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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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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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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85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9.0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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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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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2

DUMMY

거대한 괴수의 몸을 한 교주가 뒤로 밀려났다. 마리우스는 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리기 전에 골렘의 왼손으로 그라쿠스의 옆구리를 때렸다.


그라쿠스는 괴성과 함께 엘리시온 한복판에 떨어졌다. 그녀가 땅으로 추락하며 건물 몇 개가 파괴되어 무너졌다.


마리우스는 골렘을 앞으로 보낸 뒤, 그녀를 오른발로 힘껏 밟았다. 그녀의 파괴된 촉수에서는 피가 솟구쳤다.


그러나 그라쿠스는 곧 반격을 시도했다. 그녀의 몸에서 나온 수많은 촉수가 골렘의 발에 박혔다. 발이 워낙에 단단했던 탓에 완전히 뚫리지는 않았지만, 일단 촉수의 공격을 당한 발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틈에 그라쿠스는 촉수를 더 깊이 찔러 넣었다.


마리우스는 역으로 그 공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는 촉수가 박힌 발로 다시 한 번 있는 힘껏 그라쿠스를 밟았다. 연이은 타격에 땅이 아예 파일 정도가 되자, 그녀의 거대한 육체는 피를 흘리며 축 늘어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리우스는 발에 박혀 있던 촉수를 모두 빼냈다.


그녀를 확실히 끝장내기 위해, 마리우스는 촉수를 양 손에 각각 하나씩 잡은 뒤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거대괴수의 속살이 드러나며 골렘의 얼굴에 피가 묻었다. 그런 다음 마리우스는 괴수를 땅에 다시 처박았다.


“이걸로 끝이다.”


마리우스가 최후의 일격을 날리기 위해 손을 위로 올렸는데, 어쩐지 교주의 괴수 육체가 이상했다. 이미 생명력을 잃은 듯 더 이상 생기가 돌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뒤로 물러섰지만, 그 육체는 더 이상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데......’


그 순간, 골렘의 내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마리우스는 재빨리 골렘의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보았지만 적은 보이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그라쿠스가 골렘 안에 침투했음을 알았다. 골렘에 연결했던 촉수를 통해 골렘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미 골렘의 왼쪽 다리 부분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골렘이 둔해지는 것을 눈치 챘다.


“비상 탈출 기능이......없잖아. 젠장.”


마리우스는 좀 더 섬세하게 골렘을 만들지 못한 자신을 책망했다. 그러나 지금은 후회할 시간조차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골렘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그는 골렘의 가동을 중단한 뒤, 목 부분을 통해 등의 출구로 내려갔다.


“거기까지다, 마리우스.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어.”


그가 문을 열려는 순간, 뒤에서 그라쿠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에 침투할 생각을 하다니, 한 방 먹었네.”


“난 100년 넘게 살아왔으니까. 싸우는 법은 너보다 훨씬 잘 알지.”


“날 죽여도 소용없을걸. 이미 아티팩트는 파괴됐어. 당신 가슴에 박힌 수정의 빛이 꺼졌다고.”


“그래서?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할 거라 기쁘다, 뭐 이런 건가?”


“그럴 리가. 난 살아나갈 거야.”


마리우스는 덩굴을 소환해 그녀의 발을 묶은 뒤 출구의 레버를 내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라쿠스 쪽이 더 빨랐다. 그녀는 일부러 마리우스의 오른손만을 불태웠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어차피 너 여기서 바로 계승자가 된 거라 죽으면 끝이잖아?”


“그냥 죽여.”


“궁금한 게 있어. 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주면 널 살려줄 수도 있어.”


“이 세계의 진실에 관한 거?”


“알고 있네. 넌 다른 사람이랑 달라. 특별해. 내가 보기에 넌 분명 창조주의 비밀에 대해 알고 있어. 세계를 재창조하더라도 창조주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놈들은 언젠가 다시 나를 지배할거야. 그걸 막기 위해서 너의 도움이 필요해. 나랑 손을 잡자. 그리고 새로운 세계의 신으로 등극하는 거야.”


“아직도 헛된 희망을 못 버렸군.”


“아니, 희망은 아직 남아있어. 아티팩트에 들어가는 수정은 다시 만들 수 있거든. 만드는 데 좀 오래 걸리긴 하지만......계승자의 수명은 무한이니 목숨만 붙어 있으면 50년쯤 뒤에는 다시 시도할 수 있을 거야. 중요한 건 지금 너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이다.”


“그 진실은 알 수 없어. 그게 바로 창조주의 비밀이다.”


“뭐......?”


“말 그대로야. 창조주는 우리를 만들 때 우리가 이 세계의 진실을 알 수 없도록 조작해놨어. 만약 누군가가 세계의 진실을 아는 순간, 우리의 뇌는 곧바로 그 진실과 관련된 부분을 없애거나 뒤바꿔 놓지. 나도 이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어. 다름 아닌 너 때문에.”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난 너에게 세계의 진실을 알려줬다. 넌 이 세계가 창조주에 의해 간섭받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대체 그 창조주라는 작자들이 누구인지는 몰랐고 나에게 그걸 알아내라는 부탁을 했어. 그리고 난 그 부탁대로 해줬고......진실을 알게 된 너의 뇌는 내가 너를 죽이고 교주의 자리를 강탈하려 했다는 망상을 만들어낸 거야.”


“그럼 너는......너는 대체 뭐야?”


“나도 몰라. 왜 나만 진실을 알 수 있는지도. 그냥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을 뿐이야. 자, 그리고 이제 끝낼 시간이다.”


그녀의 주위에 있던 골렘의 부품들이 모두 그녀에게 달라붙었다. 부품은 매우 강하게 고정되었기 때문에, 이미 힘이 빠진 그라쿠스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자폭 시간까지 날 죽이지 않아서 고마워. 하지만 넌 살려두기엔 너무 위험해. 괴수의 침입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더 조장했고, 여신을 죽이려 들었지. 솔직히 말하면 네가 마음에 들었어. 여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어본 건 이게 처음이니까......하지만 이제 죽어줘야 해.”


마리우스는 레버를 당겼다. 등 뒤의 출구가 열렸다.


“안녕.”


마리우스는 날개를 펼쳤다. 그는 폐허가 된 엘리시온의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는 처음으로 도시의 전경을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마력이 다 되어 땅에 내려앉았을 때쯤, 골렘이 폭발했다. 꽤 먼 곳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리우스가 있는 곳까지 폭발의 여파가 미쳤다. 그는 급하게 아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잠시 몸을 숨겼다.


*****


“마리우스. 살아 있었군.”


포스마린은 유니콘 위에 타고 있었다.


“이제 막 계승자가 되었는데 죽을 수는 없죠.”


“그라쿠스를 골렘 안으로 유인한 건가?”


“뭐......나쁘지 않은 작전이었죠.”


“덕분에 도시의 한 구역이 완전히 폐허가 되었어. 복구하는 데 10년은 걸릴 거야.”


“그라쿠스는......설마 도망갔습니까?”


“시체의 흔적을 발견했다. 영혼석은 여신이나 마신의 축복이 있어야만 만들 수 있고, 시체도 확인되었으니......이제 확실히 말할 수 있어. 그녀는 죽었다.”


마리우스는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다행입니다.”


“그래. 지금 후속부대원들이 도시 곳곳에 억제기를 설치하고 있어. 뒷처리는 내가 할 테니......들어가서 쉬라고. 그 팔도 좀 고치고.”


포스마린은 마리우스의 불탄 손을 가리켰다.


“알겠습니다.”


마차 하나가 그를 데리고 도시 밖으로 나갔다. 그는 곧 깊은 잠에 떨어졌다.


*****


괴수와의 전쟁이 끝나고 3달이 지났다.


그라쿠스가 죽은 뒤에도 도시 곳곳에 남아있는 괴수들과 산발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그와 동시에 균열 역시 계속해서 생겨났다. 그러나 엘리시온 전체에 억제기가 설치되자, 더 이상 괴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여신 미네르바는 괴수와의 전쟁에서 자신들이 승리했음을 선언했다.


마리우스는 천족 전체의 영웅이 되었다. 그는 곧바로 대위에 임명되었으며, 평생 쓰고도 남을 보상금까지 받았다. 심지어 마족들조차 그에게 경의를 보낼 정도였다.


클라우디아 역시 혜택을 입었다. 그녀 역시 미네르바의 뜻에 따라 계승자가 되었으며, 이제 진정한 궁수가 되어 전장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복구는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졌다. 로봇이 폭발한 부근은 손상이 너무 컸던 탓에 반쯤 방치되었지만, 그 외의 부분들은 벌써부터 옛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라쿠스가 죽는 순간까지도 도시 안에서 버티고 있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무려 15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괴수의 눈을 피해 필사적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으며, 그들은 가까스로 구조되어 새 삶을 찾을 수 있었다.


괴수가 입힌 피해는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제대로 된 군대를 보유할 수 없었던 마족들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30%에 달하는 사람들이 게리온과 도르칸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천족들 역시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인간과 계승자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승리를 기뻐하며 앞으로는 이런 고생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단 한 명만을 제외하고.


*****


“정말로 이제 괴수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겁니까?”


“아마도 그렇겠지.”


포스마린이 말했다.


“그 창조주라는 사람들은 결국 우릴 싫어했던 모양이군요.”


“그렇지는 않아. 그냥......너무 그자들에 대해 신경 쓰지 마. 어찌되었든 우린 괴수를 퇴치했잖아? 넌 영웅이 되었고, 이제부터 아무 일도 안 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거야.”


마리우스는 처음으로 그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분명 현실 세계의 사람이고, 마음만 먹으면 바깥 세계와 창조주에 대해 상세히 알려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꾸만 무언가를 숨기려 하고 있었다.


“당분간 어디 떠나 계신다고 들었는데......”


“아마 오랫동안 이데아에서 마나의 형태로 휴식을 취할 거야. 가끔씩은 들어오겠지만......아무튼 앞으로 1년 정도는 임무 수행 불가니까 그렇게 알아두라고.”


“알겠습니다. 나중에 또 보죠.”


“그래, 정말 수고 많았어.”


마리우스는 그와의 만남을 마치고 여신의 신전으로 갔다. 새롭게 복구된 여신의 신전은 예전보다는 더 작게 지어졌지만, 내부 디자인은 더 나아졌다.


“왔어?”


“좋은 아침입니다, 여신님.”


“그래~ 포스마린은 잘 갔고? 당분간 이데아에 있겠다며?”


“네. 한 1년 정도는 있을 거라고 합니다.”


“아쉽네. 이제부터 하려는 일에 그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았는데.”


“무슨 일 말입니까?”


“다른 사람에게는 일단 비밀이야. 먼저 말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약속합니다.”


“난 세계의 비밀을 찾아낼 거야.”


마리우스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는 순간 여신의 얼굴에서 그라쿠스의 모습을 보았다.


“갑자기 뜬금없이 웬 비밀입니까?”


“거기 앉아봐. 여신이랑 일대일로 얘기하는 건 엄청난 영광이니까 감사히 여기라고.”


마리우스가 의자에 앉자, 잠시 뒤 여신은 커피를 타왔다.


“마셔.”


“가, 감사합니다......그래도 이런 건 저한테 시키셔도 됩니다.”


“뭐 그렇게 격식을 차리냐. 영웅은 말과 행동에 자신감이 있어야 돼.”


“신성모독으로 잡혀들어 가고 싶지는 않거든요.”


“하하하......귀여운 구석이 있네.”


“그래서, 그 비밀을 알아낸다는 계획이 대체 뭡니까?”


“내 예전 얘기를 먼저 해줄 게. 괴수가 나타나기 전에, 그러니까 마족과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던 시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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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결전 - 1 20.10.15 4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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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새로운 세계 - 4 20.10.08 43 1 12쪽
92 새로운 세계 - 3 20.10.07 50 1 12쪽
91 새로운 세계 - 2 20.10.06 5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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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심판 - 2 20.10.01 56 1 12쪽
86 심판 - 1 20.09.29 96 1 12쪽
85 각성 - 11 20.09.29 60 2 12쪽
84 각성 - 10 20.09.24 70 2 12쪽
83 각성 - 9 20.09.23 6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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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각성 - 6 20.09.17 6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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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각성 - 4 20.09.14 59 2 12쪽
77 각성 - 3 20.09.11 62 1 11쪽
76 각성 - 2 20.09.10 64 1 11쪽
75 각성 - 1 20.09.09 73 2 10쪽
»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2 20.09.08 5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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