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o***** 님의 서재입니다.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bok2705
작품등록일 :
2018.04.11 21:14
최근연재일 :
2018.08.23 23:39
연재수 :
94 회
조회수 :
410,208
추천수 :
5,849
글자수 :
447,134

작성
18.07.24 08:00
조회
933
추천
9
글자
12쪽

81화: 죄를 지은 자 누구인가 (5)

*습작을 겸하고 있으며, 머리 속에 떠오르는 대로 써 볼 생각입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81화: 죄를 지은 자 누구인가 (5)


“어머머··· 저 사람 어떡해···?”

“진짜 뛰어내리는 거 아니야···? 저기 어떻게 좀 해봐요!”


“어···어? 어···!”

“까아아악!”


언론이나 세간에 간간이 전해지던 극적인 구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잠시 침묵에 잠겼던 학교 주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민들의 비명과 탄식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학교 건물 주위에 배치되었던 공무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투신자가 서 있는 곳 밑으로 에어 매트를 열심히 옮기던 구급대원들은 고개를 떨구고 투신 현장으로 뛰어갔고, 근처에 있던 경찰도 일제히 달려갔다.


거기까지였다. 현장통제를 위해 추가 투입된 인원에 의해 주민들은 집에 돌아가야만 했다. 곧 사람들은 저마다 비탄에 잠긴 채 현장을 벗어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면식도 없는 젊은이에게 그들이 해줄 수 있는 건 애도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녀왔습니다···”


“재웅아, 대체 어디 있다가 이제 온 거야? 아무리 전화를 해도 안 받고··· 올 때 차 많이 막힌 거니?”


“응······ 사고 난 구간이 있어서, 많이 막혔어. 그 사이에 휴대폰 배터리도 방전돼서 꺼졌고··· 이거 받아.”


가게에 나올 때만 해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던 치킨은 이미 식어버린 지 오래였다. 재웅은 기운 없는 얼굴로 비닐봉지를 힘없이 내밀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사온다더니 진짜 사 왔네··· 하도 안 오길래 그냥 저녁 차려서 먹었는데··· 그래도 소화 다 됐으니까 지금 먹으면 되겠다. 옷 갈아입고 나오렴."


재웅은 대답 없이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다. 컴퓨터나 책상 같은 가구 몇 개만 빼면 십여 년간 변한 게 없는 방, 방음도 제대로 되지 않아 부엌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부 들리는 방, 그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부엌에서 부모님의 대화가 들려왔다.


“사이렌 소리가 아까보다 더 커진 거 같네.”


“당신 화장실 갔을 때는 막 비명 같은 거까지 들렸다니까. 엄청 가까이서 그런 거 같던데···”


“한 번 나가서 확인해보지 그랬어.”


“재웅이 말 못 들었어요? 탈영병이 돌아다닌다는데 어떻게 함부로 나가요? 내일 되면 뉴스에서 뭔 일 있었는지 나오겠죠, 뭐. 근데 재웅이 얘는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거야. 야, 재웅아!”


“······”


“재웅아 아직도 옷 갈아입고 있니? 엄마가 부르는 데 왜 대답이 없어. 재웅아!”


어머니가 문 앞까지 와서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재웅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대답하는 건 둘째 치고 제대로 일어나는 것조차 어려웠다. 몸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운 두통, 정확히 십여 년 전 겪었던 것과 같았다.


잠시 후 어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들이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당연히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녀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아들을 다급하게 깨우기 시작했다.


“어머, 얘, 재웅아. 너 갑자기 왜 그래? 어떻게 된 거야?”


“······”


“그러게 일 좀 적당히 쉬어가면서 하라니까 말을 안 듣고. 재웅아, 대답 좀 해봐. 괜찮은 거야?”


두통이 너무 심한 나머지 말 한마디 꺼내는 일조차 버겁기만 했다.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내저어서 나가라고 했지만, 정상으로 보일 리가 없었다. 이윽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불렀다. 적어도 방 밖으로 나간 것만은 확실했다.


하지만 칼로 쑤시는 듯한 고통을 넘어, 아예 의식 자체가 가물가물 해지는 바람에 어머니가 진짜로 방에서 나갔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저 정신이 아득하고, 마치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헉···!”


그런데 정신을 잃은 것 같은 느낌도 잠시, 의식이 끊어지기가 무섭게 눈이 저절로 떠졌다. 이상했다. 분명히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던 거 같은데, 막상 이 정도로 정신이 맑아진 적도 오랜만이었다.


“방금 침대에 누웠던 거 같은데··· 어떻게 된 거지···?”


정신을 차린 재웅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예상했던 바와 다르게 재웅은 자신의 방에 있지 않았다. 전혀 생판 다른 장소에, 심지어 침대에 누워있는 것도 아니고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것도 중학생 때나 앉던 후진 학교 의자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왜 여기에 앉아있어?”


녹색 칠판과 작은 종이 달린 교탁, 시간표, 그리고 조그만 사물함까지, 재웅이 있는 곳은 분명 십여 년 전 공부했던 중학교 교실이었다. 게다가 누가 의자에 강력접착제라도 발라놓은 건지, 아무리 몸을 움직여보아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잠깐, 책상에 이거···”


한창 발버둥 치던 재웅의 시선이 책상으로 향했다. 연두색 고무 판으로 감싼 책상 위에는 작은 노트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익숙한 물건이었다. 아니, 익숙하다 못해 십여 년간 보관해왔던, 아주 잠시동안 마법 같은 일을 선사했던 일기장이었다.


재웅은 이미 효력을 잃은 일기장을 볼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마치 알 수 없는 힘이 개입된 것처럼 그의 손이 저절로 일기장을 펼쳤다. 그래도 내용을 읽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읽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어 봐야 아무 소용없었다. 그는 일기장에 적힌 내용을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3월 15일,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성훈이에게 헤드록을 걸고 얼굴을 마구 때리는 김규홍의 면상을 발로 까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일기장의 첫 부분을 읽을 때부터 재웅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스스로 이뤄낸 십여 년 전의 역사가 하나같이 다시 겪기 싫은 한심한 내용으로 다시 돌아가 버린 것이다. 그는 도무지 믿을 수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재웅의 입은 계속 한심했던 역사를 되뇌고 있었다. 김규홍의 손아귀에서 진성훈을 구하지 않은 일에서부터 시작하여, 장혁규의 난동을 그저 가만히 지켜 보고만 있었던 일, 그리고··· 십여 년 전의 기억에서 사라진 일까지.


“소문으로만 듣던 학교 일진을 오늘 처음 보았다. 그것도 김규홍 같은 양아치가 아니라,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아이들을 말이다. 나를 포함, 우리 반 아이들은 석태건과 정대철 앞에서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저 벌벌 떨기만 했다···”


그때 거짓말처럼 일기장을 소리 내서 읽던 재웅의 행동이 저절로 멈춰졌다. 동시에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누가 덤비든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느껴지면서도, 능글맞기까지 한 말투, 재웅은 슬며시 고개를 들어 교탁 쪽을 바라보았다. 정대철이 교탁 앞에 서 있었다.


“야, 김규홍, 태건이한테 좋은 놈 시켜준다면서? 근데 어째 안 보이는 거 같다?”


“대철아, 그, 그게 아까만 해도 교실에 있었는데··· 갑자기 없어진 거 같아. 내가 분명히 의자에 껌딱지처럼 붙어있으라고 일렀는데.”


“걔 눈에는 네가 동네 양아치보다 못한 존재로 보인 모양이지. 안 그러냐?”


정대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모두 웃었다. 얼굴마담이었던 석태건부터 시작해서, 나름 최상위권 대우를 받으며 정대철과 나름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던 장혁규까지, 전부 재웅이 과거를 바꾸기 전 한자리하던 이들이었다.


“야, 규홍아.”


“어?”


“그렇게 계속 넋 놓고 있을 거야?”


“아··· 좀만 기다려, 이놈 어디 갈지 알아. 틀림없이 도서실에 갔을 거야. 내가 바, 바로 찾아올 게.”


“됐고. 넌 그냥 여기 있어. 그래도 인마 명색이 15반 3인방인데, 대우해줘야지. 거기! 이름 뭐였더라, 야, 장혁규 꼬붕! 네가 도서실 가서 성훈이 좀 데려와.”


정대철이 한 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또래에 비해 왜소하고, 어딘가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그 아이는 겁먹은 듯한 자세로 장혁규 옆에 서 있었다. 잠시 뒤, 머뭇거리는 아이의 머리를 향해 장혁규의 손이 날아들었다.


‘따아악!’


“얘가 귀가 먹었나. 민규야, 대철이가 부탁하고 있잖아. 지금 쟤 말 씹는 거야?”


“미···미안··· 수, 순간적으로 듣지 못해서···”


“하! 이 새끼 이거, 인제 요령까지 부리네. 야, 좀 있으면 우리 볼 일 없으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조민규, 우리 잊어버릴 생각이냐?”


“아, 아니야··· 절대 그렇지 않아··· 지금, 바, 바로 갔다 올 게···! 지, 진성훈이라는 애 데려오면 되는 거지···?”


“아까 뭐 들었냐, 이 븅신아. 내가 어리바리까지 말랬지? 빨리 안 가? 빛의 속도로 갔다 와! 미국 가기 전에 나한테 뒤지기 싫으면.”


장혁규의 손이 올라가기 무섭게, 조민규가 거의 도망치듯이 교실을 빠져나갔다. 재웅은 첫 번째 학창시절에도 조민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마 지금처럼 인연을 이어갈 거로 생각하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하여간 저놈도 참··· 못났다. 저런 놈이 무슨 외국을 간다고. 한글도 못 알아 처먹는 놈이.”


“혁규야, 쟤 어디 간다고?”


“미국 간대, 미국. 뭐, 거기서 학교 다닐 모양인데, 거기서 총 안 맞으면 다행이다. 그나저나 규홍아, 진성훈인가? 걔는 대가리 좀 돌릴 줄 아냐? 방금 나간 놈보다 멍청하면 많이 곤란한데.”


“알지. 아마 쟤보다는 쓸 만할 거야.”


정대철과 장혁규는 마치 자기들 안방에 있는 것 마냥, 모르는 학생들의 책상에 앉아 수다를 늘어놓았다. 되지도 않는 실력으로 노래를 부르고, 죄 없는 진성훈의 가방을 마구 뒤지는 등, 거의 안하무인에 가까웠다.


그러나 교실에서 이들의 행동을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규홍은 그저 정대철과 석태건, 장혁규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했고, 황진호와 심영진은 아예 무리에 끼지도 못했다.


“야, 규홍아.”


“어, 대철아 말해.”


“복도로 나가서 애들 오는 지 확인 좀 해보고, 도착하면 노크해서 왔다고 알려줘.”


“어, 알았어.”


“훗, 태건아. 조금 심심하지 않냐?”


“그냥 교실 가고 싶다. 쟤네 뭐하러 기다리고 있냐.”


석태건은 만사가 귀찮은 모양이었는지, 여타 노는 아이들처럼 헛짓거리하는 게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대철 역시 1인자의 솔직한 의견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는 석태건 옆에 달라붙어 예의 능청스러운 말투로 궤변을 늘어놓았다.


“에이, 맨날 똑같은 애들만 봐도 지겹잖아. 가끔 새로운 애들도 만나서 놀고 하는 거지. 인생이 항상 같으면 얼마나 재미없겠냐, 안 그래? 재밌는 놀이나 할까?”


“나는 그냥 여기 앉아있을 거니까 하고 싶으면 너나 해.”


“알았어. 그럼 어디 보자··· 어이! 거기 너, 너, 그리고··· 너! 잠깐 앞으로 나와봐.”


정대철이 마지막으로 지목한 이는 다름 아닌 재웅이었다. 이따위 기억은 없었던 거 같은데, 재웅은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절대 따를 생각이 없는데, 정작 입꼬리는 어색하게 올라가 있었고, 어느새 정대철과 마주 하고 있었다.


“얘들아, 부탁 좀 하자. 이거 들고 있다가 애들 문 열고 들어오면 던지는 거다. 어렵지 않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업로드 공지: 91화는 [8월 17일 오후 6시 15분]에 업로드 됩니다. 18.08.08 441 0 -
공지 연재 공지 (2018년 8월 8일) 18.08.08 392 0 -
공지 휴재공지 (2018년 8월 2일 ~ 8월 5일) 18.08.03 376 0 -
공지 연재공지 (2018년 6월 25일) +1 18.06.25 595 0 -
공지 휴재공지 (2018년 6월 10일 ~ 6월 20일) +2 18.06.10 614 0 -
공지 38화~43화 및 이후 내용 수정 공지 (2018년 5월 18일) +2 18.05.18 806 0 -
공지 *재학생은 600~700명 사이입니다. (2018년 5월 13일) 18.05.13 936 0 -
공지 업로드 공지입니다.(2018.04.23) +1 18.04.23 6,569 0 -
94 93화: 개과천선? (1) 18.08.23 743 2 12쪽
93 92화: 사람 관리 (2) 18.08.21 625 6 12쪽
92 91화: 사람 관리 (1) 18.08.17 682 5 12쪽
91 90화: 신이 주신 기회 (5) +1 18.08.14 656 8 12쪽
90 89화: 신이 주신 기회 (4) 18.08.11 674 7 12쪽
89 88화: 신이 주신 기회 (3) +1 18.08.10 691 6 12쪽
88 87화: 신이 주신 기회 (2) 18.08.08 788 6 12쪽
87 86화: 신이 주신 기회 (1) +1 18.08.01 870 5 12쪽
86 85화: 현실 (3) 18.07.30 844 8 12쪽
85 84화: 현실 (2) 18.07.27 899 8 12쪽
84 83화: 현실 (1) +1 18.07.26 921 10 12쪽
83 82화: 죄를 지은 자 누구인가 (6) +1 18.07.25 930 7 13쪽
» 81화: 죄를 지은 자 누구인가 (5) +1 18.07.24 934 9 12쪽
81 80화: 죄를 지은 자 누구인가 (4) +1 18.07.22 927 12 13쪽
80 79화: 죄를 지은 자 누구인가 (3) +1 18.07.22 964 12 12쪽
79 78화: 죄를 지은 자 누구인가 (2) +5 18.07.20 1,130 11 12쪽
78 77화: 죄를 지은 자 누구인가 (1) +2 18.07.19 1,093 17 12쪽
77 76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라 (3) 18.07.17 1,224 16 13쪽
76 75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라 (2) 18.07.15 1,113 16 12쪽
75 74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라 (1) +1 18.07.14 1,323 14 12쪽
74 73화: 여기까지 오기까지 (2) 18.07.13 1,204 9 12쪽
73 72화: 여기까지 오기까지 (1) 18.07.12 1,321 1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