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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르니

금강불괴는 링에서 힐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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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밍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2
최근연재일 :
2024.05.26 23:58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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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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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글자수 :
117,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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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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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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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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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ROUND 10

DUMMY

“아주머니 여기 떡볶이 순한 맛으로 5인 분씩 두 그릇 주세요!”


조인찬이 큰 소리로 외치자 분식점 안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도 그럴 게 중년 남성 한 명과 깡마른 고등학생 둘이서 10인분이나 주문하는 건 상당히 언밸런스한 그림이니까.


일부 사람들은 ‘먹방 너튜버’라고 확신하며 카메라를 찾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저번엔 매운맛이라서 졌지만, 오늘은 순한 맛이니 무조건 내가 이긴다.”


조인찬 이놈의 승부욕은 아무도 못 말린다.

어떠한 역경에도 주눅 들지 않는 건 배울 점이긴 하지만.


잠시 뒤 테이블 위해 떡볶이가 수북하게 담긴 커다란 그릇 두 개가 올려졌고, 이를 본 사람들은 너도나도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기 바빴다.


“너네 승부는 좋지만 무리하지 마라.”


박길태 관장은 먹기도 전에 질린 듯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당연하죠. 들었지? 절대 무리하지 마라.”

“너야말로.”

“그럼 시작!”


매운 맛은 한 입도 못 먹더니 순한 맛은 라면처럼 쭉쭉 넘기는 녀석.

역시 떡볶이 킬러다운 스퍼트다.


그러나 오버페이스는 필패의 지름길인 법.

나는 천천히 음미하며 떡볶이를 한 개씩 집어먹었다.


절반 정도 먹었을 때 조인찬이 날 바라보며 씩 웃었다.


“에게? 아직 그거 밖에 못 먹었냐? 난 위가 텅텅 빈 느낌인데?”

“더 먹을 거면 시켜. 어차피 시간 제한은 없잖아?”

“그렇긴 하네. 그럼 나 5인분 더 시킨다?”

“그래.”


조인찬 앞에 놓인 그릇에 다시 채워진 떡볶이 5인분.

어느새 분식점 손님들은 우리 테이블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조인찬이 1인분 정도 더 먹었을 때 내 그릇이 싹 비워졌고, 나 또한 5인분을 추가로 주문했다.

배부른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순한 맛이 좀 질리길래 이번엔 지옥 맛으로 주문했더니 녀석이 움찔한 눈치긴 했지만.


아무 말 없이 조인찬과 나는 인당 10인분씩 떡볶이를 비웠고.


“아, 아주머니 여기 5인···.”


추가 주문을 하려던 그 순간.

돌연 조인찬이 인상을 팍 찡그리고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화장실로 달려갔다.


다시 테이블로 돌아온 녀석은 꽁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승복 인정?”

“···어.”


말로는 인정하지만 속으로는 전혀 승복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딸랑-


파란색 운동복을 입은 다섯 명의 장정이 분식점 안으로 들어왔다.

깡마른 놈부터 거대한 체구를 자랑하는 놈까지.

이들은 각양각색의 체격을 자랑했다.


그리고 이들의 등판에는.


“태양체고 복싱부네.”


소속 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처음 듣는 학교인데 대단한 곳이에요?”


나는 박길태 관장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고교 복싱부 중에서는 투톱이지.”

“와. 대단한 곳 맞네요. 근데 투톱이라는 건 또 하나 막강한 학교가 있다는 거예요?”

“그렇지. 강한고라고 일반고인데 여기 복싱부가 체고 수준으로 유명해.”

“어, 강한고!”


나는 손뼉을 치며 아는 척을 했다.

소매치기범 잡을 때 도와줬던 체격 좋은 남자.

그의 운동복에 ‘강한고 복싱부’라고 적혀 있던 기억이 났다.


“앞으로 엘리트 대회에서 두 학교 선수들을 계속해서 마주칠 거다. 선수들 실력이 하나같이 월등해서 나는 가급적 그들을 피할 생각이야.”

“그게 뜻대로 될까요?”

“모든 체급에 나오진 않으니까 최대한 빈집을 노려야지. 그래서 라이트웰터급을 놓고 너희가 먹방 대결을 벌인 것 아니겠냐.”


박길태 관장이 이 정도로 말할 정도면 두 학교 선수들의 실력은 대체 어느 정도인 걸까.

내 대회 경력은 고작 전국 생체 뿐이기에 이들의 실력이 도저히 가늠 되지 않았다.


“관장님, 그럼 관서체고는 복싱 수준이 어때요?”


관서체고.

부상만 아니었으면 조인찬이 다니고 있을 지도 모르는 학교.


나 또한 실력이 궁금했기에 박길태 관장의 입을 주시했다.


“관서체고? 거기는 이제 한 물 갔지.”

“정말요?”


조인찬은 바라고 있던 대답이었던 것처럼 기뻐했다.

마치 1년 동안 묵은 체증이 한순간 가라앉은 것처럼.


“근데 쟤네 왜 우리 흘겨보냐?”


한참 기뻐하던 녀석은 갑자기 인상을 팍 찡그렸다.

어쩐지 등 뒤가 따갑게 느껴지더니.

태양체고 복싱부 선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를 향해있을 줄이야.


이들이 우리를 노려본 이유를 파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잠시 뒤 아주머니께서 분식점 문에 ‘재료 소진으로 영업 종료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달아놨기 때문이다.


//


KT복싱클럽 관장실.


‘떡볶이 값으로 10만 원이나 쓰다니.’


박길태 관장이 라면 면발을 후후 불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이 아이들이 우리 체육관 이름을 빛내줄 뛰어난 복싱선수가 된다면 한 푼도 아깝지 않지. 마누라 몰래 모은 비상금이니까 죄책감도 없고.’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테이블 한쪽에 놓인 선아일보 스포츠면을 펼쳐 보았다.

잠시 뒤, 그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복싱) 태양체고 박한민‧강한고 서한필···유스 라이트웰터급서 ‘맞대결’]


“뭐?”


박길태 관장은 입을 떡 벌린 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망했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체급에 내보냈지.”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아니지. 강인이의 근성이라면···. 어쩌면···.”


그는 미친 사람처럼 천장을 보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전국 생체 나가기 전에 강인이가 직접 싸워보기 전까지 결과는 모른다고 했어. 맞는 말이야. 패를 뒤집어보기도 전에 낙심하지 말자. 우리 선수를 믿는 거야.”


박길태는 허수아비처럼 우두커니 선 채 중얼거렸다.

마치 주기도문을 외우는 기독교 신자처럼.


//


일요일 아침, 복싱장 거울을 보며 한참 쉐도우 복싱을 하고 있을 때.


딸랑-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박길태 관장이다.

돌연 일요일 아침에 나오라고 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최강인, 오늘은 특별 훈련에 돌입한다.”

“특별 훈련이요? 이걸 왜 굳이 오늘···.”

“다른 회원들이 보면 질투할 테니까. 애제자인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야.”


특별 훈련과 애제자.

이 단어들을 듣고 가슴 설레지 않을 이가 누가 있을까.


“저번에 생체 때 보니까 펀치력이 아쉽더라고. 너도 잘 알고 있듯이 복싱에선 펀치력만큼 큰 무기는 없지. 아무래도 펀치력 강한 상대를 만나게 되면 큰 긴장감을 느끼고 저도 모르게 빠르게 체력을 소모시키게 되거든. 오늘 특별 훈련 이후 꾸준히 복습하면 이전보다 훨씬 나은 실력을 보여주게 될 거다.”


역시 박길태 관장의 관찰력은 예리했다.

전국 생체 결승전 당시 통증을 못 느끼고 있었음에도 이서우의 주먹과 내 주먹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뼈저리게 느꼈을 만큼 놈의 펀치력은 강력했다.


하지만 엘리트 무대에는 이서우 같은 놈이 널리고 널렸을 터.

그래서 전국 생체 이후 일주일 간 독학으로 펀치력 강화 훈련을 했지만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 내게 ‘특별 훈련’을 제시하다니.

팔딱팔딱 뛰는 생선을 바라보는 고양이처럼 눈빛을 반짝일 수밖에 없잖아?


“흔히 압도적인 펀치력은 주먹 만으로 만들어진다고 착각하는데 그렇지 않아. 손목, 어깨, 팔, 등, 코어, 하체 모두 강화시켜야 비로소 강한 펀치가 만들어 지지.”


박길태 관장은 어딘가에서 20kg 원판을 들고 오더니 앞으로 쭉쭉 뻗었다.


“이건 삼두와 어깨를 강화해주는 운동이다.”


나는 관장이 알려준 대로 움직였다.


처음 원판을 들어 올렸을 땐 제법 할 만한 무게라고 생각했는데.

20회씩 5세트 정도 했을 때, 이를 악 물지 않으면 팔이 올라가지 않을 만큼 힘이 부치는 게 느껴졌다.


“지금 네 근육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겠지? 다음은 어깨와 코어에 있는 근육과 유연성을 키우는 운동이다.”


이번엔 손잡이가 달려 있는 밴드를 가져온 박길태 관장.

그는 곧 링 코너에 그것을 묶었다.


“이렇게 밴드 반대 방향으로 서서 손잡이를 잡고 빠르게 앞으로 밀어주면 돼. 이때 팔 힘을 쓰려하지 말고 어깨와 코어에 집중해서 내지르도록 해.”


관장의 설명대로 반복적으로 움직이자, 어느 순간 스트레칭을 하듯이 어깨와 허리 회전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게 느껴졌다.

무통빨이 없었다면 아마도 극심한 어깨 뻐근함을 느꼈겠지.


“앞으로 밀었으니 이번엔 반대로 당길 차례다.”


관장이 알려준 대로 밴드 방향으로 서서 손잡이를 당기니, 어깨 뿐만 아니라 등 근육에도 자극이 가는 게 느껴졌다.


“다음은 풀업이야. 팔을 내지르는 힘은 이두근과 삼두근 말고도 등 근육 영향을 많이 받지. 풀업 하는 법은 알고 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팔을 벌려 철봉에 매달렸다.


“끄응···.”


여섯 번째 오를 차례.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봤지만.


털썩-


팔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런 나를 보며 혀를 끌끌 차는 박길태 관장.


“펀치력을 키우면 네 최대 강점인 근성 또한 빛을 발휘하게 될 테니 최강의 복서가 되고 싶으면 이 악물고 꾸준히 연습하도록 해라. 절대 하루아침에 주먹 힘이 강해지지 않으니 독하게 마음 먹어야 발전이 있을 거다.”


맞는 말이었다.

만약 이서우가 근성이 있고 지능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면, 나는 반격을 휘두를 새 없이 탈탈 털렸을 게 분명하다.


무한 체력과 파워풀한 주먹.

이는 복서에게 있어서 천군만마와도 같은 존재이기에.

나는 매일 한시도 쉬지 않고 박길태 관장이 알려준 펀치력 강화 훈련을 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유스 국가대표 선발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날.


“야, 저거 하고 갈래?”


돌연 조인찬은 오락실 펀치 기계 앞으로 나를 끌고 갔다.


“좋아.”


나 또한 펀치력 강화 훈련 성과가 궁금했기에, 흔쾌히 녀석의 제안을 승낙했다.


1등 : 9,265점

2등 : 8,036점

3등 : 7,588점


조인찬은 팔 스트레칭을 하면서 점수판을 눈으로 쭉 훑었다.


“이거 1등 기록 더럽게 안 깨지더라.”

“설마 2등 3등 기록 다 네가 만든 거냐?”

“아, 힘숨찐 콘셉트로 가려고 했는데 들켰네.”


오소독스 자세를 취하고는 허리를 한껏 돌리는 녀석.

곧 새총을 쏘듯이 팔을 뒤로 당기고는 주먹을 일자로 쭉 뻗었다.


파아앙!


그와 동시에 빠르게 올라가는 점수.

3등에 이어 2등까지 제쳤으나···.


1등 : 9,265점

2등 : 8,914점

3등 : 8,036점


“아오! 또 실패야!”


조인찬은 점수판을 보며 씩씩거렸다.


“그래도 네 최고 기록은 경신한 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 아무튼 한 번 더 하고 싶지만 내기는 내기니까. 이번엔 네가 할 차례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점수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조인찬.


지금 승부욕의 사나이에게는 내 기록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 보였다.

누군지도 모를 1등 기록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걸 보면.


그럴 만도 했다.

내가 봐도 내 자세는 상당히 엉성했으니까.


복싱장에서 펀칭볼은 많이 쳐봤어도 펀치 기계는 한 번도 쳐본 적이 없었기에.

조금 전 조인찬이 친 자세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후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쉰 뒤 펀치 기계에 팔을 뻗자.


파아아아아앙!


시원한 타격음이 울리고 빠르게 올라가는 점수.


“어?”


점수판을 물끄러미 주시하던 조인찬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1등 : 9,812점

2등 : 9,265점

3등 : 8,914점


세상에.

최고점이라니.


조인찬은 내 점수를 어떻게든 깨기 위해 이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주먹을 내리쳤지만.


8,175점

7,998점

6,412점

:


점수는 점점 더 낮아질 뿐이었다.


//


몇 시간 뒤.

다섯 명의 남자가 펀치 기계 앞에 멈춰 섰다.

이들의 운동복에는 ‘강한고 복싱부’라는 글씨가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이거 전에 한필이가 1위 세운 거네. 헤비급 선배님도 9천 점 못 넘기던데. 역시 인파이터 최강자 서한필이야.”


무심코 점수판을 훑어보던 강한고 복싱부 선수들.

잠시 뒤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틀어 막을 수밖에 없었다.


“누, 누군가 서, 서한필의 기, 기록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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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ROUND 9 24.05.15 104 3 13쪽
8 ROUND 8 24.05.14 12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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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OUND 5 24.05.11 154 6 11쪽
4 ROUND 4 24.05.10 16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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