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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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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11,950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9.0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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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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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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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각성 - 1

DUMMY

여신은 늘 그렇듯 적당한 여자로 변장한 뒤 천족의 마을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녀는 테디아의 한 술집에 들어갔다.


“맥주 한 잔 주세요.”


“안주도 시키실래요?”


“음......소세지 있나요?”


“물론이죠. 바로 드리겠습니다.”


미네르바는 종종 술집에 들러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듣는 것을 좋아했다. 술집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말 그대로 서민들의 인생을 날 것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떠한 가식도 예의도 없는, 진실된 이야기를.


그녀는 도청 마법을 사용했다. 곧 그녀의 귀에 술집 안의 모든 목소리가 들어왔다. 연애, 장사, 가족, 전쟁......천족 주민들의 이야기는 늘 같았다.


“어휴, 이래가지고 전쟁이 끝날려나 몰라......”


뒤의 테이블에 한 남자가 말했다.


“그래도 이번에 신형 마력포가 개발되었다는데.”


그의 건너편에 앉아 있던 여자가 말했다. 가족일까? 아니면 연인? 어쩌면 그냥 직장동료일수도 있었다. 미네르바는 그들의 대화에 흥미를 느꼈다.


“신무기를 만들면 뭐해. 어차피 분쟁 지역의 성 몇 개 빼앗고 말겠지.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냐고.”


“너 그러다가 잡혀간다?”


여자는 약간 장난기가 섞인 말을 했다.


“그, 그럴 리가......아무튼 더 이상 전쟁을 하는 건 자원 낭비야. 하루빨리 마족과 협정을 맺든가 해야지.”


“솔직히 말해봐. 너 그 마족 여자 때문이지?”


“뭐? 아니야. 난 그냥 평화를 좋아하는 것뿐이라고.”


“너 표정관리 안 돼. 내가 누나니까 봐주는 거지 좀 진지한 상관이었으면 진짜 너 이단심판관에게 넘겼다.”


“그래......솔직히 말해서 그 여자 때문인 거 맞아. 근데 마족이랑 연애하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나?”


“후우......하여튼 눈에 콩깍지가 씌였구만. 좋아, 내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알려주지. 일단 여기서 나가자.”


미네르바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앞의 맥주도 마시지 않고 둘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손님, 이거 안 드세요?”


“아, 돈은 여기 있어요. 안녕히 계세요.”


미네르바는 몰래 그 둘의 뒤를 밟았다.


“너 생귀니움이라고 들어봤어?”


여자가 말했다.


“몰라. 처음 들어보는데......”


“역시 계승자 신병은 잘 모르는구나. 나름 유명한 이교도 집단인데. 그들은 이교도이지만, 원칙적으로는 각각 미네르바와 데브칸을 자신들의 신보다 우선해서 섬기고 있어. 그래서 엘리시온에서도 대외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그들을 굳이 잡아들이지는 않지. 그런데 말이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바뀌고 있어.”


“어떤 식으로?”


“소문에 따르면 그들은 엘리시온과 발할라를 모두 멸망시키려고 한대. 그래서 외계의 생물을 소환하려 한다더라고.”


“외계의 생물? 그건 또 뭐야?”


“나도 몰라. 아무튼 중요한 건 마신 데브칸이 그 떡밥을 물었다는 거야. 그는 지금 계승자 몇 명을 꾸려서 생귀니움을 공격하려 들고 있어. 위협을 미연에 차단한다는 거지.”


“잘 됐네. 마족이 우리가 할 일을 대신 해준다면야.”


“문제는 그들이 생귀니움의 본진을 모른다는 거지. 마계를 다 뒤져 봤는데도 안 보이고, 천계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긴 한데......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


“그것 참 유감이네......잠깐, 설마 천족한테 손을 내미는 건가?”


“맞아. 하지만 지금 천족은 마족에게 매우 적대적이지. 저번의 엘리시온 폭발 사고 때 사람들이 꽤 많이 죽었잖아. 그래서 천계에 숨어 있는 스파이를 활용하고 있어. 나한테도 접촉해오던데.”


“누나, 그거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심판관들에게 잡히면 그대로 영구 소멸이라고.”


“그래서 난 안 할 거야. 근데 넌 마계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알려주려고.”


“마족과 손을 잡으면 울프치니크에 확실히 갈 수 있는 거야?”


“정기적으로 울프치니크에 모여서 회의를 연다고 하니, 가능하겠지. 그리고 너도 알겠지만 스파이는 정체가 드러나는 문제를 제외하면 꽤 편하게 살 수 있는 편이야. 아마 비밀 연애 정도는 신경 쓰지 않을걸.”


“그런가......”


“뭐 선택은 네 몫이야. 난 이제 기지로 복귀해야 하니까, 이쯤에서 헤어지자고. 잘 있어. 우리 귀여운 동생.”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마차에 올라탔다.


*****


여신의 무전기가 울렸다.


“여신님, 아스테리오스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무전기 너머에서 보좌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겠다. 이제 내가 맡을 테니 너는 제자리로 돌아가라.”


“알겠습니다. 그런데......밑에 애들한테는 뭐라고 합니까?”


“이데아에서 쉬고 있겠다고 말해. 보통 그러잖아?”


“알겠습니다.”


여신은 은신 마법을 쓴 뒤 그 남자의 뒤를 조용히 밟았다. 그녀는 아스테리오스에 대해 적어놓은 양피지를 한 번 더 살펴보았다.


*****


“미카엘 아스테리오스......별 특별한 점은 없어 보이는데.”


미네르바는 그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네. 계승자가 된 지 이제 막 3달 된 신병입니다. 그런데......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 녀석, 예전에 마계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무슨 일로?”


“마족이랑 협정 맺었을 때 저희 상인 수천 명이 그쪽으로 넘어가지 않았습니까? 그 사이에 끼어 있던 모양입니다.”


“그때 마족 여자랑 눈이 맞았다 이거로군......”


“어쩌실 겁니까? 잡아오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을텐데......”


“아니, 내가 직접 나서겠다. 한 명만 잡아서 끝날 일이 아닌 것 같아.”


“직접 말입니까?”


*****


아스테리오스는 테디아 북동쪽의 항구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한 때 무역과 조선업으로 번성했지만, 대형 전함의 수요가 줄어들고 또 마계와의 교류가 거의 사라지면서 폐허가 된 곳이었다. 그런 곳을 방문한다는 건 분명히 뭔가 수상한 행동을 하기 위함이다.


아스테리오스는 불안한 듯 쉴 새 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는 아직 은신 감지 마법을 배우지 못했고, 미네르바는 최대한 자신의 오오라를 숨긴 채 그를 쫓았다.


어느새 그는 바닷가에 도달했다. 저 멀리에 불을 키고 있는 배 한 대가 있었다.


“미카엘 아스테리오스 맞나?”


마족 남자가 말했다.


“네, 그쪽은......”


“데브칸님의 명을 받고 너희들을 데리러 왔다. 마족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네......”


“천족과 싸워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르는데.”


“가능한 한 싸움은 피해야겠지만, 싸워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좋아, 뭐 처음부터 싸우는 임무를 내리지는 않을 테니 너무 걱정 마라. 일단 배에 타자고.”


미네르바는 그의 뒤를 따라 배 안으로 들어갔다.


배 안에는 아스테리오스 뿐만 아니라 마족에게 충성을 다하기로 결심한 스파이 몇 명이 추가로 타고 있었다. 배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았던 터라, 미네르바는 자신의 존재가 감지되지 않게끔 최대한 마력을 감추었다.


배는 물을 가르고 북쪽으로 향했다. 그들은 분명 마계로 향하고 있었다.


*****


“와 줘서 고맙다.”


데브칸은 늠름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었다. 아스테리오스는 잔뜩 긴장한 채로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


“여기 온 지 얼마 안 되서 다시 천계로 돌려보내는 게 편치 않지만, 그래도 너희가 맡아줘야 할 중요한 임무가 있다.”


그는 한 생귀니우스의 옷을 스파이들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이교도 생귀니움의 본부 신전이 천계에 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웬만해선 미네르바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지만 결코 대답해주지 않겠지. 그래서 너희의 도움이 필요하다. 저쪽의 집행관을 따라가면 너희가 해야 할 일을 알려줄 거다.”


스파이들을 떠나보낸 데브칸은 부하들을 모두 물린 뒤 울프치니크에 있는 자신의 신전에 홀로 들어갔다. 그는 제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명상에 빠졌다.


눈앞에 빛의 검이 날아오는 순간, 그는 재빨리 전투태세에 들어가 검을 쳐냈다.


“누구냐!”


미네르바는 그가 반격을 취하기 전에 재빠르게 데브칸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얼굴을 본 데브칸은 깜짝 놀랐다.


“여기까지 오다니, 갑자기 왜 겁을 상실한 거냐?”


미네르바는 속전속결로 그를 무력화시키기로 했다. 그녀의 왼손에서 정화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완전히 미쳤군. 이렇게 먼 곳에서 죽으면 영혼석에서 부활할 수도 없을 텐데!”


“그래, 하지만 넌 허벅지에 상처를 입었군. 빛의 창에 맞은 상처 부위는 서서히 녹아들어가지.”


“원래 이 정도로 말이 안 통하는 상대는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추락했나?”


“내 부하들을 스파이로 데려간 놈이 할 말은 아니지. 분명 전쟁을 시작할 때 서로 상대 종족은 포섭하지 않기로 약속하지 않았었나?”


“내가 설명하겠다. 그럴 수 밖에 없던 이유가 있었어.”


“나도 널 죽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


미네르바는 손에 빛의 검을 쥔 뒤, 다시 한 번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데브칸이 한발 더 빨랐다. 그는 강철 방패를 소환해 공격을 튕겨낸 뒤, 그 방패로 미네르바의 얼굴을 후려쳤다.


“꺄아악!”


그녀는 피를 흘리며 얼굴을 감쌌다.


“마신님! 무슨 일입니까? 아니 이건......”


뒤늦게 신전에 들어온 수호병들은 모두 당황했다. 자신들의 주적 중의 대장이 마계에 침투한 것이다.


“잘 됐다. 이참에 저 망할 년을 죽이자고!”


“아니, 전부 물러가라.”


“......잘 못 들었습니다?”


“물러가라 하지 않았나. 그리고 지금 본 것은 잊어버려라. 내 명령을 어기는 건 아니겠지?”


순간 데브칸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암흑의 오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수호병들은 인사를 한 뒤 급히 물러갔다.


“......착한 척 하지 마.”


미네르바는 얼굴에 난 상처를 전부 치료했지만, 여전히 눈만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세상에 착하고 나쁜 건 없어. 수백 년을 살았으면 그 정도는 알아야지.”


데브칸은 신전 옆의 비밀 창고의 문을 열었다.


“들어올 거야? 아니면 그냥 돌아갈 건가?”


“어디로 가는 거야......?”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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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결전 - 3 20.10.19 44 1 11쪽
98 결전 - 2 20.10.16 34 1 11쪽
97 결전 - 1 20.10.15 39 1 12쪽
96 새로운 세계 - 7 20.10.14 42 1 11쪽
95 새로운 세계 - 6 20.10.12 42 1 11쪽
94 새로운 세계 - 5 +1 20.10.09 45 2 11쪽
93 새로운 세계 - 4 20.10.08 43 1 12쪽
92 새로운 세계 - 3 20.10.07 50 1 12쪽
91 새로운 세계 - 2 20.10.06 53 1 11쪽
90 새로운 세계 - 1 20.10.05 58 1 11쪽
89 심판 - 4 20.10.02 50 1 11쪽
88 심판 - 3 20.10.01 54 1 11쪽
87 심판 - 2 20.10.01 55 1 12쪽
86 심판 - 1 20.09.29 95 1 12쪽
85 각성 - 11 20.09.29 60 2 12쪽
84 각성 - 10 20.09.24 69 2 12쪽
83 각성 - 9 20.09.23 68 2 12쪽
82 각성 - 8 +1 20.09.21 61 3 12쪽
81 각성 - 7 20.09.18 61 2 12쪽
80 각성 - 6 20.09.17 66 2 11쪽
79 각성 - 5 20.09.15 60 1 12쪽
78 각성 - 4 20.09.14 59 2 12쪽
77 각성 - 3 20.09.11 61 1 11쪽
76 각성 - 2 20.09.10 64 1 11쪽
» 각성 - 1 20.09.09 73 2 10쪽
7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2 20.09.08 5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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