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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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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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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글자수 :
272,765

작성
23.03.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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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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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3. 2억5000만원.

DUMMY

“죽여, 전부.”

“시방, 도련님 그 눈빛 오랜만이어라.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당께요.”

“이제 쫌 무수답네.”


담이와 춘호가 한마디씩 하자 아리가 총을 턱 밑으로 가져다 대며 한마디 거들려고 하다 입을 다물던 모습이었다.


“다시 말한다. 시계방향으로 한발에 한 놈씩이다. 간다!”


‘와라락!’


무수가 먼저 몸을 날렸고 춘호가 바닥에 미끄러지며 바닥에 바짝 누워있던 놈들과 눈높이를 같이했다.


‘탕! 퍽! 탕! 홱! 탕! 퍽!’


설마하니 먼저 달려들 줄 몰랐던 놀란 반응들이었다.

뛰어오는 무수를 한번, 바닥에 기어오는 춘호를 한번 보는 것으로 생을 마감하던 놈들 이었다.

죽어가는 동료가 남기고간 흩날리던 핏덩어리를 뒤집어쓰던 놈들이 무수를 향해 총을 겨누자 이번엔 반대쪽이었다.


‘탕! 퍽! 탕! 퍽! 탕! 퍽!’


순식간에 놈들의 몸에 총알을 우겨 넣었고, 제대로 된 반격하나 없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 버린 놈들이었다.


‘탕! 탕! 탕! 탕! 탕!’


억울하다는 표정.


‘탕! 탕! 탕!’


불쌍하다는 표정.


‘탕! 탕! 탕!’


위험한 물건을 들고 겁만 주려고 한건 아닐 테고.


‘탕! 탕!’


죽이려 달려들었으면 적어도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것쯤은 알았을 텐데.

마지막 놈의 미간을 뚫어내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주위를 훑어보던 무수였다.

춘호가 대강 정리된 상황을 확인하고는 컨테이너를 향했고, 바닥에 꿈틀되던 놈들에게 남은 총알을 박아 넣던 담이와 아리였다.

얼핏 세어 봐도 스무 명, 아침에 회의장에서 예상했던 인원이었다.

단 한 번의 공격에 제대로 된 반격조차 없이 싱겁게 끝나버린 상황이었다.

뭔가 빠져도 한참 빠진 듯 했다.

어제 상대했던 놈들에 비해 턱없는 실력에 어설픈 동작, 구심점이 없이 정리가 안 된 느낌이었다.

진짜 총이라도 쏴봤을까? 어설프게 쥐고 있는 손아귀가 눈에 들어왔다.

손목 근처에 굳은살은 마우스 때문일 게 분명했다.

컨테이너 주위를 확인하던 춘호의 느릿한 걸음이 눈에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밀려오는 통증에 무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긴장이 풀리고 있다는 거였다.

허리를 살짝 굽혀 팔을 무릎에 기대자 아리와 담이가 다가와 주변을 경계해주고 있었고, 누군지 단박에 알 수 있는 하이힐이 아스팔트 바닥을 뚫어내는 소리를 내며 달려오고 있었다.

주수미요원이었다.

견디는 하이힐도 그렇지만 얇디얇은 저 발목이 부러지지 않는 게 신기했다.


“괜찮아요!”


걱정과 안쓰러움을 가득 담은 가마니를 적어도 백 개쯤 등에 짊어진 힘겨운 표정으로 말을 걸어오던 주수미요원이었다.

구급상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뚜껑을 열고 있던 주수미요원에 눈이 마주치자 턱짓으로 아리를 가리키던 무수였다.


‘부우욱!’


아리의 허벅지부근을 찢어내고는 붕대를 감아 소독약을 그 위에 흠뻑 뿌리고 있었다.

순서야 뭐.

간단한 치료를 하는 사이 주변이 분주해지고 있었다.

요란한 소리를 내던 수십 대의 경찰차, 그리고 검은 세단들이었다.

대기하던 국정원 직원들과 Z1직원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환호 소리가 기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지만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묻히고 있었다.

허리를 꼿꼿이 세워 상의를 벋자 담이가 받았다.

방탄복을 뜯어내자 바닥에 떨어지던 총탄에 모두에 시선이 모였다.


“시방 두 방이나 맞았어라?”

“대낮에 별이 보이더라.”

“허벌나게 아팠것소. 워메. 워메.”


더럽고 헤어진 셔츠를 벋어 탈의된 상의를 드러내자 등판에 시퍼렇게 부풀어 올라 있는 두 개의 멍 자국을 보던 담이였다.

그러는 사이 무수의 종아리를 걷어내고는 아리와 같은 동작을 하던 주수미요원이 몸을 일으켜 무수의 얼굴에 소독약을 발라주고 있었다.


“손도 줘 봐요. 등판에 멍은 일단 병원 가서 엑스레이 찍어 보면 될 것 같아요.”


엑스레이까지는 모르겠고 손바닥과 종아리는 의사에게 보여줄 필요는 있다는 생각을 하며 손을 내밀던 무수였다.

익숙한 동작으로 연고를 손바닥에 듬뿍 쏟아내고는 붕대로 감으며 슬쩍 무수의 등판을 다시 한 번 보던 주수미요원이었다.

뭔가 생각난 듯 병풍처럼 둘러서 막고 서있던 직원을 불러 세웠다.

익숙하게 몇 가지를 지시하는 모습.

총알받이 역할을 톡톡히 하던 봉고차로 뛰어 들어가 말끔한 와이셔츠 하나를 들고 오고 있었다.

무수에게 두 손으로 건네고는 다시 병풍역할을 하던 직원이었다.

옷을 갈아입었고 검은색 상의를 입을 때 쯤 모습을 보이던 이재호가 불이 난 스마트폰과 씨름을 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어, 정리됐어. 일정 마무리 해. 이따가 보자고.”


전화를 끊고 직원에게 스마트폰을 건네며 무수에게 다가왔다.


“어제는 대한민국이고 오늘은 전 세계냐? 스케일이 좀 커졌다. 등은? 다리는?”


이재호가 현장에서 쭉 지켜본 사람처럼 말을 건넸다.


“일찍 온 모양이네요?”

“생방송으로 고스란히 네 모습이 나오더라.”


이재호의 손이 카메라를 가리키자 무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던 주수미요원이었다.


“아리는 괜찮아?”

“저야 살짝 긁힌 정도애요.”


오랫동안 함께 지낸 가족마냥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이며 아리의 등을 도닥였고 담이와 춘호에게 엄지를 세우고 있었다.


“구급차 금방 온다고 하니까 일단 우리병원부터 가자. 그리고 형이 고맙다고 전해주란다. 나오지 못한다고 내빈들 마무리하고 연락 준다는 말도 잊지 않았고.”

“저희 쪽 병원으로 모시라는 상부에 지시입니다.”


구급상자를 닫던 주수미요원의 무심한 듯 던진 말이었다.


“왜이래! 적어도 형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그냥 보낸다는 게 말이 돼!”


까칠한 성질 어디 안 간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돌변한 성난 사자의 표정을 짓던 이재호가 매서운 눈빛을 흘기고 있었다.


“이 사단에! 이 난리에! 대표님 병원에 가면 저 바퀴벌레처럼 몰려드는 기자들은요? 더군다나 어제 일 때문에 대표님 인터뷰하려고 벼르고 있던데 감당할 수 있겠어요?”

“그 정도 일처리 하나 못 할까봐! 이게 사람을 띄엄띄엄 보네, 하!”

“제대로 보고 있거든요.”


머리를 맞대고 으르렁 하던 이재호와 주수미요원이 마치 개와 고양이가 싸우는 모습으로 티격태격하고 있자 무수가 입을 열었다.


“형님. 이번엔 주요원말대로 하시죠. 여기 수습도 수습이지만 형님 할 일이 딱 봐도 산더미인데 굳이 저희들까지 챙기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저도 불편 할 것 같고요.”


무수의 말에 물건 값 흥정하다 돌아서는 손님을 아쉬워하는 장사꾼의 표정이었다.

춘호와 아리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재호의 어깨를 감싸던 담이가 ‘비도 오는데 저녁에 파전에 막걸리 한 잔’ 소리에 굳은 표정을 풀고 있었다.


“대신 저녁은 내가 산다.”

“푸흐흐.”


어제 먹은 술은 다 깼을까? 어쩌면 저 둘은 전생에 친구지간이었을 게 분명했다. 무수가 웃음을 털어내자 춘호와 아리가 둘의 등 뒤를 안아들고 머리를 맞대며 웃었다.

커다랗게 웃는 춘호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간 주수미요원이 어디 다친데 없나 꼼꼼히 살펴보다 멋쩍은 듯 먼지를 털어 주고 있었다.

눈치 없는 새끼.

확 말해줄까?

새침한 듯 툭툭 옷을 털어주고는 있는 주수미요원의 볼이 옅게 붉어져 있었다.

눈에서 저렇게 꿀이 떨어지고 있는데 저걸 눈치 못 챈다고? 춘호에게 걸린 시선을 애써 외면하던 무수였다.

그나저나. 오랜만인 것 같았다.

치열한 전투를 끝마치고 동료의 얼굴을 보며 독기를 털어내려 웃어야 했고 웃을 수밖에 없던 그 상황을 말이다.

지금이 딱 그래 보였다.

살았고, 다시 만났고, 잃은 동료도 없다.

처참히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적들의 시체 위에서 해맑은 저 웃음, 살아 있음을 확실히 느끼게 해준다.

때마침 제법 굵어지고 있던 비였다.

현장에 긴장감을 씻겨 줄 만큼 충분히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

검은색 봉고차가 도착했다. 문을 열던 병풍역할의 직원에게 뭔가를 지시하던 주수미요원이었다.


“오세요. 여기 직원이 병원으로 모실 겁니다. 저는 현장 정리하고 바로 갈게요.”


담이와 아리가 언제나처럼 맨 뒷좌석이었고 그 다음이 무수, 춘호가 문을 닫았다.

이재호가 스마트폰을 들고 귀에 대는 시늉을 하고는 몸을 돌리자 주수미요원이 차량의 엉덩이부근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는 것으로 현장을 벋어났다.

병원에 들러 간단히 검사와 치료를 마치고 안양의 안가로 들어와 따끈한 물로 샤워를 마쳤다.

거실에 모여서 다같이 TV를 시청하며 다과를 함께 한 시각이 오후 5시쯤이었다.

어디를 틀어도 나오는 똑같은 영상에 신기한 반응을 보이며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아리의 허벅지에서 피가 터지는 생생한 화면에 담이가 아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무수가 등에 총을 맞아 쓰러지는 장면엔 천장이 무너지는 탄식이 이어졌다.

대한민국을 외쳤고, 다섯 박자의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미국, 러시아의 요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요원에 의해 테러가 진압되고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자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며 배후를 찾아 꼭 응징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담화문은 불씨를 더하고 있었다.

인터넷 공간은 테러보다는 아리의 소식이 난리였다.

큰 키에 하얀 얼굴, 약관의 나이에 꽁지머리를 휘날리며 적들과 대치하는 장면이 캡처되고 있었다.

실시간 검색어에 아리의 이름이 상위권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있었다.

그 동안 이 나라는 뭘 했기에 저렇게 호들갑을 떨까? 변해도 한참 변한 모습이었다.

과거엔 두드리면 때려주고 갚아 줘야 직성이 풀렸던 백성들이었는데 말이다.

계속된 화면에 슬슬 지겨워진 무수였다.

담배하나 필 요량으로 몸을 일으키려하자, 때마침 울리는 스마트폰이었다.


‘지이잉!’


문자메시지 소리였다.

버튼을 누르자 은행에서 보내온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동그라미가 몇 개지? 세는 걸 바로 포기하고는 주머니에 우겨 넣었다.

다시 소파에 앉았다.

다들 모여 있으니 할말은 해야겠다.

어제 사무실에서 나온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공평하게 4등분하기로 해서 편하게 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일인당 약 2억5000정도.

내일 송금하기로 했고, 법인카드는 무수와 춘호가 전담해서 한 장씩 나누기로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그리고 이강백과 무수가 각자 대표로 춘호와 담이는 이사, 아리는 실장의 직함을 사용하기로 했다.

사무실도 옮길 거라는 소리도 전했다.

이강백대표가 새로운 사무실을 구하면 국정원 직원이 파견 나오기로 했고, 장소만 허락한다면 자비를 털어서라도 운동기구를 설치해서 몸도 만들고 적당히 훈련도 하자는 무수의 말에 다들 동감하는 눈치를 보이고 있었다.

무심한 새끼들, 돈 이야기에는 반응 없다가 훈련 이야기에 눈빛이 변한다.

하긴 뭐 실감나는 금액을 넘어서긴 했지. 라이터가 천원쯤이고 소주가 2000원쯤 이니까 계산 해보면···.


“에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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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특전사 맞어? 23.03.21 152 2 12쪽
18 18. 춘호와 수미 23.03.20 152 3 12쪽
17 17. 좋아서 한거잖아. 23.03.18 153 1 12쪽
16 16. 친구 합시다. 23.03.17 155 1 11쪽
15 15. 시속1500킬로. 23.03.16 176 1 11쪽
14 14. 애들 보는게 쉽다고? 23.03.15 160 2 12쪽
» 13. 2억5000만원. +2 23.03.14 158 2 11쪽
12 12. 어설픈 총격전 23.03.13 16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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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단검하나 걸겠습니다. 23.03.10 17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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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봉지값이 100원이란다. 23.03.07 20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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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다짐 23.03.06 246 4 13쪽
4 4. 1593년 7월 23.03.05 310 3 12쪽
3 3. 대통령 차규범 23.03.04 344 6 11쪽
2 2. 임무완수 +1 23.03.03 400 6 15쪽
1 1. 선물 23.03.02 570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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