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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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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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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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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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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령 사냥꾼 - 2

DUMMY

곧이어 누군가가 걸어가는 소리가 났다. 짐승인가? 사람인가? 설마 마족은 아닐까?


마리우스는 활시위를 끝까지 당겼다. 어쩌면 윗층에 있는 사람은 군트프리트의 하수인들 중 한 명일 수도 있었다. 만약 그렇다면, 그는 분명 침입자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마리우스의 머릿속은 두려움으로 가득 찼지만, 그와 동시에 정신의 한쪽 구석에는 호기심이 생겨났다. 사실 하수인이 있다 하더라도 그게 반드시 마리우스보다 강하다는 보장은 없었다. 천족과 마족간의 전쟁은 오래 전에 천족의 승리로 끝났고, 마리우스는 이 근방의 웬만한 유령들과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렇다면 위층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마리우스는 여전히 은신을 유지한 채 천천히 위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위로 올라갈수록 분명하게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눈앞에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났다.


그것은 군트프리트의 하수인이나 유령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것은 붉은 망토를 쓴 여자였다. 생긴 것으로 보아 나이는 마리우스와 비슷해 보였다. 물론 그녀가 계승자라면 생긴 것보다 나이가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녀는 아까 부러진 것으로 보이는 마법봉을 이으려 애썼다. 하지만 접합 마법을 써도 달리 나아지지 않자, 그녀는 부러진 봉을 내팽개치고 서재로 들어갔다. 그녀는 책 하나를 뽑아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마리우스는 당황했다. 일단 적어도 겉으로는 그녀가 군트프리트의 하수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건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라는 의미니까. 일단 마리우스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로 했다. 그런 다음 싸울지, 대화를 할지 결정하려고 했다.


“꺄아아악!”


여자는 갑자기 활을 든 남자가 자신 앞에 나타나자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는 화염 마법을 써 마리우스의 왼쪽 팔을 공격했다.


“으아아악!”


마리우스는 살면서 그 정도의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유령을 사냥할 때는 항상 멀리서 싸웠고, 어쩌다가 한 번 공격을 당해도 회복약을 마시면 금방 나아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별것도 아닌 마법임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훈련대로라면 그는 고통을 참고 활을 쏴 그 여자의 머리를 날려버려야 했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괘, 괜찮아요?”


여자는 마리우스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몹시 당황한 듯 했다. 여자는 주문을 외더니 물 마법을 사용해 마리우스에게 붙은 불을 껐다.


불은 꺼졌지만 남자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화상을 입은 부위가 아프기도 하고, 무엇보다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어처구니없게 당했다는 사실이 너무 창피했다.


“그......그러게 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거예요? 놀라서 죽는 줄 알았잖아요.”


마리우스는 긴급 회복 마법을 사용했다. 흉측하게 그을렸던 피부가 어느 정도 돌아왔다.


“당신은......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왜 여기 있는 겁니까?”


“그런 당신이야말로 누군데요? 왜 여길 왔는지 먼저 말해주면, 저도 제 얘기를 해줄게요.”


여자는 약간 경계하는 말투로 되물었다.


마리우스는 여전히 이 여자가 신뢰가 가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패배자의 예를 갖추어 자신의 이름을 말하기로 했다.


“제 이름은 아피우스 마리우스. 이 근처의 유령을 사냥해 먹고 사는 사냥꾼입니다. 최근 들어 제가 사냥해야 할 유령들이 계속 줄어들다 보니,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겁니다. 그쪽은 여기가 어딘지 알고 오신 겁니까?”


“당연하죠, 암흑 군주의 집이잖아요.”


“왜 여길 온 겁니까? 당신은 대체 누구죠?”


“그건 얘기하자면 좀 복잡한데......그냥 모험가라고 알아두세요. 조사할 것이 있어서 이 저택에 들렀어요.”


“그렇게 말하니까 더 수상하군요. 생긴 걸 보아하니 천족은 맞는 것 같은데......뭘 조사하러 왔다는 겁니까?”


“미안하지만 지금은 얘기해 줄 수 없어요. 아, 그리고 제 이름은 바이젤이에요. 그리고 경고해두겠는데, 이 집에는 다시는 찾아오지 마세요. 다음에는 봐주지 않을 테니까.”


여자는 복도를 걸어 나갔다.


“잠깐! 이름만 말하고 도망가는 게 어딨어요!”


마리우스는 그녀를 뒤쫓아 갔다.


집 밖으로 나온 마리우스는 그녀가 어떻게 아래로 내려갔는지 살폈지만, 어디에도 그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찾아도 보이지 않자 결국 마리우스는 다시 쇠사슬을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집으로 돌아온 마리우스는 자신이 겪은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루첼은 헤진 그의 옷을 보더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며 경악했다. 마리우스는 유령에게 습격당했다며 대충 둘러댔지만, 어머니는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이건 불에 탄 흔적이잖아. 유령 중에서 화염 공격을 쓰는 개체는 없어.”


“비슷한 능력을 쓰는 놈들이 있었어요. 유령이 보이질 않아 너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설마 군트프리트의 영토 안까지 들어간 거니?”


“그 근처까지만 가고 말았어요. 제 능력으로는 더 안으로 들어가는 건 무리일 것 같아서요.”


아들의 해명에 루첼은 어느 정도 의심을 푸는 것 같이 보였다.


“그래, 잘했다. 어차피 우리는 유령을 사냥하는 게 목표지, 목숨을 낭비하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조심하도록 해라.”


그때 클라우디아가 방에서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조잡해 보이는 활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유령 사냥 갔다 온 거야? 어땠어? 몇 마리나 잡았어?”


“유감이지만 오늘은 한 마리도 못 잡았어.”


“에이, 그러니까 내가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잖아.”


“클라우디아, 들어가 있어.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말고.”


“저도 사냥에 나가게 해주세요. 봐요. 제가 직접 활을 만들어 봤어요.”


“얘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빨리 들어가서 공부해!”


클라우디아는 우울한 표정을 지은 채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저러는 건지......오빠인 네가 잘 좀 챙겨줘.”


마리우스는 알았다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여동생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과는 달리 사냥을 좋아했지만, 정작 그녀에게는 사냥꾼의 길을 걸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자신에게 고고학자가 될 기회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는 종종 부모에게 자신 대신 여동생에게 사냥을 맡겨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부모는 그때마다 마리우스를 크게 질책했다. 독립할 능력이 없었던 그는 순순히 부모의 지시를 따르는 수밖에는 없었다.


방에 들어와 마리우스는 침대에 누웠지만, 머릿속에는 오전에 만났던 그 여자가 자꾸만 떠올랐다. 그녀는 대체 누굴까? 살아남은 마족? 아니면 단지 날개에 색을 칠한 천족일까? 왜 계승자가 군트프리트의 집에 찾아온 걸까? 애초에 군트프리트는 지금 살아 있기는 한 걸까?


그의 머릿속에서는 호기심이 끝없이 피어올랐다. 사냥꾼이 된 이후로 한동안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모험에 대한 열망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마리우스는 이건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유령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다. 어쩌면 그 바이젤이라는 여자가 유령 감소 문제의 원인일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모험에 시간을 쏟으면 사냥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운이 좋게도 마리우스에게는 군트프리트의 집에서 훔쳐온 금화가 있었고, 그 양은 몇 달간은 굳이 정수 사냥을 안 해도 될 만큼 많은 수준이었다. 즉 여동생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다면, 부모의 눈을 속일 수가 있었다. 부모가 모두 밖에 나가 있던 시간에, 그는 클라우디아의 방을 찾아갔다.


“들어와.”


마리우스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녀의 방에 직접 들어와 본 적은 처음이었다.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남겨놓은 마리우스의 방과는 다르게, 그녀의 방은 형형색색의 물건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무슨 일이야?”


“거래를 제안하려고 왔지.”


“말해봐.”


“여기서 내가 말한 내용을 절대로 부모님이나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약속이 있어야 해.”


“뭐 대단한 내용이라고. 알았어.”


“정말이지?”


“아, 알았다니까!”


마리우스는 여동생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에게 거래를 제안해도 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녀가 아군이 되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난 당분간 사냥을 안 할 거야. 사냥을 하러 나가는 시간에 해야 할 일이 있어.”


“사냥을 안 한다는 건 부모님 말씀을 어기겠다는 거잖아.”


“그래. 그래서 네 도움이 필요한 거야. 난 이제부터 너한테 금화를 한 닢씩 줄 거야. 그리고 넌 그 금화를 어머니께 드려야 해.”


“뭐야, 그게? 왜 그런 짓을 하는 건데?”


“우리 가문은 유령을 사냥한 뒤, 그 유령에서 정수를 추출해 테디아 성에 팔고 있지. 보통 정수 두 개당 금화 한 닢을 받아.”


“그래서 오빠가 가진 금화로 부모님을 속이겠다는 거야? 그 금화는 어디서 가져올 건데?”


“군트프리트의 집에 들어갔었어. 그 안에서 과거 그의 하수인들이 첩자 짓을 할 때 쓰던 금화를 가져왔지.”


“뭐라고?”


클라우디아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조용, 좀 조용히 해! 이건 철저한 비밀이어야 한다고.”


“대체 어떻게 거기까지 간 거야? 마을 경비대도 그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한다고!”


“네가 아는 거랑 세상은 많이 달라. 유령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이대로라면 모든 유령은 사라질 거야. 군트프리트가 뭘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가문이 앞으로도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그를 찾아야만 해.”


“유령이 줄어든다는 건 몰랐던 사실인데, 그러면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안 되는 거야?”


“이제까지 너도 겪어 봤잖아. 부모님이 우리 얘기를 들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또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말라고 하시겠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 둘이서 팀을 이루어야 해.”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내가 뭘 하면 되는데?”


“우선 최소한의 정수 추출법을 익혀 둬야 해.”


정수에 관한 이야기를 듣자 클라우디아의 얼굴이 밝아졌다.


“정수? 그러면 나도 사냥에 나갈 수 있는 거야?”


“미안하지만 아직 그건 아니야. 하지만 유령의 시체에서 정수를 추출하는 것도 무척 중요한 임무야. 시체 해체를 통해 유령의 신체 구조를 익혀야, 사냥을 할 때도 놈들의 급소를 제대로 맞출 수 있지.”


여동생은 곧바로 시무룩해졌지만, 그래도 사냥과 관련된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는 잘 된 일이라고 여겼다.


“아버지께서는 네가 정수를 추출하는 법을 배우길 원하셨지. 그 점을 이용하는 거야. 이제부터 회계 공부는 잠시 접어둬. 내가 기초적인 정수 추출법을 가르쳐 줄 테니까. 그리고 그걸 어머니께 보여주면, 어머니께서도 어쩔 수 없이 너에게 정수 추출을 맡기게 될 거야.”


“그 다음에는? 오빠가 사냥을 안 하는데 어떻게 정수를 추출할 건데?”


“안 할 거야. 추출법을 배우는 건 어디까지나 눈속임을 위해서야. 넌 정수를 추출해서 그걸 팔았다고 거짓말을 한 뒤, 내가 준 금화를 어머니께 드리면 돼.”


“뭐야 그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오빠의 개인적인 일을 위해 내가 그 정도까지 해줘야 해?”


“그 집에서 가져온 금화는 총 56개야. 그리고 어머니께 금화 하나를 드릴 때마다 너에게 개인적으로 금화 하나를 추가로 줄게. 그건 순수하게 네 거야.”


“......진심이야?”


클라우디아가 미심쩍은 얼굴로 물었다. 금화 한 닢, 즉 1골드는 귀족 계승자 한 명이 하루 동안 온갖 사치를 부릴 수 있는 가치의 돈이었다. 마리우스나 클라우디아와 같이 평범한 서민들은 아껴 쓴다면 한 달까지도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진심이지. 거래를 기념으로 우선 한 닢을 주겠어. 어때?”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좋아, 할 게. 오빠가 시키는 대로 하겠어. 다만 나도 한 가지 부탁이 있어. 가끔씩은 진짜로 유령을 잡아와줘. 정수를 추출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했지? 그런 기술을 배워놓고는 그냥 썩히고만 싶지는 않아. 자주 못 잡아와도 괜찮으니까 한 달에 한 마리라도 가져와줘.”


“그래. 그렇게 할게.”


성공적으로 거래를 마친 마리우스는 이제 본격적으로 바이젤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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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각성 - 10 20.09.24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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