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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르니

금강불괴는 링에서 힐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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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밍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2
최근연재일 :
2024.05.26 23:58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425
추천수 :
90
글자수 :
117,391

작성
24.05.19 20:13
조회
86
추천
2
글자
12쪽

ROUND 14

DUMMY

“이게 왜 여기 있어요?”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열고 나간 나는 벽에 걸린 커다란 액자를 보고 흠칫 놀랐다.

그것은 신아일보 인터뷰 기사였기 때문이었다.


“우리 자랑스러운 아들의 인터뷰가 신문에 실렸는데 가보로 여겨야지.”


콧노래를 부르며 마른 수건으로 액자를 닦는 어머니.

그때 아버지가 핸드폰을 들고 어머니 곁으로 다가왔다.


“프로필 사진을 이렇게 바꾸는 건가?”


아버지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머니에게 핸드폰 액정을 보여줬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소녀처럼 웃는 어머니.


“나와 찍은 사진은 한 번도 프로필 사진에 올린 적 없으면서, 아들 경기는 뿌듯했나 봐요?”

“당연하지. 무려 유스 국가대표가 됐는데.”


화목한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입가에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대체 복싱이 아버지에게 어떤 존재이길래, 생전 내게 아무런 관심도 없던 아버지가 이렇게 급변한 걸까.


그나저나 이게 무슨 냄새지?


“엄마, 이게 무슨 냄새에요?”

“응? 무슨 냄···. 아이고! 내 정신이야!”


어머니는 액자를 닦던 마른 수건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서둘러 가스레인지 앞으로 뛰어갔다.

어느새 가스레인지 위에 있던 냄비에서 김이 한가득 폴폴 솟아나고 있었다.


“다행히 타진 않았네.”

“그게 뭔데요?”

“아, 전복삼계탕이야. 곧 전지훈련 가잖아. 그 전에 몸보신 제대로 해야지.”


시간 참 빠르다.

벌써 유스 국가대표 선발전을 마친지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니.


“배고프지? 다 됐으니까 식탁 위에 수저 좀 올려놓을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식탁 위에 수저를 하나 둘 올려놓았고.

수저는 식탁 위에 얹어진 유리와 맞부딪혀 명쾌한 마찰음을 내고 있었다.

부모님 수저를 올리고 마지막 내 수저를 올리고 있던 그때.


“꺅!”


돌연 들려온 어머니의 비명소리.

고개를 돌린 곳에는 커다란 그릇 하나가 싱크대 상부장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서둘러 팔을 뻗어보았지만.

아뿔싸!

그릇은 내 손을 스치고 바닥을 향해 낙하했다.


그와 동시에 눈을 질끈 감은 나와 어머니.

곧 그릇 깨지는 소리가 귓가에 울릴 거라 예상을 했는데.

음? 고요하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천천히 눈을 뜨던 나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그릇이 아버지의 손 위에 편하게 안착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나도 놓친 그릇을 50세인 아버지가 몸을 던져 받아 내다니.


“여기.”


아버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릇을 어머니 손에 건넸고.

어머니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버지, 혹시 야구하셨어요?”


나는 아버지가 식탁 의자에 앉자마자 곧바로 옆에 따라 앉으며 물었다.


“아니.”

“방금 그거 다이빙 캐치 같았는데요?”


그때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삼계탕이 식탁 위에 올라왔고.


“네 아빠 반사 신경이 좀 좋아. 엄마가 차에 치일 뻔 했을 때도 몸을 던져서 구해줬거든.”


어머니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아버지와 내 앞에 앞 접시를 놓으며 말했다.


17년 인생에 있어서 처음 듣는 얘기였다.

딱히 두 분의 연애 스토리에 관심을 갖지 않기도 했고 관심도 없었다.

다만, 아버지의 반사 신경에는 어쩐지 관심이 갔다.


내 반사 신경은 특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껏 딱히 문제 있다고 여긴 적이 없었는데.

고작 마라톤이 취미인 아버지보다 반사 신경이 떨어질 줄이야.


훈련이 필요하다.

펀치력이 급속도로 강력해졌듯이.


그런데 무슨 수로 반사 신경을 키우지?

박길태 관장에게 부탁드려봐야 하나?


//


“관장님, 그게 진짜에요?”

“뭘 새삼스럽게 놀라고 난리야.”


이번에도 일요일에 복싱장으로 부른 박길태 관장.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매트 위에 올려진 탭볼과 밧줄, 그리고 센서가 부착된 여러 판때기.


박길태 관장이 내 머릿속에 도청장치라도 달아둔 걸까.

이토록 시기적절하게 회피력 강화 훈련을 알려주다니.


“최강인, 네 반사 신경과 동체시력은 지나치게 평범해. 지금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발목을 잡을 거다. 펀치력 강화 훈련과 마찬가지로 오늘 훈련도 체력이 다할 때까지 꾸준히 하는 게 좋아.”

“네! 알겠습니다!”

펀치력 강화 훈련에 이은 두 번째 극비 훈련.

이것은 단순하면서도 사뭇 골치 아픈 훈련이었다.


박길태 관장의 설명 따라 탭볼을 머리에 장착하니 공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튕겨나가기 시작했다.


톡톡-


눈으로 공을 쫓으며 주먹을 뻗는 건 생각보다 할만했다.

박길태 관장도 예상했다는 듯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으니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한참 탭볼을 치고 있을 때, 돌연 박길태 관장이 바닥에 센서가 장착된 판때기 여러 장을 깔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 발 앞에 무지개처럼 반원형으로 놓였다.


“판은 총 10개고 각 판에는 랜덤으로 불이 들어와. 그럼 그 판에 왼발을 얹고 탭볼을 치면 된다. 5초마다 불이 바뀌니 긴장 풀지 말고.”

“알겠습니다!”


나는 심호흡을 세 차례 내뱉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박길태 관장이 무언가의 버튼을 눌렀고, 왼쪽에서 두 번째 놓인 판에 빨간 불이 켜졌다.

판을 밟고 주먹을 뻗자마자 곧바로 오른쪽 맨 끝에 있는 판에 불이 켜졌다.


‘와, 정신없다.’


탭볼과 판 두 가지를 신경 쓰면서 주먹을 뻗으니 어느 순간 몸이 경직되는 게 느껴졌다.


“힘 풀고.”


역시나.

박길태 관장은 이를 놓치지 않는다.


제자리에서 심호흡을 하고 어깨를 탈탈 터니, 얼어붙은 몸이 한결 유해지는 게 느껴졌다.


“이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반사 신경이 좋아진 게 느껴질 거다. 나도 이 훈련의 도움을 꽤 받았거든.”


박길태 관장의 말이 자극제가 된 걸까.

고도의 집중력을 끌어 모아 훈련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체육관에서 울리던 종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내 옆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던 박길태 관장이 사라진 사실도 모를 정도로 나는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한 거야.”


한참을 운동하다가 무심코 벽면에 걸린 시계를 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 했다.

무려 5시간이나 지나 있을 줄이야.

어쩐지 슬슬 눈앞이 핑핑 도는 것 같이 느껴지더니.


통증은 느껴지지 않지만 자칫하면 부상이 남을 수 있기에.

나는 링 위에 누워 핸드폰을 보았다.


고생했으니 이제 보상을 해줄 시간이지.

오늘은 어떤 도파민을 충전을 해볼까나.


한참을 콧노래를 부르며 너튜브로 각종 짧은 동영상을 보던 나는 알고리즘이 추천한 한 영상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링 위에 올라가 있는 익숙한 얼굴.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덩치.


그것은 바로 유스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서한필의 과거 스파링 영상이었다.

어쩐지 주먹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생각했는데 본래 헤비급 선수였다니.


무통 빨을 누리지 않았더라면 나는 녀석에게 몇 번 주먹을 얻어맞고 KO 패배를 당했을 게 틀림없다.

그만큼 서한필의 펀치력은 가히 아찔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신아일보 기자가 ‘서한필의 주먹을 맞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을 한 거였군.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는 내 대답에 왜 당황해하나 했는데.


그나저나 인터뷰 말미에 곧 일본 유스 국가대표 선수들과 친선 스파링을 갖게 된다고 했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실력이 뛰어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선수들이 오려나.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 게 느껴졌다.

알고리즘이 일본의 한 복싱 선수의 경기 영상을 추천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어로 적혀 있어서 정확히 뭐라고 써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학생 때 배운 히라가나로 추측해보면 스즈키 료헤이라는 이름의 선수인 모양이다.


스슥! 퍼어어억! 퍽퍽!


깡마른 몸에 제 신체보다 긴 리치를 갖고 있는 녀석은 자유자재로 스텝을 밟으며 빠른 속도로 주먹을 뻗어댔다.


예측할 수 없는 펀치 타이밍.

거기다 격동적으로 움직이며 뻗는데도 정확도까지 뛰어나다니.


와.

주먹을 피하는 실력까지 미쳤잖아?


만약 이런 놈을 링 위에서 만나면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골치가 아픈 일이었다.

금강불괴와 같은 무통 빨을 누리고 있다 해도 이런 놈 앞에선 특별할 게 없을 테니까.


그렇기에 이보다 더 좋은 이미지 트레이닝 상대는 없었다.


나는 수백 번 가까이 스즈키 료헤이라는 놈의 스파링 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눈을 감고도 녀석의 움직임을 떠올릴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


“아직도 운동하나?”


외부 일정을 마치고 체육관 앞을 지나가던 박길태.

그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체육관을 보며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그는 곧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의 손목에 찬 시계 시침이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강인 이놈, 불 안 끄고 갔나보네.”


박길태는 불을 끄기 위해 체육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문고리를 돌리려던 그때.


팡! 팡!


샌드백의 터질 듯한 마찰음이 그의 귓가에 들렸다.


“누구지?”


체육관 안으로 들어간 박길태는 또 한 번 흠칫 놀랐다.


‘특별 훈련’이라고 칭했지만 사실 대단할 것 없는 평범한 훈련.

그럼에도 최강인은 늦은 밤까지 그가 알려준 훈련들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물을 끼얹은 것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가득한 상태지만, 주먹은 여전히 매섭고 발재간은 가벼웠다.


최강인이 샌드백 치는 것을 멈추고 링 위로 올라가 쉐도우 복싱을 시작하자 박길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칠 법도 한데 오히려 개운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오호?”


또한 마주 편에 상대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관성에 따르지 않고 각종 공격기와 회피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계속해서 움직임을 창조하고 있었다.


그저 체력만 좋은 녀석일 줄 알았는데 습득력까지 뛰어나다니.

박길태는 멀찍이서 감탄을 쏟아내며 최강인의 스파링을 지켜보았다.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누구나 모든 게 자기 것이 되진 않는다.

이런 사실을 박길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헌데, 최강인 저 놈은 알려주는 족족 수십 년 배운 놈처럼 금방 흡수해버린단 말이지.’


지이이잉.


그 순간, 박길태의 주머니 안에 있던 핸드폰이 부르르 떨렸다.

모르는 번호로부터 온 전화였다.


“네, 박길태입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그게 진짜입니까? 김동연 회장이 전지훈련 때 온다는 게?”


그가 놀란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길태는 전화를 끊자마자 서둘러 포털사이트에 한 키워드를 미친 듯이 검색했다.


[스포츠] 김동연 안화그룹 회장 복싱연맹 회장 취임

[스포츠] 김동연 “열정 넘치는 유스 국가대표 보고 마음 굳혀”

[스포츠] 김동연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포상금 두둑하게 챙겨줄 것”


그것은 바로 ‘김동연’이었다.


‘김동연 회장에게 무조건 잘 보여야 한다.’


박길태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글러브를 양 손에 끼고는 링 위로 올라갔다.


돌연 느껴진 인기척에 황급히 뒤를 돌아본 최강인.

그는 박길태의 양 손에 끼어진 글러브를 보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도 했다.

링 위에 올라간 박길태는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박길태는 개의치 않는 다는 듯이 셔츠 단추를 하나 둘 풀면서 최강인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의 거리가 한 뼘 정도로 가까워진 순간, 박길태는 입고 있던 셔츠를 링 위에 내던졌다.

그와 동시에 좌우 균형이 잘 이루어진 복직근과 빗살무늬와 같은 외복사근이 최강인 눈에 들어왔다.


“오늘 마지막 훈련은 나와 스파링 하는 거다. 누구 한 명 쓰러져야 끝나는 거다.”


박길태는 자신의 기습 제안에 당연히 최강인이 당혹감을 느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머지않아 자신의 예상이 완전히 빗겨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안 그래도 훈련 성과를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진짜 내 머릿속에 도청 장치 심어둔 거 아니야?’


자신을 바라보는 최강인의 표정이 흡사 먹잇감 앞에서 입맛을 다시는 맹수와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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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OUND 4 24.05.10 16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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