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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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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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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 다짐

DUMMY

‘띠리리링!’


통상 작전에 나갔다 오면 이틀 혹은 일주일가량 휴가다.

느긋한 하루를 예상하며 늦은 아침식사를 하려던 중에 느닷없는 울리던 전화였다.

시선을 스마트폰 화면에 고정시키자 익숙한 이름이었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전화기 너머로 상황을 단박에 알 수 있는 상기된 목소리에 이강백 대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국정원 이선원팀장이 9시까지 자신의 사무실인 KB캅스로 온다고 했고 자신은 벌써 나왔다고 했다.

급한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었다.

8시가 지났고 큰바늘이 첫 번째 점을 넘기고 있던 시각.

아침부터 고기를 외치던 식충 두 마리의 성화에 못 이겨 만든 춘심이표 제육볶음을 만든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한 점 이라도 먹어야 했기에 식탁에 앉았다.

무수와 동갑인 이춘호, 별명이 춘심이다.

주막집 아들이라 별명만큼이나 손맛이 예술이다.

춘호라는 이름보다 춘심이라는 별명이 더 통한다.

상추를 집어 들었고 고기, 마늘, 그리고 고추를 담은 후 입에 우겨넣고는 일어나려는데 아직 시간 있으니까 몇 점 더 먹으라는 춘호에 이끌려 몇 점 더 했다.

정장바지, 흰색 면티, 그리고 가벼운 검은색 양복상의를 걸치고 밖으로 나온 무수였다.

후덥지근한 날이었다. 한여름이니 어쩔 수 없었다.

걸어서 십 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식후에는 연초다.

느릿한 걸음으로 주변을 살피며 담배를 꺼내 물었고 후미진 곳에 등을 기대고는 불을 붙였다.


‘후.’


못된 건 제일 먼저 배운다고 이 시대에 와서 처음 배운 게 담배다.

꼭 담배를 피워야겠다는 생각에서가 아닌 바로 이놈이었다.

라이터.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놈은 한 박스쯤 들고 갈 생각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 어디서든 자유자재로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아마도 조선에 가져가면 임금과 형 동생하며 지낼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인 물건일거다.

그런데 더 웃긴 건 뭔 줄 아냐?

400원이란다. 지금 피는 담배 두 개비의 가격이란 소리다.

이 귀한 물건이 말이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리는 저 차와 이놈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두말 않고 이놈이다.


‘피식.’


누가 보면 미친놈이라고 할 정도로 크게 헛웃음을 내비쳤다.

휴지통이 보이지 않아 불씨만 제거했다.

라이터와 함께 꽁초를 주머니에 우겨넣으며 다시 길을 걸었다.

1층 편의점이고 2층은 피씨방인 건물 3층이 눈에 들어왔다.

촌스럽게 유리창에 붙어있는 간판. ‘케이비 캅스’ 경호업체라기 보다는 그냥 무식한 용역사무실처럼 보였다.

터벅터벅 계단을 밟아 3층에 올라서자 현관에서 보이는 두 사람이었다.

반쯤 벗겨진 대머리의 이선원팀장이 상석이었고 이강백대표가 건너편이었다.

에어컨 작동이 안 되나 싶을 정도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던 이강백이.

경찰서에서 취조 받는 듯 웅크린 자세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땀을 닦아 내고 있었다.

지금 여기가 KB캅스 사무실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분위기상 지금 들어가면 난처해질게 뻔한 상황, 손잡이에 올려놓은 손을 내려놓고 몸을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끼이익!’


강한 마찰음 소리를 내며 열리던 문이었다.

이럴 때 멈칫 하면 뻘쭘하다고 했나?

자연스럽게 걸었고 당장 문을 손보겠다는 굳은 다짐 한 뒤였다.

요란한 등장에 모여든 시선이었다.

무수를 확인하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던 이강백대표.

걸어 나오려던 이강백대표에게 손을 들어 멈춰 세웠다.

무수를 향해 자리에 앉아서 머리를 까딱 거리며 건너편 소파를 가리키던 이선원팀장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느릿한 동작으로 소파에 앉던 무수의 모습을 확인한 이선원팀장의 사무적인 말투가 시작됐다.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대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금일봉이라고 쓰여 있는 하얀색 봉투를 탁자에 올려놓았다.

여기서 부터였다.

베일에 감춰진 몸통까지는 파악됐지만 머리는 아직 이라는 소리, 어제의 작전을 오늘 아침7시에서야 알아챈 일본정부.

어젯밤부터 오늘아침까지 한국에 있는 일본의 스파이 19명 제거, 수거한 두 개의 007가방에 100달러 뭉치가 약20억쯤이고 소유권은 무수에게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항구에서부터 숙소까지의 기본 메뉴얼을 위반한 이강백대표의 질책까지 십 분이 넘는 동안이었다.

시종일관 딱딱한 표정으로 부하직원 질책하는 강압적인 말투와 하대.

이건 뭔가 잘못된 거다.

물론 잘못한 일이 있다면 달게 받는 게 맞다.

그런데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다.

목숨 걸고 일을 도와주는 사람에게는 적어도 이런 식은 안 될 말이다.

이강백 대표를 포함해서 말이다.


“이 팀장님.”

“말씀하시죠.”


무수의 말에 눈만 힐끔거리며 가방에 서류를 집어 담고 있던 이팀장이었다.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던 무수였다.

이팀장의 동작이 멈춰졌고 놀란 눈의 이강백이었다.


“당신들이 도와달라고 해서 하는 일입니다. 아닙니까?”

“제가 담당자는 맞습니다만 인수인계 받은 서류에는 그런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래요? 그럼 모른다고 칩시다. 그럼 하나만 물어봅시다.”

“말씀하시죠.”

“인수인계 받은 서류에 지금처럼 직원들 닦달하듯이 쪼고 깔아뭉개며 하대하라고 적혀 있던가요? 아니면 윗선에서 그렇게 하라고 하던가요?”


시선한번 안 돌리던 이팀장의 시선이 마지막 질문에 무수에게로 향했다.


“무슨 소리죠?”

“아”


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했다.

고개를 돌렸고 마주친 시선이 하필 이강백이었다.

번뜩이는 무수의 눈빛에 움찔하며 시선을 떨구고 있었다.

그래. 인정한다. 국정원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의 정점에 서있다.

더군다나 팀장급이면 공무원 4~5급 정도라고 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고개 숙여 본적도 없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쭉 그럴 거다.

그런데 왜 저러나 싶다는 표정으로 무수를 올려다보며 반문을 하던 이팀장이었다.


“됐습니다. 그런데!”

“···”

“한마디는 해야겠습니다. 자신보다 아래에 있다고 하대하고, 가진 게 없다고 무시하고, 힘없다고 짓누른다면! 저기!”

“···”

“일본 놈과 뭐가 다르죠? 똑같지 않나요? 차라리!”

“맞는 말일세. 내가 대신 사과하지. 정기룡씨.”


무수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던 현관 쪽에 서있던 검은 양복들이었다.

뿔테안경에 국정원장 성훈이 현관에 서 있었다.

성큼성큼 걸어오며 무수의 말을 끊은 국정원장의 목소리에 놀란 이팀장과 이강백이 벌떡 일어나고 있었다.

언제부터 듣고 있었던 걸까?

그런데 현관문도 사람차별을 하나? 소리는 왜 안 났지?

상석에 있던 이팀장이 완벽하게 비굴한 자세로 이강백 옆으로 비켜가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던 성훈이었다.


“이년에 한 번씩 있는 인사이동이라네, 혹시나 했는데···, 흠. 흠. 일단 앉게나. 자네들도 앉아 보시게.”


손을 내밀어 자리를 권하자 서둘러 자리에 앉던 이팀장과 이강백. 무수는 여전히 서 있던 상태였다.


“기존의 주수미 요원으로 하겠네. 절차상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할 거고. 아참!”


주머니를 뒤지던 성훈이 담배를 탁자위에 꺼내 놓고 한 개비를 꺼내 물고는 라이터를 켜고 불을 붙였다.


‘훗.’


능구렁이가 담을 넘는데 이런 건 애교로 봐달라는 거다.

이팀장이나 이강백은 담배를 안 피운다.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말이나 들어볼 요량으로 자리에 앉으려던 무수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담배를 건네주던 성훈이었다.


“부담 없이 한 대 피고 흥분을 가라앉히시게나.”


건네받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소파에 몸을 기대자 뒤따라 온 요원에 의해 창문이 열렸고, 탁자 위에 재떨이가 올려졌다.

고압적인 자세와 뻣뻣한 목, 거들먹거리던 표정이 저렇게 비굴하게 변할 수 있나 싶었던 이팀장이었다.

무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듯 보였다.


“이선원팀장님은 지금 이 시간부터 대기발령입니다.”


성훈의 말에 울기 일보직전인 표정으로 바뀌었고.


“그렇다고 한직으로 내몰리거나 자른다는 건 아닙니다. 자숙할 시간을 가지란 소리입니다.”


다시 들려오는 말에 죽다 살아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재떨이에 꽁초가 담길 때쯤 요원에 이끌려 나간 이팀장, 주수미요원이 30분 이내로 도착한다고 했고, 노출된 동선은 경찰청에 협조를 구해 cctv기록을 삭제했다고 했다.

20억은 자금 흐름의 추적가능성 때문이라도 어쩔 수 없이 국가귀속이라든지, 무수일행을 제외한 대원들에게 분배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국가가 직접 나선 사건이라는 소리는 전쟁을 하자는 거다.

따라서 개인이 저지른 일로 처리가 될 거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고 했다.

추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일단 받아두라고 했고, 최악의 경우를 염두 하라고 했다.

사람하나 바뀌었다고 이렇게 똑같은 내용이 와 닿는 게 이렇게 다를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대원들의 목숨 값이다.

자칫 목숨 잃은 대원이 생겨 한 움큼 떼어 유족에게 들이민다고? 이런다고 저세상에 간 대원이 살아날까? 저승에서 좋아할까?

그늘을 잔뜩 품은 무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성훈이었다.


“이러면 어떨까?”


이강백과 무수가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회사에 투자하는 거로 합시다. 한 십억쯤 여기 Kb캅스에 투자하고 공동대표로 각각 50%씩 투자. 어떻소?”


눈만 껌뻑거리던 무수, 뒷머리를 긁적이던 이강백이었다.


“잘나가던 회사 여기 이대표가 말아 먹고 있는 건 아실 테고, 거의 죽기 직전에 회사를 정기룡씨가 투자해서 공동대표로 하고 우리가 전문 인력을 지원하면 잘나가는 대표가 와서 회사도 키운 꼴이 될 거고, 그래야 나라에서 일거리를 줘도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이대표는 내적인 업무에 집중, 정기룡씨는 외적인 일에 집중, 중요한건 상주인원이 있으니 좀 전처럼 소통의 문제도 해결 될 거고 어떻습니까?”


확실히 기관의 수장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남은 십억은 통장개설해서 정기룡씨와 일행분들이 사용하면 지금처럼 비자금으로 조성된 카드사용하는 것보다 떳떳하고 마음껏 사용해도 눈치 보지 않고 좋지 않을까요?”


이강백에게는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섞었고 무수에게는 심적, 물적 고통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일을 부려먹겠다며 족쇄하나 채운다는 소리처럼 들렸다.


“이대표의 성향이나 성품은 이미 기록에 의해 나타나 있기에 믿고 맡겨볼 생각으로 정기룡씨 포함해서 이쪽으로 직원등록은 했습니다만, 이렇게 빠르게 말아 먹을 줄 거라고 생각 못했고, 내부에 논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공동대표로 하시면 그대로 가는 거고 아니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강백에게 시선을 돌린 무수였다.

사람 좋은 거랑 사업적 능력은 다르다.

급한 성격에 생긴 거와는 다른 소심함이 이건 뭔가 밸런스가 안 맞는 모습을 보이던 그다.

그러다 보니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고민을 하다 일거리 놓치고 직원 뺏기는 게 일상이다 보니 텅 빈 사무실에 임대료 걱정에 이르게 된 그였다.


“할 수 있겠습니까?”


무수가 말을 건네자 우물주물하며 바로 대답을 못하던 이강백이었다.

성훈원장을 돌아봤고, 다시 이강백에게 시선을 고정시켜 한참을 지켜보던 무수였다.

탁자를 검지로 두드렸다.


‘톡! 톡!’


이거다.

이거면 된 거다. 자신의 역량을 잘 알고 있는 거고 두려운 거다.

물론 항상 보이던 우유부단함 일수도 있지만 지금 저 표정이면 된 거고, 정직함이 묻어 있으면 된 거다.


“합시다.”

“원장님 말씀대로 하시는데, 하나는 집고 넘어갑시다.”


무수의 말에 악수를 건네려 하던 성훈이 주춤하던 이강백과 무수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스틱차량 오토로 바꿉시다.”

“그게···, 바꾼지···”

“거!”

“아···, 그. 그러겠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던 이강백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성훈이 턱을 두 번 흔들고는 요원들을 불러 세웠고, 스마트폰의 통화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눈빛이 변했고, 목소리가 무거워지던 성훈이었다.

전화 몇 통화에 법무사가 도착했고, 정관변경에 이사회의결 등 모르는 용어가 왼쪽 귀에서 오른쪽귀로 흘러갈 무렵, 은행지점장이 직원을 대동하고 들어왔다.

지장 몇 개를 찍은 후 돌아간 시간이 정확히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국가 권력의 힘을 눈앞에서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보여주던 성훈이었다.

누가 그랬던가? 권력은 꿀 발라 놓은 구름 같다고. 그럼 나도 한번?

아서라.

떡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 거고 칼도 휘둘러 본 놈이 잘 쓴다고 했다.

어설프게 쓰면 좀 전에 이선원팀장 꼴 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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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다짐 23.03.06 248 4 13쪽
4 4. 1593년 7월 23.03.05 311 3 12쪽
3 3. 대통령 차규범 23.03.04 345 6 11쪽
2 2. 임무완수 +1 23.03.03 402 6 15쪽
1 1. 선물 23.03.02 575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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