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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르니

금강불괴는 링에서 힐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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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밍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2
최근연재일 :
2024.05.26 23:58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413
추천수 :
90
글자수 :
117,391

작성
24.05.25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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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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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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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ROUND 20

DUMMY

“먼 길 오느라 고생했습니다. 저는 유스 국가대표 감독을 맡고 있는 이훈입니다.”


전지훈련 마지막날.

친선 스파링을 위해 청양군민체육관을 찾은 스즈키 료헤이와 아오이 아카네.

이훈 감독은 아오이 아카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아오이 아카네는 스즈키 료헤이가 아닌 자신에게 먼저 악수를 청한 것에 의문이 들었지만, 연장자를 향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이훈의 말에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듣던 것보다 신체 조건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제63대 일본 밴텀급 챔피언에 등극한 아오이 아카네.

그의 전적은 25전 21승 4패.

한때 ‘악마의 팔’이란 별명을 갖고 있던 유망주였지만,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하면서 5년 전 은퇴를 선언했다.

다만 그는 자국인 일본에서만 날뛰던 선수였고, 방한 목적이 친선 스파링이었기에 스즈키 료헤이보다 자신을 먼저 반기는 이훈의 모습이 상당히 의아했다.


“혹시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니십니까?”

“네? 스즈키 료헤이 선수 아닙니까?”

“아, 스즈키는 제가 아니고 이놈입니다.”


아오이 아카네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옆에 서 있던 스즈키 료헤이를 손으로 가리켰다.


“···아, 이쪽이 스즈키 료헤이라고요?”


이훈 감독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럴 만 했다.

‘떠오르는 신동’으로 불리는 일본 유스 국가대표 스즈키 료헤이.

키 175cm에 55kg이라는 왜소한 체구를 갖고 있던 그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 거대한 체구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네. 제가 스즈키 료헤이입니다만 문제 있나요?”


스즈키 료헤이는 주머니에서 빵을 꺼내 입에 욱여넣으며 물었다.


‘얼마나 한국 선수들을 무시했으면 몸 관리조차 안 하고 나타나다니.’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이훈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죄송합니다. 이 녀석이 최근 실연의 아픔을 크게 겪어서 몸 관리에 소홀했습니다.”


눈치 빠른 아오이 아카네는 스즈키 료헤이의 앞에 서서 고개를 푹 숙였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다른 선수들은 어디 있고 스즈키 료헤이 한 명만 온 겁니까?”


이훈은 다른 선수들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리며 두리번거렸다.

애초 일본 복싱연맹과 약속했던 방한 선수는 15명.

그에 맞춰서 숙소도 다 잡아놨건만.

정작 한국을 찾은 건 단 1명, 거구가 된 스즈키 료헤이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제가 다 상대할 겁니다.”

“네?”


스즈키 료헤이의 말에 이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리 체력 좋기로 유명하다고 해도, 우리 측도 명색이 유스 국대인데.

더욱이 산만해진 몸은 이전과 같은 실력을 자랑할 수도 없을 터.


‘이거, 우리 선수들을 깔봐도 너무 깔보는 거 아닌가?’


이훈은 기가 차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한 명의 선수를 이기기 위해 15명의 선수를 스파링 상대로 내보내는 건 스스로 약한 팀인 걸 인정하는 셈.

그리고 그에게도 믿을만한 카드 한 장이 있었기에.


“그럼 저희도 공평하게 선수 한 명만 링에 세우겠습니다.”


그는 어깨를 빳빳이 펴고 자신감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훈의 말에 피식 쪼개는 스즈키 료헤이.


“한 명이라···. 어떤 선수입니까?”

“최강인이라는 선수입니다.”

“음. 들어본 적 없는 선수인데, 절 상대할 만큼 그렇게 대단한 선수입니까?”


이훈은 최강인과 가졌던 스파링을 떠올렸다.


묵직하고도 날렵한 주먹.

바람처럼 가뿐한 움직임.

지치지 않는 체력과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


‘대단하냐고?’


이훈은 허공을 응시하며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아니.

완벽하지.


“해보면 알 겁니다.”


의미심장한 그의 말에 스즈키 료헤이는 어리둥절해 할 뿐이었다.


//


“저 선수가 스즈키 료헤이라고?”

“굉장히 날렵하게 생겼다고 들었는데, 소문이 미화됐나?”

“헤비급으로 체급 올린 건가? 그러기엔 살만 한 가득인데?”


유스 국가대표 선수들은 운동을 하면서 스즈키 료헤이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복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게 생긴 사람이 일본에서 신동으로 불리는 선수라니.


“근데 스즈키 말고 다른 선수들은 오지 않았대. 전략 노출을 염려한 걸까?”

“그거 때문이겠냐? 그냥 우리를 개무시한 거지.”


거기다 다른 선수 없이 스즈키 료헤이 혼자 왔다는 사실에 모두가 의구심을 가졌다.


“반일 감정이 꿈틀거리는데, 당장 링 위로 올라오라고 할까?”


김지훈은 생각했다.

살이 찐 스즈키 료헤이는 비벼볼 만 할 것 같다고.

이는 박지아에게 호감 점수를 딸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 지훈아. 네가 대진 운이 좋지 않아서 스파링에서 꼴지 기록을 세운 거지, 헤비급인 네 주먹은 꽤나 위협적이야. 한번 제대로 혼쭐 내줘.”


거기다 동료들의 응원은 그의 자신감을 치솟게 만들었다.


“곤니찌와. 와따시와 이쿠사노 네가우.”


김지훈은 붕대를 팔에 감고 있던 스즈키 료헤이에게 다가가, 얄팍한 일본어 지식을 총동원하며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 한국말 할 줄 알아요.”


얼마 지나지 않아 스즈키 료헤이의 유창한 한국말에 당혹감을 느꼈지만.


“아, 한국말 잘 하시는구나. 혹시 저랑 스파링 해볼래요?”


김지훈의 말에 스즈키 료헤이는 붕대를 감는 것을 멈추고 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살펴보았다.


“그쪽이 최강인이라는 선수인가요?”

“아뇨. 제 이름은 김지훈이에요.”

“음. 감독님께서 한 명하고만 싸우라고 했는데, 혹시 허락 받았어요?”

“네? 감독님께서 그런 말을 했다고요? 왜지? 지금 자리 비우셔서 허락 받을 수도 없는데···. 어차피 이것도 하나의 훈련이니 뭐라 하지 않을 걸요?”

“저야 뭐. 원하면 해드리죠. 저 또한 몸을 풀어야 해서요.”


양손에 붕대를 다 감은 스즈키 료헤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옷 속에 숨어 있던 뱃살이 출렁 움직였다.


“몇 라운드 하실래요? 3라운드 괜찮아요?”


김지훈의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스즈키 료헤이.


“3라운드나 버틸 수 있겠어요?”

“물론이죠.”


‘이 자식 이거 은근 사람 성질 긁네?’


김지훈은 사포로 기분을 긁힌 듯한 기분을 느꼈지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박지아를 보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이 링 위로 올라가자 선수들은 운동을 하다 말고 일제히 링 주변에 몰려들었다.

한목소리로 그를 연호하며 응원하는 태양체고 선수들.


그러나 스파링이 시작되고 고작 1분 지났을 때.

힘찼던 그들의 응원은 탄식으로 바뀌었다.


슈우우욱! 퍼어어억! 푸욱!


스즈키 료헤이가 뱃살을 출렁이며 주먹을 던질 때마다 김지훈의 안면을 정확히 강타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주먹은 커다란 바윗돌처럼 묵직하고도 단단했으며, 공격 속도는 벌처럼 빨랐다.


무차별적인 공격 앞에 김지훈은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었다.

반격을 해도 두툼한 살집에 흡수돼 무용지물이 됐고, 그것은 오히려 가드를 열게 해 역공의 기회를 제공한 꼴이 됐다.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저, 저, 독한 놈. 그냥 기권하고 내려오지. 본 경기도 아닌데.”


1라운드가 끝나갈 무렵.

유스 국대 선수들은 하나같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지훈을 쳐다봤다.


‘시발.’


스즈키 료헤이에게 맹공을 당하던 김지훈은 돌연 입가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맛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피까지 나오다니. 젠장.’


그가 방심한 사이, 안면 정중앙을 향해 날아드는 스즈키 료헤이의 주먹.


퍼어어억!


김지훈이 피할 새 없이 그것은 적중했고.


“악!”


망치로 눈을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통증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눈은 시간이 지날수록 퉁퉁 부었고, 눈앞은 점점 흐릿하게 변했다.


‘아, 두 명으로 보이다니···. 시발.’


김지훈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황급히 흔들었지만, 시야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눈에 스즈키 료헤이가 분신과 함께 자신에게 달려드는 게 보였다.

저도 모르게 눈을 꾹 감은 김지훈.

그 순간.


띵!


그의 귓가에 1라운드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하···.”


그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김지훈.


“피 많이 나는데 괜찮습니까?”


스즈키 료헤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보며 물었다.


‘네 놈은 이게 괜찮아 보이냐?’


김지훈은 턱 끝까지 이 말이 올라왔지만.


“괜찮습니다.”


무덤덤한 척 할 수밖에 없었다.


“지훈아, 부상 너무 심해. 경기도 아닌 스파링인데 그만 내려와.”


태양체고 선수들 또한 그를 말렸지만.


“괜찮습니다.”


그는 결코 기권하지 않았다.

박지아가 애처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뒤 시작된 2라운드.


스즈키 료헤이는 언제 걱정했냐는 듯이 김지훈을 향해 달려들었고, 김지훈은 방어에 매진한 채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런 그가 한순간 치타처럼 변했으니.


“김지훈 선수 파이팅!”


링 아래에서 핸드폰을 든 채 그의 경기를 보던 박지아.

그녀가 대뜸 목청 높여 그의 이름을 부른 순간 그의 눈빛이 돌변했다.


‘지아가 보고 있다.’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 순간 스즈키 료헤이의 오른쪽 안면이 텅 빈 게 보였고.


‘드디어 기회다!’


김지훈이 날렵하게 움직이며 스즈키 료헤이를 향해 주먹을 뻗은 순간.


‘···시발.’


고개를 가볍게 까딱이며 순식간에 그의 주먹을 피한 스즈키.


퍼어어어억!


그는 곧 김지훈의 복부를 향해 묵직한 펀치를 날렸다.


“으악!”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느낌에 배를 부여잡고 쓰러진 김지훈.

그는 링 위를 때굴때굴 구르며 신음을 토했다.


그런 그에게 다가가 무릎 꿇고 앉은 스즈키 료헤이.

그는 자신의 한쪽 손을 김지훈에게 건넸다.


김지훈이 그의 손을 맞잡으려고 하던 그때.


“역시 한국 복싱 수준은 처참하군요.”


귓가에 비소 섞인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발놈!”


잔뜩 흥분한 김지훈이 스즈키 료헤이의 손이 아닌 멱살을 잡으려고 하자, 스파링을 구경하던 선수들이 우르르 링 위로 올라갔고.


“그만!”


이훈 감독이 멀리서부터 링을 향해 뛰어왔다.


“너, 너···.”


태양체고 선수들에게 부둥켜안긴 채 씩씩거리는 김지훈.

그런 그를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스즈키 료헤이.


“왜 강인이가 아닌 네가 스파링을 하고 있지?”


이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김지훈을 노려봤다.


“감독님 그게···.”


김지훈은 마땅한 변명거리가 없어 입술만 달싹일 뿐이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푹 내쉬는 이훈.

그는 곧 김지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렇게 다칠 거 같아서 그랬건만···. 다음부터는 탐나는 상대더라도 신중해라.”

“알겠습니다. 감독님.”


그와 동시에 김지훈의 눈에서 뚝뚝 떨어진 눈물.

그것은 흡사 수도꼭지에서 물을 튼 것처럼 좀처럼 제어되지 않았다.


이훈은 피멍으로 가득한 김지훈의 퉁퉁 부은 눈을 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곧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한 선수의 이름을 힘차게 외쳤다.


“최강인!”

“네!”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받은 만큼 베풀어라.”

“알겠습니다!”


최강인은 목청 높여 대답했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드높은 자신감이 실린 목소리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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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OUND 4 24.05.10 164 6 12쪽
3 ROUND 3 24.05.09 18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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