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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행복의 연금술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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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색유자
작품등록일 :
2021.10.0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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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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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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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81화

DUMMY

펠릭스는 그 균형이 맞지 않는 저울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솔레루스에게 말했다.


“자, 봐라. 이게 지금 우리들의 상황이다.”


펠릭스는 위쪽으로 들려있는 왼쪽 접시 위에 쓰레기통에서 찾아낸 엘릭서의 빈 병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접시의 균형이 왼쪽으로 살짝 기울었다.


“네가 이만큼 갚아야 한다.” 펠릭스가 왼쪽 접시의 내려간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그런데, 아까 약 만드는거 보고 결정한다면서요?”


“그래.”


펠릭스는 작게 한숨을 쉬더니, 약병을 도로 집어들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자 저울은 오른쪽으로 쏠렸다.


“그리고, 이게 네 어머니의 목숨값이다.”


“네? 우리 엄마가 왜 나와요?”


“포르투나는 내 손으로 죽였으니까. 어찌됐든.”


펠릭스가 저울의 벌어진 틈을 멍하니 쳐다보며 말했다.


“인과응보따위, 절대 안 믿었는데. 약자들의 헛소리라고 그렇게 믿었더니.”


펠릭스는 갑자기 헛웃음을 지었다.


“무슨 소리에요?”


“아무튼, 약값은 그만 잊어라. 솔레루스. 너, 학교에 가고 싶냐?”


솔레루스는 가만히 생각하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상급학교에 다니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똑바로 들어. 두 번 말 안해.”


“알았어요.” 솔레루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로, 돈이다.”


펠릭스는 필기체 글자가 마구 쓰인 종이 세 장을 솔레루스의 눈앞으로 불쑥 내밀었다.


“이게 뭔데요?” 종이를 받아들며 솔레루스가 물었다.


“세 가지 약의 레시피. 포르투나가 알려준 약의 레시피를 약간 수정한것 두 개에, 마지막 하나는 그냥 자양강장제다. 셋 다 적당히 잘 팔리는 약이고, 재료가 비싼 것도 아니니까 그것만 팔아도 학교다닐 돈은 충당이 될 거다.”


“약을 끓일 솥이 없어요.”


“은화 20닢. 훔쳐갔잖아? 설마, 벌써 써버린건 아니지?”


솔레루스는 고개를 가로젓다가 앗차 하며 다시 얼버무렸다.


“그러면 돈 문제는 대강 해결이 될 거야. 하지만, 내가 분명하게 말하는데, 절대로 편하게 돈 벌겠답시고 이 레시피를 그대로 팔지 마라.”


“알았어요.” 솔레루스가 말했다.


“똑바로 알아들어! 너는 학교를 마칠 때까지 이 약을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해. 네가 이 레시피를 누구한테든 일단 팔아버리면, 두 번 다시 내가 가르쳐주는 약으로는 돈 한푼도, 동화 한닢도 못 벌거다. 알았어? 절대, 절대로 레시피를 팔지마라! 그건 연금술의 정수가 담긴 연금술의 핵과 같아!” 펠릭스가 시끄럽게 말했다.


“알았어요. 좀, 진정해요.”


“그래, 아무튼, 하지말라면 하지마.”


조금 진정하기 위해 한숨을 쉬고, 펠릭스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추천서다. 상급 학교에, 그것도 이 시기에 갑자기 입학하려면 어지간한 추천서가 아니면 먹히지도 않아.”


“그걸 어디서 구해요?” 솔레루스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자.”


그러자 펠릭스는 돌돌 말아 녹색끈으로 묶은 두루마리를 건넸다.


“뭐에요?”


“아니, 건드리지마! 이 꼬맹이가, 절대로 이걸 펼쳐보지마. 내 말 알아들어? 네가 입학하고 싶은 학교에 이걸 제출해. 입구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높은 사람을 만나겠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 누구든 나올거야. 그 사람한테 이걸 들이밀어.”


“이게 뭔데요?” 솔레루스가 물었다.


“네 추천서. 내가 썼다.”


“당신이 뭔데 남을 추천하고말고 해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


“꼬맹이가, 싫으면 도로 내놔.”


“아, 싫어요!”


“그럼 똑바로 간수해. 그리고, 내 말 잘 들어. 그 문서, 쓸데없는데다 함부로 쓰면 잡혀간다.”


“협박하는 거예요?” 솔레루스가 말했다.


“협박이 아니야. 넌 아직 어리고 멍청해서 그 종이에 담긴 힘을 몰라. 절대로, 학교 입학하는것 외에는 쓰면 안 된다. 네가 감당못할 일이 벌어질거야.”


솔레루스는 머뭇거리며 종이를 만지작거렸다.


“당신, 정체가 뭔데요?”


“연금술사. 달리 더 있겠어? 아무튼, 내가 말한 두 가지 똑바로 기억해둬. 그리고, 이제 마지막 하나다. 이것만 있으면, 너도 상급학교에 입학해서 남들처럼 고등 공부를 배울 수 있어.”


“그래서, 그게 뭔데요?”


솔레루스는 침을 꼴깍 삼키고, 펠릭스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펠릭스가 입을 열었고, 그는 말을 했다. 그리고 솔레루스는 깜짝 놀랐다.


“학교에 입학하려면 보호자가 필요해. 하지만, 네 할머니는 너무 늙었어. 다른 보호자를 찾는게 좋을거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솔레루스가 말했다.


“네 보호자. 네 신원을 증명해줄 사람이 적어도 한 명 이상 필요해. 이 마을안에 없나? 네 할머니 말고 사람들의 신뢰를 받으면서 너랑 친한사람. 아니, 친한 정도로 부족해. 말 그대로 네 인생을 책임져 줄 만한 그런 사람. 없어?”


“······없어요. 저한테는, 할머니 뿐인걸요. 하지만, 할머니가 있으니까 괜찮은거 아니에요?”


“네가 상급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네 할머니가 죽어버리면 넌 학교에 더 못다녀. 그대로 쫓겨난다고.”


“상급학교라도 해도, 늦어도 한 오 년 정도면 졸업하잖아요!” 솔레루스가 말했다.


“오 년이 될 지, 십 년이 될 지 네가 어떻게 알아? 그때까지 네 할머니가 영원히 살아있을것 같아? 나는, 내 추천을 받은 놈이 보호자가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나길 바라지 않아. 그랬다간 추천서도 도로 회수할거야.”


“그런게 어딨어요!” 솔레루스가 항의했다.


“추천은 아무나 받는게 아냐! 인간의 믿음, 신뢰, 마음 같은 것의 가치를 가볍게 따지지 마, 이 꼬맹이가.” 펠릭스가 짜증스레 말했다. “보호자를 못 구하면, 둘 중 하나야. 네 할머니가 죽기 전에 학교를 졸업하든가, 아니면 쫓겨나든가.”


솔레루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하면 되잖아요. 공부해서, 열심히 해서 졸업하면 되잖아요.”


“알아서 해라. 나도 더는 모르겠으니. 포르투나의 목숨값으로 이만하면 충분하니까.” 펠릭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게 대체 뭐하는 꼴인지.”


“저기, 그래서. 약값은 그럼······.”


“됐다. 이걸로 받아가지.”


펠릭스는 아까 솔레루스가 만든 세 병의 약을 챙기며 말했다.


“그리고, 하나 더. 두 번 다시 도둑질 하지 마라. 네가 좀도둑질한다는 소문을 들으면, 내가 가진 모든 권력을 끌고와서 너는 물론이고 이 집까지 모조리 쓸어버릴 테니까.”


“협박이에요?”


“그래!” 펠릭스가 외쳤다. “이 애송이 놈이, 한번만 더 도둑질 하기만 해 봐. 아주 태어난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너, 재탄생의 약이라고 들어는 봤어? 그게 무슨 약인줄 알아?”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 약을 먹으면, 살면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고통이 차례대로 느껴진다. 노쇠, 익사, 화상, 절창, 동상, 탈진, 모든 것들! 몸과 마음이 산산히 부서지는 끔찍한 고통. 슬픔, 분노, 시기와 질투, 후회, 모든 것들! 약을 먹은 사람의 입에서는 제발 죽여줘, 제발 살려줘의 두 가지 말밖에 나오지 않아.


그렇게 고통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약효가 다 되면,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재탄생의 약이다. 범죄자 놈들에게 한 병 먹여주면 효과가 아주 그만이라고. 네 식사에 그 약이 섞여들어가길 원하지 않으면, 도둑질은 절대 하지마. 알았어?”


솔레루스는 바짝 움츠러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면, 이제 나는 그만 돌아간다. 솔레루스.”


“네.” 그가 말했다.


“난 네 어머니를 죽인 것에 대해서는 전혀 후회하지 않아. 하지만, 붉은 가루 병의 약을 못 만든건, 나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어.”


“······알았어요.”


“어쨌든, 앞으로 알아서 잘 살아라. 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내가 당부한건 똑바로 지키고.”


“알겠어요. 도둑질도 안하고, 공부 열심히 할게요.”


“그래. 기운이 다 빠졌군. 어휴. 하여튼······.”


그리고 펠릭스는 오른 다리를 절뚝거리며 솔레루스의 방에서 빠져나갔다.




펠릭스가 돌아오자, 올리버와 실비아는 자기도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와 달리 기운이펠릭스는 빠진 얼굴에, 비도 안 오는데도 오른 다리를 조금 절뚝이고 있었다.


“펠릭스! 뭐에요? 무슨 일이 있었던거죠?”


“개인적인 사정이고, 둘 사이의 사업적인 비밀이에요. 그러니, 신경꺼요.”


그러자 다가오던 실비아는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저기, 젊은이. 그래서, 약값은 어떻게······.”


“받았습니다. 그러니, 그 부분은 더이상 신경쓰지 마시기를.”


펠릭스가 노파에게 말하자, 노파는 고맙다는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생각했어 펠릭스. 마음을 곱게 먹어야······.”


“올리버. 돌아가죠. 여기 너무 오래 있었으니까.”


“아? 그래. 돌아가지. 그럼, 수고들 하시오.”


“살펴가시오, 젊은이들. 부디,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그리고, 우리 솔레루스를 용서해줘서 정말 고맙다오.”


“용서가 아니야. 내 참. 이래서 사람들이란······.”


펠릭스는 비틀거리며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실비아는 그의 말을 들었지만, 펠릭스의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고 그에게 무언가를 더 묻지는 않았다.




뒷골목에서 빠져나오자, 다시 오르데움의 소란스러운 축제 분위기가 골목의 바람을 타고 불어닥쳐왔다. 하지만 펠릭스가 내뿜는 비밀스럽고 음울한 기운은 축제의 화려하고 쾌활한 바람조차 피해갈 정도였다.


세 사람은 광장 가판대는 버려두고 마을 여관에 대충 방을 잡았다. 올리버와 실비아는 여관 식당에 마주앉아 식사를 했는데, 펠릭스는 식당으로 오지도 않았다.


“펠릭스가 이상해요.” 실비아가 말했다.


“그러게. 이상하네. 무슨 말을 나눈걸까?”


올리버는 파스타를 포크로 돌돌 말아 들어올리자마자 도로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을 보더니 작게 한숨을 쉬었다.


“걔 어머니요. 아무래도, 붉은 가루 병으로 죽었겠죠?”


“적사병이 아니라면 그렇겠지. 병명에 붉은 색이 들어가는 다른 병이라면 홍역 정도가 있겠지만, 설마 홍역을 못 알아먹진 않을것 아냐. 흔한 병이니까.”


올리버가 그냥 포크로 되는대로 파스타를 긁어모으며 말했다.


“그런데, 펠릭스는 붉은 가루 병에 걸린 사람들을 자기 손으로 죽였다고 했잖아요.”


행여 누가 들을까 싶어, 실비아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랬지. 그렇지만, 그놈은 그 일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아. 오히려 당당하게 말한다고.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으며, 다른 겁쟁이들이 뒤로 내뺄 때 자기가 당당하게 앞으로 나와 손수 그 해결책을 실행했다면서.”


“그랬죠. 그랬는데, 뭔가 이상해요. 분위기가 평소랑은 달라요.”


“어쩌면, 펠릭스도 조금 바뀌었는지도 모르지.”


올리버가 예의없이 파스타를 후루룩 먹으며 말했다.


“바뀌어요? 실비아가 물었다.


“그래. 너랑 같이 죽음의 약을 만드는 여행을 떠나면서, 너 뿐만 아니라 펠릭스도 바뀌었을지도 모르지.”


올리버가 빈 접시 위에 포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 펠릭스가요?”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니까. 일시적인 현상인지도 모르고. 그놈 속을 누가 알겠어? 그놈은, 정말 별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들이랑 다르잖아.”


올리버가 냅킨으로 입가를 슥 닦은 다음 웃으며 말했다.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펠릭스······.”


실비아는 파스타를 돌돌 말다가, 도로 포크를 내려놓았다.


“왜. 입맛이 없어?”


“조금요. 먼저 올라가 볼게요.”


실비아는 올리버에게 웃으며 인사를 해 준 다음,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갔다.


“내 참. 애들이란. 또 뭐야 또. 이번에는 또 뭐가 문제인지. 이렇게나 손이 많이 가서야, 평범한 애 넷을 동시에 키워도 이정도는 아니겠다.”


올리버는 거의 손대지 않은 실비아의 음식 접시를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침대에 누운 펠릭스는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선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왼쪽에는 꿈이 펼쳐져 있었으며, 그의 오른쪽에는 기억이 펼쳐져 있었다. 그의 왼쪽에는 붉은 가루 병에 걸린 사람들이 병상에 누워 신음하고 있었고, 그의 오른쪽에는 풀밭위에 세워진 자그마한 비석에 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하 참. 별꼴이군. 또 이런 꿈은 처음이네.”


펠릭스가 잠꼬대를 했지만, 아무도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래, 어디 가 보자고. 어디까지 가는가.” 그리고 펠릭스는 그 희미한 경계선을 따라 천천히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펠릭스.” 그러나 막 발을 때려 하는 순간, 그의 등 뒤에서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펠릭스가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그의 스승이 엄격한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스승님.”


펠릭스가 실쭉 웃으며 말했다. 회색 로브를 모자까지 걸친 호리호리한 체형의 스승이 펠릭스의 등 뒤에서 말했다.


“또, 혼자가 되었구나, 펠릭스.” 스승이 근처를 둘러보며 말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그런 식으로 하다가는, 네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저는 항상 혼자였으며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혼자입니다 스승님.”


펠릭스가 이죽거리며 말하자 스승이 다시 말했다.


“네 주변을 둘러보아라. 너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메를린이 있잖습니까?”


펠릭스가 말하자, 그의 왼쪽과 오른쪽에서 동시에 메를린의 모습이 떠올랐다. 왼쪽에는 붉은 가루 병의 약이 되어버린 죽은 메를린의 끔찍한 모습이 있었으며, 오른쪽에는 지금 숲속 오두막에 은거한 메를린의 모습이 있었다.


“메를린도 너를 이해하지 못해.”


스승이 말하자 메를린의 두 환영이 동시에 사라졌다.


“펠릭스. 너는, 대체 어디서 온 것이냐? 우리들과 어떻게 그렇게 다른 것이냐? 나는 네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으며, 네 생각을 조금도 헤아릴수 없구나. 펠릭스. 그렇게 살다가는, 너는 혼자 남게 될 것이다.”


“아하!” 펠릭스가 공격적인 웃음을 띄며 외쳤다. “그것은, 당신이 제자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스승었기 때문에 하는 말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스승이 흠칫하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펠릭스는 적대감을 드러내며 스승을 향해 뒤를 돌아 거침없이 걸어갔다.


“스승님. 내가 모를 줄 알았습니까? 최고의 석학이라는 그 같잖은 명예에 집착하는 당신의 본질을 몰랐을거라 생각하십니까? 사전을 외듯, 수없이 많은 연금술의 지식을 달달 외던 당신이, 자기와 똑같은 것을 훨씬 어린 나이에 해 내는 나를 보고 질투하던 것을 내가 모를 줄 알았습니까?”


“그건, 허튼 생각이다 펠릭스!” 스승이 근엄하게 외쳤다.


“나는 알고 있어! 당신은 나를 가르치지 못해! 당신이 아는 모든 것은 이미 나도 알고 있다고!”


펠릭스가 스승의 환영을 향해 매몰차게 외쳤다.


“당신이 그 늑대의 눈물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나 말고 다른 누가 당신을 이해해 주던가요? 오직 나만이 알아챘어. 당신이 무슨 약을 만들려고 하는지. 고대의 마녀의 비약.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재료들을 모아 만든 만병 통치약. 당신같이 똑똑한 사람조차 그런 헛된 생각에 빠지고 말았다는 걸, 오직 나만이 이해했다고!”


“아니다! 너는 틀렸다 펠릭스! 너는 나를 알지 못한다!”


스승의 환영이, 점점 더 희미해지며 외쳤다.


“알아! 제자를 질투한 주제에, 스승 행세는 그만둬!”


펠릭스가 외치자, 스승의 환영이 점점 더 희미해졌다.


“너는 틀렸다. 노리스와 마찬가지로, 너는 잘못 태어났다! 너와 노리스는 연금술을 배워선 안 된다.”


“나는 노리스가 아냐. 노리스는 나를 이해하지 못해. 그와 나는 닮았지만, 근본적인 부분에서 전혀 달라. 스승님. 당신은 그 두 눈으로 아무것도 보지 못해. 껍데기밖에 못 봐. 대스승님이 말 한 대로, 눈에 보이는 것을 뛰어넘을 재능이 당신에겐 없어!”


“아니, 있다! 보아라, 펠릭스!”


그의 스승이 옷소매를 펄럭이자 펠릭스의 양 옆에서 동시에 역병의 기억과 꿈이 떠올랐다.


“붉은 가루 병을 보아라, 펠릭스! 그리고, 너의 무력함을 보아라!”


“나는 옳았어! 나는 그 병을 막아냈어. 국왕도, 대스승님도 다른 연금술사들 모두가 인정한 사실이야!”


“너는, 약을 만들지 못했다. 그건 너의 패배다, 펠릭스!”




“펠릭스!”


실비아는 침대위에서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두 눈을 번쩍 뜬 펠릭스를 걱정스런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뭐에요? 악몽이라도 꿨어요? 세상에. 땀 좀 봐. 잠시만요. 제가 수건이랑 물 가져 올게요.”


펠릭스가 말릴 새도 없이 실비아는 쪼르르 방에서 나가버렸고, 펠릭스는 빈 방에 혼자 남아 잠시 숨을 골랐다. 전력 질주를 한 것처럼 숨이 거칠었으며 온 몸은 땀으로 흥건했다. 그의 오른다리는 고장난 것처럼 삐걱였고, 그의 사라진 진짜 오른 다리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펠릭스는 짜증스레 이불을 휙 걷고는, 그의 의족을 두 눈으로 똑바로 바라보며 손톱을 세워 다리를 마구 할퀴었다. 하지만 사람의 것이 아닌 다리에서는 피 한방울 맺히지 않았으며, 인간의 피부가 아닌 감촉이 손 끝에서 느껴지자 진짜 오른 다리의 가려움증만 점점 더 커져갈 뿐이었다.


“약. 약이 필요해. 젠장. 내 약. 어딨지? 어디 뒀더라?”


펠릭스는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떨어져, 그의 약병들을 뒤져가며 마침내 한 개를 집어들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오른쪽 다리는 미칠듯이 가려웠다.


“이런. 대체, 나한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펠릭스는 약병의 뚜껑을 열고 약을 입 안에 털어넣었다. 약을 삼키며 펠릭스는 생각했다. 약효가 돌려면 오 분 정도 걸린다. 그 오 분 동안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그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그의 오른쪽 의족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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