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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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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2705
작품등록일 :
2018.04.11 21:14
최근연재일 :
2018.08.23 23:39
연재수 :
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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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198
추천수 :
5,849
글자수 :
447,134

작성
18.08.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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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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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89화: 신이 주신 기회 (4)

*습작을 겸하고 있으며, 머리 속에 떠오르는 대로 써 볼 생각입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89화: 신이 주신 기회 (4)


표정만 보면 조민규가 거의 승기를 잡은 것 같았다. 그는 재웅이 말을 잇지 못하고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는 사실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투자금이 필요 없는 투자, 충분히 솔깃한 제안일 터였다.


그는 분명 긍정적인 회신이 올 거라 확신했다. 이제 재웅이 굳은 표정을 풀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구체적인 방법만 물어보면 되는 것이었다. 물어보기만 하면 곧바로 누구보다 상세하게 설명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재웅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무심하게 쳐다보는 듯한 그의 눈빛은 이제 한심하게 보는 것만 같았고, 될 수 있으면 조민규를 언제든지 밀쳐버리고 회의실을 나갈 것만 같았다. 그러자 조민규는 불안해졌다. 결국, 급한 사람이 먼저 입을 열게 되었다.


“야. 재웅아?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봐, 어? 투자금 같은 거 필요 없다니까?”


“투자금이 필요 없다고?”


“그래! 한 마디로 네 돈 쓸 일이 없다, 그야말로 리스크 제로다, 이 말이야.”


조민규는 재웅이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중학교 때부터 맺어온 인연이었다. 십 년을 넘게 알고 지내면서, 그는 재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금전적인 이득, 재웅은 금전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서라면, 그리고 손해가 없다면 가장 먼저 뛰어들 사람이었다.


“재웅아, 이래도 안 할 생각인 건 아니겠지? 진짜 딱 한 번만 믿어봐.”


“······”


“이번에 제대로 하면 정말 평생 일할 필요 없을 거야. 왜냐, 대충 내년 이맘때가 되면, 어디 금싸라기 땅에 건물 잡고 떵떵거릴 테니까. 이 지긋지긋한 학교에서 벗어나 인생을 즐기는 거야···”


“민규야.”


“응? 왜? 어째 좀 구미가 당기시나?”


드디어 넘어오는 것인가, 조민규는 한껏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재웅의 입에 집중했다. 그의 입이 열리기만 하면, ‘알았다’라는 한 마디만 나오면 끝이었다.


“민규야. 정말 궁금한 게 있는데, 아까부터 왜 나를 끌어들이지 못해서 안달인 거야?”


“어? 아, 그야 뭐··· 네가 그동안 날 많이 도와줬고··· 뭐야, 그, 그··· 서로 매번 돕고 그런 관계였잖아. 친구 사이에 좋은 건 나눠야 한다고, 네가 항상 그러지 않았었니?”


“그래서 투자금도 부담하지 않게 해주겠다? 대충 하나당 3천 달러 이상 하는 종목도 있으니까?”


인제야 일이 풀리는구나, 조민규는 일에 쐐기를 박기 위해 아는 대로 다 말하기 시작했다. 평생을 금전적인 성공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친구였다. 그는 재웅이 넘어오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지! 근데 너무 부담된다 싶으면 단가가 조금 낮은 걸 사도 괜찮아. 어차피 오르는 건 똑같을 테니까. 아니면 아예 단가 싼 거로 잡아서 대량으로 사던가, 뭘 해도 대박 터지는 건 똑같아.”


“그럼 일단 내 투자금은 들어가지 않는다 치고, 결국 민규 네가 두 명분을 부담하겠다는 건데?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하려고?”


“응? 재원? 아, 그래, 재원. 음··· 이게 사실-“


“하긴 너야 워낙 가진 재산도 많고 하니까 투자금 마련하는 데 별문제는 없겠지, 안 그래? 혼자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만 해도 상당할 거 아니야.”


“그, 그렇지···.”


“대충 얼마 정도 쓸 거야?”


재웅이 물었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재무구조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한 바와 같이, 투자에 참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투자하느냐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조민규가 알고 있는 이재웅의 모습일 테니 말이다.


“얼마 쓸 거냐고?”


“응··· 잠깐 기다려 봐···”


“물론 민규 너도 많이 공부했겠지만, 이 암호화폐라는 게 몇 년 전에나 껌값이었지, 지금은 솔직히 부담되는 가격이잖아.”


“마, 맞아.”


“뭐, 사실 시중에 나온 게 수백 가지는 되니까 잘 찾으면 싼 물건이 있을 수도 있지. 그래도 껌값 건지려고 투자하는 건 아니잖아?”


재웅은 들고 있던 자료집을 테이블에 모두 내려놓은 뒤, 회의실 단상으로 다가갔다.


“뭐하는 거야?”


“응? 아, 시세 좀 알아보게. 시중에 나와 있는 수백 가지 종목 중 싼 물건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하하하. 인제야 말이 통하는 거 같네. 그래, 남자가 통 크게 한 번 지를 줄도 알아야지. 아, 물론 재웅이 네가 그럴 줄 모른다는 뜻은 아니고. 하하···”


조민규가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재웅은 이미 시장 조사에 푹 빠진 모양인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흠··· 저 멀리 하위권에 있는 건 제쳐놓고··· 어디 보자··· 일단 대충 시세 100달러 이상 하는 거로 찾으면··· 민규야, 대충 현재 시세가 250달러라 하면 얼마나 사들일 셈이야?”


“응?”


“못해도 대충 예산을 얼마나 잡았는지 알아야 이익이 어느 정도 나오나 계산하지.”


“어··· 그게 말이지··· 야, 근데 솔직히 예산 같은 거 구체적으로 잡을 필요 없어. 일단 사면 얼마 투자했나 모를 정도로 오를 거라니까?”


“예산을 잡을 필요가 없다라···”


이 말을 끝으로 재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회의실은 다시 한 번 침묵에 잠겼다. 오직 그동안의 무더위를 잊게 해줄 에어컨 바람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와 함께 조민규는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친구의 침묵이 별로 좋지 않은 신호임을 직감했다.


“어··· 재웅아. 저, 적어도 수, 수십억은 벌어들일 텐데, 예산 같은 게 대수겠어?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네가 돈 쓸 일은 없다니까···?”


“······”


“그렇게까지 뜸 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손해 볼 일이 없-"


“너도 안 쓰는 건 마찬가지고?”


“응?”


“너도 네 돈 쓸 생각 없잖아. 그렇지 않니?”


재웅이 말했다. 그는 프로젝터 화면 가득 메웠던 암호화폐 시세표를 내린 뒤,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조용히 테이블에 내려놓았던 자료집을 챙겨 들었다. 하지만 전처럼 차분해 보이지는 않았다. 자료집을 집은 그의 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에어컨 바람처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대답 없는 거 보니까 내 추측이 맞나 보네.”


“재, 재웅아··· 그, 그게 아니고.”


“그게 아니면 뭐? 정말 두 명을 책임질 수 있는, 너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또 다른 재산`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 그게···”


“네 자유의지로 누구의 간섭 없이 굴릴 수 있는 ‘또 다른 재산’이 있는 거냐고? ‘이 회사에 들어오는 돈’을 제외하고 말이야!”


재웅이 손에 들고 있던 자료집을 테이블에 내던지며 언성을 높였다. 중학교 때 처음 만난 이래, 조민규에게 이렇게 대놓고 면박을 준 적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도 조민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재웅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잘못을 몰래 저지르려다 들킨 아이 같았다.


“······”


“설마 했더니만, 진짜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 말이. 학교,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 같은 돈을 써서 투자하자고 하면 내가 그대로 따를 줄 알았어?”


“아니··· 누가 언제 보조금을 쓰겠다고 했냐? 괘, 괜히 넘겨짚으면서 사람 몰아가지 마. 내가 그 정도로-“


“그게 아니면? 그게 아니면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려고 했는데? 왜, 금싸라기 땅인 캠퍼스 부지라도 파면 뭐가 나올 줄 알았던 거야? 상식이 있으면 적어도 그런 몰지각한 생각은 하지 않을 거 아니야.”


“재웅아, 그건 좀 말이 심-“


“심하다고? 당연히 국내 최고 수준 대학까지 들어왔으니 감정이 상하지 않을 수가 없지. 그러면 찬찬히 살펴보자. 지원금을 안 쓰면 남은 게 뭐야, 회사 공금이네. 그거 말고 더 있냐?”


“······”


재웅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참으면서 자료집을 다시 모았다. 그 순간, 조민규가 이면지로 써버린 페이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사업기획개요가 적힌 페이지를 마구잡이로 구겨버린 뒤, 쓰레기통에 집어 던졌다.


“조민규. 방금 쓰레기통으로 처박히는 거 봤지? 네가 생각하는 신의 주신 기회, 언제든지 저 아래 지하로 처박힐 수 있어. 벌떼같이 달려드는 수많은 투기꾼과 함께 말이야.”


“······”


“그게 현실이야, 알겠어? 휴우··· 더 말할 것도 없어. 설사 네가 완벽한 자금줄을 구해오더라도 난 그런 리스크 덩어리에 절대 손대지 않을 거야. 그런 줄 알아.”


“······이외네.”


“뭐?”


“몇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완전히 달라졌다고.”


비아냥거림, 재웅은 의자에 앉아 거만한 자세로 테이블에 발을 올리는 조민규를 보며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도저히 설득해도 먹히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은 건지, 조민규는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 아무래도 제시간에 사무실에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았다.


“뭐가 달라졌는데?”


“남이 오랫동안 공들여 만든 캐릭터를 밥 먹듯이 빼앗고,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정보까지 시장 도라지처럼 취급했으면서, 인제 와서 성인군자인 척하려는 거야?”


“그때는-“


“철없던 시절의 실수라고 변명할 생각 마. 넌 네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분명히 알고 있었으니까. 성공, 인생 역전이라는 지상 최고의 명분 하에 말이야."


“······”


“오직 이득만 바라보고 살던 사람이 누구였지? 바로 이재웅, 너였잖아. 결국,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거 아니야?”


재웅은 중학교 시절 마음속에서 자주 올라왔던 감정을 느꼈다. 주제 모르고 넘어오는 놈들을 볼 때마다 느끼던 감정,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조민규를 노려보았다.


“조민규, 그동안 날 아주 개차반으로 봤구나.”


“정반대야. 재웅아. 난 말이야. 네가 정말 존경스러웠어. 이기기 위해서, 세상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네 모습이 최고였다고. 설사 상대가 엄청난 강자여도 말이지.”


“아무래도 네 시선은 많이 잘못된 거 같은데? 네 말대로 뭐든지 했어도, 적어도 나 자신을 나락으로, 아니 함께해온 소중한 사람들까지 나락으로 떠미는 짓은 하지 않았어.”


“나이를 먹으면 보신주의가 되는 게 정말 맞나 봐? 확실히 예전보다 담이 준 거 같네.”


“아니, 철 들었다고 봐야지.”


조민규는 대꾸 없이 한쪽 입꼬리만 올렸다. 정말 중학교 때로 돌아간다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말도 꺼내지 못할 정도로 패고 싶었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꽉 쥐었던 주먹이 올라가려는 순간, 재웅은 얼마 전 꿨던 꿈을 떠올렸다. 그가 할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민규야. 내 말 잘 들어. 네가 말한 건 절대 신이 내린 기회가 아니야.”


“아니 맞아. 가상화폐는 신이 주신 기회야. 조강지처가 나은 적장자도 거리로 내팽개치려는 빌어먹을 집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동아줄이라고.”


“뭐···?”


“하··· 넌 알 필요 없어. 어쨌든, 가상화폐는 나에게 있어 인생 역전의 기회야.”


“넌 지금··· 그래, 지금 당장은 황홀한 꿈에 빠져들게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꿈은 허상에 불과해. 그리고 그 허상이 무너지는 날에는··· 너 자신을 산산조각 내버릴 거야.”


“그건 보면 알겠지.”


“민규야, 제발 정신 차리고-“


‘똑똑똑’


재웅이 말을 하려는 순간, 회의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둘은 대화를 멈추고 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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