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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행복의 연금술 가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녹색유자
작품등록일 :
2021.10.08 16:53
최근연재일 :
2022.01.13 18:00
연재수 :
1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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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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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7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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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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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76화

DUMMY

성벽에 둘러싸인 도시 오르데움의 성벽 너머에는,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아이어른 할 것 없이 축제 분위기에 휩쓸려 소란스럽고 쾌활하게 떠들고 있었으며, 양조장의 이름을 써 둔 커다란 맥주통을 거리 곳곳에 세워두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술을 팔고 있었다. 그 옆에는 소시지나 꼬치구이를 파는 조그만 가판대가 세워져 있었다. 그곳에서 불어나오는 술과 음식 냄새는 축제의 초대장이 되어 사람들을 광장으로, 거리로 이끌었다.




실비아는 신기하다는 눈으로 오르데움의 거리를 구경했다. 동쪽과는 달리, 이곳에는 시끄러운 재담꾼도 없었고, 실력없는 음유시인도 없었으며, 쓸데없이 화려한 복장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애쓰는 가장 행렬도 없었다.


“수수하네요.” 실비아가 가볍게 소감을 말했다.


“서쪽 축제는 조금더 자연스럽군.” 올리버는 이 분위기가 꽤 마음에 든다는듯, 만족스럽게 말했다.


“너무 한눈 팔지는 말라고요. 축제의 들뜬 분위기를 틈타 한몫 해보려는 사람들이 꼭 있곤 하니까.” 그리고 펠릭스는, 평소처럼 냉소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래요?” 실비아가 물었다.


“네. 가령, 이 소란을 틈타서 남의 주머니를 뒤진다든가.”


“주머니 간수 잘 해야 하겠네요. 펠릭스 당신은 주머니를 곳곳에 주렁주렁 달고있잖아요?” 실비아가 농담처럼 말하자, 펠릭스도 웃으며 대답했다.


“아, 대부분은 쓰레기를 넣어둔 주머니에요. 아니면 가벼운 약재나. 훔쳐가봤자 써먹을데 없는 주머니들로 시선을 분산시키고, 중요한 주머니를 지키는거죠.”


“그래서, 그 중요한 주머니는 지금 잘 있나요?” 실비아가 묻자, 펠릭스는 당연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춤을 뒤지기 시작했다.


“네. 아주 잘 있네요. 그러니까, 바로 여기에······.”


펠릭스는 계속 허리춤을 뒤적거렸다.


“잃어버렸어요?”


“아니. 그럴리가요. 잠시, 그러니까 바로 여기 달아뒀는데······.”


펠릭스는 멈춰서서 다시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잃어버렸어요?”


“그러니까, 분명! 여기에···.”


“펠릭스. 주머니 털렸어?” 올리버도 걱정스레 그에게 물었다.


“아니, 왜 없지! 그럴리가. 설마, 그 사이에 털렸다고?” 펠릭스는 당황하여 다시 주머니를 뒤지다가, 곧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유감이네요. 가까운 경비대를 찾아보죠.” 실비아가 말했다.


그러나, 펠릭스는 그녀의 말을 듣고있지 않는것 같았다. 그는 거의 들리지 않게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두 눈을 불태웠다.


“그래. 감히, 내 주머니를 털었단 말이지. 내가, 이놈은 꼭 붙잡고만다!”


갑자기 펠릭스가 거리에서 소리를 꽥 질러, 올리버와 실비아는 당황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듯 애써 웃었다.


“뭘 어쩌려고요? 경비대로 가자니까요?”


“어디, 두고보라지. 내가 아주 단단히 죗값을 치르게 해 줄 테니까!”


다시 한번 펠릭스는 오르데움의 거리를 향해 소리를 꽥 질렀다.




펠릭스가 거칠게 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은, 오르데움 경비대가 아니라 축제 관리소였다. 그는 다짜고짜 안으로 쳐들어가, 이곳에서 가장 높은 사람을 불렀다.


“부른다고 나올까요?” 실비아가 걱정스런 눈으로 펠릭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모르지.” 올리버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나온다고 해도, 다짜고짜 돈주머니 물어내라고 할 수도 없을텐데. 불러서 어쩔 셈일까요?”


“글쎄. 일단 두고보자고.”


올리버는 계단에서 내려오는 남자가 펠릭스에게 다가가는 것을 가만히 구경했다. 처음에 그는 아주 지루한 얼굴로 펠릭스와 가볍게 몇 마디를 주고받았는데, 갑자기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허둥대며 계단을 허겁지겁 올라갔다.


“무슨 수작을 부렸나봐요.” 실비아가 말했다.


“그러게.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 원.”


곧 아까 그 남자가 계단을 내려와 펠릭스를 위층으로 아주 정중하게 모셔갔다.


“올라가네요. 가서, 무슨 일을 당하지는 않겠죠?” 실비아가 말했다.


“설마. 그리고, 내가 볼 때 지금 무슨 일을 당할지 어떨지 걱정해야 하는건, 아마 우리가 아닌것같다.”


위층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란에 실비아는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무슨 소리인지 제대로 들리지는 않았다.




축제 관리소에서 빠져나온 펠릭스는, 오르데움 광장에서 가장 목이 좋은 곳에 자리잡은 가판대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뭐해요?” 실비아가 물었지만, 펠릭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단히 정신이 팔렸나본데.” 올리버가 말해도 펠릭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가판대들을 살펴보던 펠릭스는, 그중 한 군데로 뚜벅뚜벅 걸어가 가게 주인에게 다짜고짜 무언가를 내밀었다. 가게 주인은 그러자 당황했고, 실비아와 올리버도 무슨일인가 싶어 따라왔다.


“아니, 갑자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가게 주인이 난색을 표했다. “저도 겨우 잡은 자리라고요. 그런데, 이러시면······.”


펠릭스는 맥주통을 가볍게 통통 두드려보더니 말했다.


“오늘 하루종일 장사하는 것보다, 나한테 하루동안 자리를 파는 편이 더 이득일텐데요.”


“아니, 저는 돈을 벌려고 축제에 온 게 아닙니다. 한 해의 수확을 무사히 마친 것을 축하하고, 그 기쁨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


펠릭스가 가판대 카운터 위에 돈주머니 하나를 툭 던졌다.


“그래도 안 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돈 때문에 이러는게 아니라······.”


“당신, 맥주 숙성통에 곰팡이가 폈군요. 새로 하나 사요. 그리고, 입에서 냄새가 나는데 거기에 좋은 허브를 몇 개 써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집에 조명이 어둡군요. 좋은 초를 사세요. 촛대도. 거기에다가 잔병치레가 많죠? 집안 어딘가에 잘 찾아보면 물이 새는 곳이 있을 겁니다. 그것도 수리하고, 얼굴이 누런걸 보니 약도 조금 지어 먹어야 하겠군요.”


펠릭스는 종이에 무언가를 아주 그럴듯하고 멋진 필기체로 휘갈겨 쓴 다음, 또다른 돈주머니와 함께 가판대 주인에게 내밀었다.


“이 돈이면, 제가 말한 것들을 전부 하고도 지붕을 수리할 돈이 남을 겁니다. 비 새는 집에서 사는건 꽤 힘든 일이죠? 아이들도 힘들어 할 겁니다.”


가판대 주인은 어안이 벙벙하여 가만히 서 있었다.


“그, 혹시, 저희 집에 와 본 적이 있습니까?”


“하루만 자리를 제게 팔아요. 아까 돈 때문에 장사를 하는게 아니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오히려 이 돈은 받아야 하는것 아닌가요? 당신 가족들도 돈을 기다리진 않겠죠. 비 새지 않는 지붕, 맛있는 맥주를 만들 수 있는 숙성통, 건강을 되찾은 남편이자 아버지. 안 그렇습니까?”


가게 주인은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펠릭스가 내민 돈과 처방전을 집어들었다.


“저기, 내일 아침 장사 시작할 시간까지는 비워주셔야 합니다.”


“물론이죠. 걱정말아요.”


“이 돈, 어디 문제있는 돈은 아니죠?” 가게 주인은 떠나려다말고, 주머니를 열어 은화를 꺼내며 물었다.


“걱정도.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정 의심스러우면 당장 은행에라도 가 보든가.”


“아이구, 아닙니다. 그럼, 수고하십쇼.” 그리고 가게 주인은 행여나 펠릭스의 마음이 바뀔까봐, 재빨리 돈을 들고 오르데움 거리 속으로 사라졌다.




뜬금없이 축제 가판대 하나를 구입한 펠릭스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올리버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일이었다.


“올리버. 이 맥주통좀 뒤로 치워버리고, 가서 나무 판자랑 물감, 붓좀 사와요. 그리고 약재도. 어디, 일단 필요한게 이정도 되겠군요.”


펠릭스는 종이에 필요한 것들의 목록을 써서 올리버에게 주었다. 올리버는 그걸보자마자 혀를 내둘렀다.


“펠릭스. 여기다가 가게 하나 더 차리게?”


“하루 장사를 해도, 필요한건 다 있어야 한다고요. 잔말말고 가서 사 오기나 해요.”


“알았어. 내 참. 돈은 있어?”


펠릭스는 올리버에게 돈주머니를 주었다.


“그럼 다녀온다.”


그리고 올리버는 더이상 묻지않고 저쪽 거리로 가버렸다.


“실비아. 당신은 가게 청소좀 하고 있어요.”


“당신은요?” 실비아가 물었다.


“저는 바빠요. 대강 청소만 해 두면 되고, 혹시 손님이 뭐라고 물어보거든 조금있다가 엄청난 가게를 열 거라고만 해 줘요.”


“아니, 뭘 할 건데요?”


실비아가 재차 물었지만, 이미 펠릭스도 거리 저쪽으로 사라진 뒤였다. 실비아는 가판대 앞에 멀뚱히 서 있다가, 맥주를 파는 집인가 싶어 온 손님에게 어색하게 웃으며 펠릭스가 시킨대로 말했다.


“엄청난 가게? 무슨?” 손님이 물었다.


“그건 저도 모르겠네요.”


“그래?” 그러자 그 손님은 이상하다는 눈을 하며 지나갔다.




올리버가 돌아올 때까지 어색하게 가판대 앞을 지키고 있던 실비아는, 올리버가 가져온 약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체 펠릭스가 무슨 생각일까요?” 실비아가 종이에 포장된 약들을 한 곳으로 옮기며 말했다.


“그러게. 가끔 펠릭스는 종잡을 수가 없어. 바로 오늘같은 날처럼.” 올리버는 큼직한 나무판과 물감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아, 저기 오네요.” 펠릭스는 여전히 어딘가 조금 화가 난 얼굴로 가판대 앞으로 오더니, 다시 올리버를 불렀다.


“올리버. 이 테이블이랑 탁자도 다 치워버려요. 여기 솥을 걸어야겠어요.”


“진짜 가게라도 차리려고?” 올리버가 물었다.


“네.”


“네에?” 실비아가 깜짝 놀라 말했다. “펠릭스. 약재 찾으러 안 가요? 갑자기 여기다가 가게를 차린다고요?”


“네! 그래야지, 이 도둑놈을 잡든가 말든가 할거 아녜요?”


실비아는 펠릭스가 한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도둑을 잡는거랑, 여기다가 가게를 차리는게 무슨 상관인데요?”


“내 참. 설명해주죠. 오르데움같은 도시에는 도둑이 한둘이 아니에요. 게다가, 이런 축제 기간에는 도둑들이 기승을 부려요. 제가 경비대에 가서 하소연한들, 그사람들이 잡기나 하겠어요?”


“그거야, 모를 일이죠.”


“그리고 그 도둑을 직접 찾을 수도 없어요. 이 소란스런 인파 사이에서 뭘, 증인과 증거를 어떻게 찾겠어요?”


“그건, 좀 일리 있는 말이네요.”


“그래요! 그러니, 나는 도둑놈들의 구미가 당길만 한 가게를 지금, 여기다가 하나 차릴겁니다. 달콤한 꿀로 놈들을 솔솔 유인한 다음, 덥썩 물어버릴 셈이라고요!”


“그럼 진작 그렇게 말을 하든가요. 그런데, 암만봐도 수지타산이 안 맞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펠릭스. 잃어버린 주머니에 얼마나 있었는데요?”


펠릭스는 잠시 입을 비죽였다.


“은화 스무닢.”


“아니! 펠릭스. 지금까지 쓴 돈만 해도, 금화 두 닢은 되겠어요! 왜 그런 일을 벌이는 거예요? 금전감각을 잃어버렸나요?”


“터무니없는소리!” 펠릭스가 말했다. “나는 그 도둑놈에게, 값을 받아내야 하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라면 까짓 푼돈쯤은 전혀 아깝지 않아요.”


“푼돈이요?” 실비아는 당황했다. “금화 두 닢이, 푼돈이라고요?”


“아무튼, 실비아. 달리 할 일 없으면 당신도 나좀 도와줘요.”


“제가 뭘 도와요?”


펠릭스는 그녀에게 대뜸 검은 색의 기다란 로브를 건네주었다.


“입어요.”


“왜요?”


“가게 앞에 서서 대충 그럴싸한 말이나 늘어놓으면서 사람들좀 붙잡아줘요.”


“뭐라고요?!” 실비아가 말했다. “지금, 저보고 호객꾼 따위가 되라는 말이에요?”


“싫으면, 재담꾼이라도 되든가요. 그것도 싫으면 그냥 가만히 서있기만 해요. 그냥 분위기 잡으려고 그러는 거니까. 아무튼,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도둑놈들이 몰려오지 않겠어요?”


“하지만, 당신 돈이잖아요. 제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것 같은데.”


“하기 싫음 말든가요.” 펠릭스가 툴툴거렸다. “하여튼, 그놈의 도둑놈 때문에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지!”




어디선가 찾아온 한 무리의 일꾼들은 펠릭스가 시키는 대로 솥을 설치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솥에 물을 길으며, 펠릭스는 본격적으로 장사할 준비를 시작했다.


“제가, 뭘 하면 되는거죠?”


펠릭스가 가져온 검은 로브를 걸치고 실비아가 말했다. 그 로브는 천이 가늘고 안이 비쳐보이는 재질이라, 로브 아래에 입은 여행복이 언뜻언뜻 보이기도 했고, 그런 옷은 처음 입어보기도 하여 실비아는 영 어색했다.


“그냥 가만히 서있어요.”


“알았어요.” 실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펠릭스. 당신은 뭘 할건데요?”


“나는 약팔아아죠.”


펠릭스가 불을 붙이며 말했다. 그는 솥 아래 장작에 무슨 약을 살짝 넣었는데, 그러자 회색 빛의 향기로운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라 오르데움의 거리 위를 향해 두둥실 날아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코를 킁킁거리며 연기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다.


“무슨 약을 팔게요?”


“무슨 약은요. 내가 팔 약이 달리 더 있어요?”




오르데움 광장 한 가운데, 가장 목이 좋은 곳에 자리잡은 상가 한 가운데서, 펠릭스가 커다란 솥을 휘저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자, 연금술사가 왔습니다! 무슨 약이든 다 만듭니다. 살 빼는약, 살 찌는약,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만드는 추억의 비약, 부끄러운 기억을 잊고 싶을 때 마시는 망각의 약이나, 먼지가 쌓여 더러운 집 안을 한 순간에 깨끗해 보이도록 만드는 집요정의 가루약, 심지어는 낭만적인 사랑의 묘약까지. 아, 손님! 어떤 약을 찾으시는지요?”


곧 한 명의 청년이 머뭇거리며 가판대 앞에서 얼쩡거렸다.


“저기, 사랑의 묘약 하나 만들어 줄 수 있습니까?”


“아하! 사랑의 묘약! 어떤 것으로 원하십니까? 혓바닥이 말려들어갈 정도로 달콤한 사랑, 혀끝이 아릴 정도로 짜릿하고 씁쓰레한 사랑, 청춘의 첫사랑처럼 풋풋하고 달콤씁쓸한 사랑, 그 외에도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처럼 부드럽고 따스한 것이나, 또는 아버지의 자식을 향한 딱딱하면서 곱씹을수록 그 맛이 우러나오는 사랑의 묘약도 있습니다. 무엇을 찾으십니까?”


“저, 달콤한걸로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자, 한번 만들어 볼까요?”


그리고 펠릭스는 수상쩍은 유리병에 담긴 재료들을 한 줌씩 집어들어 솥 안에 휙 휙 던져넣었다. 그러자 솥은 펑펑 소리를 내며 형형색색의 구름을 토해냈다.


“자, 여기. 혀에 닿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려, 그 단맛에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다못해 혓바닥이 안으로 오그라 들 정도로, 손발이 짜릿할 정도로 달콤한 사랑의 묘약 한 병입니다."

그리고 펠릭스는 자수정 원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보라색의 액체를 한 국자 덜어 걸러낸다음, 약병에 담아 손님에게 내 주었다. 손님은 약값으로 은화 세 닢을 내고, 약병을 들고 사라졌다.




“이렇게 빨리 첫 손님이 올 줄이야.” 실비아가 말했다.


“아니, 한눈팔지 말아요 실비아. 또 온다고요 손님.”


“또요?”


실비아가 돌아보자, 정말 또 한명의 손님이 가판대 앞에서 어정거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평범하게 나이를 먹은 시골의 아주머니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저기, 청소하기가 워낙에 힘들어서 그런데. 아까, 집을 깨끗하게 만드는 약이 있다길래······.”


“아하! 물론입니다 손님. 어디, 잠시 구경하고 계시지요.”


그리고 펠릭스는 다시 솥 안에 이런저런 재료들을 집어넣었다. 새하얗게 빛나는 가루, 반딧불처럼 연둣빛으로 빛나는 조그마한 날벌레들, 비명을 지르듯 강렬한 풀냄새를 내는 풀잎, 평범하게 말린 나무 껍데기 같은 것도.


이번에는 솥이 빙빙 돌자, 그 안에서 요정들의 춤사위 같은 반짝임이 떠오르더니, 펠릭스는 액체 위로 떠오른 가루들을 살살 그러모아 병 안에 담아 주었다.


“자, 이걸 집 안에 휙 뿌리면, 산뜻한 냄새와 함께 상쾌한 기분이 들 겁니다. 바로 이렇게요!”


펠릭스는 국자로 솥 위에 아직 남아있는 가루를 그러모은 다음, 갑자기 거리를 향해 휙 뿌렸다. 불어오는 서풍에 가루에 흩날리자, 정말로, 거리는 상쾌한 향으로 순식간에 가득 찼다.


“어머, 정말 멋져요!” 손님은 호들갑을 떨며 약병을 들고 돌아갔다.


“잘 팔리네요.”


“바람잡이를 썼으니까, 그럴 수밖에요.” 펠릭스가 말했다.


“바람잡이요? 아니, 그렇게까지 할 일이에요?”


“네!” 펠릭스가 말했다. “나는, 그 도둑놈 무조건 잡을거라고요. 앞으로 세 명인가 더 남았으니까, 그동안은 그냥 가만히 구경이나 해요, 실비아.”


“알겠어요. 그나저나, 올리버는요?”


“올리버는 물 길으러 갔죠. 여기 우물은 없다보니.”


“아.”


실비아는 양동이를 짊어지고 물을 길어 이 복잡한 거리를 돌아다닐 올리버를 떠올리자, 그가 조금 불쌍하게 느껴졌다.




세 번째로 찾아온 손님도 아마 바람잡이인듯 했다. 그는 시험을 앞둔 학생이라고 했는데, 역시 펠릭스가 새파란 강물같은 약을 한 병 담아주자 뛸듯이 기뻐하며, 굳이 소리내어 자기 마음을 표시한 다음 거리 안으로 사라졌다.


네 번째로 찾아온 손님은 조금 우중충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쥐약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러자 펠릭스는 이미 몇번 선보인 마술같은 묘기를 부려, 그 손님이 사실 자식과 화해하고 싶어 한다는 속마음을 알아맞히고는, 그에 걸맞는 자줏빛의 끈적한 약을 만들어 주었다.




“이번에도 바람잡이였나요?” 실비아는, 아까보다 훨씬 더 늘어난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펠릭스에게 살짝 물어보았다.


“네. 하지만, 저 사람은 전혀 바람잡이처럼 보이지는 않는군요.” 펠릭스는 가볍게 무장한 경비대원 한 명이 이쪽 가판대로 뚜벅뚜벅 걸어오는 것을 보며 말했다.


“너무 소란핀거 아니에요?”


“소란은 무슨. 이게 뭐가 소란이에요? 어서오세요! 약이 필요하신가요? 무슨 약이든지 만들어 드립니다.”


“혹시, 독약도 만드나?” 경비대원이 씩 웃으며 말했다.


“아하. 못 만들건 없습니다만, 팔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만든 독약이 어느 범죄에 연루되면, 아주 골치아파 지거든요.”


“그래? 거짓말은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그래서, 무슨 약을 만들어 드릴까요?”


경비대원은 잠시 근처를 두리번거리더니, 조금 비밀스럽게 말했다.


“쥐약이 필요한데.”


“쥐가 많나요?”


“눈에 띄진 않지만, 분명 아주 많이 있을거야.” 경비대원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하. 그렇다면, 놈들이 덥썩 물만한 미끼가 같이 필요하겠군요. 달콤한 꿀? 부드러운 과자? 육즙이 풍부한 고기? 치즈를 미끼로 쓴다는 설도 있지만, 그리 좋은 미끼는 아니라더군요.”


경비대원은 펠릭스를 보며 말했다.


“왜 이렇게 이목을 끌고 있는 거지? 이곳 사람도 아니면서.”


“어떤 파렴치한 작자가, 제 주머니를 털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도둑놈을 붙잡아서 놈에게 값을 치르게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복잡한 거리에서 도둑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붙잡을 수는 없으니, 놈들이 찾아오도록 미끼를 놓고 있는 거죠.”


경비대원은 대놓고 카운터 위에 올려둔, 돈이 담긴 바구니를 힐끗 보았다.


“이런 걸로, 놈들이 찾아 오겠나?”


“좀 도와주신다면, 얼마든지 찾지 않겠습니까? 제가 미끼를 하나 만들어 드릴테니, 소문 하나만 조금 퍼트려 주셨으면 하는데.”


“어허. 경비대원과 거래를 하려고?”


“실적이 필요하지 않으신지?” 펠릭스가 말했다. “본래 도둑이라는 작자들은, 조금도 의리가 없어서 일단 붙잡히면 되는대로 다 불지 않습니까. 제가 미끼가 되어드릴테니, 같이 쥐새끼를 한번 잡아보죠.”


“글쎄. 내가 보기에, 아직 좋은 미끼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뭐, 이정도면 되겠습니까?” 펠릭스는 돈주머니를 꺼내더니, 그것을 바구니 안에 쏟아부었다. 금화, 은화, 동화가 섞인 동전들이 쏟아내리는걸, 경비대원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 도둑 하나 잡겠다고, 그렇게까지 한다고?”


“물론입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했으니 당신도 소문 좀 퍼트려 주시죠. 아, 그리고, 제 주머니 턴 놈은 제게 직접 넘겨줬으면 합니다. 대신 다른 실적은 모조리 당신이 챙기도록 하고요. 제가 직접 얼마든지 증언해 드리지요.”


“좋아, 좋군. 거, 뛰어난 연금술사로군 그래? 하지만, 좀 더 그럴듯한 소문 없나? 연금술사라면 말이야······.”


“아하. 알겠습니다. 한 오 분 정도 뒤에 오시죠.”


펠릭스는 음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경비대원도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듯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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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화 21.11.08 23 1 24쪽
62 62화 21.11.07 22 1 28쪽
61 61화 21.11.07 27 1 21쪽
60 60화 21.11.06 22 1 26쪽
59 59화 21.11.06 24 1 20쪽
58 58화 21.11.05 23 1 22쪽
57 57화 21.11.05 23 1 24쪽
56 56화 21.11.04 25 1 25쪽
55 55화 21.11.04 19 1 24쪽
54 54화 21.11.03 28 1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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