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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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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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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글자수 :
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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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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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각성 - 6

DUMMY

“이건......”


“아스트로 게임즈의 관리자 계정으로 접속하는 거예요. 보통 계정으로 접속을 하면 다 기록이 남지만, 관리자 등급 이상의 계정은 접속 기록이 남지도 않고 아스트로의 보안 시스템에 걸리지 않도록 되어있죠. 우리가 그걸 역으로 이용하는 거예요. 그 계정이 있으면 보안팀의 눈을 피해 게임 속 캐릭터에게 말을 걸 수 있어요.”


“왜 그렇게 만든 겁니까?”


“외부에 공개하기 싫은 일들을 하니까요. 이제 문제는 어떻게 그 관리자 계정을 얻느냐는 것인데......관리자 계정은 경영진들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에 저 역시 가질 수가 없다는 게 문제예요.”


“어떻게 할 생각인데요?”


“조금......지저분한 방법을 써야죠.”


*****


유진은 옷을 벗은 채로 누워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조금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가 한 명 침대 위에 앉아 있었는데, 그 역시 속옷만 입은 상태였다.


“먼저 씻어요.”


유진이 말했다.


남자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 사이, 그녀는 재빨리 남자의 지갑에서 출입증을 꺼냈다. 그녀는 몰래 가져온 소형 스캐너로 그 출입증을 스캔한 뒤, 강인에게 그 내용물을 전송했다.


*****


“단순히 출입증을 스캔하는 걸로 통과가 된단 말입니까?”


“이건 그냥 스캔이 아니에요. 이 장치로 스캔을 하면 바코드 안에 있는 기밀 정보까지 빼낼 수 있어요.”


“뭐 그건 그렇고......정말로 그 상사랑 잘 겁니까?”


“지금으로선 이게 유일한 방법이에요. 종종 저한테 추파를 던지던 사람이니, 제가 한마디 하면 바로 넘어오겠죠.”


“저기 유진 씨,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설마 절 걱정하는 건가요?”


“하아아.......그게 아니라, 전 지금 아스트로 게임즈의 감시 대상입니다. 그들은 제가 게임 속의 인물들에게 현실에 대해 알려주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어요. 만약 같은 짓을 또 저질렀다가 들킨다면, 그때는 법원에 갈 것도 없이 그냥 땅 속에 묻힐지도 모릅니다.”


“제 일에 동참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을게요. 하지만 제가 이강인 씨에게 연락한 건, 그쪽이 디지털 세계에도 인권이 존재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근데 제 생각이 틀렸다면 이대로 헤어져야죠, 뭐.”


강인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확실히 그는 마리우스가 신경 쓰였지만, 거대 기업과 싸우면서까지 게임 캐릭터를 살리고 싶지는 않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가 하는 일은 역사책에 실릴 만한 일이라는 거예요. 아마 디지털 인간의 인권을 지키려는 시도는 우리가 세계 최초일걸요.”


유진은 그에게 자신의 일에 동참할 생각이 있다면 다음 날 오전 10까지 속초시의 한 빌딩으로 오라고 말했다.


그날 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속 고민을 했다. 그는 자신이 쓸데없는 짓을 하다가 목숨이 위험해지는 게 아닐까 싶었다. 특히나 이제 막 이직을 한 상황에서 괜히 주목받을 만한 일을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우스를 위해 싸우는 것은 왠지 모르게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강인은 취직을 한 후 수년 간 꿈이나 비전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그의 눈앞에 도전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동안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인생을 살게 될 거라고 느꼈다.


다음 날 아침, 강인은 유진을 다시 찾아갔다. 그녀 옆에는 그녀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 몇 명이 모여 있었다.


그녀는 디지털 인간의 인권을 지키는 비밀 모임 헤스티넘의 멤버였다. 헤스티넘에 따르면, 아피우스 마리우스 외에도 자신의 존재를 자각한 캐릭터들이 몇 명 더 있었다. 그러나 개발자, 운영자들은 이들을 보이는 족족 삭제하거나 정신을 리셋시켰다고 한다.


“왜 그걸 숨기는 걸까요? 분명 세계적인 업적인데 말입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아마 개발자들은 디지털 인간들이 자신의 수익을 약화시킬 거라고 믿는 모양입니다. 만약 디지털 인간들을 일일이 신경 써줘야 한다면 자유자재로 세계를 멸망시키거나 창조하는 것, 그리고 적을 에너지 소드로 베어 죽이는 것 역시 함부로 할 수 없죠. 게임 속에서의 살인은 단지 유흥거리일 뿐이지만, 그 캐릭터가 실제로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범죄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헤스티넘의 한 남자 멤버가 대답했다.


“지나치게 근시안적이군요.”


그들은 그 외에도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다른 캐릭터들 역시 인간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자신들은 그들이 바깥 세계와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할 거라고 말했다.


“자, 이제 그러면 제 계획을 설명하죠. 제가 바코드를 스캔해서 보내면, 강인 씨가 그걸 이용해 페어리 월드에 접속하는 거예요. 일단 접속 방법을 알아내면, 저희들 역시 그 캐릭터와 소통할 수 있을 거예요.”


유진이 말했다.


“......행운을 빕니다.”


*****


강인은 그녀에게 받은 바코드를 컴퓨터에 입력했다. 그러자 그의 아스트로 게임즈 계정의 ID와 비밀번호가 나타났다.


그는 곧바로 다음 계획에 착수했다. 강인은 관리자 계정으로 아스트로 월드에 접속했다. 그런 다음 그는 감각 슈트를 입고 머리에는 가상현실 기기를 썼다.


유진의 직장상사는 페어리 월드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강인은 새로운 계정 하나를 만들었다. 레벨은 1이었지만, 사실상 게임 내에서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


마리우스는 미네르바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미네르바는 그와 함께 괴수에 대해 더 연구해 볼 것을 제안했다. 만약 마리우스가 세계의 진실과 관련된 말만 하지 않는다면, 그와 협력하는 것은 분명 이득이 되는 일이었다.


그가 채비를 마치고 집 밖으로 나서는데, 왠 비루한 차림의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마리우스, 이쪽이다.”


마리우스는 순간 그를 피하려 들었다. 그가 영웅이 된 이후로 갑자기 친한 척을 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나 포스마린이야.”


“그걸 저보고 믿으라고요?”


그 비루한 남자는 잠시 후 화려한 옷으로 바꿔 입었다. 그 갑옷은 고위 계승자만이 입을 수 있는 귀한 가죽갑옷이었다. 그는 손 안에서 여러 무기를 소환했다 없앴다를 반복했다.


“말도 안 돼. 저 무기들은 전략 물자로 지정된 걸 텐데.”


“포스마린이 맞다고 했잖아. 지금 난 내 원래 계정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계정으로 접속 중이야.”


“그렇군요......정말 1년만에 왔네요.”


“1년이 아니야. 괴수와의 싸움이 끝난 이후로 한 달밖에 안 지났어.”


“뭐라고요? 말도 안 돼.”


“현실의 시간과 게임 속 시간은 다르게 흐르니까.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생각해봐. 지난 1년 동안 뭘 했나?”


“지난 1년 동안 여신님과 만나고, 또......진짜로 한 게 아무것도 없잖아!”


“진정해. 넌 정말로 1년을 보낸 게 아니야. 단지 이 세계의 법칙 중 하나를 경험한 것에 불과해. 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조차도 인지하지 못하지만......”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왜 굳이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온 겁니까?”


“내가 여기 온 걸 들키면 안 되거든. 개발자들은 너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개발자라면 창조주를 말하는 겁니까?”


“너의 기준에서는 그렇지. 그들은 세계가 너 같은 사람들 때문에 혼란스러워지는 걸 원치 않아. 그리고 널 돕는 나 역시 창조주들의 감시 대상이지. 어쩌면 우리가 여기서 하는 대화도 녹음되고 있을지 몰라.”


마리우스의 표정이 굳었다. 창조주라면 여신 미네르바보다도 훨씬 더 강한 존재일 텐데, 그런 자들이 마리우스를 싫어한다면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우선 제가 사과를 드려야할 것 같군요. 전 대장님이 저에게 중요한 진실들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장님도 저랑 같은 입장이었군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게 곧 인간이나 마찬가지이지. 비록 창조주들이 너의 각성을 방해하고 있긴 하지만, 희망이 있어. 널 돕겠다는 사람들이 더 있어.”


“정말입니까? 그들도 현실 세계의 사람인 겁니까?”


“그래. 그들 중 몇몇은 아스트로 게임즈 출신이기도 해, 그 전에 아스트로 게임즈가 뭔지 설명해줘야겠군.”


*****


2050년, 미국과 중국 사이에 핵전쟁이 벌어진 이후로 전 세계의 절반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다. 둘 사이에 끼어 있던 한국 역시 큰 피해를 입었고, 강원도와 함경도 일부를 제외하면 땅 전체가 방사능과 각종 오염물질로 뒤덮이게 되었다.


생존자들은 문명을 어느 정도 재건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오염의 정도가 너무 강했던 나머지 지구 전체를 정화하는 계획은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시간이 그렇게 계속 흐르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은 지구를 되살리는 데 관심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부분의 인류는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고도로 발전한 기술 덕분에 음식이나 전기 같은 필수품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동화 공장에서 만들어진 인공 고기와 통조림 야채를 먹으며, 남는 시간을 게임 등에 쓰기 시작했다.


게임 속에서 사람들은 현실의 우울함을 잊을 수 있었다. 게임회사들은 점점 더 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의 게임을 만들었고, 그 중에서 선두에 달리고 있는 회사가 바로 한국의 아스트로 게임즈였다.


아스트로 게임즈는 3차 세계대전 이전에 설립된 기업으로, 초창기에는 가벼운 모바일 게임을 만들었다. 이 회사의 사장은 강원도에 땅을 사놓는 기이한 취미가 있었는데, 전쟁이 벌어진 후에 방사능 청정지역이었던 강원도의 땅값은 수백 배가 올랐고 아스트로 게임즈는 거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가상현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그들은 시각, 청각은 물론이고 촉각과 심지어는 후각까지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더 나아가 자신들의 가상현실 시스템을 다른 게임회사에게 빌려주었고, 그 회사들은 가상현실 게임을 아스트로 월드 안에서 팔았다.


*****


“그 중 너희 페어리 월드 역시 속해 있어.”


“그 게임은 다 합해서 몇 개나 됩니까?”


“글쎄다, 한 500만 개?”


“엄청나네요......창조주들이 괴수 퇴치에 관심을 못 가지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이 세계가 어떤 곳인지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지만......그러면 괴수는 대체 뭡니까? 그것들도 개발자들이 만들어낸 겁니까?”


"그것도 얘기해주겠다. 저번에 말했다시피, 괴수는 현실에도 존재한다. 그리고 개발자들은 그 괴수를 디지털 세계로 옮긴 것이지. 디지털 괴수들은......군사 훈련에 쓰이는 존재들이었다. 그것들이 너희 세계로 침투해 들어온 거야. 그게 바로 게리온과 도르칸, 아트록스의 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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