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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8,155
추천수 :
128
글자수 :
272,765

작성
23.03.1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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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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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10. 단검하나 걸겠습니다.

DUMMY

“사이버 안보팀 권 혁 팀장입니다. 어제의 납치 사건의 용의자들 전부 일본 국적을 확인했고 최근까지 자위대 소속으로 활동했던 이력을 확인했습니다.”


화면 상단에 놈들의 사진과 이력이 간략하게 나오자 이미 알고 있다는 표정의 국정원직원들이었다.


“한명은 급한 수술을 했으나 살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고 나머지는 간단한 치료 후 지금 취조 중에 있습니다. 아울러 여기 앉아 계시는 정기룡씨와 일행 분들께 빠른 대응과 놀라운 실력을 보여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 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무수에게 고개를 돌리던 직원들이 가벼운 목례를 하고는 다시 정면을 응시했다.


“이들의 통화목록과 기록이 한곳에 집중된 흔적, 이를 토대로 한 이동 경로가 화면에 빨간 점으로 표시했습니다.”

“또한, 일본에 내각정보 조사실, 간단하게 설명 드리자면.”


무수일행에게 눈길을 주던 권혁이었다. 배려의 흔적이 살짝 엿보이던 순간이었다.

게다가 전문적인 용어를 최대한 억제하려는 모습이었다.


“일본 정부의 지시를 받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데 사견을 곁들이자면 확실할 겁니다.”

“공론화가 가능하다는 건가?”


국정원장 성훈이 말을 이었다.


“입장 바꿔서 저놈들이 우리가 해냈던 작전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희도 드러낼 수 있는 확실한 증거는 아닙니다.”


‘끄응.’


성훈이 의자가 주저앉을 만큼 커다란 한숨을 내뱉었다.


“중요한건 이놈들의 대응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겁니다. 여기를 집중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커다란 동그라미가 점점 좁혀 들어가며 두 지역을 세밀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고덕삼성반도체 공장 22회, 울산석유화학단지 19회를 다녀갔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제가 하겠습니다.”


권혁의 말을 끊고는 자리에 일어서던 대머리의 젊은 남자가 손을 들어 양해를 구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던 권혁이었다.


“대테러 팀장 손민환입니다.”


반듯하게 인사를 하고는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자 화면이 빠르게 바뀌기 시작했다.


“시물레이션을 밤새도록 돌려봤습니다.”


말 안 해도 알 것 만 같았다. 눈 밑에 내려앉은 다크서클이 코를 덮으려 하고 있었다.


“이놈들의 목적이 일련의 사건에서 나온 게 아닌 미리부터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고, 우리의 작전에 급하게 놈들을 돌린 것으로 파악됩니다.”


놈들의 이동경로가 날짜별로 화면에 가득 보였다.


“놈들의 인원은 약 30명, 동선은 바로 여기. 그리고 여기입니다. 움직임이 거의 없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제날짜로 급하게 움직였다는 명백한 증거를 잡았습니다. 어제 새벽 4시를 기점으로 내각정보실 부장관에 통화 후 서울방향으로 다섯 놈이 움직였고, 이후 통화기록이 없는 걸 확인했습니다.”

“테러를 준비 중에 급히 몇을 돌렸다?”

“네 맞습니다. 그것 때문에 급하게 여기로 모신 겁니다.”


성훈의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하던 손민환팀장이 컴퓨터를 매만지자 화면의 동그라미가 어느 한 곳에 집중됐다.


“아무래도 고덕삼성반도체가 먼저고, 울산 석유화학단지가 다음으로 보이는데 이는 파악된 30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고덕이 확실하고 날짜는.”


회의실을 한 바퀴 내려 보다 숨을 한번 내쉬고는 무수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던 손민환팀장이었다.


“오늘 같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직원들이 자세를 고쳐 잡으며 헛기침을 해대자, 미간을 잡아끌던 성훈이었다.


“오늘 1시에 고덕반도체공장을 방문하는 미국 국방부장관 빅터, 미국대통령의 딸 에리카, 러시아 대통령의 딸 카타리아, 그리고 현장에서 이들을 영접하는 정성기업 부회장 이재룡입니다.”

“아!”


회의장에 천정이 들썩 거릴 정도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최악의 상황이라며 옆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는 머리를 떨구고 있었다.

반면에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있던 무수와 일행들.

눈치 빠른 아리가 무수와 춘호, 그리고 담이에게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며 추가적인 부연설명을 해주자 그제야 살짝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내보이고 있었다.


“아울러”


손민환 팀장이 다시 입을 열자 모여든 시선과 함께 장내가 일순간 조용해졌다.


“암살이 목적인지 시설물에 대한 테러인지는 확인되지는 않습니다만, 만약에 1시에 놈들이 움직인다면 시설물파괴보다는 요인 암살 쪽에 무게를 둬야 할 것 같습니다.”

“반대의견 개진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반대쪽에서 손을 번쩍 들고 일어나던 직원이었다.


“국제범죄 팀장 김재철입니다. 현재 미국과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긴밀한 동맹국입니다.”


잠시 좌우를 살피며 뜸을 들이다 서있던 손민환팀장에게 매서운 눈초리를 치켜뜨고는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미일관계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소리를 듣는 판국에 총을 겨눈다고요? 밀착관계를 지나 심지어 동침하는 관계라 불리는 이 시국에 국방부장관과 딸을요?”

“더군다나 러시아 대통령의 막내딸까지 있는데?”


비릿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스윽 훑어 보다 다시 손민환팀장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던 김재철팀장이 말을 이었다.


“우리 냉정해집시다. 현실 가능성 없는 추측가지고 소설 쓰지 말자는 소리입니다. 이번작전도 보세요. 제가 극구 말렸잖습니까. 놈들이 가만있지 안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왜 무모하게 맞서서 이 사단을 만드는 겁니까.”

“그럼 주먹으로 치는데 반대쪽 내밀고 그냥 보고만 있으라고요? 국제사회에 손만 내밀고 가만히 지켜만 보자는 겁니까?”

“그 말이 아니잖아! 신중을 기해서 완벽한 작전을 구상하자는 거잖아.”

“이봐요. 김팀장님! 15만이 죽었습니다! 대한민국 땅에서 자국마냥 놈들이 활기를 치는데 이거재고 저거재고! 그러다 시기 놓치고, 뭐하나 하는 거 없이 계속해서 맞기만 하니까 저놈들이 기고만장해서 저러는 거 아닙니까! 한 대치면 바로 두 대! 세대! 아니 그 이상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서 다시는 이런 참극이 일어나지 않죠!”

“이봐! 손팀장!”


손민환이 격양된 목소리로 속사포를 퍼부어 대자 붉어진 얼굴로 하대를 하며 이름을 부르던 김재철이었다.


“그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뿔테안경을 치켜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국정원장 성훈이었다.

건너편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조명이 켜졌다.

회의장이 밝아지자 마지못해 자리에 앉던 두 사람이었다.


“신중,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고 맞대응도 맞는 말입니다. 허나!”

“그간에 우리 정부가 해왔던 일관된 모습이 신중함이었다면, 현 정부의 태도는 그간의 모습과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 갈 거라고 보면 될 겁니다.”


비릿한 표정에 비열함을 살짝 내뱉고 있던 김재철의 표정이 일순간 비틀리고 있었다.


“신중함을 간직한 진중한 대처. 즉, 누구를 막론하고 대한민국에 총이나 칼을 들이 민다면 그보다 더 큰 고통을 각오해야 할 겁니다. 이건 내 뜻이기도 하지만 VIP의 확고한 의지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비릿함이 흘러내리던 회의장이 순식간에 깔끔하게 씻겨 내려간 느낌인데, 어딘지 비슷한 상황이 떠올랐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무수였다.

과거의 조선에 모습과 판박이였다. 갑론을박과 탁상공론, 훈구파와 사림파의 치열한 공방에 제때 내려져야 할 명령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일이 터져나간 후 뒷수습, 결국 임진년에 터진 전쟁, 그리고 파천을 하던 선조.

눈앞에 국정원장과 대비되던 순간이었다.

국정원장의 번득이는 눈빛과 의지가 담긴 목소리, 한번쯤 의지해보고 싶었던 상관이었다.

신립이 눈앞에 아른거리자 한 손을 들어 올려 마른세수를 하던 무수였다.


“항상 부탁만해서 미안하네만 이번에도 우리를 도와줬으면 합니다, 정기룡씨.”


무수에게 몸을 돌리던 성훈이었다. 공과 사가 구분이 확실한 사람이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무수’군이라고 하는 사람이 말이다.


“어제에 동영상을 수십 번 들여다봤습니다. Z1직원들도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걸 눈으로 확인했고요. 정말이지 대놓고 여기 국정원 요원들 전부를 훈련시켜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진심이 담긴 음성과 표정이었다.

비릿한 표정에 김재철도 이건 부정하지 못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현장에 일단 여기 네 분을 근접경호요원으로 투입시키겠습니다. 외곽에는 별도로 요원들을 준비시켜 놓을 거고요. 다만, 아마도 총기소지는 미국과 러시아 요원들 빼고는 불가할건데 최선을 다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거절에 의사표시를 단 1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재주가 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근심어린 춘호의 표정과는 상반된 환한 표정의 아리와 담이를 보자 잠깐이라도 상의라도 해 볼까하는 생각을 접으며 입을 연 무수였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선 발목에 단검하나 정도는 걸어놨으면 합니다. 어제 일도 그렇고 해서.”

“그 정도는 가능하게 조치해 놓겠습니다.”


정황상 크게 일이 터질 것 같지 않았고 지원 병력까지 근거리에 있다면 단검정도면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은 총기소지가 불가한 나라인데 대낮에 시내 한복판에서 총소리는 상상하기 힘들다.

5분정도 말을 더한 성훈이었다.

현장은 실시간으로 방송이 진행될 거라는 점과 건물 밖에서의 동선, 그리고 건물 안에서는 상황에 따라 대처해야 한다는 짧은 브리핑이었다.

마지막으로 몸조심하라는 당부의 말을 끝으로 국정원장 성훈이 밖을 향하자 회의가 종료됐다.

권혁팀장과 손민환팀장이 무수에게 다가와 마치 죽음을 앞둔 사형수에게 염불과 찬송가 소리였다, 알겠다는 소리와 함께 등을 돌려 안내요원을 따라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봉고차에 몸을 실었다.


‘휴!’


의자에 몸을 기대자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손목에 걸어둔 시계를 들여다보자 겨우 10시가 채 안된 시각이었다.

하루가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담이와 아리는 다시는 이런 곳에 안 따라 온다며 뒷좌석에 몸을 파묻으며 온갖 불평을 쏟아 내고 있자, 춘호가 무수 옆에서 눈을 지그시 감으며 팔짱을 끼고 있었다.

차량의 시동이 걸렸고 출발 직전에 조수석이 덜컹 열리며 주수미요원이 한결같은 복장과 질끈 동여맨 머리칼을 흩날리며 몸을 실었다.


“배고프시죠?”


뒤를 돌아보던 주수미요원이었다.

달콤한 향수냄새가 콧속을 비집고 들어오며 구수한 된장찌개와 같은 친숙함을 밀어 넣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있으니까 중간에 식당에 들러 식사부터 하겠습니다.”


작지 않은 눈, 얍은 입술, 모델을 해도 될법한 몸매다.

시원스런 성격에 붙임성마저 좋다.

춘호를 향한 눈빛에는 묘한 하트 모양의 마술도 보여주고 있었다.

운전하는 요원에게 시선을 돌리며 뭔가를 지시하던 주수미요원의 간드러진 목소리에 절로 눈이 감기고 있었다.

아침만 해도 눈이 부실만큼 강렬한 햇살이었는데 어느 틈엔가 추적추적 내리는 이슬비에 끈적거리는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수원을 지나쳐 널찍한 주차장이 있는 한정식 집에 들러 구수한 된장찌개와 숭늉을 배에 가득 채웠다.

삼십분 정도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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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친구 합시다. 23.03.17 155 1 11쪽
15 15. 시속1500킬로. 23.03.16 177 1 11쪽
14 14. 애들 보는게 쉽다고? 23.03.15 160 2 12쪽
13 13. 2억5000만원. +2 23.03.14 158 2 11쪽
12 12. 어설픈 총격전 23.03.13 166 4 12쪽
11 11. 니들이 미어캣이냐? 23.03.11 163 3 12쪽
» 10. 단검하나 걸겠습니다. 23.03.10 176 3 11쪽
9 9. 축배드림 23.03.09 18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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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봉지값이 100원이란다. 23.03.07 203 4 13쪽
6 6. 자신과의 싸움 23.03.06 208 3 13쪽
5 5. 다짐 23.03.06 248 4 13쪽
4 4. 1593년 7월 23.03.05 311 3 12쪽
3 3. 대통령 차규범 23.03.04 345 6 11쪽
2 2. 임무완수 +1 23.03.03 402 6 15쪽
1 1. 선물 23.03.02 575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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