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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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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2,765

작성
23.03.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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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 선물

DUMMY

일본 삿포로에서 동쪽으로 차로 20분 거리.

요이치 산 아래 스키 리조트 단지에 제법 규모가 큰 펜션이 오타루 운하의 바지런한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8월에 뜨거운 태양이 몸을 감춘 하늘, 곧 있을 어둠을 암시하듯 짙어진 노을이었다.


뿌우우웅!


멀리서 울리는 뱃고동 소리에 반응을 보이던 남성.

펜션 마당에서 바다 쪽으로 몸을 돌리던 각진 턱의 남성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뭐가 보이려나 싶었다.

한참을 멀리 보이던 운하를 응시하다 담배꽁초를 바닥에 던져 발로 비벼 껐고 몸을 돌리고 있었다.

옥상에 두 놈, 2층에 두 놈이 각 모퉁이에 걸터앉아 있었고, 1층 주차장 입구에 세 놈을 재빠른 동작으로 훑어보던 선글라스가 다시금 머리를 급하게 틀고 있었다.

무전기를 턱에 삐딱하게 세워 통신을 하던 모습이었다.

짧은 대화인지 무전기를 허리에 걸며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다시 담배를 꺼내들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정기룡, 사람들은 무수라고 부른다.

날렵한 몸에 해병대머리스타일, 차가운 눈매였다.


‘치칙, 치칙.’


인이어에서 짧은 신호음이 울렸다.

약속된 신호음이었고, 옥상이 확보됐다는 소리다.


- 롸저.


곧이어 2층이 확보됐다는 소리였다.

5초쯤 지났을까.

‘톡, 톡’ 소리가 들려왔다.

건물 뒤쪽이 확보됐다는 소리다.

모든 대원이 인이어를 통해 전부 듣고 있었다.

갑자기 분주해진 손놀림으로 무기와 장비를 확인하던 검은 군복에 무리들이 뒤집어 쓴 두건을 바로 잡고 있었다.

무수가 몸을 살짝 일으키자 모여든 시선이었다.

그 시선에 반응이라도 하듯 손가락 세 개가 뒤쪽 대원들을 향했고 다시 검지가 하나, 그리고 자신을 가리켰다.


‘치이이익, 치익, 치이이익.’


기다리라는 소리였고.


- 쓰리, 투 ···.


목소리가 들려왔다.


- 원!


‘피슛! 퍽! 피슛! 퍽! 피슛! 퍽! 피슛! 퍽! 피슛!’


선글라스의 이마에 총알이 박히자 반대쪽 머리가 터져나갔다.

저격수의 총알이었다.

힘없이 쓰러지는 나무토막을 연상케 했다.

뒤이어 옥상, 2층 그리고 1층에 있던 세 명이 동시에 쓰러졌다.


‘와다다다닥!’


발소리조차 거의 없을 정도로 거침없이 움직이던 무리들이었다.

1층 주차장까지 단박에 뛰어 들어가 벽을 등지고 주위를 살피자, 한 대원이 죽은 놈의 품에서 카드를 꺼내 문을 열었다.

나머지 대원들은 바닥에 쓰러져있던 놈들의 옷깃을 잡아끌어 열린 문안으로 끌고 있었다.

시신들이 대문 안으로 모습을 감추자 무리 중 한 명이 허리 뒤쪽 벨트에서 물병크기만한 물건을 꺼냈다.

몇 번 흔들다 바닥에 묻어 있는 핏물에 뿌려대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하얀 거품이 핏물과 섞이며 순식간에 기화되어 날아가자 흔하디흔한 살짝 젖은 노면을 내보이고 있었다.

몸을 돌린 대원들이 주위를 경계하며 대문을 소리 없이 닫았고 재빠른 동작으로 뛰기 시작했다.

말이 일층이지 주차장은 지하라고 보면 된다.

계단을 한달음에 올라서자 선글라스가 정원에서 하늘을 보고 누워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하늘을 보면 뭐가 보일까?

하긴 뭐, 마지막 가는 길에 제대로 폼 한번 잡아 봤으면 뭐.

불편한 시선을 잡아 끈 무수였다.

무리들이 건물 반 계단쯤 올라 일층 현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현관에 기대어 문고리를 잡았다.

뒤를 돌아보자 때리는 선생님 옆에서 주르륵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매를 맞을 학생들이었다.

특전사 맞아?

혹시 권총을 거꾸로 드는 건 아니겠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데 몸은 떨고 있었다.

‘피식’

쓴웃음을 한번 내뱄었고.


"대원들은 대기, 5초 준다."


이럴 땐 잠시 여유를 줘야 된다. 그리곤 살벌한 눈빛으로 경고를 날려야한다.

무수의 눈빛이 ‘아무 일 없을 거란’ 메시지를 준 직후였다.


‘치이익. 치이익.’


무전이 울려댔다.


- 일층 거실 확보.


저격수가 살벌한 전쟁터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 세컨. 거실 확보.


두 번째 무전에 대원들이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귀 밑으로 주르륵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극도의 긴장감을 말해 주고 있었다.

몇 놈일지, 총인지, 칼인지, 어떤 저항이 돌아올지.

긴장한 탓에 커다란 숨을 흐느끼듯 내뱉고 있던 대원들이었다.

문고리를 잡고 있던 무수였다.


“간다.”


‘덜컹!’


문을 열었고, 몸을 날렸다.

덜컹 열리는 문으로 모여든 놈들의 시선이었다.

막 잡은 싱싱한 횟감을 기대했다는 표정들인데.


‘피슛. 피슛.’


미안하다. 싱싱한 회는 염라대왕이 대접한단다.

초장과 겨자를 잔뜩 풀어 넣은 간장은 없다.

무수는 거침없이 권총을 난사했다. 그리고 빠르고 정확하게 놈의 이마를 뚫었다.

전쟁터에 처음나간 대원들이 대개 그렇다.

공포심과 피 냄새에 정신 못 차리고, 살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몸이 경직된다.

그러면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들이 개죽음을 당한다.

그래서 선두에서 경험 많은 대원이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안심하고 천천히 녹아든다.


‘피슝! 피슝!’


저격수에 의해 거실 창문에서 몸을 일으키던 두 놈의 머리통이 동시에 터져나갔다.

문 앞에 서 있던 놈과 행동을 같이 하며 놀라던 놈은 무수에 의해 시원하게 이마가 뚫렸다. 놈들의 묘한 표정은 이미 죽었다는 의미다.

천천히 뒤로 넘어가가고 있었다.

거실을 확보했으니 나머지는 대원들의 몫이었다. 극도의 긴장감을 견뎌야 다음 전투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대원들! 일층 수색!, 춘호! 이층.”


나지막이 무전을 때리며 이층으로 몸을 날리던 무수가 남긴 말이었다.

거실에 있던 놈들이 순식간에 제거가 되자, 어색한 동작으로 몇 개 인지 모르는 방으로 흩어지던 대원들이었다.


건물2층.


“조만간 결론이 나겠지만 둘 중 한군데로 정해진다.”


양복 입은 남자의 묵직한 일본어였다.

두 장의 문서를 탁자에 펼치며 팔짱을 끼던 검은 양복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하얀 가운의 남자가 비릿하게 입을 볼에 걸고 있었다.

펼쳐진 문서를 집어 들어 한참을 읽어 내려가던 하얀 가운의 남자가 눈을 양옆으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석유화학단지와 반도체공장이라 나쁘지 않군.”

“쉽진 않을 거다.”


‘풋.’


헛웃음을 내비치며 치켜뜬 두 눈.

검은 양복을 째리던 하얀 가운의 얄팍한 눈빛이 흘러나왔다.


“저번만 하겠나?”


하얀 가운의 남자가 어깨에 걸쳐있던 수건으로 머리에 물기를 털어내며 검은 양복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머리카락에 물기를 어느 정도 털어 내자 몸을 바로 세웠다.

반박이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차마 그럴 수 없다는 듯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검은 양복 입에서 기다란 한숨이 베어 나왔다.

검은 양복이 불편해 보였을까?

옆에 앉아있던 덩치 큰 운동복의 남자가 양쪽으로 눈을 굴리다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달그락. 달그락.’


재떨이에 담배와 라이터를 챙겨 탁자에 올려놓고 자리에 앉으려던 순간이었다.


‘털푸덕!’


아래층에서 울리던 소리였다.

운동복의 동작이 멈춰졌고, 가운과 양복의 시선이 운동복을 향했다.

가운이 턱짓을 하자 마지못해 몸을 일으켜 문으로 향하던 운동복이었다.


“애들 목숨 값은?”


운동복이 등을 보이자 가운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양복을 향해 입을 열었다.


“늘 그렇듯이 추적을 피해야 하는 불편함을 이해해 주게나.”


검은 양복이 가리키는 검지 방향에 놓인 두 개의 검은 007가방이었다.


“살피고 옵니다.”

“빠가야로.”


운동복의 느릿한 반응에 근방을 지나가던 강아지가 귀를 긁어댄 것처럼 욕을 한마디 하던 하얀 가운이었다.

얼굴만큼이나 비열한 연기를 날카로운 시선과 함께 운동복의 등에 때리고 있었다.


‘사사삭! 사사삭!’


최대한 소리를 죽인 발걸음에 빠른 몸놀림으로 이층에 올라서자 정면 문 틈사이로 보이는 그림자였다.

총을 앞세웠고, 한쪽 무릎을 거의 꿇다시피 하며 자세를 최대한 낮춰 접근했다.

좌우를 살폈고.


‘사사삭! 사사삭!’


다시 정면을 응시하자 들려오던 음성이었다.

일본어였다.

그리고 천천히 열리던 방문이었다.

불빛에 비춰진 검은 인영을 눈에 담았던 무수였다.


‘피슛! 쾅! 피슛!’


반쯤 고개가 돌려져 있던 운동복의 목에 총알을 우겨넣자 피를 뿜어내며 잡고 있던 문고리와 같이 쓰러졌다.

놈이 열어 놓은 문 틈사이로 의자에 앉아 있던 검은 양복과 하얀 가운이 눈에 들어오자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피슛! 피슛! 피슛!’


몸을 화들짝 일으키던 놈들이었다.

양복의 미간을 뚫었고, 하얀 가운은 양 무릎에 정확히 한방씩이었다.

허연 무릎 뼈가 살과 분리되어 너덜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떨리는 손으로 양 허벅지를 쥐어짜며 비명조차 없이 머리를 치켜들고 있었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인가? 참기 힘든 고통일 텐데 말이다.

검은 양복이 ‘털푸덕’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미묘한 진동 때문일까.

하얀가운의 놈의 치켜 올린 목의 울대가 한차례 움직임을 내보였다.

그리곤 서서히 치켜 올린 얼굴을 내리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출혈된 붉은 두 눈엔 낯선 이방인에게 강한 적대감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렇지. 이제야 맘에 든다.

무수가 고소를 내비쳤다.

저렇게 독한 놈이니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멀쩡히 살아있는 거다.

죄책감 따위는 애초부터 없이 말이다.


‘터벅. 터벅.’


주위를 경계하며 한껏 낮춰있던 자세를 서서히 일으키던 무수였다.

놈에게 걸음을 옮기자 분노를 억누르며 악에 받친 눈빛을 쏘아 붙이고 있었다.

대한민국 사람을 몇 만이나 죽인 새끼다. 저 악에 받친 눈빛으로 양심 따위 없이 죽였을 게 분명했다.

천천히 팔을 들었고 이마에 총구를 들이밀던 무수였다.



한 편, 건물 뒤쪽.


신호와 동시에 경계를 서던 두 명을 제거 한 후였다. 담을 뛰어 넘어 벽에 등을 기대자 뒤따라 들어오던 대원 둘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제겼다.

후끈한 열기와 함께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고, 길지 않은 복도가 흐릿하게 눈에 들어왔다.


‘사사삭. 사사삭.’


헤비급 복서를 연상케 하는 덩치, 두툼한 목, 커다란 머리의 정담이었다.

권총을 앞세워 몸을 날리자 뒤따라 들어가던 두 명의 대원이었다.

은은한 조명이 좁은 통로를 조심스럽게 밝혀주고 있었다.

발소리조차 없이 매우 기민한 동작으로 총을 앞세워 나가던 담이 뒤에서 대원 둘이 뭔가를 찾은 듯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


인기척과 말소리였다.

담이의 손이 올라가자 일순간 동작을 멈춘 대원들이었다.

담이의 검지가 작은 창이 있는 문을 향했고, 몸집이 왜소한 대원이 복도에 작은 회색빛 철 박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두 개의 손가락이 대원들을 향했고, 다시 엄지가 자신의 이마를 향했다.

수신호에 몸을 움직여 철 박스로 이동한 두 명의 대원을 확인한 담이.

무릎을 세워 힐끔 창을 통해 내부를 확인하며 내부를 살핀 후, 자세를 낮추어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담이가 볼을 살짝 뒤틀었다.

창은 수증기에 내부가 보이지 않던 상황이었고, 후끈한 열기만이 전해지고 있었다.


‘철컥!’


권총을 바로세우며 장전을 했다. 그리곤 반대쪽 손으로 손잡이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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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봉지값이 100원이란다. 23.03.07 20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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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다짐 23.03.06 246 4 13쪽
4 4. 1593년 7월 23.03.05 310 3 12쪽
3 3. 대통령 차규범 23.03.04 344 6 11쪽
2 2. 임무완수 +1 23.03.03 400 6 15쪽
» 1. 선물 23.03.02 570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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