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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르니

금강불괴는 링에서 힐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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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밍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2
최근연재일 :
2024.05.26 23:58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432
추천수 :
90
글자수 :
117,391

작성
24.05.24 23:32
조회
68
추천
4
글자
12쪽

ROUND 19

DUMMY

사각의 복싱 링.

그 주변을 감싸고 서 있는 유스 국가대표 선수들.


“세상에···. 체육관 출신 실력이 저 정도라고?”

“인생 현타 오는데.”

“올라운더 스타일인가?”

“왜소한 편인데 어떻게 저런 펀치력이 나오지?”


그들의 입에선 연신 감탄이 터져 나왔다.


퍼어억! 쉬이익!


쏟아지는 펀치에 맥을 못 추리는 민머리 선수.


백스텝을 밟아 도망치려고 하면 곧바로 파고들어 거리를 좁히고, 가드를 올려 막으려고 하면 번개처럼 빈틈을 향해 주먹이 날아들었다.


분명 헤드기어를 쓰고 스파링을 하고 있는데도, 최강인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민머리 선수의 고개가 맥없이 휙휙 꺾였다.


“하!”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연신 내뱉는 민머리 선수.

그나마 주먹이 머리로 향하지 않아 다행이라 여겼다.

한 톨 한 톨 소중했기에.


“이게 어떻게 유스 국가대표 실력이야.”


그는 글러브로 줄줄 흐르는 땀을 훔치며 중얼거렸다.


분명 왜소한 몸인데 주먹은 묵직했으며, 공격 속도는 그의 동체시력이 따라잡지 못 할 만큼 빨랐다.

더욱이 본능보다 앞서는 반사 신경까지.


‘무엇보다···.’


민머리 선수는 가드 사이로 마주 편에 선 최강인을 바라보았다.

쉴 새 없이 주먹을 뻗고도 너무나도 태평한 얼굴과 평온한 숨소리.


반면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저 미친 체력은 또 뭔데?’


복싱은 정신력 싸움이기도 하다.

상대의 지치는 모습만큼 힘을 돋워주는 게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 민머리 선수는 패배를 직감했다.

모든 피지컬에서 밀리기에.


다만 후배들 앞에서 체면만큼은 지키고 싶을 뿐이었다.


‘느리고 약해. 세계 뭐시기 존재가 맞나 의심될 만큼.’


1라운드가 끝나갈 무렵, 최강인은 입맛을 쩝 다셨다.

마치 장난감처럼 민머리 선수가 손 안에서 놀아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민머리 선수에게 찾아온 기회.

최강인의 옆구리가 텅 빈 것을 보고 그는 곧바로 주먹을 꽂았고.


퍼어어억!


그것은 영혼까지 끌어 모은 주먹.

둔탁한 마찰음이 울려 퍼진 걸 듣고 그는 적중했다고 확신했다.


이제 곧 최강인이 옆구리를 부여잡기 위해 가드를 내릴 것이고, 그때 안면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게 그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퍼어어어억!


그것은 최강인에게 역공을 허용한 꼴이 됐다.


옆구리를 세게 얻어맞고도 눈 하나 끔쩍 않는 최강인.

그는 오히려 바디 훅을 던지기 위해 가드가 내려간 민머리 선수를 향해 묵직한 주먹을 내질렀고.

그것은 눈 깜빡할 사이 민머리 선수의 턱을 강타했다.


빠아아악!


별다른 반동 없이 짧게 내리친 주먹.

그러나 바닥에 내던져진 민머리 선수는 좀처럼 몸을 일으키지 못 했다.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으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니. 하여간 경기 센스가 미쳤다니까.’


최강인의 경기를 보며 이훈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정작 최강인은 우승을 하고도 어딘가 불만이 있는 듯 보였다.


‘아쉬워. 아쉬워. 아쉽다고. 도파민 투여량이 기대 이하잖아.’


그는 갈망했다.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하듯이 마음 졸이며 하는 경기를.


“자, 모두들 수고했다. 이제 결과를 발표하지.”


이훈은 큰 소리로 1위부터 15위까지 호명했다.

1위는 KT복싱클럽 최강인.

대망의 꼴지는 태양체고 김지훈이 차지했다.


“아오, 창피해.”


김지훈은 가장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고개를 푹 숙였다.


‘하필 마지막 상대가 박지아였다니.’


어떻게 짝사랑 중인 여자를 이길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는 스파링을 시작하기도 전에 곧바로 기권을 했다.


박지아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보다 스파링에서 지는 게 더 나았으니까.


‘아마 다들 쉬운 상대를 선택할 테니 내 상대는 스즈키 료헤이가 유력하겠지.’


김지훈은 또 한 번 두 손을 모으고 신에게 기도를 했다.

다른 누군가가 스즈키 료헤이를 선택하기를.

파리처럼 손발이 닳도록 빌고 또 빌었다.


“자, 스파링에서 1등을 한 최강인 선수에게는 앞서 약속한 것처럼 일본 선수 선택권을 주겠다. 어떤 선수를 선택할 건가?”

“스즈키 료헤이요.”


최강인이 스즈키 료헤이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회피력 훈련 당시 이미지 트레이닝을 위해 밥 먹듯이 너튜브 영상을 봤으니까.


그런데 그의 말에 유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웅성거렸다.


“이거 실화야?”

“다들 스즈키 료헤이 만은 피하고 싶어서 악착같이 한 거 아니었어?”

“스즈키 료헤이가 어떤 선수인지 모르나?”

“쟤는 왜···.”


누구보다 가장 환호한 사람은 바로 김지훈.


‘하느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교회 다닐게요.’


그는 입이 씰룩거리는 걸 티내지 않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기까지 했다.


“그리고 조금 전 최강인 선수가 상대한 선수는 사실 유스 국가대표가 아니었다.”


이훈 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또 한 번 웅성거렸다.


“직접 자기소개를 하지.”


그의 말에 민머리 선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이훈 감독 옆에 나란히 섰다.


“반가워요. 저는 세계챔피언을 꿈꾸는 국내챔피언 출신 하권필입니다.”

“권필이는 16전 12승 4패 전적을 갖고 있는 프로 선수다.”


민머리 선수의 입에서 ‘국내챔피언 출신’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유스 국대 선수들은 입을 틀어막고 하나같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아, 유스 국대 스파링에 국내챔피언을 심는 건 개에바지.”

“그럼 강인이는 국내챔피언을 손쉽게 이긴 거네? 미친놈.”

“아무리 과거 국내챔프였다고 해도 꽤 실력자일 텐데.”


민머리 선수의 정체에 놀란 건 최강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세계챔피언은 절대 아닐 거라 생각하긴 했는데···. 국내챔피언 출신이라고? 고작 저 정도 실력이?’


민머리 선수의 실력은 국내챔피언에 대한 그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쳤기 때문이었다.


수군거리는 유스 국대들의 모습을 한참 지켜만 보던 이훈 감독은 하권필의 어깨를 툭툭 쳤다.

유스 국가대표에게 참패를 겪은 그의 정신 건강을 격려하기 위해서였으나.


“오늘 스파링을 해보고 느꼈습니다. 대한민국 복싱계가 또 한 번 빛날 수 있다는 것을요. 제 머리처럼요. 여러분께서 부디 죽어가는 복싱계를 꼭 살려주세요.”


간절한 염원이 담긴 그의 눈빛은 태양보다도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래. 권필이 수고 많았고. 그럼 이번엔 일본 선수들과의 스파링을 위한 토너먼트 대진표를 추첨해보겠다.”


이훈 감독은 또 한 번 박스에 선수들의 이름을 넣고 흔들었다.


//


“그게 진짜예요?”


조수석에 앉아있던 유승아.

그녀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운전석에 앉아있는 박기우를 쳐다봤다.


“그래. 스파링 그 경기에서 1등을 했는데 글쎄, 스즈키 료헤이를 선택했대.”

“와. 선발전 때도 느꼈지만 최강인 선수는 자신감이 남다른 것 같아요.”

“뭐, 스즈키 료헤이가 일본 대스타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엔 경기 영상 같은 게 풀린 게 없으니 모르고 선택했을 수도 있고.”

“그래도 최강인 선수도 스즈키에 대한 소문들을 들었을 텐데요. 저는 그 중 제일 충격이었던 게 엘리트 선수 17명과 줄줄이 스파링을 해서 전부 이겼단 얘기였어요. 실력도 실력인데 그 괴물 체력을 어떻게 이겨요.”

“음. 최강인이라면 이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국제 대회도 아닌 스파링인데 우리가 취재를 가야 할 이유가 있어요?”

“그럼. 스즈키 료헤이가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유명하거든.”

“그런가요? 복싱 팬 아니면 모를 것 같은데···.”

“걔 아웃스타그램 계정 들어가 봐. 조회수가 유독 높은 숏폼 영상이 있을 거야.”


스즈키 료헤이의 아웃스타그램을 둘러보던 유승아.


“헐.”


곧 그녀의 입에선 탄식이 나왔다.


“한국인은 눈 찢어진 성형 민족이라니. 어린 놈의 새끼가.”

“그거 말고도 혐한 발언 몇 개 더 있을 거야. 그런 놈이 방한을 한다니. 공항에서 계란 안 맞으려나 모르겠네.”

“제가 준비해 갈까요?”

“퇴사하고 싶으면 그러든가.”

“감히 국민 정서를 건드리다니. 혼쭐내고 싶네요.”

“어쩌면, 최강인이 그런 점 때문에 스즈키 료헤이를 선택했을 지도 모르겠네. 링 위에선 폭력이 정당하니까.”

“세상에! 그런 깊은 뜻이 담겼을 수도 있겠어요. 어쩐지 왜 약한 선수가 아닌 스즈키 료헤이를 선택했나 했더니만. 이거 대박날 거 같은데, 영상 찍는 게 어때요?”

“이미 한 발 늦었어.”

“네?”


박기우는 빨간불이 켜진 사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유승아 눈앞에 보여줬다.

액정에는 ‘(예고) 최강인 vs 스즈키 료헤이 유스 국가대표 스파링’이라고 적힌 영상이 틀어져 있다.


“이게 뭐···. 어머, 요즘 대세 너튜버 쁘아쁘아네요? 근데 이 너튜버 복싱과 거리가 멀게 생겼는데, 이게 무슨 일이래요?”


쁘아쁘아의 너튜브 계정을 둘러보던 유승아는 최근 게재된 한 영상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대박!”

“왜?”

“쁘아쁘아가 복싱 유스 국가대표 전지훈련 브이로그까지 올렸네요?”

“알아. 이미 봤지.”

“어떻게 유스 국대 전지훈련 모습을 찍은 걸까요? 내부자 아니면 어려울 텐데. 가족 중에 이쪽 관계자가 있나?”


턱에 손을 괸 채 골똘히 생각에 잠긴 유승아.

박기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걔가 선수일 거라곤 생각 안 해?”

“에이, 선배도 참. 이 친구가 유스 국가대표면 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겠어요. 이렇게 여리여리한 애가 무슨.”

“최근 올린 영상들 다 봐봐. 되게 구체적이야. 선수 아니면 어려울 만큼.”

“어, 그러고 보니 스파링 영상도 올렸네요?”


한참 영상을 보던 유승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손으로 입을 턱 가렸다.

무언가 충격적인 것을 본 듯한 얼굴로.


“미친···. 이게 선발전 때 봤던 그 최강인이라고요? 그때도 초인적이게 보였는데 지금은 완전 신급인데요? 펀치 봐. 한 대 얻어맞으면 바로 나뒹굴겠어요. 어머, 무슨 미래에서 온 것처럼 공격도 물 흐르듯 다 피하고 몸놀림도 상당히 명쾌하네요. 유스 국가대표들이 맥을 못 추릴 정도에요.”

“나도 보고 깜짝 놀랐어. 핑퐁 싸움을 한 게 아니고 그야말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쳤더라고.”

“이 영상 보니까 최강인과 스즈키 료헤이 스파링에서 누가 이길지 궁금해지네요. 둘 다 미친 실력을 갖고 있잖아요. 아, 물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무조건 최강인이 압승을 거둬주길 바라는 마음이고요. 근데 선배에게 가장 중요한 걸 묻지 않았네요.”

“어떤 거?”

“두 사람 스파링이 언제에요?”


그 순간 곧바로 브레이크를 밟은 박기우.

그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유승아를 바라보았다.


“내일이잖아.”


//


“드디어 한국이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며 걷는 스즈키 료헤이.

그는 인천공항 입국장을 지나면서 기지개를 쭉 켰다.

그와 동시에 상의 아래로 불룩 튀어나온 배.


“너 혐한 발언으로 난리난 거 잊지 않았지? 제발 고개 푹 숙이고 조용히 가.”


그의 뒤를 따라 걷던 코치 아오이 아카네.

그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스즈키 료헤이의 알아보지 않는 걸 본 뒤에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형, 나 저거 먹고 갈래.”


스즈키 료헤이는 손가락으로 한 가게를 가리켰다.

그것은 바로 햄버거 집.


“스즈키 제발. 불과 1시간 전에 초밥 먹었잖아. 너 지금 체중 너무 불었어. 이제 슬슬 몸 관리 해야지.”


아오이 아카네는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걱정 마. 아시아유스복싱선수권대회까지 반드시 몸을 만들 거니까.”

“그 전에 내일 한국 유스 국가대표와 친선 스파링 있는 거 잊지 않았지?”

“형. 한국 유스 국가대표 실력 개껌 만도 못 한데 내가 굳이 몸을 만들어야 해?”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짓고 말하는 스즈키 료헤이.

아오이 아카네는 누가 들을 세라 급히 두 손으로 그의 입을 틀어 막았다.


“스즈키! 쉿! 여기가 한국이라는 걸 제발 잊지 말아 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55 n6******..
    작성일
    24.05.25 21:36
    No. 1

    살짝 저런애들이 벽 크게 느끼면 그 분야 접던데 꼭 접을수잇을정도로 털어줫으면 좋겟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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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ROUND 11 24.05.16 9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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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ROUND 9 24.05.15 105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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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OUND 4 24.05.10 16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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