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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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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2705
작품등록일 :
2018.04.11 21:14
최근연재일 :
2018.08.2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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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47,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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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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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93화: 개과천선? (1)

*습작을 겸하고 있으며, 머리 속에 떠오르는 대로 써 볼 생각입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93화: 개과천선? (1)


“헉! 이거 내 정신 좀 봐라. 아, 정말···”


재웅은 허겁지겁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자마자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남들은 벌써 나갈 채비를 마치고 각자의 일터로 향할 시각, 그는 여전히 머리 위에 까치집을 얹고 있었다. 더 볼 것도 없이 완벽한 지각이었다.


“알람을 몇 개씩 맞췄는데 그거 하나를 못 듣고 앉아있냐, 이 한심한 놈아. 어우, 정말.”


고개를 저을 때마다 수많은 물방울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급한 마음에 제대로 말리지도 않고 나온 그의 모습은 마치 물에 젖은 생쥐 한 마리를 보는 것만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유롭게 머리를 말릴 수도 없었다.


결국, 재웅은 머리에 수건 하나를 얹어 놓은 채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회사에 어떤 옷을 입고 갈지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그는 손에 집히는 대로 몸에 억지로 끼우다시피 한 뒤, 가방을 메고 부리나케 현관문을 나섰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들어와야 했다. 당연히 가방에 챙겼을 거로 생각했던 중요한 물건이 없어서였다.


“아주 가지가지 하는구나. 무슨 마라도 꼈나···”


눈에 불을 켜고 집안 곳곳을 뒤져보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차라리 크기라도 커서 자기 눈썰미 탓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항상 급할 때만 머피의 법칙과 맞닥뜨리는 것일까? 재웅이 찾아야 하는 물건은 아주 작은 USB였고, 마구잡이로 어질러진 살림살이 어딘가에 꼭꼭 숨겨져 있었다.


“정말 퇴근하자마자 이 집구석부터 정리하든가 해야지, 원.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답은 가까이에 있었다. 온갖 종류의 펜과 메모지가 쌓여 있는 책상 위에 고이 모셔진 USB를 발견한 순간, 재웅은 자기 자신이 문제라는 걸 인정해야 했다. 첫 번째 학창시절에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자취생활, 한 달이 넘게 지났음에도 적응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 나야. 하하··· 미안하게 됐다. 요즘 들어 침대에 눕기만 하면 세상 모르게 잠들어버려서, 알람도 맞추는 걸 까먹었지 뭐냐. 하하하··· 금방 도착할 거니까 일단 먼저 진행사항 점검하고 있어. 그래, 알았다.”


통화는 웃으며 끝냈으나, 첩첩산중처럼 막힌 도로를 바라보는 재웅의 눈빛은 어둡기만 했다. 희망을 가득 안고 처음 들어온 새로운 터전은 분명 이런 막히지 않는 시간대가 존재하지 않는 교통지옥이 아니었었다. 그런데 이사 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수많은 공사가 갑자기 시행되면서 악몽이 시작되었다.


“이놈의 공사는 어째 매번 하는 거 같냐··· 조그만 땅에 뭘 그렇게 갖다 붙이겠다고. 그냥 가만 내버려두지, 좀.”


상습정체와 기가 막힌 타이밍을 보여주는 신호등의 협공에 주차장에서부터 심신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이상했다. 알람을 듣지 못하고 늦게 일어난 건 명백히 본인 잘못이었다. 그러나 부모님과 살던 집에서 차를 끌고 올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었다. 굳이 따지자면, 첫 번째 학창시절 통학하던 때와 비슷했다.


그래서 기분이 더 좋지 않았다. 첫 번째 학창시절의 통학은 정말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했던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지 못한다면 다음 기회 없이 바로 지각이었다. 하지만 제시간에 버스를 탄다고 해서 만사형통인 것도 아니었다. 닭장 같은 공간에서 이어지는 지옥 같은 시간, 갈아탈 때조차 시간을 계산해야 하고...


‘잠깐 내가 지금 왜 이때 생각을 하고 있지? 어쨌든 지금은 그 망할 공기 좋은 학교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버스 지옥에 들어가는 정도는 아니잖아.’


재웅은 차에서 내린 뒤 잠시 건물을 바라보았다. 순간 학교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으리으리하게 지어진 건물과 옛날에 다니던 학교의 건물의 모습이 겹쳐졌다. 수업 시작마다 학생이 개미떼 수준으로 몰려들던 곳, 적어도 지금이 훨씬 낫다고 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악몽 같았던 한때···


잠시 후, 그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또다시 머릿속에 떠오른 잡념이다. 근래 들어 재웅의 하루는 보통 이렇게 시작되었다. 뭔가 일을 하려고만 하면 자꾸 없어진 옛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둔 재웅에게 가장 성가신 일 중 하나였다.


그래서 재웅은 건물에 바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그가 향한 곳은 학교 카페였다. 잠시 걸으면서 복잡하게 꼬인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먼저 와서 고생하는 직원에게 마실 거 하나라도 줌으로써 이미지도 관리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업무에 대한 것도 포함된 잡다한 모든 생각을 잠시나마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지금 도착하셨나 봐요?”


하지만 오늘은 그것마저 허락되지 않을 모양이었다.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마주친 이는 요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눴던 신입 직원이었다.


“아, 지혜구나. 하하··· 미안, 내가 어제 그만 알람 맞추는 걸 까먹는 바람에 조금, 아니 많이 늦었다. 하하하···”


재웅이 반갑게 인사했다. 비록 하루를 시작하자마자 업무 이야기에 치이게 생겼지만, 이상하게 그녀와 말할 때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그만큼 둘다 자신이 맡은 일에 열정 있게 임했고 큰 충돌 없이 답을 찾아가서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근데··· 혹시 회의 다 끝난 거니? 내가 아까 오면서 상태한테···”


“아, 회의요? 다 끝난 건 아니고 하다가 약간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요. 민규 선배가 잠깐 쉬자고 했어요. 선배님 오실 때까지 만요.”


“민규? 민규가 벌써 왔어?”


“네. 그런데 특별히 늦었던 적도 없었던 거 같은데요?”


사실이었다. 신입 직원의 두 번째 출근 날, 조민규는 기존 직원 모두의 예상을 깨고 사무실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었다. 그리고 이는 단발성 깜짝 이벤트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적어도 지금까지 제시간에 출근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재웅은 그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오히려 불안하기만 했다.


“민규 선배가 늦었던 적이 있었나···”


“아, 아니야. 하하··· 요즘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어서 피로가 많이 쌓였나 봐. 없는 얘기를 지어내고 있네.”


“그렇긴 하죠. 저도 어제 회의에서 논쟁 있었던 부분 제 나름대로 수정하느라 늦게 잤거든요.”


“아마 처음 하는 거라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드는 걸 거야. 흠··· 음··· 혹시 커피 기다리고 있는 거니?”


“네? 아, 아니에요. 선배 기다리고 있었어요. 설마 제가 줄 서 있는 줄 알고 계셨던 거에요?”


딱히 잘못한 게 없는데도 어딘가 쥐구멍이 있다면 당장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일생 최악의 교통지옥 속에서도 살아 돌아왔는데, 대체 뭐가 문제이길래 순간 정신을 빼놓았던 건지, 재웅은 민망함을 애써 억누르며 계산대로 다가가 거의 속삭이듯이 메뉴를 시켰다.


그 뒤 재웅은 음료가 나올 때까지 말을 꺼내지 못했다. 정말 이상할 노릇이었다. 그동안 같이 일하면서 충분히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꼭 사적인 자리만 되면 모든 게 어색하기만 했다. 이상하게 사무실 밖만 나서면 말을 붙이기 어려웠고 대화를 하더라도 늘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식이었다.


‘끼익’


“하하··· 미안··· 많이 늦었지?”


“그래 많이 늦었네.”


회의실에서 재웅을 가장 먼저 맞이한 사람은 ‘제시간’에 출근한 조민규였다. 그러자 직원 일부가 웃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친해졌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재웅보다는 조민규와 대화를 더 많이 하는 편이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뭐 많이 사왔네.”


“······늦었으면 그만큼 밥값 해야지. 아직 더위도 다 가시지 않았는데 모두 시원한 거 마시면서 하자고.”


재웅은 조민규를 아주 잠깐 흘겨본 뒤 직원에게 음료수를 돌렸다.


“그럼 어제 끝내지 못했던 부분부터 마저 이야기하도록 하지.”


재웅의 말과 함께 시작된 회의는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나 전날 찾지 못했던 합의점까지의 길은 요원해 보이기만 했다. 미묘하게 만나지 않는 평행선 같은 견해차에 직원들은 서서히 지쳐갔다.


“일단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사람들이 원하는 사항을 몇 가지 항목으로 추릴 수 있어요. 문제는 그걸 다 집어넣을 수 없다는 거죠.”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알파 버전이라도 하나 내야 해요. 구체적인 결과물이 없으면 다음 분기에 지원받기 힘들 테니까요.”


“하지만 지원금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방향성이 아예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 건 나중에 곤란하지 않을까요? 결과적으로 최종 버전을 만드는 데 시간과 노력, 예산이 배로 들 수 있잖아요.”


“일단 심사 때 내놓은 버전 반응이 괜찮다 싶으면 거기에 맞춰 개발 방향을 수정해도 되는 거죠. 현 상태에서는 지원금 없이 오래 버틸 수 없을 거예요. 굳이 재정 문제를 따질 것도 없이 사업성을 증명할 수 없어서 향후 투자 같은 것도 받기 어려울 거고.”


결론은 회의실 사용 시간을 몇 번을 더 연장할 때까지도 나지 않았다. 애써 티 내지 않으려 했지만, 회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재웅의 표정은 어둡게 변해갔다. 두 번째로 주어진 기회를 모두 걸었던 신사업 프로젝트는 생각했던 대로 잘 풀리지 않고 있었다.


“그럼 지금 확실히 정합시다. 미래를 아는 상태로 과거에 돌아갔을 때 과연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여기서부터 컨셉이 모호하니까 다음 과정이 잘 진행되지 않는 거 같아요.”


“전 그냥 쭉 나쁜 놈으로만 가도 괜찮을 거 같은데. 누구나 한 번씩 막 나가는 상상 같은 거 하잖아요.”


“에이 그래도 너무 엇나가면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을 걸요. 게다가 요즘 뭐만 하면 유해하다고 난리 치는 마당에.”


“아니 예를 들어 그렇다는 거죠. 일일이 선택지를 집어넣고 그에 따라 결과를 다르게 하는 방식을 해서는 연말까지 결과물 만들기 힘들어요.”


결국, 회의실 사용 규정 때문에 강제로 잠시 비워줘야 할 때까지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당장 다음 분기 지원을 위한 결과물을 만들 것인가, 확실한 사업체로서 완성품을 내놓을 것인가? 시간만 야속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다른 직원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할 동안, 재웅은 직접 청년 스타트업관 관리 담당 사무실에 찾아갔다. 그리고 중간에 끊김 없는 회의실 사용을 위해 직원과 한참 동안 입씨름을 했다. 하지만 담당 사무실을 나온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어째 별로 소득이 없던 모양이다?”


“그럼 네가 한 번 들어가서 설득해보지그래? 근데 너는 왜 사무실에 있지 않고 여기 내려와 있어? 이제 슬슬 버티기 힘들어지나 봐?”


재웅은 조민규의 작은 말 한마디까지 자신을 비꼬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조민규가 회의 시간 내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휴대폰만 뚫어지라 쳐다보는 것, 조민규의 눈과 귀는 직원의 소중한 의견에 향해 있지 않았었다. 재웅은 또다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화가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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