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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행복의 연금술 가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녹색유자
작품등록일 :
2021.10.08 16:53
최근연재일 :
2022.01.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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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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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109화

DUMMY

엠버타운의 밤이 마을에 맞닿은 산 위에서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불어닥쳐왔다. 방방곡곡 밝혀두었던 불꽃들은 위태롭게 흔들리며, 거리를 오가던 사람들은 옷섶을 여미며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고, 축제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순식간에 사라져, 거리는 정말 유령이라도 나올듯 썰렁해졌다.



그래서, 기세 좋게 출발한 것 치고는 정작 펠릭스는 제대로 된 조사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도로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축제 때문인지 뭣때문인지, 방이 모자라 펠릭스와 올리버는 이번에는 한 방에서 묵게 되었다.



그리고 펠릭스가 뚱한 얼굴로 침대에 드러누워 팔짱을 끼고 있으니, 올리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펠릭스.”



“왜요?”



여전히 천장만 노려보며 펠릭스가 대답했다.



“너 말이야. 일부러 그러는거지?”



“뭘요?”



올리버는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그 호박 괴담인지, 전설인지 말이야. 굳이 알아내야할 이유는 없잖아.”



“노친네가 날 자꾸 물먹이니까 그렇죠!”



“대단히 무례한 언동이로군.” 올리버가 중얼거렸다. “나 말고 들은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야.”



“듣든가말든가. 하여튼, 그 사람 기억이 잘못된게 틀림없다니까요.”



“왜 그렇게 집착해?”



펠릭스는 잠시 뚱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니까 그렇죠.”



“네가 만드는 약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고?”



그러자 다시 펠릭스는 뚱한 얼굴로 천장을 노려보다가, 이불을 휙 덮어썼다.



“왜?”



“됐어요.”



“내 참. 왜그래, 북쪽으로 간다니 벌써 마음이 들떠? 아니면······.”



“자요, 올리버.”



그러자 올리버도 더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촛불을 후 불어 꺼버렸다.






엠버타운의 아침은 밤보다 훨씬 밝았지만, 훨씬 더 추웠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몸을 데우기 위해 햇볕이 드는 양달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그 와중에도,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듯 그늘진 곳에서 축제 준비로 한창인 사람들도 물론 있었다. 그들은 지난 밤에 시들어버린 호박등을 새 것으로 갈아끼우거나, 마찬가지로 시든 꽃장식 따위를 솎아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펠릭스는 문제의 그 호박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수소문을 하고 있었다.



“저기요, 이봐요! 잠시 괜찮아요?”



하면, 보통 엠버타운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펠릭스를 돌아보았다.



“호박에 대해 알아요? 엄청 큰 호박요. 어젯 밤 축제에 올라온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데.”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그들은 잘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참.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그러면 펠릭스는 이렇게 투덜거리며 자리를 옮겼다.



몇 번 같은 짓을 반복하자 펠릭스는 금새 기운이 빠졌다.



“봐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 그 노인이 혼자 착각하는게 틀림없다니까요.”



“그래? 네 조사 방법이 잘못된 건 아닐까?”



펠릭스는 올리버를 힐끗 올려다보았다.



“달리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요, 올리버?”



올리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있지.”



펠릭스도 실비아도 올리버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어제 호박 축제에서, 호박 크기를 흑판에 써 놨잖아? 그 기록이 남아있을지도 모르지. 그걸 찾아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잖아.”



“옛날 일인데, 남아있겠어요?”



“가 보기 전엔 모르지.”



올리버는 꽤 자신있다는 투로 말했다.



“그래요. 뭐, 가서 알아보죠.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물어보는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그러자 펠릭스도 다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호박 축제 관리소는 마을 회관에 있었다. 올리버는 거기 들어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대신, 대뜸 이렇게 물었다.



“여행객인데, 축제가 즐거워 보여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즐기고 싶어 그러는데, 혹시 내가 도와줄 일이라도 있나?”



그러자 서류더미를 읽느라 눈이 벌겋게 충혈된 마을 촌장이 올리버를 쳐다보았다.



“일손이 늘면 좋긴 한데. 외지인이라······.”



“에이. 난 그런 수상한 사람 아니야. 정말로.”



“그래도······.”



영 못마땅한 눈으로 올리버를 보던 촌장은, 그의 옷섶 위로 코튼이 쪼르르 기어가는 것을 보고는 안경을 가볍게 고쳐쓰며 말했다.



“뭐, 회관 뒷마당으로 가보게. 거기 일이 많을거야.”



“믿어주는건가?”



“동물하고 친한 사람이 나쁜 사람일리 없으니.”



올리버는 싱긋 웃으며 촌장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다음, 펠릭스와 실비아를 데리고 도로 마을회관 밖으로 나갔다.






“코튼 덕을 다 보는군.”



올리버는 기특하다는듯 말하며 다람쥐와 가볍게 손장난을 해 주었다.



“그런데, 올리버. 우린 그 호박 기록만 보면 되는거잖아요?”



옆에서 실비아가 물었다.



“아, 뭐. 그렇지. 하지만, 대뜸 보여달라 한들, 보여준다는 보장도 없고.”



“시간낭비에요.”



펠릭스가 중얼거렸다.



“금방 해치우면 되지 뭘. 아, 저 사람들인가? 어이, 이봐!”



그리고 올리버는 그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작했다.






펠릭스와 실비아는 조그만 조각칼을 한 손에 들고, 적당히 걸터앉아 호박을 파내기 시작했다. 겉면에 얼굴 표정 모양을 조각하고 속을 파낸 빈 호박은 저쪽으로 옮겨져 어느 울타리 위나, 건물 출입구 근처, 좀 작은 것들은 술집 테이블 위로 장식되었다.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거죠?”



아주 능숙한 솜씨로 호박을 깎아내며 펠릭스가 투덜거렸다.



“왜요? 좋지 않아요? 전, 정말 축제 온 것 같아서 좋은걸요.”



펠릭스는 조금 서툰 솜씨로 호박을 파내는 실비아를 보았다.



“퍽이나요.”



“올리버가 우릴 배려해준 거겠죠. 온 김에 축제를 좀 즐기라고.”



펠릭스는 잠시 손을 멈추었다.



“상상력이 풍부하군요.”



“어머, 칭찬이에요? 언제는, 툭하면 상상력이 빈곤하다더니.”



펠릭스는 더이상 말하지 않고 다시 호박을 슥슥 깎아냈다.



“그나저나 펠릭스. 당신, 솜씨 좋네요. 부러울 정도로.”



“하. 이정도야 기본이죠.”



“연금술사가 되면, 호박 깎는 법도 배워요?”



“아니오! 연금술사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건, 저니까 가능한 거라고요.”



실비아는 뜬금없는데서 화를 내는 펠릭스를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화낼거 까지야.”



“제가 언제 화냈다고 그래요.”



그리고 다시 펠릭스는 호박을 깎기 시작했다.



“당신, 긴장했어요?”



“아니오!”



실비아는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맞는것 같은데.”



“아니라니까요?”



“북쪽에 뭐라도 있나요? 뭐 나쁜 기억이라든가······.”



“실비아.” 펠릭스는 다시 손을 멈추고 실비아를 돌아보았다. “그만 해요.”



펠릭스의 얼굴을 본 실비아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호박으로 시선을 돌렸다.






올리버는 짐마차처럼 무거운 수레를 이리저리 끌어준 대가로,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 그 호박 크기 기록을 살펴볼 권리를 얻었다.



그리고 펠릭스와 실비아를 데리고 올리버는 낡은 장부를 펼쳐보며 그 노인이 말한 커다란 호박의 기록이 있는지 확인했다.



“꽤 꼼꼼하게 기록했는걸.”



올리버는 날짜와 호박 크기 뿐만 아니라, 호박의 색깔, 맛, 향기, 모양까지 그림과 글자로 기록해둔 장부를 신기하다는듯 넘겨보았다.



“그런데, 얼마나 무거워야 큰 호박일까?”



“30kg?”



실비아가 말했다.



“에이, 그 허풍쟁이 노인의 말에 따르면, 적어도 한 50kg는 나가야 할 걸요. 속이 빈 호박이 아니라면. 그만한게 있어요, 올리버?”



“음. 잠시만.” 올리버는 장부를 휘리릭 넘겨보았다. “없네. 48kg짜리는 하나 있었다는군.”



“그것도 엄청 크지 않아요?”



“저는 ‘적어도’라고 했어요. 진짜로 무슨 집채만한 호박이었다면, 훨씬 더 무거웠겠죠.”



올리버는 다시 장부를 휘리릭 넘겨보고는, 탁 덮었다.



“그래. 그런데, 펠릭스. 이 장부. 중간이 비어있어.”



“왜 비어요?”



“그건 저 사람이 알겠지.”



올리버는 엠버타운 촌장을 힐끗 보았다.



“가서 물어볼까?”



펠릭스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뭐, 그래야죠. 여기까지 왔으니.”






“아, 그거? 쥐가 갉아먹어서 그렇네.”



사라진 장부의 페이지에는, 실비아의 생각보다 훨씬 상투적이고 지루한 사연이 깃들어 있었다.



“그렇군요.”



어찌나 재미없는 사연인지, 달리 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그건 왜 물어보나?”



“아, 뭐. 별건 아니고요. 어젯 밤에 축제에서 시비가 붙었는데, 무슨. 뭐? 집채만한 호박이 있다고 허풍떠는게 아니에요?”



“헛간 만 한.”



옆에서 올리버가 헛기침을 하며 정정해주었다.



“그거나 그거나. 아무튼, 그래서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나 되냐고 했더니, 절 바보취급 하는게 아닙니까. 재수없게 경비대까지 끌려가고······.”



“아아. 어젯 밤의, 그 소란이었군.” 촌장은 기억났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집채만한지 헛간만한지는 몰라도, 하지만, 나도 어마어마하게 큰 호박이라면 본 것 같네.”



“허풍이 심하네요. 나이들면 다 그런가요?”



“허풍이 아니야.” 촌장이 말했다. “그, 호박이 얼마나 컸는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분명 있었던 것 같아. 그런 큰 호박을 만드느라 애쓰던 농부가 있었던건 확실히 기억하네.”



“많겠죠. 호박 농사 짓는 마을인데.”



“아니, 그런 뜻이 아닐세. 내 말은, 정말로 큰 호박을 만드느라 애쓰던 농부가 있었다는 뜻이야.”



펠릭스는 영 못마땅한듯 얼굴을 찌푸리며 촌장에게 대답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만.”






마을 회관을 빠져나오자마자 펠릭스는 가볍게 투덜거렸다.



“하여튼. 시골 사람들이란. 제 식구 감싸기는. 세상 천지에, 그렇게 큰 호박이 어딨어요? 기껏 호박 깎아주느라 기운만 뺐네.”



“그래도, 알아낸것도 있잖아.” 올리버가 말했다. “그 호박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게 아니라, 어느 농부가 키웠다는 것.”



“당연히 농부가 키웠겠죠. 설마 야생 호박이 그렇게 크게 자라려고요?”



“왜요, 야생 호박이 클 수도 있죠.”



그러자 펠릭스는 실비아를 힐끗 보았다.



“야생 호박은 커 봤자 다 거기서 거기에요. 애초에, 농부들이 해를 거듭해 접붙이기를 하고, 좋은 씨앗을 골라낸 덕분에 호박도 이만큼씩이나 커진 건데, 씨앗도 안 고르고 열매도 안 솎아낸 야생 호박이 커 봤자 얼마나 크겠어요?”



“하지만, 책에서는 크던데.”



“책 속 세상과 현실 정도는 구분해요.”



“그 정도는 하거든요!”



실비아가 톡 쏘아붙이자 펠릭스는 귀찮다는듯 대충 대꾸했다.



“그래서, 펠릭스. 이제 뭘 어쩔거야? 가장 확실한 증거는 어이없는 이유로 못 쓰게 되었으니. 이쯤에서 그만 관두는게······.”



“아니! 그 허풍쟁이의 허풍을 깨 부수기 전에는 포기 못해요! 그래. 만약, 그런 사람이 실존했다면, 분명 어디에 집 정도는 짓고 살았겠죠. 다시 회관으로 가야겠어요. 뭐 토지 거래 증서라든가, 그런 것 정도는 있을 테니까.”



“있어도, 그 사람 이름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데. 찾는다고 의미가 있을까요?”



실비아의 말을 들은 펠릭스는 잠시 가만히 서 있다가, 갑자기 짜증스레 머리를 벅벅 긁으며 어디론가 먼저 걸어갔다.



“펠릭스요.”



“응?”



“되게 긴장했나봐요. 전에 수도원에서도 저런 적 있었는데.”



“그러게 말이야. 여기 땅밑에 무슨 보물이라도 숨겨뒀나?”



“글쎄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지만······.”



벌써 저만큼 걸어간 펠릭스의 등을 바라보며, 실비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턱대고 마을 회관으로 간 펠릭스는, 올리버의 얼굴을 팔아 이런저런 서류들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그는 회관 안의 적당한 의자에 앉아 서류더미를 살피기 시작했다.



“뭐 좀 있어?”



“아니오.” 펠릭스는 서류뭉치를 뒤적거리며 대답했다. “제대로 된 거래 증서가 남아있질 않네요.”



“사실, 이런 시골 마을에서는 그렇지. 농부가 주인없는 숲에서 나무를 베어 주인없는 땅에 집을 짓고 눌러앉는 경우도 허다하니까.”



“으아!”



결국 펠릭스는 서류뭉치를 짜증스럽게 휘날려버렸다. 공중으로 치솟은 종이는, 금세 기세를 잃고 느릿느릿 땅으로 내려앉았다.



“어머, 지도네요.”


그리고 그 종이중 하나를 실비아가 슬쩍 뽑아 살펴보았다. 실비아는 그리고 지금 마을 회관 벽에 걸려있는 지도를 보고, 다시 손에 든 지도와 비교해보았다.



“지도가 좀 달라졌네요?”



“그렇겠지뭐. 이사가는 집도 있을테고, 밭을 넓힌다든가.”



“어디, 저도 좀 봐요.”



펠릭스는 실비아에게서 지도를 넘겨받아 살펴보았다.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지도를 보던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하. 적어도, 그 농부가 어디 살고 있었는지는 확실하게 알겠는데.”



“어디요?”



실비아가 고개를 내밀자, 펠릭스는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가 보죠?”



그리고 펠릭스는 다시 서류 더미를 순식간에 척척 정리하여 촌장에게 돌려주었다. 그의 날랜 손놀림에 촌장은 잠시 놀라면서 펠릭스가 내민 서류를 받아들었다.






지도에 그려진 장소에 도착한 펠릭스는, 수확이 끝난 드넓은 호박밭을 보고 잠시 아무말도 없이 서 있었다.



“여기 맞아요?”



뒤에서 실비아가 물었다.



“여기 맞는것 같은데. 그런데······.”



펠릭스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뭐, 시골에선 흔한 일이니까. 주인 없는 땅이든 집이든 금방 허물고 개간하지.”



“으아아!”



결국, 펠릭스는 공연히 밭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까짓 호박이 뭐라고, 내 참!”



“그래, 펠릭스. 관 둬. 까짓 호박이 뭐라고 그렇게 열을 올려?”



“하지만, 아니오. 올리버. 그럴 수는 없어요. 내가 그 허풍을 밝히고야 말겠어요.”



“왜 그렇게 혼자 심각해?”



“아, 있어요!” 그리고 펠릭스는 고개를 뒤로 휙 돌렸다. “올리버. 실비아. 뭐 좋은 생각 없어요?”



“마을 사람들한테 수소문해야지 뭐. 달리 방법이 있나?”



“당신이 호박 박사였다면, 또 모르죠. 정말 그만큼 커다랗게 자라는 호박이 있을지도.”



“하여튼. 둘 다 별 도움은 안 되네요.”



“우리가 호박을 어떻게 알아요?”



“알았어요. 하여튼. 가요, 가! 가서 물어보죠. 사람 셋만 모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고 하는데, 뭐 노인네의 허풍을 깨부수는데는 그게 최고겠네요.”



그리고 펠릭스는 혼자 툴툴거리며 먼저 걸음을 옮겼고, 두 사람은 그런 펠릭스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마을로 돌아온 펠릭스는, 아직 축제가 끝나지 않은 거리 곳곳을 오가며 되는대로 아무나 붙잡고 물어댔다. 얼마나 무례하고 대책없이 그러는지, 실비아는 펠릭스에게서 저만치 떨어져 멀뚱거렸다.



어쨌든 닥치는대로 조사를 하다가 점심시간이 다 되어, 그들은 여관에 딸려있는 식당에 모여 앉았다.


“애매하네.”



올리버는 호박 파이를 한입 베어물며 말했다.



“그러게요. 아예 모른다는 것도 아니고, 안다는 사람도 무시하기에는 제법 있고.”



“그냥, 세대가 달라서 그런거 아니에요?”



호박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는 실비아가 말했다.



“옛날 사람이니까, 젊은 사람들은 모를지도 모르죠.”



“실비아. 당신은 세상 참 단순해서 좋겠어요.”



“뭐요!”



“펠릭스. 이번에는 실비아의 말도 그럴듯하긴 해.”



올리버가 손에 남은 파이를 한 입에 다 집어넣고 우물거렸다.



“그냥 그런 이유겠지. 좀 더 나이든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다니는게 어때?”



“얼마나 나이든 사람이요? 저 정도면 충분한가요?”



그러면서 펠릭스는 부엌과 카운터를 오가는 여관 주인을 힐끗 가리켰다.



“나랑 비슷한 연배쯤 되겠네. 그래, 저정도 되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좀 알지 않으려나?”



“그래요. 어디, 가서 한번 물어보죠.”



그리고 펠릭스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대뜸 걸어갔다.






펠릭스는 카운터에 은화 한닢을 슥 밀어넣으며 여관 주인에게 말했다.



“잠깐 저랑 좀 떠들어 주시죠.”



그러자 여관주인은 눈을 크게 뜨고 돈을 주섬주섬 받았다.



“돈 안줘도 되는데.”



“벌써 챙겼으면서. 아무튼, 뭐 좀 물어보려고 하는데요. 혹시, 여기 정착한지 얼마나 됐습니까?”



“여기서 태어나, 계속 여기서 살았어.”



“좋네요. 그럼, 혹시 집채만한 호박을 키웠다는 사람에 대해 뭐 아는거 있습니까?”



그러자 여관주인은 뜻밖에 아주 반갑다는듯 웃었다.



“아, 맞아! 그래. 있었지. 하지만, 따지고보면 집채보단 훨씬 작았지. 짐수레정도 크기던가?”



여관 주인의 설명에, 그 노인의 허풍은 훨씬더 현실적인 느낌으로 펠릭스에게 다가왔다.



“있었다고요? 그런 호박이?”



“있었어. 기억해. 내가 어릴 때였는데······.”



“어린 시절의 기억은 쉽게 왜곡되지 마련이죠.” 그리고 펠릭스는 여관 주인이 그의 말을 곱씹을 시간을 조금 주었다. “다시 생각해보세요. 정말 그만큼 컸나요?”



“그래. 크다마다. 짐수레에 다 안 들어가서, 호박을 잘라야하나 어쩌나 했거든. 원체 큰 호박이라 심심하면 구경가곤 했는데, 우리들이 밭에 들어와 호박을 망칠까봐 우릴 볼 때마다 지팡이를 휘두르며 쫒아냈지.”



여관 주인은 추억에 잠긴 아련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진짜 있었다고요?”



“그래!” 펠릭스가 못 믿겠다는듯 되물어도, 그는 똑같이 대답했다. “그래. 그러고보니, 마을에서 호박 축제를 연 것도 그 사람이 제안했던가? 내가 아주 어릴때는 이런 축제 없었거든. 한 열 살쯤 먹은 뒤에부터 열렸지.”



“그래요? 그 사람. 정말 호박에 진심인가보네요.”



“그러게 말이야.”



“그 외에 뭐 달리 떠오르는건 없나요?”



여관 주인은 턱을 긁적였다.



“뭐, 어떻게 그렇게 큰 호박을 만들었는지 물어봤는데.”



“뭐라던가요?”



“비밀이라던데.”



펠릭스는 조금 실망했다.



“그 외에는요?”



“왜 그렇게 호박을 열심히 키우냐고 물어봤지. 그런데, 그것도 대답은 안 해주더군.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무슨 말못할 사정이 있었을거야.”



“뭐 짚이는 데라도?”



“그야. 그사람, 외지인 이었으니까. 촌구석에 외지인이 홀몸으로 올 때면, 다들 그런 생각을 하잖아?”



펠릭스는 그 미지의 농부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뭐, 아무튼. 알겠습니다. 혹시나 뭐 더 떠오르는거 있으면 알려줘요. 그럼 전 이만.”



“아! 그 사람. 살던 집이 남아있어.”



“이미 밭으로 갈려버렸던데요?”



“응? 그럴리가. 그 사람 집은 숲 속에 있는데. 거긴 아직도 숲이야. 밭이 되었을리 없어.”



“그래요? 그 위치좀 자세히 알려주시죠?”



여관 주인은 펠릭스가 내민 종이 위에 간단한 약도를 그려주었다 그러자 펠릭스는 그에게 웃으며 인사를 한 다음, 약도를 들고 일행들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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