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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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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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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 축배드림

DUMMY

“그냥 타고났다고 해주세요.”


‘풋’ ‘키킥’ ‘에효’


제각각 다른 반응인데 이재호만 ‘뭐 이런 재수 없는 새끼들이 다 있지?’ 라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해주세요는 또 뭐요?”


살짝 삐친 모습으로 소주를 목에 우겨 넣던 이재호였다.

때론 진실보다 애교스런 거짓말이 정답일 때가 있다. 지금이 딱 그럴 때고 말이다.

가벼운 농담과 거짓말을 살짝 보태서 토라진 이재호를 달랬다.


“군대는 어디 나오셨데요? 아까 보니까 보통은 아니던데요.”


무수의 질문이었다. 거짓말을 조미료의 양 만큼 살짝 섞었다.

결정적인 한방은 이게 아닐까? 남자고 군대이야기, 게다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말이다.

봇물 터지듯이 열린 이재호의 입이었다.

7년 동안이고 특전사 출신, 2번의 축구대회우승이었고, 멧돼지와 고라니, 그리고 뱀 잡아먹었다는 이야기였다.

이쯤 되면 집에 하나씩 자랑 삼아 걸어둔 트로피에 진실을 말해 줄때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동물들의 씨가 마를 법도 한데 개체수가 늘어나는 요즘은 군대에서 못 잡게 하는 건가?

무겁기만 했던 자리가 어느새 군가를 나누어 부를 만큼 활기가 넘쳤다.

술국 하나와 수육이 추가로 테이블에 놓여 졌고, 소주 열병이 넘어가자 술자리가 끝났다.

이재호가 술값을 계산하자 버럭 성을 내며 기어코 한잔을 더해야한다는 담이의 꼬장이었다.

결국 노래방에서 2차를 했고 오후 6시가 넘겨서야 술자리가 끝났다.

검은색 승용차에 몸을 싣던 이재호였다.

몸은 휘청거리는데 곧 죽어도 안취했다며 아리한테 택시비를 손에 쥐어주고는 떠났다.

100만 원짜리 수표 몇 장이었다.

택시타고 100만 원짜리 수표내면 ‘미친놈’ 소리하며 파출소로 모셔다 줄 거다.

이상한 사람들이다. 그냥 취했다고 하면 누가 잡아가나?

그나저나 한 시간 동안 뭘 해야 하나.

사무실이며 거주하는 빌라는 노출되어서 돌아 갈 수 없다고 했다.

국정원직원이 곧 도착하다고 하는데 퇴근시간에 맞물려 한 시간정도 걸린다는 소리였다.

할 수 없이 얼큰한 라면에 속을 달래야 했다.

취기가 싹 달아날 만큼 개운한 맛이었는데 이재호에게 받은 수표 한 장 주고 싶을 정도였다.

어쩔 수 없이 소주 시켰고, 결국 라면 2인분에 공깃밥을 추가로 시켜야 했다.

목구멍까지 배가 차오르는데 신기하게 라면은 잘 들어간다.

조선시대로 넘어갈 때 무조건 이놈은 가져간다는 아리의 말에 담이가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춘호도 엄지를 치켜드는데 이건 반대 못하겠다.

적어 놔야 되겠다. 과거로 돌아갈 때 가져갈 목록을 말이다.



다음날 아침.

숭례문 근처 중구 Z1빌딩 최상층.

말끔한 정장 차림에 이재호가 출근을 하고 있었다.

양쪽 눈썹에 살색 밴드를 붙인 상태로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여자 비서와 남자 실장이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상의를 비서에게 건넸고, 자리에 앉기도 전이었다.

테이블로 걸음을 옮기며 동그란 안경에 꽤나 명석해 보이는 실장이 건넨 서류를 살피던 이재호였다.


‘털썩.’


소파에 앉아 냉수를 부탁한다는 소리를 건넨 직후였다.


“이게 다야?”

“네. 그렇습니다.”

“나하고 지금 장난해? 정보력으로만 따지면 국정원을 뛰어넘는 다는 소리를 듣는 판국에 이게 다라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넥타이를 잡아 빼고는 단추 하나를 풀고 있던 이재호였다.


“오늘 아침 등기소에 KB캅스 공동대표로 접수 된 것 까지가 이들의 대한 정보가 다입니다. 대표님.”

“우아! 씨발 돌겠네. 진짜.”


욕을 앞세우며 다시 서류를 들여다보던 이재호였다.


▶ 학력 없음, 출신지 없음, 주소 없음.

▶ 군 경력이 흥미로움.

∞ 공수특전여단, 제707특수임무대대, 해군UDT선견작전대. 공군 제6탐색구조비행전대(CSAR) 짧게는 3개월에서 5개월씩 각각 입소, 도합18개월의 훈련기록이 있음.

∞ KB캅스 이강백 대표에서 이강백, 정기룡 공동대표로 어제 날짜로 등기소에 접수.

∞ 골드은행에 십억이 어제날짜로 입금됨(달러로 입금함) 지금까지 전 세계 모든 은행 사용흔적 전무함.

∞ 스마트폰 번호확인 결과 회사 명의로 되어있음.


한참을 들여다보다 팔짱을 끼고는 허공을 응시하던 이재호였다. 서른 정도에 셋은 동갑, 아리만 미성년자를 막 벗은 나이, 그리고 나머지는 죄다 비밀스러운 정보.


“국정원과 관련된 인물들 같습니다. 허점 없이 완벽한 신분이 새로 부여된 것 같습니다. 그보다···.”


테블릿을 꺼내 몇 번의 터치를 하던 실장이 동영상을 틀며 탁자에 올려놓았다.

무심한 듯 쳐다보던 이재호가 때마침 비서에게 물 잔을 건네받아 들이키던 순간이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둔탁한 소리가 시작이었다.

직원들이 바닥에 나자빠지며 자신이 두 놈을 움켜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곤 두들겨 맞는 장면 있었다.


‘턱!’

‘휘이익! 우당탕탕.’


물 잔을 내려놓고 테블릿을 집어 던지던 이재호가 허리를 숙여 실장을 째렸다.


“너 지금 뭐야? 아침밥 안 먹었어? 욕 뒈지게 먹고 싶어 환장했냐?”

“그게 아닙니다.”

“그럼 뭔데! 아침부터 씨발 존나 쳐 맞는 거 보여주고 지랄이냐고!”


이재호의 거친 반응에 개의치 않던 실장이 바닥에 떨어진 테블릿을 비서를 통해 받아 다시 동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회사 주가가 6%대 상승중입니다.”

“이 새끼 왜이래 진짜!”


비서에게 고개를 홱 돌리자 기다란 하얀 손이 테블릿을 가리키고 있었다.


“축배드림이라는 자동차 사이트를 시작으로 각종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입니다.”


화를 삭이며 테블릿에 시선을 고정시키자 익숙한 아나운서의 모습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납치범을 상대로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끝까지 자신의 몸을 희생한 분이 Z1 이재호 대표로 확인됐습니다. Z1은 국내 보안서비스 부분 굴지의 1위 기업으로 정성기업의 막내아들로써 이례적으로 1공수특전단에서 군 생활을 한 모범적인 기업인입니다. 또한···.


테블릿을 집어 들어 뉴스와 댓글. 그리고 동영상을 꼼꼼히 들여다보던 이재호가 테블릿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흥분이 가라앉은 모양이었다.


“쳐 맞기만 했고, 납치범을 구한 건 내가 아니잖아. 너지?”

“국정원에서 먼저 요청 한 겁니다.”

“말이 된다고 보나?”

“서류가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병적으로 노출을 꺼리던 눈치였습니다.”


서류를 가리키고 있던 실장이었다.

찔러도 피한방울 나지 않을 것만 같은 냉철함이 묻어 있는 표정이었다.

화면 속에 무수를 거의 드러나지 않게 만들었고, 프로그램을 돌려 이재호를 부각시켜 그 간에 망나니라는 이미지를 단숨에 바꿔버린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던 그다.

군 전역하고 실장 몇 년 하다 대표가 됐으니 말이 많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데, 그보다 거친 성격 탓에 몇 번의 폭행사건이 그의 발목을 잡아채고 있던 건 사실이었다.


“상대방에서 그렇게 먼저 제안을 했다면 뭐라 할 말이 없지만, 일단 그 문제는 내가 전화해서 알아 볼 테니까 더는 개입하지 말고 지켜만 봐.”


스마트폰을 꺼내들던 이재호였다.

상대방에서 그렇게 나왔다고 해도 아닌 건 아닌 거다.

남의 공을 가로 챈다는 건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개비 빼앗아 피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스마트폰의 홈 버튼을 누르던 찰나였다.


“부상당한 직원들 입단속 시켰고, 병원치료와 일주일 휴가를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경호 인력 따로 준비시켰습니다.”


이건 생각 못 했다.

그리고 반드시 집고 넘어갈 문제였다.


“그리고 오늘 부회장님과 국빈들 경호에 대한 긴급회의로 지금 대기 중입니다.”


오호! 이 생각을 왜 못했지?

탁자를 구부린 검지로 ‘툭’ 하고 건들자 묘한 표정을 짓던 실장이 이재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통화는 나중이다.

스마트폰을 테이블에 무겁게 내려놓고 몸을 일으키던 이재호였다.




***



안양에 위치한 국정원 비밀안가.

넓은 마당에 두 동의 건물, 뒤쪽은 작은 산이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한 동은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이강백과 가족, 다른 한 동은 무수일행이 차지하고 있었다.

넓은 발코니에 나와 강한 아침 햇살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던 무수였다.

아침 7시에 나타난 의료진이었다.

어제 먹은 숙취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소독약을 듬뿍 쏟아 내고는 그새 딱지가 되어버린 핏덩어리들을 제거했고 새 붕대로 손을 감았다.

봉합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무리하지 말라는 당부와 술하고 담배는 금하라는 뻔한소리를 하고는 이강백이 묵고 있는 건물로 몸을 돌리던 의료진이었다.

이강백은 뼈가 보일정도의 상처였는데 아니었나? 굳이 왜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지?

산속 신선한 공기가 폐 속으로 말려 들어가기도 전에 어제에 없었던 긴장감이 불현 듯 스쳐 지나갔다.

앞쪽에만 보이는 차량만 다섯 대, 저 언덕 너머로 ‘나 여기 있소.’ 하며 보이는 대원만 셋이었다.

이런 상태로는 다시 들어가 자기도 뭐했다.

담배를 꺼내 물었고, 불을 붙이자 들썩 거리던 풀숲과 두 대의 차량에서 미세하게 들썩거렸다.

담배 맛이 확 사라졌다.

이렇게 티를 낼 거면 저 짓을 왜하나 싶었다.

난간에 걸터앉아 보는 이들의 시선을 피해 등을 돌릴 때였다.


‘스르륵.’


조심스럽게 문이 열렸고 춘호가 무수 곁으로 다가왔다.


“어때?”


춘호의 물음에 대답 대신 손을 올려 흔들어 보였다.


“여긴 공기 좋네. 저 뒷산에 운동이나 하러갈까?”


어깨를 돌리며 말을 하던 춘호였다.


‘켁! 켁!’


내뱉고 있던 담배연기가 목에서 걸렸다.

아서라.

쟤네들이 무슨 죄냐.


“오늘은 쉬는 걸로 하자. 여기와 요놈이 아직 이다.”


붕대 감은 손을 들었고, 반대쪽 손이 이마를 가리키자 이내 수긍하던 춘호였다.


“그나저나 요즘 너 왜 그래? 무슨 고민 있어?”


담배를 비벼 끄던 무수였다.


‘하아.’


한숨을 내쉬던 춘호가 난간에 팔을 쭉 뻗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천천히 머리를 들고 있었다.


“사실 말이야.”


힘겹게 말을 하려던 춘호, 이때 울리던 무수의 스마트폰이었다.

무수의 손짓에 말을 멈추고는 머리를 떨구던 춘호였다.


“네. 원장님. 네? 그럼 한 시간 후에 뵙죠. 네. 알겠습니다.”

“한 시간 후에 양재동 분실에서 보자고 한다. 뭔가 실마리를 잡은 모양이야.”

“어? 그래?”

“같이 가자. 담이와 아리는 더 자게하고.”

“그러자.”

“왜?”

“아니야? 가자.”


뭔가 할 말이 있는데 억지로 목에 우겨넣고 있다는 느낌에 재차 질문을 던진 무수였지만 그저 그런 답을 하던 춘호였다.

간단하게 씻고 문밖을 나오자 미리부터 대기하고 있던 요원들이었다.

차에 올라탄 무수와 춘호. 그리고 아리와 담이었다.

잠도 덜 깬 놈들이 기어코 같이 간다며 차에 타더니 다시 눈을 감고 있었다. 세수라도 하고 나오지.

새로 뚫린 도로 덕에 30분정도 일찍 도착해서 믹스커피와 담배의 기막힌 궁합을 맛봤고, 수백 대의 컴퓨터와 모니터가 즐비한 공간을 지나 회의실에 도착한 무수일행이었다.

나이 대를 가늠할 수 없는 요원들이 타원형 테이블에 빙 둘러 자리에 앉아 있었고. 성훈 원장이 곧이어 들어와 상석에 앉자 바로 브리핑이 시작됐다.

잠을 못 잤는지 네모진 퀭한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올라와있던 직원이 일어서자 주위가 어두워지며 대한민국 지도가 커다란 화면에 들어섰다.

빨간 점들이 모인 곳에 동그라미 표시가 두 군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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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춘호와 수미 23.03.20 152 3 12쪽
17 17. 좋아서 한거잖아. 23.03.18 154 1 12쪽
16 16. 친구 합시다. 23.03.17 155 1 11쪽
15 15. 시속1500킬로. 23.03.16 177 1 11쪽
14 14. 애들 보는게 쉽다고? 23.03.15 160 2 12쪽
13 13. 2억5000만원. +2 23.03.14 158 2 11쪽
12 12. 어설픈 총격전 23.03.13 166 4 12쪽
11 11. 니들이 미어캣이냐? 23.03.11 163 3 12쪽
10 10. 단검하나 걸겠습니다. 23.03.10 176 3 11쪽
» 9. 축배드림 23.03.09 185 2 12쪽
8 8. 국밥 좋아하슈? 23.03.08 180 3 11쪽
7 7. 봉지값이 100원이란다. 23.03.07 203 4 13쪽
6 6. 자신과의 싸움 23.03.06 209 3 13쪽
5 5. 다짐 23.03.06 248 4 13쪽
4 4. 1593년 7월 23.03.05 311 3 12쪽
3 3. 대통령 차규범 23.03.04 345 6 11쪽
2 2. 임무완수 +1 23.03.03 402 6 15쪽
1 1. 선물 23.03.02 575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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