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o***** 님의 서재입니다.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bok2705
작품등록일 :
2018.04.11 21:14
최근연재일 :
2018.08.23 23:39
연재수 :
94 회
조회수 :
410,196
추천수 :
5,849
글자수 :
447,134

작성
18.07.27 08:00
조회
898
추천
8
글자
12쪽

84화: 현실 (2)

*습작을 겸하고 있으며, 머리 속에 떠오르는 대로 써 볼 생각입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84화: 현실 (2)


“다음 소식입니다. 어젯밤 있었던 정 이병 투신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각 계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딸각!’


“그동안 많은 조치와 노력이 있었지만, 군은 여전히 인권 사각지대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딸각!’


“정 이병의 복무 환경에 대한 누리꾼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부대 인원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딸각!’


“어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 이병에 대한 누리꾼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사태와 관련된 과거 학교 폭력 사태에···”


‘딸각!’


“······”


공중파, 케이블, 라디오, 인터넷 뉴스까지,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매체가 정대철의 투신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재웅은 라디오를 꺼버리고 음악을 켰다. 그리고 음악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볼륨을 높였다.


그러나 한 번 복잡해진 머릿속은 좀처럼 정리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십여 년 동안 잊고 있었던 존재가 갑자기 끼어들면서 나름 잘 풀리던 인생길이 실 뭉치처럼 확 꼬여버린 것만 같았다.


‘나름 잘 풀리던 인생길’, 사실 그것도 제대로 확신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했던 말이 계속 떠올랐던 탓이었다. 고작 직원 몇 명뿐인 회사, 그런 회사에 몇 년의 시간을 투자한 자기 자신, 과연 현재 걷는 길의 끝이 인생역전일까? 확신할 수 없었다.


‘아니야, 아니야, 과거에 네가 뭘 하고 다녔는지 떠올려 봐! 네가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생각해보라고!’


재웅은 자꾸만 떠오르는 잡념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부모님에게, 주변 지인에게 그는 그냥 평범하고 사고 치지 않는 무난한 자식이자 친구였다. 젊은 나이에 살인까지 저지르고 감옥에 가는 사람도 있는 판에 이 정도면 괜찮지 않느냐고? 전혀 아니었다.


‘우리 아들은 참 심성이 착하단 말이야. 우리 엄마는 아들 성격만 보면 걱정이 없어요.’

‘선배는 참 좋은 사람 같아요. 항상 정중하시고.’


이따위 말들은 칭찬이 아니었다. 살 날이 많이 남은 사내에게 이는 그야말로 최악의 평가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저 조금 친절하다는 거 말고는 아무 능력이 없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모나지 않은 생활은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그에 비해 지금은? 당장 회귀 전 중학교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성인 시절만 비교해봐도 이 정도면 충분히 역전 단계에 진입했다 할 수 있었다. 대입부터 졸업까지 그때는 뭐가 되었든지 또래보다 늦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학창시절, 재웅은 자신의 성인 커리어를 재수학원에서 시작했다. 남들이 새내기 생활을 만끽할 동안, 그는 감옥 같은 재수학원에 틀어박혀 아무도 없는 창밖 공원 따위를 동경했었다. 그렇다고 그만큼 고생한 대가를 얻었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중간만큼 서러운 게 없어. 특히 우리 같은 위치에서는 말이지.’


이게 대학 시절 동기들과의 대화에서 늘상 나오던 레퍼토리였다. 딱 중간이었다. 서울에서 학교에 다닌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도 얼마 없었다. 어느 곳에도 속하기 힘든 레벨, 눈높이만 높고 정작 졸업 이후 기다리는 건 시궁창 같은 현실뿐이었다.


심지어 그 대학 생활도 평범하다 못해 거의 시간 낭비나 다름없었다. 고만고만한 학생들 사이에서 그냥 착한 선배, 성실한 학생으로 알려진 게 다였다. 하지만 그나마 쓸만한 인맥을 위해서는 착해야만 했고, 버스로만 한 시간 반은 걸리는 통학 거리를 생각하면 성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청년사업가로서 캠퍼스 내 학생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또래들이 버스 속에서 사우나를 체험하고 있을 때, 그는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마련한 자가용을 타고 다녔다. 등록금을 위해 국가의 손을 빌리거나, 학교 사무실의 문을 두드리지도 않았다. 본인의 수익으로 충분히 책임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뻑 같아 보여도 또래 중 이 정도를 이룬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수저를 타고나지 않는 이상, 전부 당장 내일 얼마의 식비를 쓸지 걱정하는 판에···’


어머니의 가혹한 평가가 떠오를수록, 비참하기 그지없었던 과거가 계속 생각났다. ‘실업자 양성소’나 사회에 하등 도움 안 되는 문돌이 소리 듣던 게 불과 엊그제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자신이 이끄는 새로운 사업과 함께 인생 역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늘 일 끝나고 나면 망할 방부터 알아봐야겠어. 어쩌면 지금이 그 지긋지긋한 동네에서 벗어날 유일한 기회일지도 몰라. 그리고 어차피 반독립이나 다름없었잖아?’


‘철컥!’


“좋은 아침! 아니, 좋은 오후··· 늦어서 미안하다!”


“형님 오셨어요? 그냥 하루 쉬셔도 되는데,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무리는 무슨, 그냥 잠깐 피곤해서 완전히 곯아떨어졌을 뿐인데, 우리 엄마가 제멋대로 넘겨짚어서 그렇게 된 거야. 괜히 헷갈리게 해서 미안하다. 하하하···”


“······”


“하하···”


일부러 크게 웃는다고 한 게, 입꼬리만 과장되게 올라가면서 도리어 어색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두통이 감쪽같이 가신 건 사실이었지만, 직원 눈에는 괜히 아프지 않은 척하는 거라는 확신만 들게 할 듯했다.


그래도 몇 시간 동안 일에 집중하면서 그동안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을 어느 정도 잊을 수 있었다. 비록 잠시뿐이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리 일에 온 힘을 다해 집중한다고 해도, 잠깐의 휴식이 주는 달콤한 유혹까지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아··· 스토리 담당 뽑는 게 진짜 고역인 거 같네요. 최종 후보 둘 다 너무 비등비등해서··· 형님, 잠깐 머리 식힐 겸 쉬는 게 어떨까요?”


“그래, 좀만 쉬자. 계속 같은 고민 하다가 이대로 밤샐지도 모르니까. 머리 좀 환기시키자고."


“휴우··· 현명한 결정이십니다. 그럼, 쉬는 김에 카페가서 시원한 아이스 커피라도 사올까요?”


“아이스 커피? 상태가 아이스 커피 마시자는 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 찬성?”


평가서류를 아래에 둔 채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던 다른 직원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상태가 곧장 지갑을 챙기며 일어났다.


“그러면 메뉴는 굳이 물어볼 필요 없을 것이고. 총알같이 다녀오겠습니다.”


“상태야, 같이 가자. 나도 바람이나 좀 쐬어야겠다.”


재웅도 한상태를 따라나섰다. 예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공기 질이 좋지 않기는 했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잡념을 완전히 떨어트리기 위해서는 바깥 공기만큼 괜찮은 게 없었다. 그는 대한민국 최대의 도심에서 쉽게 보기 힘든 훌륭한 녹지를 보며 작은 해방감을 느꼈다.


“오늘은 평소보다 좀 덜 더운 거 같네요. 바람도 적당히 불고. 미세먼지도 좀 준 거 같지 않아요?”


“그러게. 한창 사우나 속에서만 사는 줄 알았는데, 역시 자연 바람이 좋은 거 같아. 오늘따라 유난히 날씨가 좋네···”


“이번에 프로젝트 대박 나면 단체 포상 휴가 한 번 나가시죠? 이왕이면 한 번 제대로 터뜨려서 해외로 가시는 거로.”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냐. 열심히 해야지. 이왕 말 나온 김에, 상태야, 넌 어떤 애가 더 나을 거 같니?”


“네? 아, 스토리 담당··· 글쎄요. 둘이 서류상 별 차이가 없어서, 그나마 면접 가면 좀 갈릴 줄 알았더니 둘 다 실수 안 하고. 얘들이 문과라서 그런가, 보셨잖아요. 말 기가 막히게 잘하는 거.”


“꼭 문과라서 말 잘하는 거겠냐··· 본인들이 그만큼 노력했으니까 실력이 나오는 거겠지.”


재웅이 말했다.


“형님 말이 맞아요. 나름 스펙 갖췄다고 뽑았던 면접자 중 대부분이 허수였으니까요. 그래서 더 고민입니다. 솔직히 저희가 그동안 진짜 프로그래밍만 중점적으로 했지, 뭔가 종합적인 일은 이번이 처음이잖아요.”


“그렇지. 접점 하나 없는 사람들을 뽑으려니까 힘들 수밖에 없지. 근데 내가 물어본 건 그게 아니잖아, 이 친구야. 누가 괜찮을 거 같으냐고?”


최대한 일에 집중하고 싶었던 재웅은 카페로 들어가면서까지 채용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물론 쉬자고 말한 것도 본인이었던지라, 애꿎은 희생자로 낙점된 한상태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긴 했다. 그러나 의식 속 어디선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다른 생각들을 어떻게든 누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아, 도저히 감이 안 오니까 저도 계속 딴소리 하는 거잖아요. 형님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저도 그나마 좋지 않은 짱구 굴리느라 아주 머리 터질 거 같아요.”


그렇게 푸념을 늘어놓는 것 같으면서도 한상태는 재웅의 말을 꾸준히 들어주고 최대한 회사에 도움이 되는 대답을 하려 했다.


“상태야, 정말 아무 촉도 안 오는 거냐?”


“아이고, 쉬자고 말한 사람이 누군데, 메뉴판 앞에 두고 계속 물어보시면 어떡합니까? 지금 회로 돌리고 있으니까 좀만 기다려 보세요.”


“미안하다, 주문이랑 계산은 내가 하고 있을 게.”


“계산은 당연히 저··· 형님이 쏘신다는 데 무조건 걷어찰 수도 없죠. 휴··· 사실 오전에 거의 결정 날 뻔하긴 했어요. 근데 제가 일단 다시 생각해보자고 우기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죠.”


“네가 결정을 엎었다고? 왜? 다른 애들이 뽑자고 한 사람은 누구였는데?”


“김유리 씨요. 면접까지 별 차이 없겠다, 아무래도 전공이나 동아리, 대외활동, 입상 경력 등 좀 더 세부적인 지표로 결정짓는 게 낫다고 그랬거든요.”


“하긴··· 그분은 문학 전공에 문예창작 동아리에서도 오랫동안 활동했고, 여러 대외활동 공모전 같은 것도 많이 나갔으니··· 그에 반해 나머지 한 명은.”


“네, 형님이 뜬금없이 이상한 말을 했었죠.”


“아니, 그 얘기가 갑자기 왜···”


“하하, 농담이에요. 나머지 한 분, ‘윤지혜 씨’는 일단 전공이 사학과죠. 문예창작 활동을 한 건 마찬가지지만, 김유리와 달리 정식 동아리 활동은 아니었고, 거기서도 평범한 회원이었고요. 국내 유수의 기업 대외활동 공모전이 아니라 좀 아리송한 걸 했죠.”


한상태가 말했다.


“근데 왜 반대한 거야? 나도 아까 계속 검토했지만, 확실히 김유리 씨 스펙이 더 낫다고 봤거든.”


“하지만 형님은 끝내 결정 못 하셨잖아요.”


“어?”


재웅이 진동벨을 받으며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이 결정 못하신 이유 때문에 반대했다는 뜻이에요.”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형님도 참. 생각해보세요. 만약 형님이 단순히 스펙만 보고 윤지혜 씨를 떨어트렸다면, 커피 사러 나오기 전에 바로 불합격 문자 보냈겠죠. 근데 그러지 않으셨잖아요.”


“그거야···”


“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제일 중요한 걸 스토리로 봤어요. 형님도 그거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죠.”


[38번 손님, 주문하신 거 나왔습니다.]


“비록 유의미한 결과를 낸 것도, 기업 마케팅, 콘텐츠 공모전을 한 것도 아니지만, 완성된 각본을 썼던 경험, 많은 비평을 받았던 경험, 그건 윤지혜 씨만이- 헙!”


그때 한상태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그러자 재웅이 답답하다는 듯 양 주먹을 쥐는 자세를 취했다.


“왜 또 말을 멈추고 그래? 어···? 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업로드 공지: 91화는 [8월 17일 오후 6시 15분]에 업로드 됩니다. 18.08.08 441 0 -
공지 연재 공지 (2018년 8월 8일) 18.08.08 392 0 -
공지 휴재공지 (2018년 8월 2일 ~ 8월 5일) 18.08.03 376 0 -
공지 연재공지 (2018년 6월 25일) +1 18.06.25 595 0 -
공지 휴재공지 (2018년 6월 10일 ~ 6월 20일) +2 18.06.10 614 0 -
공지 38화~43화 및 이후 내용 수정 공지 (2018년 5월 18일) +2 18.05.18 806 0 -
공지 *재학생은 600~700명 사이입니다. (2018년 5월 13일) 18.05.13 936 0 -
공지 업로드 공지입니다.(2018.04.23) +1 18.04.23 6,569 0 -
94 93화: 개과천선? (1) 18.08.23 743 2 12쪽
93 92화: 사람 관리 (2) 18.08.21 625 6 12쪽
92 91화: 사람 관리 (1) 18.08.17 682 5 12쪽
91 90화: 신이 주신 기회 (5) +1 18.08.14 656 8 12쪽
90 89화: 신이 주신 기회 (4) 18.08.11 673 7 12쪽
89 88화: 신이 주신 기회 (3) +1 18.08.10 690 6 12쪽
88 87화: 신이 주신 기회 (2) 18.08.08 787 6 12쪽
87 86화: 신이 주신 기회 (1) +1 18.08.01 869 5 12쪽
86 85화: 현실 (3) 18.07.30 843 8 12쪽
» 84화: 현실 (2) 18.07.27 899 8 12쪽
84 83화: 현실 (1) +1 18.07.26 921 10 12쪽
83 82화: 죄를 지은 자 누구인가 (6) +1 18.07.25 930 7 13쪽
82 81화: 죄를 지은 자 누구인가 (5) +1 18.07.24 933 9 12쪽
81 80화: 죄를 지은 자 누구인가 (4) +1 18.07.22 926 12 13쪽
80 79화: 죄를 지은 자 누구인가 (3) +1 18.07.22 964 12 12쪽
79 78화: 죄를 지은 자 누구인가 (2) +5 18.07.20 1,130 11 12쪽
78 77화: 죄를 지은 자 누구인가 (1) +2 18.07.19 1,092 17 12쪽
77 76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라 (3) 18.07.17 1,223 16 13쪽
76 75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라 (2) 18.07.15 1,113 16 12쪽
75 74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라 (1) +1 18.07.14 1,323 14 12쪽
74 73화: 여기까지 오기까지 (2) 18.07.13 1,203 9 12쪽
73 72화: 여기까지 오기까지 (1) 18.07.12 1,320 1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