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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bok2705
작품등록일 :
2018.04.11 21:14
최근연재일 :
2018.08.23 23:3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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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134

작성
18.07.1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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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73화: 여기까지 오기까지 (2)

*습작을 겸하고 있으며, 머리 속에 떠오르는 대로 써 볼 생각입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73화: 여기까지 오기까지 (2)


“앞으로 컴퓨터 마음대로 하다가 엄마한테 걸리기만 해봐. 아주 그냥 평생 컴퓨터 근처도 못 갈 줄 알아! 알았어, 몰랐어?”


“네.”


재웅은 매섭게 쏘아붙이는 어머니에게 맞서지 않았다. 반항해봐야 더 심하게 혼날 빌미만 제공하고, 상황만 더 꼬일 게 눈에 훤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어머니는 순순히 수긍하는 아들을 상대로 더는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그런데 전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두 번째 인생을 맞이하여 달성한 빛나는 업적, 어머니의 평생 자랑거리가 된 ‘전교 1등’ 타이틀이 뒤통수를 치고 만 것이다.


“어, 엄마···?”


“너 도서관 갔다 올 동안 거실로 옮겼다. 기왕 시작을 좋게 했으면 마무리까지 쭉 좋게 가는 게 좋지 않겠니? 다 네 인생을 위해서야. 앞으로 네 인생에 좋은 거로 생각하고, 공부에만 열중하도록 해라.”


보여주기식으로 도서관에 갔다 왔던 재웅은 거실의 광경을 보고 차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학업의 정점에 오름으로써 어머니의 통제가 조금 덜해지리라 생각했던 것은 큰 착각이었다. 오히려 어머니의 기대치는 더 높아졌고, 그에 맞는 자세를 갖춰야만 했다.


‘하, 담배 냄새 없앨 거까지 생각하면 이거··· 돈만 더 나가게 생겼네. 망할!’


결국, 꼼짝없이 고시원 생활을 하게 생긴 재웅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어머니의 통제가 눈에 띄게 심해진 이후, 재웅은 한동안 도서관과 집만 왔다 갔다 해야 했다. 정확히 말하면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도서관 근처에 있는 피시방에 출근 도장을 찍기 시작한 것이었지만. 어쨌든, 생각만큼 일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리고 꼭 이럴 때만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갔다. 피시방이라는 중간 업자가 더해짐에 따라 안 그래도 시원치 않았던 수익이 더 적어지고 만 것이다. 결국, 현실은 픽션보다 더하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재웅이 야심 차게 세웠던 첫 번째 수익 창출 계획은 벤처 설명회 발표용 같은 각색도 없이, 허무하게 엎어지고 말았다.


“자 이거 받아. 이번에 여행 갔다 오면서 산 기념품이야.”


“에펠탑이네. 파리 갔다 온 거야?”


“역시 전교 1등이라 모르는 게 없구나.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왔는데 진짜 너무 멋있더라.”


“좋았겠네. 방학 때 해외여행도 갔다 오고, 에휴~”


일부러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한숨이 절로 나오고 말았다. 담배 구름 자욱한 지하 공간과 집만 열심히 출퇴근했던 자신의 여름방학을 생각하니 그렇게 처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학교 입학 전까지 근 이십 년간 해본 적 없던 해외여행, 재웅 앞에 앉은 아이는 벌써 자유롭게 다니고 있었다. 비참했다.


“왜 갑자기 한숨을 쉬고 그래, 재웅아? 무슨 일 있어? 호, 혹시 정대광 이런 사람들 만났던 거야?”


“그놈들이 퍽이나 밖으로 기어 나오겠다. 그거 때문에 한숨 쉰 거 아니야.”


“그럼 뭔 데···? 그렇게 한숨 쉰 적 한 번도 없었잖아?”


“뭐, 그냥 방학도 다 끝나가는 데 정작 한 건 별로 없는 거 같아서··· 너처럼 어디 여행을 간 것도, 의미 있는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괜히 시간 낭비만 한 게 아닌가 싶어서 그래.”


재웅이 말했다. 정말 비참하다는 표현 말고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병원의 진료 명부를 들이밀며 당당히 자신의 계획을 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싸구려 에펠탑 조형물이나 들고 신세 한탄을 하고 있다니, 과거로 돌아온 천운을 가진 사람 중 이러고 사는 건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을 거 같았다. 그런데 조민규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했다.


“재웅이 네가 시간 낭비를 했다고 하니까 엄청 이상하게 들린다. 난 솔직히 이번 여행하면서도 엄마한테 구박 많이 받았거든, 남들 공부할 시간에 괜히 따라와서 시간 죽인다고.”


“뭐라고?”


“너는 말할 것도 없고, 진호나··· 성훈이도, 아니 성훈이는 잘 모르겠고, 어쨌든, 다른 아이들은 방학동안 2학기 대비해서 공부했을 거 아니야.”


“외국 나가서 넓은 세상 보는 것도 공부하는 거야. 그게 오히려 더 나은 방법이 될 수도 있지. 특히 경제적으로 뒷받침 된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큰 도움이 될 테고···”


재웅은 조민규가 준 에펠탑 기념품을 가만히 응시했다. 생각해보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게 없을 정도로 아르바이트와 근로를 하며 돈을 모으고, 그것도 모자라 집안의 큰 출혈을 각오하면서까지 외국에 단기간 공부하러 나갔던 게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수확이었다. 적어도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는 두 번째 중학교 생활까지는···


‘해외 여행··· 해외 대학교··· 유학, 공부··· 공부, 공부···?’


그 순간 재웅은 머릿속으로 무언가 스쳐 지나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특이하게도 이는 그가 이전에 한 번 깨우쳤던, 인생에 큰 기회가 될 답이었다. 그는 조민규와 관련하여 한바탕 일을 크게 벌이기 전 보았던 일기장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스쳐 가는 인연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마라. 맞아··· 이재웅. 지금 앞을 봐,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앞에 두고, 지금까지 무슨 헛수고를 한 거야.’


“민규야.”


“응?”


“갑자기 이런 질문 해서 미안한데, 혹시 1학기 때 성적··· 안 좋았어?”


“휴우···.”


이번에는 조민규가 땅이 꺼질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아직 중요한 사실 하나를 모르고 있었다. 굳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도, 굳이 똑똑해질 필요 없이 인생을 즐겨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눈총이야 어느 정도 받겠지만,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중대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글쎄 나는 이상하게 초등학교때부터 공부를 잘 못했어. 엄마 말로는 아빠를 닮아서 그렇다나··· 근데 정작 아빠는 날 항상 혼내.”


“시험 잘 못 봐서?”


“응. 양갓집 규수 된 주제에 맨날 게임 하거나 쓸데없이 소설만 읽는다고. 사실 이번 여행도 가지 못 할 뻔했어. 엄마가 특별 과외 시킨다고 했거든. 그 누구야, 변호사 아저씨 덕분에 갈 수 있었던 거야.”


“어째 그 변호사 아저씨는 나랑 생각이 같았던 모양이네.”


“맞아! 변호사 아저씨도 지금 당장 성적 잘 받는 거 보다, 외국 한 번 더 나가보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어!”


‘그 아저씨도 나랑 비슷한 사정이었나 보군.’


“사실 오늘도 밖에 못 나오는 건데, 엄마한테 너 만난다고 하니까 허락해주신 거야. 저번에 네가 도와준 것도 있고, 게다가 항상 널 본받으라고 하시더라.”


굳이 전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경제와 사회계층 관념이 뚜렷이 잡히기 전에는 전교 1등이 곧 갑 중의 갑이었으니 말이다. 재웅은 그중에서도 최고의 명문 중학교 전교 1등, 그야말로 슈퍼 갑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귀한 존재가 몸소 친해지겠다고 다가오는데 이를 거부할 부모는 어디에도 없을 터였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굳이 시간 끌 필요가 없었다. 재웅은 삼산중 1짱, 지역 1짱을 무너뜨린 싸움꾼이 아닌, 위대한 삼산중학교의 전교 1등으로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민규야, 혹시 학업적인 측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 나한테 얼마든지 얘기해. 나도 많이 부족하지만, 최대한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게.”


“저, 정말? 그, 그럼 혹시 시험 잘 보는 그런 비법 같은 것도 알려줄 수 있는 거야?”


“내가 항상 말하지 않았니? 친구 사이에 좋은 건 서로 나눠 가져야 한다고.”


“지, 진짜 고맙다, 재웅아.”


“어차피 정대철이나 장혁규 같은 양아치도 다 사라졌겠다, 네 모든 역량을 공부에 투자하면 되는 거야. 개학하고 나서 모르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봐. 내가 다 알려줄 게. 너도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고, 그럼 놀라운 일이 벌어질 거야.”


그날 이후, 재웅은 개학할 때까지, 아니 개학하고 나서도 도서관에 매일 같이 얼굴도장을 찍었다. 중간에 피시방으로 빠져서 몇 시간 동안 매크로를 돌리거나 트레이너를 돌리다 정지를 당하는 탈선행위는 더 이상 벌이지 않았다. 대신 정직하게 공부하고, 연습했다.


“다른 애들은 매번 몰래 컴퓨터 게임만 하려고 하는데, 너는 정말 컴퓨터를 배우는 데 관심이 많나 보구나.”

“어이구, ‘꼬마 프로그래머’ 왔니? 열심히 하는 건 좋은 데 너무 무리하지는 마라. 그러다 눈 나빠질라.”


얼마 지나지 않아 재웅은 어느새 도서관 직원들 사이에서 ‘꼬마 프로그래머’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만큼 꾸준히 도서관에 갔고, 도서관 컴퓨터를 애용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철없는 아이들처럼 게임에 접속하거나, 게임 정보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았다. 그는 세계 유수의 프로그래머들이 모이는 비밀의 장에 접속했다.


“지난 학기는 참 정신없었지? 이제 정신 사납게 하는 불량 학생들도 없는 만큼, 공부 열심히 해라. 알겠어?”


“네!”


“대답만 열심히 하지 말고 실제로 열심히 하란 말이야. 뒤에 재웅이 좀 본받아라. 쟤는 벌써 저렇게 두꺼운 영어 원서를 읽고 있잖니?”


그저 두꺼운 영어 원서를 끼고 다닌다는 이유로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재웅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물론 한편에서는 괜히 으스댄다면서 재수 없다는 말도 가끔 나오긴 했다. 하지만 정대철도 쓰러뜨린 강자 앞에서 대놓고 욕하지는 못했다.


또한, 역사가 바뀜에 따라 학교 교칙도 몇 가지 바뀐 게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반장 임기의 변화였다. 불의의 사건 이후, 통상 한 번 당선되면 1년 내내 할 수 있었던 반장은 이제 한 학기밖에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규정은 2학기부터 바로 적용되었다.


이는 사실상 문책성 인사에 가까운 조치였다.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든 일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교직원들이 폭력사태의 원인을 반장들의 리더십 부재로 몰고 간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몸소 증명하듯, 신소영 선생은 예의 그 차가운 태도로 지난 학기 동안 고생한 반장에게 칭찬 한번 하지 않았다.


“으흠, 이번 학기부터 반장의 임기가 한 학기로 조정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수업하는 대신 2학기를 이끌 반장을 뽑도록 할 거야. 먼저 반장 하고 싶은 사람은 자발적으로 손을 들도록 해라.”


그러나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이에 신소영 선생은 예상이라도 한 듯,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지원자가 나오지 않으면 학급 아이들의 추천을 받을 거야. 그것도 원치 않는다면 선생님이 직접 지명하고, 찬반 투표만 할 거다. 반장 하고 싶은 사람 없어?”


“······”


“없다 이거지. 그럼 한 명씩 일어나서 추천을···”


그때 누군가 손을 번쩍 들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반장 감투에 관심을 보인 첫 번째 아이는 송유선이었다. 이후 손을 드는 아이가 없다면, 그녀는 단독후보로서 반장에 선출될 수 있었다. 그런데 신소영 선생은 정작 다른 아이를 원하는 듯했다. 그녀는 또다시 입을 열어 아이들을 다그쳤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후보가 한 명만 있어서야 하겠니? 정말 반장 하고 싶은 사람 한 명도 없어?”


“저도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순간,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그와 함께 아이의 얼굴을 확인한 담임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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