을 째리며 전화를 기다리던 무수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이던 놈이었다.

시선을 먼 활주로로 돌렸다.

놈을 보고 있자니 눈을 걸레로 닦아낸 더러운 기분이었다.


‘삐리리링!’


상황에 걸맞지 않은 경쾌한 벨소리에 재빨리 통화버튼을 눌렀다.


“담이?”

- 정기룡씨? 잠시만요.


주수미요원이 무수를 확인했고 담이에게 전화를 건넸다.


- 아리가 눈을 안 떠불어라, 아리가 눈을 안 떠분당께요. 시방, 도련님 어디 있어라? 언릉 와보랑께요.


목소리에서 아픔이 느껴질 정도로 억지로 말을 끌어낸 쉰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담아.”

- 시방. 켁! 켁!


쏟아져 나오는 눈물에 말문이 막히는지 말을 잊지 못하던 담이었다.


“담아.”

- 아리 으째씁니까! 머리가 터져부렀단 말이오! 나가 이손으로 막아 분데도 계속 피가 나와부렀어라. 내 새끼 으짜요! 내 새끼 말이오! 으아아앙!


조용히 담이를 불러 세웠지만 격양되어 있는 담이는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며 오열이 이어지고 있었다.


“정신 차려! 정담!”


안다.

뼈가 갈리고 생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그리고 심장을 뚫고 솟구쳐 나오는 분노를 말이다.

조각난 정신을 맞춰야 하는 심정으로 고함을 내지른 무수였다.

별안간 내짓는 무수의 성난 목소리에 반응을 보이며 숨을 고르던 담이.


“잘 들어. 내가 없을 땐 네가 중심을 잡아야해. 네가 그렇게 미쳐 날뛰면 누워있는 아리가 편할까? 너라도 정신 차리고 있어야 아리가 깨어나든 일어나든 할 거 아니야!”

- 아리가 깨어나 분다고?

“정담. 잘 들어. 내가 간다. 내가 갈 때까지 너 치료받고 완벽한 몸 상태 만들어놔. 이건 명령이다. 만약 치료 안 받고 있으면 아리 저렇게 만든 놈 복수고 뭐고 넌 제외다. 알았냐!”

- 알것어라. 시방 그런 무서분 말 그만 하셔라. 나가 당장 치료 받아 불것소.

“치료 잘 받고 있어. 주수미요원 좀 바꿔봐.”

- 알겠어라.

- 저애요. 잠시만요!


주요원이 옆에서 듣고 있다가 스마트폰을 낚아채고는 의료진에게 담이를 치료를 요하는 협박이 이어진 진후였다.


- 춘호씨는 회복중입니다.

“다행입니다. 그리고 원장님하고 통화하겠지만.”

- 방금 국방부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대원들을 죽인 네놈을 잡아 놓았고, 취조 중에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동시다발로 발생된 사건이기에···.

“수미씨···, 잘 부탁드립니다. 춘호 외로운 놈입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해도 정리가 안 되기에 말을 끊었고 춘호를 부탁한 무수였다.

무수의 뜬금없는 소리에 말을 잊지 못하던 주수미요원이 흐느끼고 있었다.

울컥 북받쳐 오는 감정이었을까.

눈가에 맺힌 눈물이 뺨을 헤집고 내리는 소리가 들고 있는 전화기까지 느껴졌다.

누가 알까 숨겨왔고 눈치 챌까 조심했던 감정인데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둔 여인의 눈물이었다.

누군가 이런 감정을 알아주자 철옹성 같던 둑이 무너지듯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 걱정 마세요. 춘호씨는 내가 살립니다. 제가 목숨 걸고 내 사람 꼭 지키겠습니다.

“믿겠습니다.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울먹이던 주수미요원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주수미요원이면 믿을 수 있다.

더군다나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춘호에게 애틋한 감정까지 있다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푹 숙여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코빈을 불러 세워 스마트폰을 건넸다.


“제이든 연결해.”

“네. 네!”


그나마 눈치는 있는지 군기가 바짝 든 대답과 재빠른 동작이 이어졌다.

허드슨과 몇 가지 질문과 답이 오갈 때 쯤 스마트폰을 무수에게 공손히 건네던 코빈이었다.


“혹시 가족 있나?”


무수의 뜬금없는 질문에 쭈뼛거리며 한손을 머리로 가져가져가 긁적거리던 코빈이었다.


“없습니다.”

“고아?”

“네.”

“친구는?”

“그게···.”


놈의 행동이 단박에 이해가 갔다. 정이란 게 있을 턱이 있겠나.

몸을 돌리며 스마트폰을 낚아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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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봉지값이 100원이란다. 23.03.07 20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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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다짐 23.03.06 248 4 13쪽
4 4. 1593년 7월 23.03.05 311 3 12쪽
3 3. 대통령 차규범 23.03.04 345 6 11쪽
2 2. 임무완수 +1 23.03.03 402 6 15쪽
1 1. 선물 23.03.02 575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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