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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르니

금강불괴는 링에서 힐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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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도파밍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2
최근연재일 :
2024.05.26 23:58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430
추천수 :
90
글자수 :
117,391

작성
24.05.1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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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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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ROUND 13

DUMMY

처음 출전한 엘리트 대회인 유스 국가대표 선발전.

생체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수준급일 것으로 기대했건만.

예선전은 생체 수준이고 준결승전은 반칙왕이라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결승전 상대는 서한필. 헤비급에서 감량하고 온 선수니까 주먹은 최대한 맞지 않도록 해. 박한민과 싸웠을 때처럼 아웃복싱 전략으로 밀고 가면 승산 있을 거야. 훅 뿐만 아니라 잽도 꽤 강한 편이니까 가급적 맞지 않도록 피하는 게 좋아. 난타전은 절대적으로 피하고.”


박길태 관장이 마우스피스를 입에 물려주며 말했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꼼꼼하게 조언을 해주는 건.

그만큼 이번엔 제법 붙어볼 만한 상대라는 얘기겠지.


“자, 이제 올라가.”


나는 박길태 관장을 향해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로프 사이로 몸을 던졌다.

잠시 뒤 올라온 상대 선수.


“어?”


어디서 봤는데···. 어디서 봤더라?


서한필이란 이름은 처음 듣는 이름인데 어쩐지 얼굴이 낯이 익다.

상대 선수도 나를 아는지 손을 흔드는데.

제길. 기억이 안 난다.


띵!


그 순간 체육관에 링벨의 명쾌한 소리가 울렸고.

글러브 터치를 위해 상대 가까이 가서야 나는 그의 존재를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손을 흔들어줄 여유 따윈 없었다.


퍼퍽! 퍼어어억! 퍽! 퍼어어억!


서한필이 묵직한 주먹을 시도 때도 없이 퍼부었기 때문이었다.


가드를 올리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머리가 뒤로 밀릴 정도로 강력한 펀치력.

무통 효과로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지만, 녀석의 공격권에선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누가 봐도 내가 밀리는 그림이기에.


박길태 관장의 조언처럼 거리를 벌리기 위해 사이드 스텝을 밟으려던 순간.

서한필은 피벗 스텝을 밟아 곧바로 내 앞을 막아섰다.


녀석과 거리를 벌리기 위해 원투 연타를 날려도 봤지만, 위빙과 더킹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전부 피하는 서한필.


“푸핫!”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엘리트 선수다운 놈을 드디어 만나다니.


그래, 이 맛이지. 애타는 맛.

군침이 줄줄 흐른다.


이 정도 되는 판에서 승리할 때 얻어지는 도파민의 중독성은 어느 정도일까.

가히 상상이 안 됐다.


나는 반드시 서한필을 이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 사랑 도파민을 위해.


퍼퍽! 퍼어억! 퍼억!


그 순간 녀석의 맹공격이 다시 시작됐다.

잽, 스트레이트, 훅을 섞어가며 던지는 주먹에 나는 어느 순간 코너에 몰렸고.


로프에 등이 닿는 순간.

나는 가드를 올린 채 웅크리고 있던 몸을 세웠다.


예상대로 서한필은 ‘이게 웬 떡이냐’는 표정으로 텅 비어있는 내 복부와 옆구리를 향해 연속적으로 강한 주먹을 날렸고.

나는 녀석의 안면이 빌 때마다 집중적으로 훅과 스트레이트를 던졌다.


한참 서로를 향한 공격을 이어가던 그때.


띵!


1라운드가 끝나는 종이 울렸고, 그와 동시에 박길태 관장은 빠른 속도로 내게 손짓했다.

할 말이 많은 것 같은 눈치였다.


“내가 잘못했다. 이번 경기를 보고서야 알았어. 내가 회피 기술을 제대로 안 알려줬다는 걸. 그러니 코너로 몰렸을 때 그렇게 맞고 있던 거였겠지. 2라운드부터는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노력해. 안 그럼 링 위에서 거품 물고 쓰러질 수도 있어.”


쉬는 시간이 고작 1분 뿐이었기에 박길태 관장은 속사포처럼 조언을 끊임없이 내뱉었다.

쓸데없는 걱정은 달랠 필요가 있기에, 나는 무려 30초란 시간을 써서 그에게 말했다.


“관장님, 포먼과 알리의 대결을 생각해보세요. 알리가 이길 수 있던 건 그만큼 피나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는 포먼이 인파이터란 사실을 알고 복부를 단련하기 위해 매일 3천

번씩 복부에 농구 공을 맞았다고 하잖아요.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알리를 존경하게 됐어요.”

“너···. 그 말은!”


내 말에 박길태 관장은 화들짝 놀라며 입을 틀어 막았다.

나는 다시 마우스피스를 입에 우겨넣고는 박길태 관장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그 순간.


띵!


2라운드가 시작되는 종이 울렸다.


이번에도 1라운드처럼 주먹을 퍼부으며 코너로 모는 서한필.

아무래도 녀석은 이 방법이 꽤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이번에도 내가 상체를 들어주자, 녀석은 내 텅 빈 복부 쪽을 향해 맹공을 펼쳤다.


한껏 지친 서한필은 가드를 올리기를 포기하고 오로지 내 복부만 집중 공략했다.

아마도 내 약점이 여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내겐 통하지 않는 말이었다.


순간 알리에게 미안했다.

알리는 피 나는 노력을 통해 철갑처럼 단단한 복부를 만들어냈는데, 나는 무통 주사로 꿀 빠는 것 같아서.


나는 녀석의 텅 빈 안면을 향해 미친 듯이 주먹을 날렸고.

어느 순간 서한필이 내 복부를 가격하는 빈도보다 내가 녀석의 안면을 타격하는 횟수가 늘었다.


체력이 바닥난 녀석은 그야말로 이빨 빠진 호랑이.


“윽!”


턱을 계속해서 맞은 탓일까.

서한필은 어지러운지 몇 차례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녀석은 슬슬 한계를 느꼈는지, 복부 타격을 멈추고 가드를 올리는 것에 전념했다.

심지어 도망가기 위해 사이드스텝을 밟기까지 했다.


2라운드가 끝나기 1분 전.


나는 잽을 날리며 서한필을 코너로 몰아붙인 뒤, 안면을 향해 국밥 콤보인 어퍼와 훅을 무한으로 날려줬다.

역시나 관성처럼 상체 방어만 신경 쓰는 녀석.

나는 훅을 던지는 척 하면서 곧바로 복부를 향해 묵직한 주먹을 내질렀고.

녀석이 가드를 채 내리기도 전에.


퍼어억!


복부 한 가운데 주먹이 꽂혔다.

당혹감에 곧바로 복부를 부여잡는 서한필.


그리고 그 순간.


퍼어어어억!


나는 녀석의 텅 빈 안면을 향해 어퍼컷을 날렸고.


툭.


서한필은 실 끊어진 관절 인형처럼 매가리 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예상치 못한 전개였던 건지 일순간 고요해진 경기장.

정막을 깬 건 다름 아닌.


“끄으으으응!”


아현이의 옹알이였다.


//


박길태는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1라운드까지만 해도 승산 없는 경기라 생각했는데,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친 최강인.


아웃 복싱 기술이 막힌 상황에서 곧바로 인파이터 모드로 돌입한 것도 천부적인 재능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 대비해 복부 단련까지 해둔 건 세컨드인 그도 전혀 예상 못한 일이었다.


거기다 최강인은 자신이 알려준 펀치력 강화 훈련 이후 차원이 다른 묵직한 주먹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관장님 울어요?”


그의 옆에 서서 환호하던 조인찬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박길태 관장을 쳐다봤다.


“울긴. 눈에 먼지가 들어갔나.”


박길태 관장은 손등으로 눈가를 닦았다.

하지만 그의 눈에선 눈물이 쉴 새 없이 떨어졌다. 마치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그것은 슬퍼서도 감격해서 흘린 눈물도 아니었다.


‘여전히 최강인에겐 보완할 점이 많아. 하지만 처음에 백지와도 같았던 걸 생각하면 엄청난 성장 속도지. 재능이 없던 녀석이 이 정도로 성장했다는 건 그만큼 독기를 품고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얘기고. 어쩌면 역대 최강 복싱 선수가 되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몰라.’


자신과 같은 근성으로 똘똘 뭉친 노력형 천재 복서.

최강인이 자신의 이루지 못한 꿈을 이뤄줄 거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박길태가 최강인을 향해 기립 박수를 치고 있던 그때.


“안녕하십니까.”


정장을 입은 남자가 그에게 다가왔고.


“누구시죠?”

“저희 회장님께서 최강인 선수 관련해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시는데, 시간을 좀 내주실 수 있으실까요?”

“회장님이요?”


잠시 뒤 두 사람 앞에 모자를 눌러 쓴 중년 남성이 다가왔다.

그를 본 박길태는 얼빠진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김동연 안화그룹 회장님?”

“맞습니다.”


수행비서의 말에 박길태는 곧바로 김동연을 향해 고개를 푹 숙였다.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오뚝이로 불렸던 박길태 기억하십니까?”

“그럼. 길태 기억하지. 내가 후원까지 했는데 어찌 잊겠나.”

“제가 챔피언 벨트 방어에 실패해 좌절해 있을 때 후원해주신 2천만 원, 지금도 그 은혜 잊지 않으려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은혜는 이미 갚았는 걸.”


김동연의 말에 박길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는 방어전 이후 선수 생활을 접었는데···. 은혜를 갚았다는 말씀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의 말에 김동연은 쾌활하게 웃었다.


“내가 후원을 아무한테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지 않은가. 지금 링 위에 올라가 있는 최강인 선수, 너와 아주 쏙 닮았어. 상대의 압도적인 경기력에도 계속해서 버티는 모습이 길태 네 모습을 보는 것 같더군. 자신과 비슷한 제자를 육성한다는 건 그만큼 네가 훌륭한 지도자라는 얘기지. 그거면 됐다. 내게 은혜를 아주 제대로 갚았어.”

“회장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이런 말을 했다.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다면 그건 당신의 잘못입니다’라고. 나는 이를 금과옥조로 삼았다네. 노력하는 사람이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은 모두 노력을 했지. 복서도 똑같아. 선천적인 재능이 있지 않더라도 끈질긴 노력을 하는 사람의 앞날은 결코 어두울 리가 없어. 다만 헝그리 정신이 사라진 지금은 이런 복서들을 발견하기가 어려워졌지. 물과 햇빛이 있으면 뭐 하나. 꽃이 없는데.”


김동연은 아쉬운 마음에 ‘쩝’ 소리를 냈다.


“회장님께서 다시 복싱 연맹 회장직을 맡을 거란 소문이 돌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고민하시는 이유가 그거입니까?”

“그랬지. 하지만 조금 전 경기를 보고 마음이 흔들렸어. 내가 찾던 선수거든.”

“강인이요?”

“그래. 근데 침체된 복싱계는 단 한 명으로는 다시 일어나기 어렵지 않은가. 그래서 말인데, 길태 네 제자는 최강인 한 명 뿐인 건가?”

“아, 아닙니다. 밴텀급에서 우승한 조인찬 선수도 제 제자입니다.”

“아까 보니 다른 체육관 소속이던데?”

“중학생 때 다른 체육관에서 엘리트 선수로 등록했더라고요.”


박길태의 말에 수행비서 중 한 명은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무언가를 두드렸다.

곧 그는 화면에 조인찬 프로필을 띄운 후 김동연에게 보여줬다.


“중학생 때 이력이 제법 화려한데, 왜 체고가 아닌 체육관에 소속된 거지?”

“큰 부상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트라우마가 있을 법도 한데 금방 다시 극복을 하더라고요.”


김동연은 쾌활하게 웃었다.


“누가 헝그리 복서가 다 죽었다고 말했는가. 이렇게 노력형 천재들이 널려있는데.”


두 사람이 한참을 얘기하고 있던 그때.


“아, 떡볶이 먹자고.”

“미친놈아 누가 우승 기념으로 떡볶이를 먹어. 이런 날엔 1인 1닭 해야지.”


최강인과 조인찬이 투닥거리며 박길태 관장에게 다가왔다.

곧 그들은 박길태 관장 옆에 서 있는 낯선 존재에게 시선이 향했고.


‘김동연?’


너튜브 중독자인 최강인은 단번에 중년 남성의 존재를 눈치 챘다.

복싱과 관련해서는 흑백 영상도 챙겨 볼 정도로 남다른 잡식성을 자랑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조인찬은 이웃집 아저씨를 보듯 멀뚱히 중년 남성을 쳐다보고 있었다.


“인찬아, 이따 10km 로드워크 하고 체육관 가서 스파링 하며 경기 복기하기로 한 거 잊지 않았지?”


최강인은 대뜸 조인찬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뭐래, 미친··· 읍!”


그는 눈치 없는 조인찬의 입을 틀어막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순간 최강인은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김동연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


“선배 어떡하죠?”


유승아는 손발을 동시에 벌벌 떨었다.


“뭘 어떡해. 애드리브로 해야지.”


박기우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불안감에 입술을 잘근 씹었다.


“세상에···. 진짜 최강인이 우승할 줄 몰랐다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결승전 시작하기 전에 대충이라도 질문지 써둘 걸 그랬어요.”

“질문이야 뻔하지. 우승 소감 묻고, 체육관에서 훈련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는지, 복싱 경력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또···.”

“자, 잠깐만요!”


유승아는 하나라도 놓칠 새라 핸드폰 키보드를 정신없이 두드렸다.

한참을 두드리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 반짝이는 눈빛으로 박기우를 쳐다봤다.


“계속 얘기하세요.”

“나한테 질문 맡겨놨냐?”

“에이, 선배가 저보다 월등한 두뇌를 갖고 계시니까 그렇죠.”

“그건 그래. 근데 질문이 뭐 별건가? 마지막에 그 질문 추가하면 되잖아. 곧 일본 유스 국가대표 선수들과 친선 스파링을 갖게 되는데 필승 전략은 무엇인지.”


유승아는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는 듯이 손뼉을 맞부딪혔다.


“스즈키 료헤이도 나오겠죠?”

“글쎄. 안 나오길 바라야지. 그 녀석이 나온다면···. 아시아유스복싱선수권대회를 치르기도 전에 선수들 기가 팍 꺾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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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ROUND 12 24.05.17 8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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