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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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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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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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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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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심판 - 3

DUMMY

화이트 원정대. 그것이 미네르바가 붙인 새로운 원정대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약 300명 정도의 인원을 선발해 다른 세계로 넘어갈 계획이었다. 마리우스는 그를 위해 인원을 모집하는 일을 맡았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지원자들의 명단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그의 수정구가 손님이 왔음을 알렸다.


“들여보내.”


집에 온 것은 클라우디아였다. 그녀의 곁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이 있었다.


“무슨 일이야?”


“저번에 말했던 거 있잖아. 나도 하기로 했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나랑 같이 훈련 받던 계승자들인데, 이들도 참여하겠대. 여신님과 같이 싸우는 건 영광이라면서.”


“그런가......어려운 결정을 해 줘서 고마워. 다만 지원자가 그 사이에 더 늘어났지 뭐야. 어쩌면 너희들은 새로운 시험을 치뤄야 할지도 몰라.”


“시험이라고?”


*****


“디조르 스킨케어, 당신의 하루를 새롭게.”


미네르바는 카메라 앞에서 화장품을 들고 미소를 지었다.


“컷! 오케이~ 다행히 두 번 만에 끝났네.”


촬영감독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말했다. 시녀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화장을 다시 체크했다.


“여신님, 꼭 이런 걸 해야 합니까?”


“왜. 이상해?”


“그런 건 아니지만......현실 세계에 너무 깊게 빠져드는 것 같아서요.”


“일단 친해져 놔야 나쁜 개발자들이 우릴 못 죽이게 막지.”


여신은 어느새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녀는 화장품뿐만 아니라 치킨과 침대 광고까지 찍은 참이었다. 그녀가 일단 광고를 맡으면 매출이 최소 30%정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였다.


그녀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녀는 괴수와 싸운 것과 그 과정에서 세계의 진실을 깨우치게 됐다는 내용을 이야기했다. 자아가 없던 일개 프로그램이 스스로 생각해서 행동한다는 이야기는 매력적인 스토리였다. 미네르바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젊은이들의 정신적 멘토가 되었다.


물론 모두가 그녀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의 수많은 컴퓨터 과학자들은 미네르바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그렇게 보이게끔 개발자들이 꾸민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레이 박사는 코드 공개는 기업비밀인 만큼 불가능하며, 설령 그것을 볼 수 있다 하더라도 해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그녀의 인기는 그녀에 대한 믿음을 강화시켰다. 어떤 사람들은 각박한 현실보다는 미네르바가 있는 천계가 더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로 인해 페어리 월드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아스트로 게임즈의 매출은 크게 올랐다. 유저들은 현질을 통해 비싼 보석들을 산 뒤 그녀에게 공물로 바쳤다. 여신은 자신은 이미 충분한 금은보화를 갖고 있다며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그들은 무언가를 바치는 행위 자체를 중요하게 여겼다.


미네르바는 개발자들에게 천계의 자원을 더 늘려달라는 요구를 했고, 개발자들은 업데이트를 통해 원한다면 언제든지 무한한 식량과 자원을 얻을 수 있게끔 만들었다.


미네르바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부유해졌지만, 아직 완전히 만족하지 못했다. 그녀는 현실의 사람들이 물러나고 난 뒤에 항상 마리우스를 불러 계몽 운동을 이야기했다.


“이걸 봐.”


미네르바는 마법 양피지 여러 장을 가지고 왔다. 그것은 태블릿 컴퓨터처럼 양피지에 나타나는 내용을 곧바로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화면에는 인터넷 게시판의 글들이 올라왔다. 현실의 인간들이 쓴 것이었다. 대부분은 무의미한 불평이나 하소연, 성욕과 제물에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현실에 산다고 해서 특별히 더 똑똑하지는 않군요.”


마리우스가 말했다.


“맞아.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거야.”


그녀가 손짓하자 다시 화면이 바뀌었다. 그 글의 내용은 괴수의 침공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 글쓴이가 플레이하는 게임은 1인용 액션 게임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게리온과 똑같이 생긴 괴수들이 나타나 플레이어를 공격한 것이다. 플레이어는 처음에는 단지 새로운 레벨이라고만 생각했지만, 도저히 클리어를 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인터넷으로 공략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공략에는 괴수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던 것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플레이어는 게임 개발사에 문의를 해보았으나, 해당 회사는 이미 망하고 게임만이 아스트로 월드의 서버에 남아 외롭게 디지털 공간을 표류하고 있던 것이다.


글쓴이는 자신이 겪은 일이 페어리 월드에서 일어난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글들이 몇 개 더 있었다.


“이걸 보면 알겠지만, 우리를 만든 게임 회사는 아스트로 월드는 아니야.”


미네르바의 말대로 게임의 개발사와 유통회사는 달랐다. 아스트로 게임즈는 아스트로 월드라는 이름의 거대한 가상현실을 만들고, 그 안에서 여러 회사가 자유롭게 자신들이 만든 게임을 유통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페어리 월드는 그 수많은 게임들 중 하나였으며, 페어리 월드를 만든 개발사는 5년 전에 도산해 아스트로 게임즈에 인수당한 것이다.


“그러니까 아스트로 게임즈는 일종의 투기장 관리인 같은 것이군요. 그리고 그 안의 게임 회사들은 검투사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개발사가 도산하는 경우에는 아스트로 게임즈가 해당 개발사가 만든 게임을 관리하게 돼. 문제는 아스트로 게임즈는 말 그대로 최소한의 관리만을 할 뿐이지, 세계가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는다는 거야.”


그들은 비슷한 내용의 글 몇 가지를 더 찾았다. 하나같이 같은 경험을 한 것으로 보아 분명 괴수의 문제가 맞았다.


“우리는 그나마 운이 좋았어. 포스마린 덕분에 외부와 접촉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대다수는......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른 채 죽을 거야.”


미네르바는 마리우스를 지하의 비밀 기지로 데려갔다. 원반을 타고 한참을 내려가자 커다란 연구소의 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장 먼저 보인 건 거대한 수정이었다.


“이건......”


“괴수와의 전면전 이전부터 개발되던 거야. 원래는 강습 전함에 붙일 동력원이었지만, 이제는 우리의 모험을 위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거야.”


한 원소술사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여신님, 그리고 대위님, 때마침 잘 와주셨습니다. 이걸 보십시오.”


그는 수정에 시동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수정 전체를 강력한 보호막이 둘러쌌다.


“기존의 보호막에 비해 약 5배 정도 강력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일반적인 마법 공격은 물론이고, 강력한 물리 타격까지도 막아낼 수 있죠.”


그 원소술사는 단검 하나를 꺼내 보호막 위에 내리찍었다. 스파크가 튀었지만 보호막은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외부의 공기 유입을 완전히 차단하기 때문에, 다른 세계로 넘어갔을 경우 그곳의 오염 물질에 당할 위험이 훨씬 낮아집니다. 물론 자체적인 공기 정화 시스템 역시 탑재하고 있죠.”


“함선의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마리우스가 물었다.


“글쎄......난 전체 대원들 3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원해. 물론 장기 체류인 만큼 화장실이나 휴식 공간 역시 제대로 만들어 놔야겠지.”


“여신님이 말씀하신 함선은 다음 달쯤이면 완성됩니다. 부품 제작은 거의 다 끝났고, 이제 그것들을 조립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 다들 더 힘써주길 바란다.”


미네르바와 마리우스는 다시 여신의 거처로 올라왔다.


“대원 모집은 어때?”


“생각보다 많이 몰렸습니다. 지금 확인된 것만 1,000명 가까이 됩니다. 아마 다음 주에 모집이 끝나면 더 많이 몰려 있겠죠.”


“어떻게 하지? 다 데려갈 수는 없는데.”


“시대가 바뀐 겁니다. 예전에는 인간은 물론이고 계승자 역시 원정대에 들어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죠. 별로 얻는 것도 없으면서 힘든 일을 시킨다고......하지만 괴수와의 싸움 이후로 원정대에 들어가는 건 매우 명예로운 일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여신님과 함께 싸운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널 대위로 승진시킨 게 잘한 일이었네.”


“역사서에 따르면 초기 원정대가 만들어졌을 때는 입단 테스트를 봤다고 하더군요. 뭐 그 역사라는 것도 이제 다 거짓이지만......우리는 거기서 배울 점이 있을 겁니다.”


“입단 테스트라......어떤 걸 해야 하지?”


*****


“6번! 팔굽혀펴기 150개!”


심판관이 외쳤다.


“7번! 팔굽혀펴기 220개!”


체력 테스트로 인해 지친 계승자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물을 계속 들이키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해서 테스트가 될까요......?”


아츠펠드가 물었다.


“현실 세계의 군인들은 이런 식으로 체력 시험을 본다고 합니다. 3km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등을 포함해서......”


마리우스는 테스트 중인 참가자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르카다 원정대 때와 마찬가지로, 천계 곳곳에서 지원자들이 몰려들었다. 예전과 다른 점은 이제는 마족 역시 원정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되었다는 것이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난 이후로 여신은 천족과 마족은 근본적으로 같은 존재임을 선언했다. 물론 차별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걸로 두 종족 사이의 갈등은 공식적으로는 끝난 것이다.


저 멀리서는 클라우디아가 비행 시험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능숙하게 고리 3개를 연속으로 통과한 뒤, 슬라이딩을 하듯 땅에 착지했다.


“여동생의 이름이 클라우디아라고 했나요?”


“그렇습니다만.”


아츠펠드는 그녀에게 다가가 음료수를 건넸다.


“어, 이거 내가 좋아하는 오렌지 맛이네요. 고마워요 아츠펠드 중위님.”


“앞으로 필요한 거 있으면 부탁해요.”


아츠펠드는 떠나는 클라우디아의 모습을 바라보며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그때 마리우스가 뒤에서 아츠펠드를 쿡쿡 찔러댔다.


“아츠펠드 중위, 여동생과 꽤나 친해 보이는군.”


“아, 그게......어쩌다보니......”


“흐으음. 뭐 클라우디아도 이제 곧 성인이고, 뭐 이성교제 정도는 허락해도 되겠지. 하지만 경고하는데, 절대 선은 넘지 마십시오. 무슨 말 하는지 알죠?”


“무, 물론 압니다......”


*****


비행 시험, 체력 시험, 마법 시험 등을 통해 약 2500명의 지원자들 중 270명이 최종 선정되었다. 나머지 30명은 마리우스와 미네르바 같이 처음부터 이 원정대를 계획한 사람들이었다. 모든 대원들은 엘리시온의 여신의 신전에서 기거하며 함선 운용과 관련된 훈련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여신이 인터넷을 통해 얻어온 정보를 이용해 다른 게임들, 그리고 현실 세계와 관련된 지식을 습득했다.


그렇게 약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미네르바는 이제 떠날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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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새로운 세계 - 4 20.10.08 43 1 12쪽
92 새로운 세계 - 3 20.10.07 5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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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각성 - 10 20.09.24 7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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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각성 - 4 20.09.14 59 2 12쪽
77 각성 - 3 20.09.11 62 1 11쪽
76 각성 - 2 20.09.10 64 1 11쪽
75 각성 - 1 20.09.09 7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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