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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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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2705
작품등록일 :
2018.04.11 21:14
최근연재일 :
2018.08.2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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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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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6화: 신이 주신 기회 (1)

*습작을 겸하고 있으며, 머리 속에 떠오르는 대로 써 볼 생각입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86화: 신이 주신 기회 (1)


푸른 하늘에서 뻗어 나온 뜨거운 햇살이 넓은 창문으로 들어왔다. 그만큼 무더운 날씨였다. 하지만 저번처럼 땀이 비 오듯 흐를 일은 없었다. 재웅이 대학에 들어간 이래 가장 오래 머문 ‘청년 스타트업관’은 캠퍼스 내 어떤 건물보다 시원했다.


다른 건물보다 시원한 이유를 찾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학교 측에서 정부의 명령을 받아 심혈을 기울여 지었기 때문이었다. 정부의 명령은 간단했다. ‘청년의 창업을 장려하고 창업 의지를 북돋울 수 있는 희망찬 곳을 만들어라’, 이게 다였다.


학교에 있는 청년은 학생, 그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학교 측이 선택한 방법은 ‘학내 벤처’를 ‘있어 보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넓은 캠퍼스에서 위치가 괜찮은 부지를 잡고, 잘나가는 동문의 기부를 받은 다음, 최고의 시설과 외관을 가진 최신식 건물을 신축했다.


그다음, 창업 의지 대신 학생들의 경쟁심을 부추겼다.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엄청난 인맥과 ‘학내 벤처 활동’을 연결해준 것이다. 황금과 같은 연결이 이루어지면서 ‘학내 벤처 기업’은 나름 있는 집 자제들의 교육, 경험의 장이 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청년 스타트업관’은 전국의 내로라하는 엘리트들이 모인 캠퍼스 내에서도 가장 ‘엘리트다운’ 학생들의 집합소가 되었다. 좋은 동아줄을 가진 일부 인원 주위에 우수한 능력을 갖춘, 하지만 상대적으로 평범한 이들이 사회진출에 요긴하게 쓰일 인맥과 경험 한 줄을 얻기 위해 몰려든 것이다.


“이 회의실에 정식으로 모이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모두 환영합니다.”


재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단상에 선 채, 새하얀 자재들로 깔끔하게 꾸며진 비즈니스 회의실에서 새로 들어온 직원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아주 긴장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새 직원들은 대체로 당당했고 자신감 있어 보였다. 모두 상당한 경쟁률을 뚫은 끝에 좋은 회의실 자리에 앉아 볼 기회를 얻은 학생들이었다.


“참 세월이 빨리 지난 거 같군요. 음··· 제가 여기 처음 들어왔을 때가 여러분보다 어린 나이였는데, 뭐 물론 그때도 헌내기였습니다만··· 지금은 수습 불가능할 정도가 되어버렸네요.”


“하하하···”


“오늘이야 처음 들어와서 많이 어색하겠지만, 조금 있으면 여기 문만 봐도 지겨워질 거에요. 그만큼 회의를 많이 할 예정이거든요. 하하.”


재웅이 살짝 웃음 짓자, 새 직원들도 따라 웃었다. 별다른 필터 없이 어색함이 배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어째 농담이 영 시원치 않게 먹힌 모양이었다.


“으흠, 어쨌든, 우리 회사가 이번에 시작하려는 사업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겁니다. 처음 시작하는 만큼 어렵고 시행착오도 많을 거라 봐요. 다시 말해 하루 이틀 만에 끝날 일은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


“그리고 저는 여러분과 많이, 아니, 오랫동안 의견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바로 우리 회사의, 저와 여러분의 성공 신화가 시작될 이 회의실에서 말이죠.”


‘짝짝짝짝!’


재웅의 일장연설이 끝남과 동시에 직원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과연 이 중 몇 명이나 끝까지 남아있을까? 얼마 안 되는 인원이었지만, 재웅은 심혈을 기울여 선발한 그들과 오랫동안 함께 나아가기를 바랐다. 진심이었다. 짧은 박수 소리가 끝난 뒤, 그는 주말 동안 사무실에서 미리 준비했던 프레젠테이션을 켰다.


“이미 기업 설명회 때 다 들으셨을 거로 생각합니다만,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워밍업으로 괜찮겠죠?”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다시피 우리 회사는 그동안 보안프로그램 제작을 해왔습니다. 주로 소규모 게임 업체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 및 판매해왔죠. 하지만 이번 연도부터 타 업체를 대상으로 한 보안 프로그램 제작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직원들은 재웅의 프레젠테이션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분명 얼마 전에 대강 들었을 텐데도, 그들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회사의 향후 계획이 담겨있는 화면에 집중했다. 재웅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동안 회사를 잠시 거쳐 갔던 이들과는 확실히 다를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신, 우리 회사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바로 게임 타이틀 제작이죠.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보안 프로그램만 줄곧 찍어내다가 갑자기 무슨 게임이냐고’, ‘적당히 평소 하던 대로 하지, 왜 리스크를 감수하느냐고’ 말이죠.”


“진짜 욕이란 욕은 다 먹고, 평생 들어볼 수 있는 비아냥은 다 들어봤죠. 공공의 적이라도 된 줄 알았어요.”


옆에서 발표를 보조하던 한상태가 거들었다.


“이 친구 말이 맞습니다. 그저 사업 방향 하나 바꿨는데, 왜 무모한 짓을 하느냐고 그러더군요. 하지만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상태로 가만히 있기만 하는 게 리스크다, 새로운 백 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모험을 해야 한다고.”


‘짝짝짝짝짝!’


“자, 그러면, 서론이 길었던 거 같으니-“


‘짝, 짝, 짝’


“이야~ 새로운 백 년을 위해 모험을 한다. 명언이다, 명언. 진짜 어떻게 중학교 시절부터 말을 어쩜 그리 청산유수처럼 하니.”


“······”


“다들 뭐해? 박수 더 쳐야지. 이 정도 호응으로는 모자란다고.”


직원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뒤에 서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곧 남자를 발견한 재웅과 한상태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재웅은 애써 억지웃음을 지으며 남자를 가리켰다.


“아, 드디어 등장하셨네요. 여러분, 저와 함께 이 회의실에 가장 처음 들어왔던 조민규 공동대표입니다. 열렬한 환영 부탁드립니다.”


“열렬한 환영은 무슨. 뭐, 소개 문구는 방금 쟤가 짧고 명확하게 했으니까 다 들었을 테고, 모두 반가워.”


“저기, 조민규 공동대표는 앞으로 나와주세요.”


“나오긴 뭘 나오냐, 재웅아. 여기가 제일 편한 자리구먼. 난 그냥 앉아 있을게. 넌 하던 거 계속해.”


조민규가 말했다. 어깨에 살짝 걸쳐 있는 여름용 재킷과 한눈에 봐도 시원해 보이는 하늘색 반소매 티에 주름 하나 없는 반바지까지, 그의 옷차림새는 얼마 전 꿈에서 보았을 때보다 더 화려했다. 마치 당장에라도 바다 건너 파라다이스로 다시 갈 것만 같았다.


‘끼이이이익, 끼이익-‘


잠시 후, 그는 테이블 뒤에 남아있는 의자에 앉더니, 또 다른 의자를 자기 발 쪽으로 끌기 시작했다. 바닥에 질질 끌리는 의자 소리는 회의실 내 인원의 얼굴을 찡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러지 못했다.


‘끼이이익-, 탁!’


“하아~ 이제야 좀 살 거 같네. 그놈의 장거리 비행 때문에 온몸이 쑤신다, 쑤셔.”


조민규는 다른 의자에 두 발을 모두 올린 채로 양팔을 있는 대로 벌리며 기지개를 켰다.


“아오, 근데 여기 왜 이렇게 춥냐? 에어컨을 대체 몇 도로 맞춰 놓은 거야. 재웅아, 에어컨 좀 잠깐 끄면 안 되겠냐, 안 추워?”


“······”


“재웅아, 좀 끄자니까?”


“조민규 공동대표님. 새 직원이랑 정식으로 인사하는 자리인데 잠시 앞으로 나와 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게 더 좋을 거 같아요.”


재웅이 옆을 쳐다보았다. 평소 사람 좋은 웃음만 짓던 한상태였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평소와 달리 정중한 말투를 구사하고 있었으나, 그의 미간은 정중한 태도를 보여주길 포기한 듯했다. 하지만 조민규는 그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렸다.


“뜬금없이 웬 공동대표래? 언제부터 그렇게 불렀다고. 야, 그냥 평소 하던 대로 해라. 너 지금 꼭 무슨 그거 보는 거 같아. 뭐야, 그··· 아 모르겠다. 어쨌든 완전히 어색해.”


“조민규 공동대표님.”


“거참 어색하다는데 자꾸 그러네. 상태야, 너 때문에 지금 분위기 다 가라앉았잖아. 이거 어떡할 거야?”


“대표님. 일단 앞으로 나오시는 게···”


“너 무슨 약이라도 빨았냐? 대표님, 대표님 거리지 마라니까.“


신사업 도전 선언과 함께 한창 달아올랐던 회의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다. 한상태는 회의의 맥을 완전히 끊어버린 눈치 없는 ‘공동대표’를 노려보다시피 하며 간신히 분을 삭이고 있었다. 그리고 중간에 애매하게 끼어 버린 신입사원들은 어찌할 줄을 모르고 둘을 번갈아 쳐다보기만 했다.


“···대표님. 공식적인 환영자리입니다. 나와주세요.”


“참나, 얘가 아까부터 말을 들어 먹을 생각을 안 하네. 상태야, 나 안 나간다고.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민규야”


회의실 내 기류가 싸늘해지다 못해 갈등의 불씨로 바뀌려 하는 순간, 단상에 서 있던 재웅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곧 회의실 내 모든 시선이 그에게 모였다.


“민규야, 너 신입사원 이번에 처음 보는 거잖아. 첫 자리인 만큼 정식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어야지. 친해지는 건 그다음에 친해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안 그래?”


“뭐 얼마나 된다고. 그냥 지금 서로 대충 말 트고 친해지면 되는 거 아니야?”


“첫날이잖아. 창립이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첫날이잖아. 그래서 그래. 창립자이자 공동대표인 만큼 제대로 인사해야지.”


회의실에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재웅은 조민규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마무리만큼 중요한 게 바로 시작이었다. 그는 새로운 도전, 아니 어쩌면 성공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지금을 쓸데없는 감정 소모로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뒤, 조민규가 한숨을 쉬며 말을 꺼냈다.


“에휴! 내가 졌다. 생고생하는 친구 말 들어줘야지. 뭐 어떻게 하면 되는데? 처음부터 다시 해봐.”


“그래··· 여러분, 저와 함께 회사를 창립하고 지금까지 이끌어온 조민규 공동대표를 열렬히 환영해주시기 바랍니다. 조민규 공동대표, 나와주세요.”


‘짝, 짝, 짝, 짝···’


이미 찬물을 몇 바가지는 맞은 다음이었던지라, 박수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오직 단 한 명, 조민규만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흐뭇한 얼굴로 직원을 둘러보며 박수를 칠 뿐이었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 나와 재웅 옆에 섰다. 거기에 곧은 자세까지 바라는 건 말 그대로 사치였다.


“뭐, 뭐라고 말하면 돼··· 아니지. 이재웅 공동대표, 이제 뭐라고 말하면 됩니까?”


“창립자이자 대표로서 앞으로의 신사업에 대한 포부나, 직원에 대한 격려의 말 등, 하고 싶으신 말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하죠. 으흠! 뭐, 아까 소개는 다 들으셨겠지만, 네, 제가 조민규입니다. 옆에 있는 이 친구와 본 회사를 설립했고, 지금까지 대충 잘 이끌어 왔습니다.”


“······”


“뭐, 반응도 시원치 않구먼··· 어쨌든, 쩝, 그 뭐야, 오늘부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한 번 열심히 해보세요. 어떤 플랫폼으로 출시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게임 제작이 진짜 뻘짓 하지 않는 이상 웬만큼 평타는 치잖아요?”


“······”


“우리가 전원 농어촌 전형 이딴 걸로 들어온 것도 아니고, 다들 어느 정도 짱구 돌릴 줄 아니까, 중간에 누가 삥땅치고 그러지 않으면 대충 깡통 차거나 하지는 않을 거라 봅니다. 그러니까··· 잘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짝······짝, 짝’


“이재웅 대표, 대충 인사 끝낸 거 같은데, 이 정도면 됐습니까? 다시 들어갑니다.”


재웅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절차를 지키려고, 제대로 시작해보려고 굳이 조민규를 앞에 세운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적어도 프레젠테이션을 재개하기 전까지는··· 적어도 이보다 최악은 없을 거라 희망을 품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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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8.08.0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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