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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르니

금강불괴는 링에서 힐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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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밍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2
최근연재일 :
2024.05.26 23:58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422
추천수 :
90
글자수 :
117,391

작성
24.05.2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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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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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ROUND 21

DUMMY

2024년.

일본의 각종 엘리트 대회를 휩쓴 17살 고등학생, 스즈키 료헤이.


언론사들은 그를 ‘괴물 천재 복서’라고 칭했다.

일각에선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선수’라고 드높여 평가하기까지 했다.


펀치력, 스피드, 반사 신경, 회피 기술까지.

복싱 팬들은 물론이고 성인 선수들의 감탄을 자아낼 만큼 그는 수준 높은 경기를 선보였다.

무림을 평정한 권왕이 환생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스즈키 료헤이를 향한 대중의 기대감은 눈덩이처럼 점차 커졌고.

아시아유스복싱선수권대회는 물론이고 2년 뒤 열리는 올림픽 금메달도, 세계챔피언 자리도 이미 따놓은 단상이라고 여겼다.


“시시해.”


정작 스즈키는 복싱에 권태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의 의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대중의 기대에 부합해 움직여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료헤이, 우리 그만 만나.”

“응?”

“매일 샌드백만 끌어안는 료헤이보다 나를 더 사랑해주는 남자를 알게 됐어.”


2년 만난 여자 친구의 충격적인 이별 선언까지.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으로 그가 찾은 방법은 폭식.

매일 음식 절제를 해야만 했던 그에게 폭식은 커다란 쾌락을 안겨줬다.


그런 그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아오이 아카네.

그는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한국 유스 국가대표 선수들과의 친선 스파링을 잡았고.


“하지, 뭐.”


스즈키 료헤이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마치 의무인 것처럼.


‘스즈키가 복싱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는데.’


아오이 아카네가 생각한 묘수는 단독 참여.

애초 한국 측에선 ‘15명 참여’를 제안했지만, 그 또한 스즈키의 실력을 믿고 있던 사람이었기에.


“스즈키, 혼자서 열다섯 명을 상대하고 오는 건 어때?”

“열다섯 명? 정말?”


그 순간 아오이는 느꼈다.

스즈키의 눈이 별처럼 반짝이는 것을.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도전.

그것은 고요한 마음에 작은 파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다만 한국이 이를 받아들일 일 없을 테니, 비밀로 하고 가자.’


그렇게 기대감을 안고 한국에 온 두 사람.

그러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럼 저희도 공평하게 선수 한 명만 링에 세우겠습니다.”


한국 측이 내세운 한 명의 선수는 최강인.

생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기에.


‘시시해졌네.’


스즈키는 글러브로 등을 벅벅 긁으며, 나태한 표정으로 링에 올랐다.


띵!


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파바밧!


스즈키를 향해 곧바로 파고 드는 최강인.

순식간에 그의 주먹은 스즈키의 턱을 스쳤고.


‘···에?’


스즈키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젖혀 간신히 주먹을 피했지만, 전혀 예측 못한 움직임이었기에 당혹감을 느꼈다.


퍼어어어억!


그 순간 곧바로 바디에 꽂힌 최강인의 주먹.

그와 동시에 스즈키의 뱃살이 파도치듯 요동쳤다.


‘아니, 언제?’


반사 신경이 따라가지 못 한 스피드.

다행히 턱이 아닌 바디에 꽂힌 주먹이라 그는 안심했다.

그의 뱃살이 충격을 흡수해줄 거라 믿었기에.

헌데.


“아!”


스즈키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탄탄하고 두툼한 그의 복부 지방도 미처 흡수하지 못한 강력한 충격.

그는 내장이 쥐어 짜이는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슈우우욱!


방심할 틈 없이 오른쪽 안면을 향해 날아드는 주먹.


“읏!”


스즈키는 슬립으로 가볍게 피하고는 반동을 이용해 라이트 훅을 던졌다.

체중을 실은 그의 주먹은 바위처럼 단단했으며 송곳처럼 날카로웠다.


그럼에도 곧바로 몸을 숙여 주먹을 피한 최강인.


‘걸렸다!’


라이트 훅은 페이크 모션.

스즈키는 곧바로 오른팔을 회수한 뒤 최강인의 안면 정중앙을 향해 뻗었다.


방향을 바꾸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초.


부우우웅!


그러나 그의 주먹은 허공을 가로지를 뿐이었다.

위빙을 하던 최강인이 눈 깜짝할 사이 곧바로 몸을 틀어버린 것.

졸지에 갈 곳을 잃은 스즈키의 주먹.


그가 곧바로 주먹을 회수하려 했지만, 이미 뻥 뚫린 오른쪽 가드는 약점이 됐고.

최강인은 그곳을 향해 짧고 굵은 주먹을 던졌다.


“흡!”


곧바로 몸을 낮춘 스즈키.

최강인의 주먹은 아슬아슬하게 그의 이마로 빗겼지만.

안심할 겨를도 없이 그의 안면을 향해 뒤따라 날아든 주먹.

스즈키는 긴장감에 등 뒤로 식은땀 한 줄기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붙어서 싸우면 불리하겠어.’


스즈키는 거리를 벌리기 위해 곧바로 백스텝을 밟았다.

그와 동시에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오는 최강인.


스즈키는 좌우로 풋워크를 밟으며 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뛰어다녔으나.

머지않아 최강인에게 발이 묶였다.


‘어쩔 수 없나. 1라운드에서 전력을 다한 적은 없었는데.’


1라운드 종료 30초 전.

나란히 선 두 사람.


스즈키는 입술을 꽉 깨물고는 엇박자의 연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원투와 훅을 고루 섞어가며.


아무리 살이 쪘어도 공속은 그의 강점이었기에 자신 있었다.


‘이, 이 새끼 뭐야?’


헌데, 한 방도 맞지 않는 최강인.

그는 더킹, 위빙, 슬립을 섞어가며 빗방울을 피하듯 가볍게 스즈키의 주먹을 피했다.

마치 리듬게임처럼 방향을 예측하듯 정확하고도 가볍게.


띵!


그때 1라운드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흐아아압!”


선수들은 일제히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와. 숨 참고 봤네.”

“이, 이게 스파링 맞아? 국제 경기 수준인데?”

“미쳤어. 정말. 스즈키 주먹도 빠른데 최강인은 미친 수준이야.”


그들은 30초 동안 스즈키 료헤이와 최강인의 스파링을 복기하기 바빴다.


“뭐야, 저게···.”


김지훈은 누군가에게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과의 스파링에서 날아다닌 스즈키.

그런 그가 최강인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었다.


띵!


얼마 지나지 않아 2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1라운드에서 다소 주먹을 아꼈던 스즈키는 작정한 듯이 거세게 밀어붙였다.

최강인을 향해 복부 공격과 좌우 스트레이트를 무차별적으로 던지며 빈틈을 주지 않으려 했다.


1라운드에서 최강인이 몰아치는 그의 주먹을 전부 피했기에, 이번엔 변칙성으로 주먹을 던지며 공세의 고삐를 조였다.


반면 최강인은 서두르지 않고 아웃복싱을 구사하며 그의 체력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인파이터가 아니었어?’


스즈키는 달라진 공격 스타일에 당혹감을 느꼈지만, 꿋꿋이 공격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2라운드가 끝났고, 3라운드가 시작됐을 때.


“허억!”


스즈키는 저도 모르게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뜨거운 피가 심장을 시발점으로 온몸에 퍼지는 게 느껴졌다.


‘이럴 수가.’


믿어지지 않았다.

고작 3라운드도 버티지 못 하고 숨이 차다니.


퍼어어억! 퍽퍽!


눈에 띄게 떨어진 스즈키의 스피드.

그 순간 아웃복싱을 이어가던 최강인은 정타를 날리며 스즈키에게 근접했고.

2라운드에서 온 힘을 쏟은 스즈키는 클린치를 하며 버티기 급급했다.


‘스즈키가 밀리다니.’


스파링을 보던 아오이 아카네는 두 눈을 의심했다.

제 아무리 살이 쪘다고 해도 프로 선수들과 스파링을 해도 밀리지 않던 스즈키였다.

그런 그가 고작 3라운드 만에 거친 숨을 몰아 쉴 줄이야.


그러나 그가 놀란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뭐, 뭔데. 저 놈···.’


3라운드 내내 쉴 틈 없이 스즈키와 주먹을 교환하고도 평온하기 짝이 없는 최강인.

그의 표정을 보며 아오이 아카네는 아연실색했다.


3라운드 종료 20초 전.


스즈키가 아웃복싱을 구사하는 척하며 체력을 아끼기 시작하자, 최강인은 곧바로 그를 향해 파고들었고.


퍼어어억! 푸우욱!


스즈키의 안면에 집중타를 작렬했다.


‘믿을 수 없어. 왜 아직도 쌩쌩한 건데?’


현저히 움직임이 느려진 스즈키는 차마 최강인의 주먹을 피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안면을 내줄 뿐이었다.


3라운드 종료 5초 전.


휘청이기 시작한 스즈키의 다리.

최강인은 그런 그를 향해 짧고 굵은 어퍼 컷을 날렸고.


퍼어어어억!

쿠우우웅!


거대한 체구의 스즈키는 허공에 붕 뜬 채 링 위로 내던져졌다.

한동안 이어진 정적.


띵!


라운드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최강인! 최강인! 최강인!”


선수들은 최강인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했다.


“무슨 스파링 보면서 지리는 줄 알았네.”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스파링은 처음이야.”

“이게 어떻게 고등학생 대결이냐고.”


그들은 한껏 들뜬 목소리로 웅성거렸다.


대자로 뻗은 채 덩그러니 링 위에 드러누운 스즈키 료헤이.

그는 손을 이마에 갖다댄 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스즈키···.”


그런 그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아오이 아카네.


“형.”


그러나 그의 우려와 달리 스즈키 료헤이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담담했다.


“응?”

“이 기분은 뭐지?”

“무슨 기분?”

“분명 져서 분한데 왜 이렇게 온몸에 닭살이 돋는 거지?”


아오이 아카네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스즈키를 바라보았다.


복싱에 권태감을 느끼던 스즈키 료헤이.

그런데 링 위에 드러누운 그의 입가엔 미소가 번져 있었다.


“형. 아시아유스복싱선수권대회가 얼마나 남았지?”

“한 달?”

“일본 돌아가면 훈련 계획 다시 짜자. 식단 관리도 철저하게 하고.”

“스즈키···.”

“다음 번엔 절대 지지 않을 거니까.”


아오이 아카네는 스즈키의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링 위를 독식하던 때 그에게서 느꼈던 비장함을.


//


“어라? 인기 스타 최강인 씨 아닙니까?”

“그만해 이 자식아.”


하교 후 복싱체육관으로 가는 길.

조인찬이 이렇게 깐족거리는덴 이유가 있다.


박지아가 너튜브에 올린 전지훈련 브이로그.

유스 국가대표의 일과에 누가 관심을 가질까 싶었는데.

박지아가 200만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유명 너튜버라서 그럴까.


“나는 지아가 아무리 대단해도 그 정도로 그 영상이 인기를 얻을지 몰랐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특히 너랑 스즈키 료헤이와의 스파링 영상 조회 수 보고 경악했잖아. 그게 뭐라고 500만 조회 수를 돌파하다니.”


스즈키 료헤이가 일본의 떠오르는 복싱 스타다 보니, 일본인들도 꽤 영상을 본 듯 했다.

일본어로 달린 댓글이 많은 걸 보면.


번역기로 돌려보니 대부분이 스즈키 료헤이의 변화에 놀란 듯 보였다.


└ 저 뚱땡이가 스즈키 료헤이라고?

└ 저렇게 돼지가 됐는데 어떻게 저런 펀치력이나 공격 속도가 나오지?

└ 아니야. 전성기 때에 비하면 20%도 안 보여줌.

└ 한국 선수한테 압살 당하다니. 스즈키 벌써 한 물 갔구나.


놀라운 점은 그들 중에 내 실력을 극찬하는 이들도 있었다는 거다.


└ 한국에 저런 선수가 있었다고?

└ 빨리 일본으로 귀화시켜라. 한국에 있기 아까운 선수다.

└ 한국 복싱 망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반면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사이다’라며 통쾌해 했다.

한일전 승리만큼 짜릿한 게 없긴 하지.


└ 캬아아아아아!

└ 개지리네 진짜ㅋㅋㅋ

└ 애니 주인공 급인데?

└ 최강인? 이름값 제대로 하누.

└ 무슨 피부가 가죽인가? 일본 선수는 곤죽인데 우리나라 선수는 아무 상처가 없어.


전지훈련 이후 일주일 내내 박지아가 올린 브이로그 얘기만 주구장창 하던 조인찬.

언제까지 하나 지켜보고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드디어 대화 주제를 바꾸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아, 맞다. 너 복면권왕 봐?”

“숏폼으로 맛보긴 했어.”

“역시. 네가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지. 나 요즘 그거 몰아보는데 재밌더라.”

“상대가 레슬링 선수인지 복서인지 세계 챔피언인지 아무 것도 모르고 복면 쓰고 싸우는 거 맞지?”

“맞아. 지금 1대 권왕이 ‘꽁꽁 얼어붙은 한강 고양이’라는 사람인데 존나 세더라.”

“어! 나도 그 사람 거 봤어.”

“진짜 속 시원하게 싸우지 않냐? 그러니 두 달째 권왕 자리를 안 내주고 있지. 듣기론 권왕 상금이 회당 천만 원이라던데, 그럼 지금까지 8천만 원 모았다는 거 아니야? 시발. 나도 여기 나가서 싸우고 오고 싶다.”

“일단 나부터 이기고 말해.”


조인찬은 전지훈련 스파링이 떠오르는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PTSD 올 거 같아. 아, 그때 왜 이렇게 못 했지?”

“뭐. 억울하면 오늘 또 스파링 하든가.”

“그래! 그러자!”


조인찬과 투닥거리며 복싱장 안으로 들어가자, 인포 데스크에서 문 앞까지 한달음에 달려온 박길태 관장.

그는 복싱화로 갈아 신으려던 내게 서류 봉투를 건넸다.


“갑자기 이게 뭐예요?”

“대박이야. 너, 방송 출연할 생각 없냐고 찾아왔어.”

“네? 방송이요? 누가요?”

“프로그램 이름이 보? 봉? 봄? 뭐였더라. 아! 복면권왕이랬다! 거기 제작진이 왔다고!”


나와 조인찬은 한동안 서로를 마주보고는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대애애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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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ROUND 18 24.05.23 69 2 12쪽
17 ROUND 17 +1 24.05.22 79 3 13쪽
16 ROUND 16 24.05.21 79 4 13쪽
15 ROUND 15 +1 24.05.20 77 3 12쪽
14 ROUND 14 24.05.19 86 2 12쪽
13 ROUND 13 24.05.18 84 2 13쪽
12 ROUND 12 24.05.17 88 2 12쪽
11 ROUND 11 24.05.16 97 3 11쪽
10 ROUND 10 24.05.15 96 4 12쪽
9 ROUND 9 24.05.15 104 3 13쪽
8 ROUND 8 24.05.14 126 3 13쪽
7 ROUND 7 24.05.13 142 4 14쪽
6 ROUND 6 24.05.12 153 6 13쪽
5 ROUND 5 24.05.11 154 6 11쪽
4 ROUND 4 24.05.10 165 6 12쪽
3 ROUND 3 24.05.09 183 8 12쪽
2 ROUND 2 24.05.08 206 8 13쪽
1 ROUND 1 24.05.08 240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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