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8,156
추천수 :
128
글자수 :
272,765

작성
23.03.21 09:07
조회
152
추천
2
글자
12쪽

19. 특전사 맞어?

DUMMY

“아무튼 잠시도 쉴 틈이 없다니까. 두 분 특전사 맞아요? 혹시 고스톱 쳐서 상사 단 거애요?”

“이봐라. 어이, 권중사, 이 새끼가 고참한테 한다는 소리가 고스톱이라니! 이게, 이게,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푸하하하.”

“크크크, 난 포커쳐서 땄는데?”


히쭉되며 촐랑거림을 멈추지 않던 두 사람을 보며 혀를 차던 권순철이 옆에 말없이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던 온창현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네가 말 좀 해줘라. 난 이쯤에서 두 손 두발 다 들었다.”

“나도 포기한지 오래야. 저런 분들이 이번 작전에 어떻게 뽑혔는지 군 창설 이후 최대의 미스터리라고들 하잖아.”

“분명 기쁨조였을 거야.”

“어이! 애송이들.”


온창현과 권순철의 대화에 웃음기를 쫙 뺀 근엄한 표정으로 확 바뀌며 팔짱을 끼던 모습이 마치 모자 벗은 돌하르방을 연상케 하던 두 사람이었다.


“정기룡대장이 직접 실력과 인성을 갖춘 전투원을 뽑은 거다. 특전사 중에 특전사.”

“베스트 오브 베스트.”


한동희가 시작했고 이봉수가 마무리했다.


“베스트 무슨. 특공무술 교관출신이라는 소리나 하지 말던가, 아주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았네.”


권순철의 말에 말없이 엄지를 치켜세우던 온창현이었다.


“우리가 약한 게 아니라 정기룡대장이 워낙에 센 거지. 넷이서 덤벼도 옷깃하나 건들지 못한 거 봤잖아.”

“제 말을 그게 아니고 입 털지 마라는 소리잖아요.”

“기선제압을 해보려고 한 거지.”


이봉수의 말에 핀잔을 주던 권순철이었고, 핑계거리 찾던 한동희였다.

훈련소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무수와 대련을 시도했던 대다수의 특전사들이 한방 혹은 두세 방에 나가떨어진 사건을 떠올리자 목소리에 힘이 풀렸고 잠시지만 조용해진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이상해요.”


잠시 이어진 침묵을 깨던 온창현이었다.


“한상사님. 이상사님, 그리고 순철아.”


자신의 스마트폰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아까부터 이상했는데 한 시간에 한 번씩 전화가 와. 받으면 끊어. 안 받으면 계속 전화가 와. 내가 전화를 하면 안 받아. 그런데 계속해서 전화가 오거든.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지?”

“너도?”

“잉? 나도 그래. 좀 전에도 그랬어.”

“어? 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좀 이상하네.”


동시에 같은 소리를 내뱉으며 각자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각기 다른 번호고 일정한 간격에 한 번씩 울렸고, 건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위치 확인 하는 거 맞지?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혹시 몰라서 그날 같이 작전 뛴 대원들한테 전화 했는데 전부 안 받아. 이상하지 않아? 내일 전원 복귀해야하는 상황이야. 그런데 전화를 안 받는다고?”


잠시 주변을 훑던 온창현이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 모르니까 여기 세분이 전화 한 번씩 다시 해봐요. 난 대대장님한테 전화해볼 테니까요.”


온창현의 추론에 좀 전과는 사뭇 달라진 눈빛을 보이고 있던 세 사람이 서둘러 각자 스마트폰의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몇 번을 시도해도 연결이 되지 않았고 심지어 대대장까지도 통화가 안 되자 긴장감과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던 그들이었다.


“일단 부대로 가보자.”

“잠깐만.”


자리를 털로 일어나려던 한동희를 잡아선 이봉수가 제지를 하며 눈을 번득거리자 다시 주저앉았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잠시 주목.”


진중한 눈빛으로 세 사람에게 시선을 한 번씩 주던 이봉수가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다 접시에 쌓인 안주를 테이블에 쏟아 내고는 빈 접시를 가운데에 올려놓았다.


“놈들이 작전에 나간 우리들을 노린다. 총 열두 명 중에 현지 국정원 직원과 정기룡 대장 쪽 총 다섯 명, 우리 쪽 칠 명 중에 세 사람은 연락 두절이고 나머지는 우리야.”


접시에 땅콩을 열두 개를 올려놓았고 다섯 개 그리고 세 개, 네 개를 따로 분리해서 놓았다.


“정기룡대장 쪽은 일단 제처 두고라도 여기 셋은 각기 따로 있었고 우린 같이 있었어. 그런데 각기 따로 있는 대원들만 연락이 두절이야. 그렇지?”


수긍하는 제스처를 보이던 세 사람. 곧바로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우리가 흩어지면 놈들에게 당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부대로 같이 들어가자는 거 아니야!”


한동희가 강하게 토를 달았다.


“맞아 동희야. 그것도 방편이긴 하지만 가는 도중에 놈들이 같이 있는 우리를 공격하면? 몇이나 있을지 모르는 상태고 어떻게 공격을 할지 모르는데?”

“이상사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잠시 피할 수는 있어도 해결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봉수의 설득력 있는 말에 권순철이 마침표를 찍자 입을 굳게 닫던 한동희였다.

몇 차례 대화가 더 오갔다.

이봉수가 대화를 이끌면 한동희와 권순철이 답을 하는 꼴로 진행이 되었다.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겉만 맴도는 질문이 이어질 때쯤이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한동안 말이 없던 온창현의 번득이는 시선에 모여든 시선이었다.


“저번 작전이 정기룡대장의 한마디에서 나온 건 다들 아시죠? ‘공격만큼 확실한 방어가 없다는’ 말.”

“알다마다.”

“계속해봐.”

“놈들을 꾀어 내보면 어떨까요?”


온창현의 말에 반응은 제각각이었는데 거의 동시에 몸을 앞으로 숙이며 입을 연 세 사람이었다.


“어떻게?”


***


주변의 간간한 불빛에 어스름한 분위기를 내뿜는 빽빽한 건물 뒤편 후미진 주차장.


‘치이익! 후’


천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걸어오던 두 사람을 확인하던 이봉수가 담뱃불을 붙였다.

연기를 뿜어내며 턱짓으로 놈들을 가리키자 잠시 후 울리던 놈들의 스마트폰의 벨소리였다.

온창현의 아이디어에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바로 실행에 옮겼다.

온창현중사, 권순철중사, 한동희상사가 각각 동, 서, 북으로 나뉘어 흩어졌다가 두 번씩의 전화를 하고는 죽어라 뛰어 집결지인 주차장으로 복귀.

그 사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며 과도 몇 개와 테이프, 케이블타이를 챙겨 주차장에서 대기하던 이봉수였다.

동료들이 주차장에 돌아와 숨을 죽이고 있는 사이 전화를 하자 나타난 놈이었다.

이봉수 앞에 떡하니 나타나 건들거리던 놈을 가볍게 제압해 재갈을 물려 손발을 꽁꽁 묶어 트렁크에 가뒀다.

온창현의 통화에 반응한 또 다른 한 놈 또한 몇 번에 주먹질 끝에 제압했지만, 취조하는 과정에서 동료들의 뜻밖에 소식을 접한 이봉수의 분노의 발길질에 기절 시킨 놈까지였다.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

우리 빼고 전부 죽였다고 했다.

혹시 몰라 놈의 몸을 수색을 하자 날선 칼이 나왔고 다른 놈은 무식한 회칼을 숨기고 있었다.

번득이는 칼을 보자 거친 공포심이 온몸을 휘감아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

지난 작전에 후폭풍이 이런 거였나? 그래서 연대장까지 나와 치하를 하고 휴가와 금일봉을 이렇게 넉넉하게 넣어 준건가?

이렇게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거였어?

이런 줄도 모르고 지난 며칠을 그렇게 자랑삼아 떠벌리고 우쭐했던 거야? 동료와 자신의 죽음을 안주삼아?

지난 며칠의 기억이 단박에 머리를 훑고 지나가자 짜릿한 전율과 함께 온몸이 경직되며 무릎이 휘청거렸다.

키가 180에 얼굴이 작아 어깨가 넓어 보여 꽤나 다부진 몸이라고 생각했던 이봉수가 자신의 떨리는 하체를 바라보다 쓴웃음을 내뱉었다.


‘풋!’


허벅지를 주먹으로 강하게 한 대 치고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시선을 고정시켰다.

담배도 꺼내 입에 물었고 스마트폰의 울림도 확인했다.

좀 전에 놈들과 비슷한 덩치, 걸음걸이와 행동, 뭐하나 틀린 게 없는데 두려움이 엄습해 오며 심장에 쫄깃함을 주었다.

놈들이 히쭉이고 있었다.

손을 뒤로 했고 커다란 정육점에서나 볼 수 있는 칼을 꺼내들었다.

십년이 넘는 군 생활동안 허수아비 모양의 볏짚을 상대로 혹은 가상의 적을 상대로 수없이 많은 칼질이 불연 듯 스쳐지나갔다.

얼마 전 사람을 죽여본적은 있지만 실제로 칼을 사람에게 사용해본적은 없었다.

하지만 손끝에서 전해진 지난 작전에서의 감각을 떠올렸다.

칼을 꺼내들어 칼날을 아래로 향해 쥐었다.

고개를 돌려 한동희를 흘겨보자 엄지를 쳐들고 허연 이빨을 내보이고 있었다.

입만 살아 우스운 행동한다고 가볍게 보면 저 녀석 반쯤 안거다.

일전에 조폭 두 명이 살라달라며 무릎을 꿇는 것을 확인하고야 매타작을 멈출 정도였으니 말이다.

놈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두 명이 한꺼번에 움직였다는 건 낌새를 차렸고 남은 놈들이 몇이나 올지 모른다는 소리다.

서둘러야 한다.

나를 위해. 동료를 위해. 국가를 위해.

몸을 날린 이동수.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제9공수특전여단 이봉수상사다. 우리의 구호!”

“안되면 되게 하라! 안되면 되게 하라! 안되면 되게 하라!”


한동희가 뒤를 따랐고 차량에 몸을 숨기고 있던 권순철과 온창현이 힘찬 구령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 * *


“우아아아아! 우아아아아!”


정말이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쌍욕이 반이었고 비명이 반이었다.

경험해 보지 못한 무시무시한 속도에 무서운 건 둘째 치고, 전투기 타기 전에 화장실에서 전부 비우고 오라고 소리를 왜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는데 출발 후 단 일초가 걸리지 않았다.

위에서 한 백 명쯤 짓누르고 아래에서 백 명쯤 잡아당기는 압박감이었다.

화장실을 다녀오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앞과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뭔가에 의해 전투기를 중간에 세워달라며 진상을 떨고 있을게 분명했다.


“흡. 흡. 흡. 흡.”


가슴에 양손을 얹어 전투기를 타기 직전에 알려준 주의사항과 호흡법을 되새기며 진정을 찾으려 노력하던 무수였다.

시속1500㎞가 넘는 속도는 차라리 기절이라도 했으면 하는 간절함마저 들게 했다.


“처음치고는 잘 견디시네요. 괜찮아요? 정기룡씨.”


혼미해진 정신 줄을 꾸역꾸역 욱여 삼킬 때 쯤 이었다.

헤드폰을 통해 소리가 전해졌다.

말시키지 마라.

아까 먹은 음식 그대로 뒤통수에 확인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친절이 몸에 베인 앞좌석에 전투기 조정을 하고 있던 허드슨이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 하기 힘든 상태였다.

가까스로 팔을 움직여 헬멧 아래에 마이크를 톡톡 치는 것으로 대답대신 살아있음을 알리던 무수였다.


“발밑에 보시면 압축봉지가 있는데 급하면 그걸 이용하시면 됩니다. 반에 반은 토악질을 합니다. 가끔은 변도 지리는 분들도 계시구요. 후후.”


빨리도 말해준다.

콱 막힌 답답한 고속버스를 탈 때, 검은 비닐봉지 하나가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이 새끼는 모를까?

지푸라기라도 잡고 있는 심정으로 몸을 아래로 숙여 팔을 뻗자 항문에서 미세한 바람과 함께 물컹한 느낌이 배어나왔다.

급히 괄약근을 움켜쥐고 몸을 바로 세우며 배에 힘을 주었다.

지금은 아니다.

하마터면 가끔이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으며 호흡을 골랐다.


“가만 보면 정기룡씨와 제가 인연은 인연이네요. 막 공군기지를 떠나려고 비행기에 탑승하려던 참이었습니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조종사가 저뿐이더군요.”

“···”

“익숙한 전투기가 아니라 초반에 서툰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다음에 갈아탈 전투기는 지금보다 나을 겁니다.”


어쩐지 이강백이 생각나나 했다. 뭐 어쩌겠냐. 영어를 못하는 내 탓을 해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23. 앤디의 발표. 23.03.25 150 3 11쪽
22 22. 한국에서 온 저승사자. +1 23.03.24 157 3 12쪽
21 21. 적당히 하자. 23.03.23 146 2 12쪽
20 20. 어떻게 된겁니까! 23.03.22 148 3 11쪽
» 19. 특전사 맞어? 23.03.21 153 2 12쪽
18 18. 춘호와 수미 23.03.20 152 3 12쪽
17 17. 좋아서 한거잖아. 23.03.18 154 1 12쪽
16 16. 친구 합시다. 23.03.17 155 1 11쪽
15 15. 시속1500킬로. 23.03.16 177 1 11쪽
14 14. 애들 보는게 쉽다고? 23.03.15 160 2 12쪽
13 13. 2억5000만원. +2 23.03.14 158 2 11쪽
12 12. 어설픈 총격전 23.03.13 166 4 12쪽
11 11. 니들이 미어캣이냐? 23.03.11 163 3 12쪽
10 10. 단검하나 걸겠습니다. 23.03.10 176 3 11쪽
9 9. 축배드림 23.03.09 185 2 12쪽
8 8. 국밥 좋아하슈? 23.03.08 180 3 11쪽
7 7. 봉지값이 100원이란다. 23.03.07 203 4 13쪽
6 6. 자신과의 싸움 23.03.06 208 3 13쪽
5 5. 다짐 23.03.06 248 4 13쪽
4 4. 1593년 7월 23.03.05 311 3 12쪽
3 3. 대통령 차규범 23.03.04 345 6 11쪽
2 2. 임무완수 +1 23.03.03 402 6 15쪽
1 1. 선물 23.03.02 575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