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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르니

금강불괴는 링에서 힐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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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도파밍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2
최근연재일 :
2024.05.26 23:58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429
추천수 :
90
글자수 :
117,391

작성
24.05.17 21:45
조회
88
추천
2
글자
12쪽

ROUND 12

DUMMY

“맞네요. 심판 매수한 거. 치졸해라.”


경기를 보던 유승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해. 빨리 카메라 들어.”

“네?”

“특종감인데 놓칠 거야?”

“아참!”


박기우의 말에 유승아는 허둥지둥 가방 안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박한민.

카운트를 외치다 마는 주심.

주심과 눈빛을 교환하는 박한민의 부친.


쉴새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유승아.

그녀는 돌연 찍는 걸 멈추고 멍한 표정으로 링을 응시했다.


“선배.”

“왜?”

“이상하네요.”

“뭐가?”

“심판을 매수한 건 박한민인데, 왜 발리고 있는 거죠?”


박기우도 같은 생각이었다.

분명 주심은 박한민에 유리하게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박한민의 주먹을 맞은 최강인은 백년 묵은 나무처럼 제자리에서 꿋꿋이 버티는 반면, 박한민은 최강인의 주먹을 맞을 때마다 갈대처럼 휘청거렸다.


“벌써 다섯 번째 다운인데, TKO를 외치지 않다니···. 이거 너무한 거 아니에요? 이러다 박한민이 이기는 건 아니겠죠?”

“어차피 주심은 경기 진행만 주관해서 상관없어. 채점하는 저지들까지 돈을 먹었느냐가 중요하지.”


태연한 목소리로 말하는 박기우.

그러나 그 또한 속으로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최강인이 압도적인 공세를 보였지만, 저러다 체력이 지치면 판세가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10포인트 머스트 시스템.

저지들은 각 라운드에서 우위를 보인 선수에게 반드시 10점을 주고 상대에게는 9점 이하의 점수를 주게 돼있다.

동점은 절대 나올 수 없으며, 모든 라운드 점수를 합쳤을 때 많은 포인트를 얻은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다.


현재까진 1라운드만 끝난 상황.

남은 건 2라운드.


박한민이 남은 라운드에서 더 많은 포인트를 얻어 역전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기에, 박기우는 신중하게 경기를 지켜보았다.


띵!


그렇게 시작된 2라운드.


“엇!”


돌연 유승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 저, 개새끼!”


//


2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체육관에 울리자, 상대 선수는 대놓고 더티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헤드락을 걸 듯이 클린치를 걸지 않나.

클린치 상황에서 뒤통수를 가격하질 않나.


공세를 퍼부으려고 할 때마다 곧바로 클린치를 이용해 흐름을 끊는 것까진 이해하겠는데, 이러는 건 선 넘었지.


그럼에도 주심은 모른 척 하기 바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이기는 방법은 단 하나.

그건 바로 상대 선수에게 반칙을 할 여지를 주지 않는 것.


나는 곧바로 백스텝을 밟아 거리를 벌리고는 링을 이쪽저쪽 현란하게 뛰어다녔다.

역시나 당황해하는 상대 선수.


그럴 만 했다.

지금까진 인파이터인 줄 알았을 테니까.


아버지와 꾸준히 달리기를 한 효과인지 고급 복싱화 때문인 건지 모르겠지만, 날아다니는 것처럼 스텝이 가뿐하게 느껴졌다.


상대가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고, 조금의 빈틈이 발견되면 속사포처럼 상대의 안면과 복부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기관총처럼 간결하면서도 빠르게 뻗어대는 주먹에, 어떠한 반격도 반칙도 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막기만 하는 상대 선수.


작년 라이트웰터급이 빈집이었다더니, 올해도 그런 모양이다.

반칙 쓸 틈을 주지 않으니, 생체인 만도 못한 실력을 선보이는 거 보면.


허무하리 만큼 쉽게 2라운드도 나의 승리로 끝이 났고.

마지막 3라운드, 상대 선수의 발이 무거워진 게 보였다.


저돌적인 스텝은 소극적으로 변했고, 팔은 형식적인 공격을 위해서만 활용될 뿐이었다.


눈으로는 내가 지칠 타이밍을 재는 것 같은데.

이를 어쩌지.

내 체력은 원점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데.


2라운드 때보다 더 날뛰며 스텝을 밟아댔더니 상대 선수는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적으로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라이트 훅을 거는 척하며 또다시 헤드락을 시도하는 상대 선수.


제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승산이 없으니 어떻게든 반칙을 써서 이기겠다는 심리 같은데, 오히려 이런 행동이 약점이 된다는 걸 모르나.


쉬이익-


가까스로 위빙을 이용해 헤드락에서 벗어나자, 텅 빈 상대 선수의 오른쪽 안면이 보였고.

나는 곧바로 그곳을 향해 깊고 강한 라이트 훅을 던졌다.


퍼어어어어억!


그대로 바닥에 내던져진 상대 선수.

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숨을 헐떡였다.


이번에도 느린 속도로 카운트를 세는 주심.

그러나 상대 선수는 더 이상 싸울 의지가 없는지 아무런 미동도 없다.


주심 또한 승산 없는 게임이라고 판단했는지 이번엔 10부터 1까지 모든 숫자를 셌고.

6번째 다운을 먹인 후에야 비로소 KO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휘후~!”


관중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기립박수를 쳤으며, 일부는 휘파람을 불기까지 했다.


그 어떤 스포츠 경기 영상을 봐도 이렇게까지 짜릿한 적은 없었다.

퀸오브파이터 게임에서 히든 캐릭터를 얻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복싱 경기에서 이길 때마다 느껴지는 고도의 도파민 보상.

이는 점점 더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


“와, 미쳤다. 그렇죠. 선배?”

“그러게.”


유승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휘파람을 불며 환호했다.

그런 그녀와 달리 무덤덤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경기를 보고 있는 박기우.


“제 속이 다 시원할 정도로 확실히 끝내줬네요.”

“아쉬운 점이 하나 있긴 하지.”

“아쉬운 점이요? 선배 혹시 박한민 응원했어요?”


유승아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언짢은 기분을 잔뜩 드러냈다.


“아니. 박한민이 이겼으면 우리 기사가 더 빛을 발휘할 거 아니야.”

“그 점은 아쉽지만, 정의는 살아있다는 걸 반증한 느낌이고 좋잖아요? 어우. 속 시원해!”


평소 직업정신이 투철했던 박기우.

그는 박한민이 우승할 경우 심판 매수 의혹 보도를 내보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박한민의 우승은 불명예가 되고, 자신의 보도는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될 테니까.


그러나 박한민이 준결승전에서 패배하면서 그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단독 보도를 내보낸다 해도 관심을 받을지 미지수인 상황.

그렇기에 그에겐 화제가 될 만한 새로운 취재거리가 필요했다.


“이제 남은 건 결승이네.”

“선배는 누가 이길 것 같아요?”


유승아의 말에 한동안 고민하던 박기우.

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의 입이 열렸다.


“서한필.”


그의 말에 유승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변은 없다는 거네요.”

“헤비급에서 날아 다녔던 놈이 체중 감량을 하고 나타났으니까.”

“조금 전 최강인 경기 보니까 전형적인 아웃파이터 같더라고요. 이전 체점 제도는 한 번 가격할 때마다 1점씩 오르는 식이라 아웃파이터가 유리했는데, 지금 제도에서는 아무래도 인파이터인 서한필이 유리할 수밖에 없죠.”


그러나 박기우의 속마음은 달랐다.


‘체육관 놈이 서한필을 꺾고 우승한다면 화제가 제법 될 것 같은데···.’


그가 내심 최강인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던 그때.


“어, 선배! 저기 봐요. 저 사람 눈에 익는데···. 엥?”

“누군데 그래?”


유승아는 관중석 한쪽에 앉아있는 누군가를 쳐다보고는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덩달아 그녀의 시선을 따라간 박기우.

그 또한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야구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어서 주변에서는 평범한 중년 남자로 보는 듯 했지만, 선아일보 복싱 전문 기자인 그들이 그의 존재를 모를 리 없었다.

더욱이 그의 옆 자리에 앉아있는 두 명의 수행비서는 그들의 생각을 확신시켰다.


“안화그룹 회장이 왜 여기 있어요?”

“복싱연맹 회장을 또 한 번 맡을 거란 지라시가 돌긴 했는데···. 설마 그 때문인가?”


김동연 안화그룹 회장.

한국에서 복싱 인기가 최고조에 달해있던 80년대 복싱연맹 회장을 맡았던 인물.

선수들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에 당대 한국 복싱 성적은 그야말로 세계적이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돌연 야구에 투자를 하고 싶다며 복싱에서 손을 놓았고, 그 후로 한국 복싱은 침체기를 맞았다.

이 때문에 복싱계 일각에선 김 회장이 다시 복싱연맹 회장을 맡아주길 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진짜면 대박 아니에요? 김 회장이 다시 연맹 회장을 맡게 되면 복싱계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겠는데요?”

“음. 김 회장이 워낙 질색하고 연맹 회장을 관뒀던 터라 다시 맡을지 모르겠네. 뭐 매력적인 선수들을 본다면 마음이 바뀔 지도 모르겠지만···. 근데 왜 하필 유스 국가대표 선발전에 온 거지?”


박기우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중년 남성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잠시 후 라이트웰터급 결승전이 시작됩니다. 선수들은 링 아래에서 대기해주시길 바랍니다.”


관중석 한쪽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안내 음성이 나왔고.


“선배, 그래도 김동연 회장이 여길 왔다는 거 자체만으로 특종 아니에요? 심판 매수 의혹 취재하다가 이게 웬 행운이에요?”


유승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가방 속에 있던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반면 박기우는 턱에 손을 괸 채,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링을 주시했다.


“두 선수 중에 누군가 김동연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든다면 그게 진짜 특종이지.”


//


“회장님, 지금 링 위에 올라온 선수가 서한필입니다.”


수행비서는 서한필의 포트폴리오를 김동연 안화그룹 회장에게 건넸다.


“중학생 때부터 쭉 무패행진이라···. 어린 게 대단하군.”

“주먹이 매우 강한 선수고 유스 국가대표 선발전을 위해 헤비급에서 라이트웰터급까지 체중을 감량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정신력이 대단하네.”


김동연은 흡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서한필의 포트폴리오 종이를 넘겼다.


“벌써부터 여러 실업팀에서 점찍어 놓은 듯합니다.”

“오호, 그래?”


김동연은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 투자한 뒤에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그의 투자가 가장 빛을 발휘하는 종목이 복싱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그는 바랐다.

올림픽에서 복싱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기를.


“회장님 그런데 왜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도 아닌 유스 국가대표 선발전을 보고 싶다고 하신 겁니까?”

“가능성을 보는 거지. 이미 다 자란 나무는 더 이상 뻗을 가지가 없어. 하지만 어린 나무는 물을 주면 주는 대로 쑥쑥 자라지. 그게 바로 투자의 보람 아니겠나.”

“그럼 또 한 번 복싱연맹 회장을 맡기로 마음을 굳히신 겁니까?”

“아직이야. 연맹 내분은 이제 지긋지긋하거든. 하지만 앞날이 환한 선수들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다시 한 번 연맹 회장직을 맡을 걸세.”


김동연의 말에 수행비서는 환하게 웃었다.


“회장님 곧 서한필의 결승전이 시작될 예정이니 눈으로 직접 보시길 바랍니다. 올림픽에서 금맥을 다시 이어갈 수 있는 유망주인지를요.”


그의 복싱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에 수행비서는 목청 높여 말했다.


“그러지.”


그 순간 링 위로 최강인과 서한필이 올라왔고.


띵!


결승전의 시작을 알리는 링벨이 울렸다.

두 선수가 주먹을 맞부딪힌 지 얼마나 지났을까.


“저, 저 선수는 누구지?”


김동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입을 떡 벌린 채 누군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서한필이요?”

“말고!”

“최강인이라는 선수고 KT복싱클럽 소속···.”


수행비서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동연이 큰 소리로 외쳤다.


“당장 접촉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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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ROUND 11 24.05.16 97 3 11쪽
10 ROUND 10 24.05.15 96 4 12쪽
9 ROUND 9 24.05.15 104 3 13쪽
8 ROUND 8 24.05.14 127 3 13쪽
7 ROUND 7 24.05.13 142 4 14쪽
6 ROUND 6 24.05.12 154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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