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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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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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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80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9.2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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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각성 - 10

DUMMY

“어......지금 제가 얘기하고 있는 상대가 그러니까 게임 캐릭터라는 거죠? 몰래카메라 같은 거 아니고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아무튼 그쪽이 현실 세계의 사람이라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아무튼 저희는 정말로 캐릭터들에게 의식이 생겼는지 확인하려고 합니다. 미네르바라고 하셨나요? 직책이 어떻게 되시죠?”


“음......굳이 따지자면 여신이려나요.”


“여신이요?”


스튜디오 내에 웃음소리가 퍼졌다. 물론 미네르바는 그걸 듣지는 못했다. 스튜디오 내에 모인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촬영되고 있는 게임 속 화면을 보고 있었다.


“뭐......게임 속이니 그럴 법도 하죠. 그쪽이 게임 캐릭터라는 건 알고 있나요?”


“네.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렇다는 건 처음에는 그곳이 게임 안이라는 걸 몰랐다는 얘기군요. 혹시 진실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희들은 약 10년 전부터 괴수의 침략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인간보다 서너 배 정도 크고 매우 폭력적인데......”


“잠시만요, 지금 괴수라고 했나요?”


“네. 그들이 천계를 습격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그 괴수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제 옆에 있는 마리우스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 세계가 가짜이고, 천계 바깥에는 지구라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네르바는 그들에게 괴수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그것들의 생김새는 서울 시내를 배회중인 괴수와 똑같았다.


“그건 좀 충격적이군요. 사실은 저희 현실 역시 괴수들의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어찌어찌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완전한 박멸은 아직 이루지 못했죠.”


“현실 사람들도 저희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니 놀랍군요. 저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현실 세계의 괴수들은 전쟁의 여파로 생겨났다는데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잘 알고 계시네요. 3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수많은 사람들이 생물 무기에 오염되었고, 그들 중 일부가 지금의 괴수가 되었죠.”


“우선 괴수에게 희생당한 분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는 당신들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째서죠?”


“현실 세계와는 다르게, 이곳의 괴수들은 프로그래머라 불리는 창조주들이 만들어낸 것 아닌가요? 우리 세계를 만든 것은 그들이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를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는 자들 역시 그 개발자들이죠.”


“거기까지 알고 있다니, 정말 대단하군요. 유감스럽게도 저는 단지 방송국 아나운서라, 기업의 경영 문제에 직접 간섭할 권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계속 목소리를 낸다면 언젠가 회사에서도 들어주지 않을까요?”


“아스트로 게임즈는 당연히 우리에게 지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어째서인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고, 괴수들이 천계를 공격하는 것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천계를 의도적으로 멸망시키려 한다고 단정짓지는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만약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인간이 아닌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부디 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괴수에 맞서고 있다는데, 꼭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고, 질문을 좀 받으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사회자는 방청객 중 몇 명을 뽑은 뒤, 차례대로 가상현실 의자에 앉혔다. 방금 전까지 중년의 남자 목소리를 내던 캐릭터는 이번에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를 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미네르바입니다.”


“어......현재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 중인 학생입니다. 미네르바님의 감정 변화에 대해 궁금한 게 있거든요. 기쁨이나 슬픔, 분노 같은 걸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그런 건 항상 느끼죠.”


“사랑과 같은 감정은요?”


“사랑......그건 좀 복잡한 질문이네요.”


“와, 그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진짜 사람이랑 다를 게 없는데요? 만약 이게 다 가짜라고 하더라도 정말 대단한 기술력이에요. 미네르바님 주변에 자아를 가진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되죠?”


“제가 알기로 천계 전체에 약 1,500명 정도가 자아를 깨우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엄청 많네요. 나중에 또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뒤 같은 캐릭터에서 나이 든 노년 남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현직 국회의원인 이상수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국회의원이 어떤 직업인지는 알고 계시나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저희 천계의 원로원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정도면 맞다고 할 수 있죠. 저는 한국의 법을 제정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고, 그 법은 아스트로 게임즈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 말은......그쪽이 제 창조주들보다 더 강하다는 건가요?”


“강하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게임 회사가 아무리 커봤자 정부에게 맞설 수는 없다는 겁니다. 아스트로 게임즈의 경영진은 당신들을 무시하고 있다고요?”


“네. 처음 괴수가 나타났을 때부터 ‘유저’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 한 명이 지속적으로 운영진에게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괴수를 퇴치해 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운영진은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시간만 끌어왔죠.”


“조금 이상하군요. 전 게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사실 미네르바님에게 자아가 있다는 사실과 게임의 버그를 수정하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왜 그 괴수들이 계속 게임 속에서 날뛰도록 놔두었을까요? 혹시 그게 하나의 컨텐츠는 아닌 겁니까?”


“컨텐츠.......저희 세계의 던전과 같은 걸 컨텐츠라고 부른다고 들었습니다만, 괴수의 침공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위험했습니다. 저희 모두가 죽을 뻔했어요. 그게 단지 누군가의 유흥거리라고 생각하면......”


“알겠습니다. 아직 의문이 드는 부분이 많지만, 만약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꼭 미네르바님을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로서는 큰 영광이군요.”


마지막 질문자는 젊은 남자였다.


“어......안녕하세요?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나?”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또 다른 사람이군요.”


“네. 저는......한때 페어리 월드 랭킹 1위였던 사람입니다. 직업은 암살자고요. 혹시 울란토스라는 이름 들어보셨나요?”


울란토스, 미네르바는 그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어둠의 기사라고 불렸던 존재로, 천족 중 누구라도 그의 얼굴을 본 자는 살아남지 못했다. 그는 단칼에 천족 최고의 전사들을 죽였고, 흔적도 잘 남기지 않아 한 번도 추적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당신......내 동족들을 꽤 많이 죽였던데......”


스튜디오 안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잠, 잠깐만요! 그건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저한텐 그냥 게임이었을 뿐이라고요.”


“당신한테는 그랬겠지만 제 부하들에게는 실존하는 고통이었습니다.”


그때 마리우스가 그녀를 말렸다.


“정신 차리십시오. 지금 불필요한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참, 그렇지......울란토스, 방금의 무례는 미안합니다. 나도 모르게 옛날 생각이 나서......아무튼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전 이 게임을 10년 정도 플레이한 뒤, 한 3년쯤 전에 접었습니다. 그런데 게임 속에서는 그 사이에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고 하는데......정말 그렇게 시간이 지나간 것처럼 느껴집니까?”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입니다. 저희들 역시 현실 세계의 시간이 그렇게 느리게 지나가는 줄은 몰랐습니다.”


“알겠습니다......그리고 그때 부하들을 죽인 건 정말 죄송합니다.”


“그때 일은 이제 잊겠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


점심시간에 모인 강인의 회사 동료들은 온통 페어리 월드 이야기만 해댔다.


“야, 너 그거 들었어? NPC가 자기가 사람이라고 한 거.”


“그거 그냥 컨셉방송 아니야? 애초에 캐릭터가 스스로 생각한다는 게 말이 되냐.”


“아니야, 너도 알잖아. 아스트로 월드의 NPC에 적용된 인공지능이 옛날 폭격 맞기 전의 구글에서 만든 인공지능보다 더 뛰어나다는 거. 어제 인터넷에서 봤는데, 첨단 인공지능이 주변 사물을 학습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아를 자각하게 됐대.”


“우와아......그게 사실이면 진짜 지리는데.”


“중국애들은 참 아쉽겠네. 미국이랑 전쟁하려고 스스로 생각하는 인공지능 개발에 그렇게 돈을 쏟아 부었는데, 결국 전쟁 끝나고 그게 만들어졌으니.”


강인은 그들의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강인아, 근데 예전에 너도 인공지능 연구 한다고 하지 않았어?”


“나? 그랬었지......”


“그거 계속하지 그랬냐. 지금 보니까 인공지능 관련 주식들 다 폭등했던데.”


“글쎄......”


강인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과거에도 비슷한 말을 듣고 AI학과에 지원했다가 전쟁이 터졌다. 전쟁이 끝난 직후 가장 대우받는 직업은 농부와 의사, 군인 같이 국가의 존속에 필수적인 사람들이었다. 인공지능 연구는 국부를 축낼 뿐만 아니라 중국을 추종한다는 의심을 받기 십상이었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막대한 돈을 인공지능 무기에 투자했는데, 그대로 패배해버리면서 딥러닝 자체가 중국식 사회주의의 상징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그나마 아스트로 게임즈 같은 게임 분야에 한정해서는 기계학습 기술이 계속 쓰인 덕분에 강인 같은 식충이들이 먹고 살 길이 열린 것이다.


사실 마리우스를 도운 것에는 이렇게 낭비한 인생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마리우스는 그가 본 것 중 가장 놀라운 기술적 진보였다. 그를 도움으로써 강인은 자신의 인생이 의미가 있다고 느낀 것이다. 이제 그 노력이 빛을 볼 때가 되었다. 하지만......


*****


강인과 유진을 비롯한 헤스티넘 멤버들은 모두 경찰서에 모여 있었다.


“그러니까......지금 당신들은 일종의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셈입니다.”


경찰이 서류를 뒤적거리며 말했다.


“사기극이라뇨! 그것들은 전부 살아있는......”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라, 아스트로 게임즈 측에서 그렇게 주장한다고요. 당신들이 프로그램을 꾸며내 실제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고.”


“그건 회사 측의 모함이에요. 게임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실을 숨기는 거라고요.”


“거기까지는 저희도 잘 모르겠고, 일단 해외 학자들 입장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알고리즘을 전부 열어보기 전까지는 자아를 가졌는지 아닌지 단정지을수는 없다고 하네요. 저도 이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거든요.”


“그건 회사 측에서 공개를 하질 않으니......”


“그러면 어쩔 수가 없어요. 원고 측 말에 따르면 딥러닝을 장착한 NPC는 코드가 너무 방대해 대중에 공개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들은 결국 구치장에 갇혔다.


“어쩌죠, 강인 씨?”“괜찮아요, 곧 나갈 수 있을 거예요.”


“미안해요. 괜히 이 일에 끌어들여서......그냥 제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건데.”


“그런 말 하지 마요. 처음부터 저도 좋아서 이 일에 뛰어든 거고, 저희는 변화의 선봉장에 서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그녀가 살며시 웃어 보였다. 강인은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강인, 이유진, 김병철 씨. 나오세요.”


갑자기 경찰이 그들을 불렀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일단 아스트로 게임즈에서 구속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네요. 문제가 있으면 재판에서 직접 밝힐 거라고.......일단은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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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결전 - 1 20.10.15 4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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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새로운 세계 - 4 20.10.08 43 1 12쪽
92 새로운 세계 - 3 20.10.07 50 1 12쪽
91 새로운 세계 - 2 20.10.06 53 1 11쪽
90 새로운 세계 - 1 20.10.05 58 1 11쪽
89 심판 - 4 20.10.02 5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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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심판 - 2 20.10.01 56 1 12쪽
86 심판 - 1 20.09.29 96 1 12쪽
85 각성 - 11 20.09.29 60 2 12쪽
» 각성 - 10 20.09.24 7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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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각성 - 8 +1 20.09.21 6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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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각성 - 5 20.09.15 61 1 12쪽
78 각성 - 4 20.09.14 59 2 12쪽
77 각성 - 3 20.09.11 62 1 11쪽
76 각성 - 2 20.09.10 64 1 11쪽
75 각성 - 1 20.09.09 7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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