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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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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2705
작품등록일 :
2018.04.11 21:14
최근연재일 :
2018.08.2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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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134

작성
18.07.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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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5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라 (2)

*습작을 겸하고 있으며, 머리 속에 떠오르는 대로 써 볼 생각입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75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라 (2)


담임선생에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 길은 없었다. 어쩌면 눈앞의 공무를 포기할 정도의 급한 사정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담임선생은 인생에 급한 일 만드는 거 자체를 싫어했다. 그녀는 단조로운 일상의 추구에 전력을 쏟는 사람이었다.


“자, 그럼 어디 그동안 연습해왔던 걸 테스트해볼까나?”


재웅은 담임의 구두 소리가 계단 너머로 사라진 걸 확인하고 난 뒤, 슬며시 교무실 문을 닫았다.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서의 뼈아픈 실패를 맛본 이후, 지금까지 도서관에서 연습해왔던 ‘꼬마 프로그래머’로서의 자질을 시험해볼 시간이었다.


‘지금부터 최단 시간 내로 끝내야만 해. 조금만 지체했다간 당직 선생이나 학교 수위 둘 중 한 명하고 면담하게 될 거야. 벌처럼 쏘고 똥파리처럼 재빨리 사라지는 거다.’


재웅이 조심스럽게 컴퓨터 모니터 버튼을 눌렀다. 예상했던 대로 담임은 컴퓨터 전원을 끄고 가지 않았다. 옆에 머슴처럼 온갖 잡일을 다해주는 학생의 존재와 평소 모든 걸 귀찮아하는 선생 본인의 버릇이 빚어낸 환상적인 결과였다.


‘참 보면 볼수록 이해할 수 없단 말이야. 그렇게 매일같이 옆에 붙어있었는데, 그깟 비밀번호 하나 외우지 못할 거로 생각한 건가?’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나온 질문이었는데도, 재웅은 곧 스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국내 최고의 대학을 가거나 외국으로 유학 가지 않는 이상, 앞으로 15반에서 신소영 선생의 학벌을 넘어서게 될 아이는 얼마 없을 거 같긴 했다. 그녀도 이를 잘 알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방심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재웅은 바탕화면으로 넘어가자마자 미리 챙겨온 CD를 본체에 집어넣었다. 곧 본체에서 CD를 돌리는 소리와 함께 바탕화면 한쪽 구석에 작은 도스 창이 나타났다. 잠시 후, 화면에 진행 중이라는 영어 단어가 뜨는 걸 확인한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어질러진 책상을 대충 정리하면서 도스 창을 주시했다. ‘꼬마 프로그래머’ 별명까지 얻어가며 만들어낸 프로그램은 컴퓨터 사용자의 모든 인터넷 접속 기록과 아이디, 비밀번호를 찾아내는 데 특화된 도구였다. 그중에서도 찾아내야만 하는 것은 단 하나, 신소영 선생의 학교 홈페이지 아이디였다.


[검색 및 분석 완료됨.]


‘그럼 노다지를 캐러 가 보실까···? 흠, 접속 기록 중 대부분이 쇼핑몰이고··· 빙고, 찾았다!’


마침내 목표물을 찾아낸 재웅은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외국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정보를 찾아내고, 남이 만든 프로그램을 밤을 지새우며 분석하고, 역설계까지 몇 번 한끝에 얻어낸 값진 성과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자아도취에 빠져들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는 교직원 아이디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문서를 다운 받은 뒤, 미리 챙겨온 다른 CD로 옮겼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학교에 남아있는 교직원이 뭔가 의심을 하기 시작할 시간이었다.


‘급하게 해야 하는 건 맞지만, 흔적은 완벽하게 지워라. 머리카락 한 올도 흘려서는 안된다.’


그는 컴퓨터 리셋 프로그램의 동작 시점을 바꾸어 모든 사용 기록을 없애 버리고, 리셋 프로그램의 동작 시점을 원상태로 돌리고 난 뒤에야 교무실 문을 나설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시간을 잘 맞춘 모양인지, 열쇠를 갖다 놓는 모범생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든 게 완벽하게 풀린 가운데 한 가지 흠을 찾자면, 이 기념비적 작전의 마무리를 집이 아닌 도서관에서 했다는 점이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아들의 컴퓨터 사용을 매의 눈으로 감시할 어머니에게 재웅은 거짓말할 자신이 없었다. 세상 어떤 출판사도 ‘삼산중학교 1학년 2학기 중간고사’라는 문제집을 출간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래도 공공 프린터를 이용한 이후에는 시험이 다가올 때까지 쭉 집에서만 공부했다. 정확히 말하면 시험 문제 분석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선생들이 어떤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곧바로 알 수 있으니 굉장히 효율적인 공부라 말할 수 있었다. 그만큼 시간을 아끼는 것이 중요했다. 학습하는 거 말고도 또 다른 일을 해야 했던 까닭이었다.


“조금 있으면 곧 중간고사인데 그동안 열심히 했어? 잘 볼 수 있을 거 같아?”


“나름 열심히 하려고 노력은 했는데, 잘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시험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마주한 친구의 얼굴은 어딘가 굉장히 불안해 보였다. 조민규는 이번 시험을 반드시 잘 봐야만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휴··· 근데 이번 학기에는 진짜 성적 잘 받아야 해.”


“학생 신분이면 당연히 좋은 성적을 받는 게 우선이지.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야.”


“진짜, 진짜 잘 받아야 한다니까. 이번에도 시험 망치면··· 아마 학교 못 다닐지도 몰라.”


재웅은 가방에서 비법서를 꺼내려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조민규를 쳐다보았다. 그는 조민규가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중학교 1학년이 확실히 어린 애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민규야 다시 말해봐. 성적이 나쁘면 학교를 다니지 못할 거라는 게 대체 무슨 소리야?”


“엄마 아빠가 이번 학기 성적도 좋지 않으면 외국에 보내 버릴 거래.”


“뭐? 여기서 잘 안되면 유학이라도 보내시겠다는 거야?”


겉으로는 놀란 척을 했지만, 솔직히 말해 그저 부럽기만 했다. 누구는 고만고만한 레벨에서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발버둥 치는 판에, 앞에 앉아있는 녀석에게는 황금과도 같은 기회가 거저 굴러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조민규는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 상처를 지닌 아이였다.


“나는 진짜 가기 싫어. 친한 친구들은 다 여기에 있는데, 거기 가서 또 외톨이가 되기 싫단 말이야.”


“하긴 외국 가면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을 텐데.”


“맞아··· 내 이름도 겨우 소개할까 말까 하는 데, 대체 어떻게 적응할 거냐고···”


조민규는 거의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 남들은 가지 못해서 아쉬운 게 유학이었지만, 그는 유학을 사실상 제2의 왕따 생활을 시작하는 거와 다름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고국에서 학창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 했다.


그리고 이는 재웅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게 조민규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인연이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는 존재였다. 고로 그는 반드시 재웅과 같은 학교에 남아있어야 하고, 앞으로도 재웅의 손바닥 안에 있어야만 했다.


“하··· 만에 하나 내가 시험을 망쳐서 유학을 가게 된다면··· 아니야, 이건 정말 상상조차 하기 싫어. 재웅아, 너는 내 마음 이해하지, 어?”


“당연하지. 친구를 두고 멀리 떠나는 게 얼마나 힘들 일인데. 그거뿐만이 아니야. 말도 안 통하는 데 무턱대고 외국에 가면 굉장히 곤란해질 수 있다고.”


“내 말이! 영화에서 많이 봤단 말이야. 엄청나게 우락부락한 사람들이 학교에서 깡패짓하고 다니고 막··· 난 그런 학교 못 다녀. 그런 곳에서 단 1초도 견딜 수 없을 거야.”


“네 말이 맞아, 민규야. 어디든 간에 외국은 굉장히 위험해··· 정말 위험해···”


그게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말하면서도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어떻게든 자신의 손아귀 속으로 넣어두는 것이지, 다른 때처럼 넓은 경험의 중요성을 설파할 때가 아니었다.


“난 이번에 진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험 잘 봐야 해, 재웅아. 그래서 너한테 일부러 전화까지 하고, 여기까지 달려온 거야.”


“확실히 급해 보이긴 하더라.”


“너도 시험공부 하느라 집중하고 있었을 텐데, 방해되었다면 사과할 게.”


“아니야, 난 괜찮아. 친구가 도움을 청하는 데 당연히 도와줘야지. 내가 저번에도 말했잖아. 모르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라고.”


곧 재웅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까보다 더 울상이 되고, 침울해진 조민규의 표정을 보아하니, 친구의 시험공부에 굉장한 누가 될 정도로 물어볼 게 많은 것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그는 질문 거리를 정리해둔 노트마저 갖고 있지 않았다.


“······”


‘모르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닌 거 같은데··· 정말 내 자료가 한 줄기 빛이 되어주겠구나.’


조민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재웅이 가방 속에서 노트 한 권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노트 표지에는 마치 자신을 가져가라고 애걸복걸하는 것 마냥, 자극적인 제목이 하나 쓰여 있었다.


“2학기 중간고사 완전 대비 자료집? 재웅아, 이거 네가 정리한 거야?”


“응, 요약에 요약을 더해서 시험에 백 퍼센트 나올만한 개념만 정리해놓은 거야. 내신 대비의 엑기스라 할 수 있지.”


“그, 그래···? 그럼 이거 혹시···”


“너 보라고 주는 거야. 그걸로 중간고사 대비하면 돼.”


“저, 정말···? 진짜 봐, 봐도 되는 거야···?”


말은 그렇게 해도, 조민규의 시선은 이미 노트에 반쯤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대단한 보물이라도 발견한 탐험가처럼 떨리는 손으로 노트를 집어 들었다.


“그거 진짜 며칠 밤을 새워가며 정리한 거야. 그만큼 시험 대비 측면에서는 그게 가장 확실한 거니까, 괜히 다른 문제집 풀지 말고 거기 있는 내용만 달달 외워.”


“진···짜 고마워. 재웅아, 넌 정말 내가 만난 친구 중 가장 최고야. 내가 진짜 시험만 잘 보면 네가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해줄 게, 약속해.”


“하하하, 그럼 네 성적이 정말 좋게 나오길 바라야겠네. 시험 잘 볼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근데 그거 진짜 안 보고 쓸 수 있을 정도로 외워야 한다, 알았지?”


지역 명문 학교의 전교 1등이 손수 만든 비법서를 전해주고 외우라는 데, 이를 깡그리 무시할 학생이 얼마나 되겠는가? 성적이 나온 뒤에 재웅을 찾아온 조민규의 표정은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옆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거의 반 울음 상태로 재웅에게 안기다시피 했다.


그는 2학기 중간고사에서 반 2등, 전교 20등 안에 드는 위업을 달성했다. 놀라운 성적표를 받은 그 날, 재웅은 조민규의 어머니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받았고, 학기 초 처음 마주쳤던 고급 식당에서 최고급 메뉴까지 대접받았다. 그리고 모처럼 찾아온 천금 같은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특목고에 가는 게 당연히 좋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내신을 확실히 잡아 놓는 게 맞은 말이죠. 하지만 전 약간 다르게 생각해요.”


“다른 생각? 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저는 고등학교 입학보다는 대학 입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봐요. 결국,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좋은 고등학교에 기를 쓰고 들어간 게 아무 소용이 없게 되잖아요?”


“그래? 근데 특목고에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좋은 대학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는 거 아니니? 모두가 잘하잖아, 게다가 그만큼 좋은 친구를 사귈 수도 있고.”


“그런 측면도 있죠. 하지만 지금 민규의 실력으로 일반고에 들어가면 아마 3년 내내 전교권에서 순위를 다툴 거에요. 그러면 내신에서 불리한 특목고에 비해 수시라던가, 여타 다른 전형으로 좀 더 수월하게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될 거에요.”


식사할 동안, 재웅은 조민규보다는 그의 어머니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재웅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사실관계에 상관없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본인 주변에 잡아 놓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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