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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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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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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2,765

작성
23.03.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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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2. 한국에서 온 저승사자.

DUMMY

‘탕! 탕!’

‘투두두두두둑!’


뒤 따른 놈의 목에 빈 공간을 만들었다.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지는 놈을 방패삼아 입구에서 소총을 갈기던 놈의 총알을 막아내며 눈깔에 총알을 박아 냈다.

뒤로 젖혀진 머리에서 핏덩어리들이 ‘왜 하필 나야’ 라며 억울함을 한껏 품으며 몸통이 천천히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몸을 날렸다.

벽을 있는 힘껏 찼고 몸을 돌렸다.

본능이 뇌를 지배하는 형국이다.

놈이 쓰러지기 전에 입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몸이 말해주고 있었다.


‘좌르르르르륵! 턱!’


등이 계단바닥을 가르며 생채기를 만들어내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다시 몸을 돌렸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이대로 벽에 부딪히면 목이 남아나지 않는다.

벽에 다리를 가져다 댔고, 하중과 속도에 자연스럽게 무릎이 꺾이자 시선을 입구 쪽으로 돌렸다.

그럼 그렇지.

그저 그런 훈련이 몸이 베인 놈들이 총은 쏴봤어도 사람은 죽여본적 없는 엉성한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모양 빠지는 자세로 쓰러진 놈 틈사이로 조준을 하던 세 놈과 건너편 문을 등지고 총을 쏘려는 두 놈을 눈에 담았다.

에리카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탕! 탕! 타타탕!’


기둥에 납작하게 붙어서 무수를 노리던 세 놈의 미간을 차례로 뚫어냈다.

미련하게 근육만 키우면 민첩성이 떨어진다.

팔이 말의 허벅지처럼 거대한 놈들의 소총이 작아 보였다.

등을 보이는 두 놈의 등판에 남은 총알을 전부 우겨넣자 방패역할을 하던 놈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엎어졌다.

총구에서 피어나오는 하얀 연기가 코에 닿기도 전에 계단 위아래를 훑었고, 주위를 살피며 탄창을 갈고는 낮은 자세로 이동을 시작했다.

난장판이 된 공간에 핏덩어리들이 뒤엉켜 처참한 모습을 내보이며 치열한 전투중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쯤 되면 코빈의 목소리가 들릴법한데 라는 생각에 습관적으로 귀에 손을 가져다 댔다가 이내 맘을 접었다.

방금 뒹굴면서 떨어져 나간 인이어였다.


‘제기랄.’


욕이 흘러 나왔지만 차라리 잘됐다 싶은 생각이었다.

문에 등을 기대어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의 자잘한 발소리에 집중했다.

주위를 살폈고 손을 들어 문고리에 손을 잡았다.

건물에 도착하기 직전이 떠올랐다.

로버트와의 통화에서 인질에 대한 예우로 꽃단장까지는 아니라도 간단한 샤워와 병원 복이 아닌 편안한 옷이라도 갈아입히라는 요구였다.

바주카포나 기관포의 공격에 최소한의 안전과 시간을 벌 생각이었다.

놈의 시큰둥한 반응에 다른 대안을 찾으려 할 때 콧방귀를 안 뀌던 놈이 어쩐 일인지 에리카를 한쪽 구석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고 됐다 싶었다.


‘똑똑!’


“나와!”


한국말을 알아듣거나 말거나, 다시 재촉이 이어졌다.


“앤디 안 보고 싶어!”


겁에 질려 있을 거고 쉽게 움직일 수 없다는 것까지는 안다. 하지만 지금은 초를 다투는 시점이라 어쩔 수 없다.

문고리에 총을 겨누자 인기척소리가 들렸다.


‘기이익!’


문이 서서히 열렸고, 출발 전에 영상에서 보던 환자복에 에리카가 흔들리는 눈동자로 한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눈물을 쏟아 붓기 일보직전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무수를 응시하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을 틈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환자복 그대로였다.


“가자.”


손을 내밀며 몸을 반쯤 돌렸다.


‘와라락!’


무수를 덮치듯 안던 에리카였다.

두려웠고 힘들었음을 표현하듯 목덜미를 안아든 팔에서 전해지는 작은 떨림과 그리고 얼음장처럼 차디찬 손이었다.

강한 분노가 온몸을 휘감았다.

선량한 사람이다.

총이며 칼이며 하다못해 주먹질 한번 내지른 적 없는 그저 그런 일반인일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데 왜!

이를 한껏 깨물자 ‘으드득’ 소리가 입새로 베어 나왔고 고개를 좌우로 털어 분노를 털어냈다.

팔을 들어 등을 도닥였다.

위로의 손길이자 공포를 이겨낸 대견함 그리고 그만하라는 도닥임이었다.

에리카를 안아든 상태에서 몸을 번쩍 들어 자세를 바로 잡고는 계단방향으로 냅다 뛰어나갔다.

발걸음이 내딛을 때마다 자극적인 소리가 공간을 울려대고 있었다.

위험해도 할 수 없다.

지금은 숨을 죽이고 몸을 바짝 낮춘 맹수의 조심스러움보다‘ 덩치 큰 황소의 거친 발돋움이 필요할 뿐이었다.


‘쩌거럭! 쩌거럭! 촤롸롸롸롹!’


계단 통로를 목전에 두고 발을 멈추자 발이 미끄러져 나갔다.

에리카의 등이 계단 위를 향해 있어 아래쪽이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숫자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 계단 난간을 부여잡고 올라오는 모습이 시야에서 나타났다 없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지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에리카의 뒤통수를 앞 쪽으로 힘껏 잡아채며 아직 멈추지 않던 몸을 비틀었다.

계단을 밟으며 위를 향해 머리를 드는 순간 보이는 검은 물체였다.

희번들한 허연 눈, 세워진 소총이 무수를 향해있었다.

사물이 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등줄기에 골수가 터진 느낌의 끈적임과 함께 온몸이 경직되며 권총조차 놈에게 내뻗지 못하고 있었다.

그 순간.


‘타아앙!’


귀 방망이를 때리는 총소리와 동시에 시야가 갑자기 붉게 보였다. 뒤이어 기분 나쁜 열기가 얼굴로 쏟아져 나왔다.


“기룡씨! 빨리!”


다급한 소리에 고개를 들자 허드슨이 위층 계단에서 손짓을 하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이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던 순간이었다.

고마웠다.

허드슨에게 언제고 삼겹살에 소주의 맛을 기필코 보여줘야겠다.

게다가 남은 기름에 볶음밥까지.

뇌수를 에리카와 무수에게 퍼붓듯 쏟아낸 놈이 앞으로 고꾸라지며 흉측한 모습으로 바닥에 떨어졌다.

뒤통수를 손으로 만져 보던 에리카가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에리카를 내려놓았다.

피와 뇌수가 뒤엉켜 있는 얼굴을 닦아 줬고 몸을 위로 밀어내며 엉덩이를 강하게 때렸다.


“뛰어! GO!”


이번엔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흔들리던 눈동자의 초점이 바르르 떨림을 주고 있었지만 이내 몸을 돌려 위를 향했다.


“RUN!”


허드슨이 목이 터져라 에리카를 불러댔고.


‘탕! 탕! 탕!’


아래층 빈 공간을 향해 총을 쏘아대던 무수였다.

소매로 얼굴을 두세 번 쓸어내려 핏물을 닦아 내자 한결 시야게 편해졌다.

요란한 발자국소리가 멎은 공간에 작은 울림을 주며 ‘치이익’ 거리던 인이어가 눈에 들어왔다.

허리를 숙여 집어 들어 들었다.

한두 번 털어 핏물을 제거했고 귀에 걸었다.


“공격개시!”

- 우씨! 사람 피 말려 죽일 생각입니까!


똥줄 꽤나 탄 목소리였다. 살짝 미안하긴 한데.


‘탕! 퍽! 탕! 퍼어억!’


일단 살고보자, 다시 몸놀림이 바빠졌다.

두더지 잡는 망치대신 총이다.

난간 사이로 삐쭉 내민 머리를 향해 총알을 우겨넣었다.

망치로 내치나 총알로 우겨넣나 소리는 비슷하다.

다시 한 놈의 대가리를 뚫어내자 잠시 조용한가 싶더니 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탕!’


몸을 바짝 웅크려 계단을 뛰어오르며 인이어의 버튼을 눌렀다.


“공격하는 거 맞아?”


똥줄 탄 놈들이 너무 굼뜨다. 화려한 장비에 비해 말이다. 소총의 정신없는 공격에 잠시 숨을 쉬던 찰나였다.

좁은 계단 통로에 천장과 벽을 맞고 튕겨진 총알들이 여기저기서 흩어져 어디로 튈지 모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눈에 뵈지도 않은 수많은 파편이 뻘겋게 달궈진 인두로 지진 것처럼 등짝과 허벅지를 긁어 대고 있었다.

좌우로 몸을 비틀며 5층 계단을 올랐고 6층을 막올라가는 시점에서 모습을 감추던 에리카를 보며 속도를 줄였다.

뒷걸음을 치며 계단을 올랐다.


‘탕! 탕! 탕!’


경고사격을 날렸고, 다시 몸을 돌려 한달음에 옥상으로 나가 단단한 콘크리트 벽에 등을 기대앉아 전투기로 시선을 돌렸다.

선글라스를 쓰고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던 허든슨과 핏물을 뒤집어 쓴 에리카의 안타까운 시선이 무수를 향해 있었다.

전투기의 강렬한 엔진이 내뿜는 공기와 열기가 바닥을 치며 서서히 상승을 시작했다.


- 건투를 빕니다.


후끈한 열기와 뜨거운 바람이 무수를 덮치자 전투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통로로 향했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에리카도 구했고요.”

- 아닙니다. 진정한 영웅을 옆에서 지켜봤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대단한 영광이었습니다. 금방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죽지마십시오.


전투기가 수직상승을 했다.

죽지 말라고? 꼭 죽으란 소리 같았다.

저 새끼는 삼겹살에 소주를 먹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쓴 웃음이 배어나왔다.

뜨거운 공기가 잦아들자 담배를 꺼내 물어 불을 붙였고, 남은 수류탄을 꺼내들었다.


‘후!’

“수류탄 투척한다.”

- 네!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 가슴깊이 빨아 내쉰 후 안전핀을 뽑고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곤 냅다 계단 안으로 수류탄을 던졌다.


‘쿠하하하하항!’


파괴력하나는 진짜 끝내준다. 건물이 무너질 것처럼 울려대며 자욱한 연기가 건물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더 이상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요란한 총소리만이 잔혹한 현장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며 담배 몇 모금을 더 빨았고 바닥에 던졌다.


‘철컥! 턱!’


탄창을 갈았고 몸을 일으켰다.

허리에 걸어둔 벨트에서 탄창을 꺼내 들었다.

바지 주머니에 몇 개를 집어넣으며 벨트를 바닥에 던졌다.

공격 직전에 통화에서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이 이번일과 연관성이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제이든의 추측이 문득 스쳐지나갔다.

할 일 다 했고, 연관성이 없다고 하는데 그냥 여기서 주저앉아 있어?


‘터벅! 터벅!’


천천히 계단을 내딛었다.

과거의 조선시대에서의 삶이나 지금의 삶이나 매한가지다.

이름이 거론된 이상 어설프게 그냥 넘어가면 반드시 화를 안고 돌아와 제 2의, 제 3의 로버트가 생긴다.

연관성이 없다고 살려줘? 그럼 이름을 거론하지 말았어야 했고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다.

에리카도 구한 마당에 놈의 면상에 침은 뱉고 가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여차하면 죽이고 말이다.

권총을 세워 자세를 낮추며 속도를 높였다.

콧잔등에서 주르륵 땀이 흘러나왔고, 등골에서 타고 내려오는 땀이 상처부위를 자극시켜주고 있었다.

짜릿한 자극에 미간이 좁혀지며 집중력을 더했다.

계단 천장과 바닥 그리고 벽이 온통 시뻘건 핏물로 뒤엉켜 있는데 화약과 섞인 지독한 비린내가 신물을 뱃속에서 만들어 내고 있었다.

머리통과 팔이 반쯤 떨어져 나가 너덜거리는 와중에서도 몸통과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놈을 지나칠 무렵 두 놈이 튀어나왔다.


‘탕! 탕!’


덫 없는 삶이다.

고개를 푹 숙이고 죽은 놈, 입을 한껏 벌리고 죽은 놈, 분명 저들 부모들은 착하게 살라고 했을 거고, 정직하게 살라고 했을 거다.


‘투두두두두둑!’


이번엔 놈의 총구가 먼저 불꽃을 뿜었다.

앞선 놈들의 피 냄새를 눈치 챈 놈이 무작위로 쏘아대던 총이었다.

거의 바닥에 눕다시피 급히 숙여 살짝 보이는 놈의 무릎을 터뜨렸다.

현대의학이 얼마나 발달 됐나 모르겠지만 무릎의 허연 뼈가 박살났으니까 적어도 두발로는 뛰는 건 꿈속에서나 가능할 거다.

물론 살아있을 때 이야기지만 말이다.


‘스스슥!’


놈의 터진 발이 벽 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

피해?


“훗.”


그럼 이건 어때?


‘탕! 크아악!’, ‘탕! 아아아악!’


차라리 한방에 죽는 게 낳지 않을까?

총을 비스듬하니 세워 텅 빈 벽을 조준해 쏘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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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앤디의 발표. 23.03.25 148 3 11쪽
» 22. 한국에서 온 저승사자. +1 23.03.24 157 3 12쪽
21 21. 적당히 하자. 23.03.23 146 2 12쪽
20 20. 어떻게 된겁니까! 23.03.22 148 3 11쪽
19 19. 특전사 맞어? 23.03.21 152 2 12쪽
18 18. 춘호와 수미 23.03.20 152 3 12쪽
17 17. 좋아서 한거잖아. 23.03.18 153 1 12쪽
16 16. 친구 합시다. 23.03.17 155 1 11쪽
15 15. 시속1500킬로. 23.03.16 176 1 11쪽
14 14. 애들 보는게 쉽다고? 23.03.15 160 2 12쪽
13 13. 2억5000만원. +2 23.03.14 157 2 11쪽
12 12. 어설픈 총격전 23.03.13 165 4 12쪽
11 11. 니들이 미어캣이냐? 23.03.11 161 3 12쪽
10 10. 단검하나 걸겠습니다. 23.03.10 175 3 11쪽
9 9. 축배드림 23.03.09 184 2 12쪽
8 8. 국밥 좋아하슈? 23.03.08 180 3 11쪽
7 7. 봉지값이 100원이란다. 23.03.07 203 4 13쪽
6 6. 자신과의 싸움 23.03.06 208 3 13쪽
5 5. 다짐 23.03.06 246 4 13쪽
4 4. 1593년 7월 23.03.05 310 3 12쪽
3 3. 대통령 차규범 23.03.04 344 6 11쪽
2 2. 임무완수 +1 23.03.03 399 6 15쪽
1 1. 선물 23.03.02 569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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