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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르니

금강불괴는 링에서 힐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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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도파밍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2
최근연재일 :
2024.05.26 23:58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423
추천수 :
90
글자수 :
117,391

작성
24.05.23 21:37
조회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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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ROUND 18

DUMMY

“아, 에바야.”


칠갑산 로드워크가 끝난 후 아침 식사 시간.

밥을 먹는 내내 조인찬은 옆에서 참새마냥 계속 짹짹거렸다.


“인찬아, 진정해. 체하겠어.”

“맞잖아. 아니, 당연히 가장 빨리 들어온 사람이 1등이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내가 어? 최단루트를 찾기 위해 밤에 잠도 안 자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어?”


어떻게 해야 조인찬의 억울함이 달래질지 고민하고 있던 그때.


“와. 너네 진짜 멋있더라.”


박지아가 식판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내 옆에 앉았다.


“지, 지아야. 봤어?”


조금 전까지 실컷 역정 내더니 급속도로 얌전해진 조인찬.

역시 이 녀석에게는 박지아 카드가 효과 만점이라니까.


“나도 같이 훈련했으니까 봤지. 아까 보니까 인찬이 너 상당히 억울해 보였는데 어쩌겠어. 사전에 정해진 룰이 그런 걸. 사실 나도 거리 대비 최단 기록을 측정하는 걸 알고 있어서 최대한 둘레 길을 이용해 돌고 돌아 정상까지 뛰어 올라갔는데, 와. 강인이 기록은 절대 못 따라갔겠더라.”

“그걸 어떻게 알았어?”


조인찬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박지아를 쳐다봤다.

박지아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수줍어하던 녀석이 웬일이래.


“내가 너튜버잖아. 작년 전지훈련 영상을 봤지.”

“그런 게 있었다고?”

“좀만 검색하면 나오는데, 몰랐어?”


역시 유명 너튜버 박지아답다.

너튜브에서 검색할 생각을 하다니.


다만, 박지아가 본 영상은 내가 본 영상과 달랐다.

두 영상은 조회 수부터 천지차이였다.

내가 본 건 고작 5였지만 박지아가 본 건 100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박지아가 본 영상에는 칠갑산 로드워크에 대한 꿀팁만 담겼을 뿐, 다음 훈련에 대한 정보는 아무 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악! 나도 찾아볼걸!”


조인찬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울부짖었다.

박지아 앞에서 체면을 구길 만큼 여간 속상한 게 아닌 모양이다.


“걱정 마. 내가 영상에 너 1등으로 달려온 거 찍어놨으니까.”

“정말?”


하지만 상대는 유명 너튜버 박지아다.

뛰어난 몸매와 언변으로 구독자들의 마음을 홀린 그녀답게 조인찬을 달래는 솜씨가 구미호처럼 능숙하기 짝이 없다.


“물론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지만.”


돌연 나를 보며 반달처럼 눈웃음치는 박지아.

이 녀석 다리 뒤로 꼬리 9개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니까.


“그나저나 이훈 감독이 허락한 거야? 훈련 장면 촬영하는 걸?”

“응. 감독님이 구독자 수 듣고는 흔쾌히 승낙했어. 어차피 매년 스파링은 영상 찍어서 올렸다고 하더라. 그동안 조회 수가 낮아서 고민이었는데 기회라고 생각한 것 같아.”

“잘 됐네.”

“그치? 이런 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지. 그러니 둘 다 스파링 때 최선을 다 하길 바라.”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박지아.

그런 그녀를 넋 놓고 바라보는 조인찬.


누가 봐도 조인찬의 지독한 짝사랑인데.

어째서 내 등 뒤가 따가운 거지?


//


태양체고 소속의 유스 국가대표 헤비급 선수 김지훈.

17년 모태솔로인 그는 전지훈련에서 박지아를 만나고 첫눈에 반했다.


여리한 몸으로 파워풀한 주먹을 휘두르는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의 심장은 격하게 요동쳤다.

마치 천장에 매달린 샌드백이 흔들리는 모습처럼.


다만 박지아의 인기가 많아도 너무 많은 탓에 선뜻 고백하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만 볼 뿐이었다.


그녀가 고백을 받을 때마다 그는 손톱을 잘근 씹으며 불안해했고, 그녀가 거절을 하면 안도감에 환히 웃었다.


그런데 박지아가 먼저 남자에게 다가가다니.

그것도 자신보다 마르고 실력도 형편없어 보이는 놈에게.


‘이름이 최강인이었나? 체고 소속도 아닌 게 뭐가 좋다고.’


김지훈은 최강인과 박지아가 하하 호호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두고 봐. 내가 저놈보다 잘났다는 걸 증명하고 말 테니까.’


그는 틈이 날 때마다 목에 건 십자가 목걸이를 어루만지며 기도를 했다.

제발 스파링에서 최강인과 대결하게 해 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신께서 그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은 걸까.


“자, 다들 푹 쉬고 왔지? 일정표에서 본 것처럼 지금 이 시간부터 스파링을 진행할 거다. 내가 추첨함에서 선수 두 명의 이름을 뽑으면 둘이 링에서 싸우면 된다. 경기는 단 1라운드만 진행한다. 최종 우승자에겐 포인트와 함께 일본 스파링 선수를 선택할 수 있는 영광을 줄 거니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네!”


이훈 감독은 종이에 선수들의 이름을 적은 뒤 작은 박스에 넣고 흔들었다.

그가 두 명의 선수 이름을 거론할 때마다 환호와 탄식이 동시에 터졌다.


이윽고 박스에 종이가 몇 장 남지 않았을 때.


“김지훈, 최강인.”


이훈은 두 사람을 호명했다.

김지훈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기 위해 입술을 애써 꽉 깨물었다.


‘진짜 기회가 찾아 왔잖아? 기필코 저 최강인이란 놈을 짓밟고 우승해서 지아한테 고백할 테다.’


그는 박지아를 바라보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이 링 위에 나란히 올라섰고.


띵!


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벨이 체육관에 울렸다.


곰 같은 덩치를 가진 헤비급 복서 김지훈.

그는 마주 편에 선 최강인을 여유로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라이트 웰터급보다는 밴텀급에 가까워 보이는 체격.

이미 체급에서 김지훈이 승리를 거둔 거나 다름없었다.


‘저렇게 리치 길고 마른 놈들은 하나같이 아웃복서였지.’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최강인은 현란하게 풋워크를 밟아댔다.

김지훈은 최강인의 발을 묶기 위해 페이크를 써가며 원투 연타를 던졌다.


스윽! 슉!


‘어?’


그러나 그의 주먹은 온통 허공을 향할 뿐, 단 한 번도 최강인에게 적중하지 못 했다.


‘아씨. 공격 속도가 좀 느렸나?’


김지훈은 이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주먹을 던졌다.

나비의 움직임처럼 가뿐하고도 신속하게.


그러나 최강인은 더킹, 위빙, 슬립을 써가며 유연하게 그의 주먹들을 피했다.


‘뭐야, 이놈?’


최강인의 발이라도 묶기 위해 최대한 가깝게 들러붙은 김지훈.

그 순간 그의 눈에 빈틈이 보였고.

페이크로 레프트 훅을 던진 그는 최강인의 가드가 왼쪽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곧바로 오른팔을 길게 뻗어 바디 훅을 던졌다.


‘역시!’


그대로 적중한 김지훈의 주먹.


퍼어어어억!


그러나 강한 타격 소리는 최강인의 옆구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어?’


어느새 자신의 턱에 꽂혀 있는 최강인의 글러브.

무슨 상황인지 인지하기도 전에 붕 뜬 몸.


터억!


링 위에 내팽개쳐진 뒤에도 그는 영문을 몰랐다.


‘이깟 놈의 주먹 따위··· 어?’


김지훈이 몸을 일으키려던 그때.

무언가 머릿속을 짓누르는 느낌이 들었고, 그는 휘청거리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로프를 부여잡았다.


처음이었다.

이런 펀치력은 헤비급에게도 못 느껴본 것이었다.

그것은 가히 압도적이면서도 위협적이기까지 했다.


분명 비실거리는 종잇장 같은 놈인데.

어느 순간 김지훈의 눈에 최강인의 범상치 않은 아우라가 보이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그깟 주먹 한 방 맞았다고 다리가 떨리다니.’


김지훈은 자신의 오판이라고 생각했다.

최강인의 복싱 스타일을 아웃파이터라고 섣불리 규정했기 때문에 발생한 실수라고 여겼다.


그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허벅지를 꼬집고 머리를 흔들었다.


‘녀석은 나와 같은 인파이터다. 이번엔 결코 봐주지 않는다.’


김지훈은 이를 꽉 깨물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원투를 던지며 최강인을 향해 돌진했다.

공격권까지 거리가 좁혀지면, 레프트 바디 훅을 던지는 척하며 어퍼컷을 날리려는 게 그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페이크를 주기도 전, 최강인의 오른팔이 그의 턱에 먼저 닿았고.


퍼어어어억!


턱 뼈가 산산조각 난 것 같은 극심한 통증에 김지훈은 헤드기어를 꽉 움켜쥐었다.


털썩-


턱을 시발점으로 뇌까지 전해지는 강한 타격.

김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순간 박지아와 눈이 마주쳤고.

그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눈에서 줄줄 흐르는 게 느껴졌다.


‘시발. 쪽팔려.’


누가 봐도 최강인의 압도적인 승리.

김지훈은 승복할 수밖에 없는 결과에 괜히 손바닥으로 바닥만 내리칠 뿐이었다.


//


‘하나, 둘, 셋, ···, 열다섯, 열여섯.’


역시, 영상에서 본 그대로다.


선발전 때 뽑힌 선수는 총 15명이었지만, 스파링 훈련이 있는 오늘 유스 국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는 16명.

다시 말해 한 명은 ‘함정 카드’라는 얘기다.


너튜브 영상에서 본 바로는 작년 전지훈련 땐 유스가 아닌 국가대표 선수 한 명을 넣었다고 했다.

올해도 같은 전략이려나?


첫 번째로 맞붙은 김지훈이란 이름의 헤비급 선수.

고등학생답지 않게 덩치가 꽤나 큰 편이라서 의심을 했는데, 실력을 보니 아니었다.


다음 상대는 나병태라는 이름의 플라이급 선수.

어떻게 이전 상대를 이기고 올라왔는지 의아할 만큼 스텝도 펀치력도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축구 용어에 빗대자면 ‘승점자판기’인 셈.


그 다음 마주한 세 번째 상대.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반갑다. 친구야.”

“우리 인찬이 실력이 일취월장이네.”

“그건 내가 할 소리란다. 강인아.”


조인찬과 같은 체육관에서 운동하면서도 스파링을 하는 건 놀랍게도 이번이 두 번째다.

둘 다 엘리트 복서가 되기 전에 첫 스파링을 가졌던 터라, 그 사이 얼마나 실력이 올랐는지 테스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엔 절대 1등 안 뺏길 거야.”

“그래.”

“어우. 이 새끼는 재수 없게 왜 항상 이렇게 여유가 넘치지?”


가뜩이나 승부욕 강한 놈인데 칠갑산 로드워크에서 우승 못한 한까지 서려 있으니 눈빛이 매섭다 못해 뜨겁게 느껴졌다.


그렇게 시작된 조인찬과의 대결.

무패행진을 이어가던 녀석이었기에 실력을 기대했는데.


음.

이상하다.

중학생 때 봤던 녀석의 복싱은 찬란하고 빛이 났는데, 왜 지금은 펀치 궤적이 다 보일 만큼 주먹 속도가 느린 거지?


이거야 원.

상대하다가 졸 뻔했네.


더욱이 녀석은 아웃복서라 현란한 풋워크가 주특기였는데, 어쩐지 눈에 훤히 보이는 움직임이다.

칠갑산 로드위크로 다리에 무리가 가서 그런 건가?


이 녀석만큼은 맛깔나게 상대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이거 어째 실망인데.


그 순간 공격 기회라고 여겼는지 잠시 방심한 틈을 파고 들어오는 조인찬.

녀석은 곧바로 내 턱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고.

나는 글러브로 녀석의 주먹을 툭 내리치고는 곧바로 안면을 향해 어퍼컷을 날렸다.


퍼어어억!


조인찬은 카운터펀치라는 것을 직감하고 곧바로 가드를 올렸지만, 그땐 이미 내 주먹이 녀석의 안면에 꽂힌 뒤였다.


“뭐야. 너.”

“뭐가.”

“실력 뭔데.”

“뭐.”

“내 이름이 뭐야?”

“조인찬이지 뭐야.”

“내 엉덩이에 점 몇 개 있어.”

“세 개.”

“맞네. 최강인. 난 또 누군가한테 빙의라도 당한 줄 알았네.”


조인찬은 얼얼해진 턱을 어루만지며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녀석이 의심할 만하다.

무통 때문에 숨 차는 고통까지 못 느끼고 있기에,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운동에만 매진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평생 운동만 해온 선수들에 비하면 결코 긴 시간이 아닐 텐데.

이상하리만큼 내 실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주체가 되지 않을 만큼.


스파링을 세 차례나 했지만 허무하게 이긴 탓일까.

도파민이 투여된 것 같긴 한데 여전히 갈증이 난다.

더욱 짙은 도파민에 취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더 강한 상대를 만나야 하는데.


드디어 최종 라운드.

나와 함께 링 위에 나란히 선 남자.

유스 국가대표인데 머리숱이 텅 빈 걸 보면 ‘함정 카드’에 유력해 보인다.


현역 국가대표일 수도 있는 이 선수를 이기면 고농축 도파민을 제대로 맛 볼 수 있겠지.

그렇게 링벨이 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 늦지 않았군요.”


돌연 누군가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김동연 회장이다.


“역시 최종 라운드에는 최강인 선수가 올라왔군요. 저 상대 선수는 사실 세계···.”


그가 말을 이어가고 있던 그때.


띵!


절묘한 타이밍으로 링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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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ROUND 11 24.05.16 9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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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OUND 6 24.05.12 153 6 13쪽
5 ROUND 5 24.05.11 154 6 11쪽
4 ROUND 4 24.05.10 16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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