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11,987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10.02 12:47
조회
51
추천
1
글자
11쪽

심판 - 4

DUMMY

그녀는 본격적인 원정에 앞서 헤스티넘에게 자신들의 계획을 알렸다. 포스마린은 그녀의 계획에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여신님, 굳이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뭡니까?”


“다른 사람들을 구해야 합니다. 그들을 죽게 놔둘 수는 없어요.”


헤스티넘의 멤버 상당수는 그녀의 계획에 반대했으나, 한 명은 예외였다.


“괜찮아 보이는데요? 애초에 우리 목적은 디지털 캐릭터들의 인권을 지키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 인물은 바로 레이 박사였다. 그는 진지하게 다른 세계로의 원정을 받아들였다.


“박사님, 하지만 지금 돌발 행동을 했다가는 아스트로 게임즈에서 이걸로 트집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강인은 미네르바와 마리우스에게 그냥 그곳에서 계속 사는 게 낫지 않냐고 했지만, 여신의 결심은 단호했다.


“여신님, 만일 자아를 가진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늘어난다면 사회가 혼란해질 수도 있습니다. 아스트로 게임즈가 우려하던 것이 그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멈춘다면 무고한 사람들이 죽게 될 거야.”


“여신님......”


“너희들에게 도와달라고 하진 않을게. 이제까지 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일이니까. 하지만 이제 날 막지는 말아줘.”


헤스티넘의 멤버들은 여신의 계획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강인과 유진은 그녀가 불필요한 모험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레이 박사는 이상하리만치 여신의 도전을 응원했다.


“내가 여신이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우리의 목적을 잊지 마세요.”

결국 토론 끝에 미네르바를 돕자는 결론이 나왔다. 다만 강인과 유진은 이 일에는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레이 박사가 강인의 임시 계정을 이용해 여신과 소통하기로 한 것이다.


*****


“이것이 바로 차원 이동 장치입니다. 이걸 이용하면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죠.”


레이 박사가 말했다.


“어떻게 이런 걸 만든 겁니까?”


여신은 그가 가져온 차원이동 장치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 구조는 여신의 머리로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잊으신 겁니까? 저 역시 개발자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 정도 만드는 건 아무것도 아니죠.”


“감사합니다, 박사님.”


“우선 저희들이 조사한 세계들은 총 세 군데입니다. 그 게임들을 만든 회사는 전부 파산하거나 매각되었고, 사실상 그 세계들은 버려진 채 괴수의 습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생존자들은 가까스로 버티고 있지만, 적의 공세가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습니다.”


“그곳의 문명 수준은? 우리와 비교했을 때 어떤가요?”


“두 군데는 여기보다 약간 떨어지는 수준이고, 한 곳은 현실 세계와 유사합니다.”


“다행히 지나치게 큰 격차는 아니라 다행이군요.”


박사는 이번에는 작은 수정 하나를 소환했다. 그 수정에서는 매우 강력한 마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걸 여러 개 만들어 함선에 실어야 합니다. 아마 외부 세계에서는 충분한 보급을 받을 수 없을 겁니다. 전 개발자인 만큼 수정을 계속 만들 수는 있지만, 제가 영향력을 직접 가할 수 있는 범위는 이곳 페어리 월드에 한정됩니다.”


“좋습니다. 곧바로 공장에서 복제 작업에 들어가죠.”


*****


출정 준비에 걸린 시간만 약 한 달 가까이 됐다. 천족 기술자들은 차원 이동장치를 여신의 함선에 장착했다. 마침내 출항일이 다가오고, 화이트 원정대 300명은 엘리시온 광장에 모였다. 떠나기 전 여신은 엘리시온의 재정부 장관이던 아도니스에게 천계를 맡겼다.


“여신님, 제가 어째서......”


그는 갑작스러운 결정에 진심으로 당황한 듯 여신이 주는 지배자의 지팡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넌 이제까지 아무런 불평 없이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했지. 무엇보다 네 덕분에 엘리시온을 재건할 수 있었다. 그건 나도, 마리우스도, 현실의 인간들도 하지 못한 것이야. 만약 내가 다른 세계에서 죽는다면 천계의 지도자는 네가 된다. 책임감을 갖고 일하도록.”

아도니스는 여신의 지시를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는 지도자의 선서를 한 뒤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


여신은 제단 위로 올라섰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괴수의 침공에 맞서 싸워 승리했으며, 그 과정에서 세계를 둘러싼 진실을 알아냈습니다. 괴수와 천족을 모두 현실 세계의 인간이 만들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땅 외에도 우주에는 수많은 세계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영문도 모른 채 괴수의 습격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함께 괴수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여기에 뽑힌 300명의 전사들은 저와 함께 임무를 완수하거나, 또는 머나먼 땅에서 영광스러운 최후를 맞이할 것입니다.”


“여신님께 영광을!”


군중이 외쳤다. 300명의 원정대원들은 거대한 공중 전함 헤르메스 호에 탑승했다.


“출항 준비가 끝났습니다.”


선장이 말했다.


“좋아, 함선을 이륙시켜라.”


여신의 지시에 맞춰 헤르메스 호는 하늘 위로 천천히 떠올랐다.


*****


“바깥 세계로 나가려면 우선 무인 지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마력 간섭이 덜하니까요.”


선장은 레이 박사의 제안에 따라 천계와 마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무인 지대로 향했다. 곧 건물들이 사라지고 황량한 사막만이 눈앞에 나타났다.


“어라, 저것 좀 보십시오.”


선장이 여신에게 알렸다.


“무슨 일이야?”


“저 밑에 보십시오. 저것들......게리온의 시체 같습니다.”


정말 그녀의 말대로 게리온들의 시체가 사막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왜 저렇게 된 거지?”


“마력 부족 때문입니다.”


박사가 입을 열었다.


“기본적으로 게리온이 천계에서 사망할 경우, 대기 중의 마나에 의해 산화가 일어납니다. 그런데 무인지대에는 그런 게 없으니, 만약 무인지대에 괴수가 소환될 경우 시체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죠. 천계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겁니다.”


“끔찍하군......나중에 기회가 되면 저 시체들을 좀 치워달라고 부탁해야겠어.”


어느새 그들이 탄 함선은 마력 농도가 거의 없는 곳까지 도달했다.


“여기에서 차원 도약을 시도하십시오. 그러면 목표로 삼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선장, 차원 도약을 개시하라.”


“알겠습니다. 함내의 모든 승무원에게 알린다. 모든 출력을 후방의 차원 수정에 집중해라.

내 신호에 따라 도약을 시도한다. 하나, 둘, 셋!”


마리우스는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이 탄 함선은 이제 천계에 있지 않았다.


*****


“엔진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함선이 추락합니다!”


“전원 벨트를 단단히 매라!”


여신은 보호막을 펼쳤다. 함선은 건물 몇 개를 파괴하며 땅으로 내려앉았다. 승무원들이 주변의 잔해를 처리하는 사이, 케이다스는 소수의 대원들을 이끌고 주변 정찰에 나섰다.


“여기가 어디야......?”


시간은 한밤중 정도 되어 보였고,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들은 어떤 밀림에 도착한 듯 했다.


“케이다스 대위님, 저희가 제대로 찾아온 거 맞습니까?”


“글쎄......그건 살펴봐야 알겠지.”


그들의 주변에는 나무로 된 건물 몇 채가 보였지만 사람의 기척은 없었다. 한 30분 정도를 걸었을까, 그들은 길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안 되겠어. 비행으로 돌아가야......잠깐, 저건 뭐지?”


케이다스는 빛의 마법을 앞을 비췄다. 저 멀리에 무언가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저게 뭐야?”


그 물체들은 잠시 가만히 있더니, 이윽고 케이다스가 있는 쪽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암살자 한 명이 시력을 강화시켜 앞쪽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괴수인 듯합니다. 개체 수는......대략 3마리 정도입니다.”


“그래......애초에 여기 오기 전부터 각오했던 것들이지. 한 번 놈들의 수준을 보자고.”


케이다스와 대원들은 무기에서 강한 마력을 내뿜었다.


놈들이 가까이 오자 더 명확하게 모양이 드러났다. 그것들은 틀림없는 게리온이었다. 다만 덩치는 천계에서 봤던 것보다 약간 더 작아보였다.


궁수 한 명이 불화살을 쏘려 했지만, 비로 인해 불이 자꾸만 꺼지려 했다. 그는 얼음 화살로 바꾼 뒤, 앞쪽을 향해 두 발을 날렸다. 잠시 뒤 괴수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화살에 맞지 않은 두 마리는 전속력으로 대원들을 향해 달려왔다. 암살자는 단검을 던져 한 마리의 머리를 맞췄다. 그 사이 기사가 하늘 높이 뛰어오른 뒤, 그대로 괴수를 내려 찍어 죽였다. 마지막 하나는 케이다스의 정화 광선을 맞고 몸이 녹아버렸다.


“생각보다 강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키에에엑!”


그때 죽은 줄 알았던 괴수가 갑자기 최후의 단말마를 외쳤다. 암살자가 재빨리 단검을 꽂아넣어 완전히 숨통을 끊어놨다.


“흥, 끝까지 짜증나는 녀석들이야.”


“잠깐, 뭔가 이상하다.”


케이다스가 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품에서 양산형 마력 계측기를 꺼냈다. 그의 우려대로 사방에서 괴수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놈들은 서로 원거리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것 같군. 우린 괴수들에게 포위당했다.”


“저도 지금 놈들을 감지했습니다. 괴수의 개체 수 약 30기 이상!”


암살자가 외쳤다.


“지금 우리 전력으로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전원 비행으로 안전한 곳까지 대피한다!”


그들은 전부 날개를 펼쳐 헤르메스 호가 있던 곳을 향해 날아갔다.


“대위님! 저걸 보십시오.”


날아가던 도중 한 대원이 그를 불렀다. 수많은 괴수들이 함선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개체 수는 어림잡아도 수백 마리는 되는 것 같았다.


“이럴수가, 놈들이 함선으로 가고 있다. 전원! 비행 속도를 더 높여라!”


*****


“다시 엔진을 가동하려면 얼마나 걸립니까?”


선장이 물었다.


“음......한 시간 정도는 살펴봐야 합니다. 차원 수정에 손상이 갔습니다.”


“그 정도라면 버틸 수 있겠......”“선장님, 큰일입니다. 괴수가 오고 있습니다!”


선장과 케이다스는 곧바로 미네르바가 있는 곳으로 갔다.


“출항은? 불가능한가?”


“수리까지 한 시간은 더 걸린답니다.”


“적의 숫자는?”


“확인된 것만 약 400마리입니다. 어쩌면 더 오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함선이 포위당해서 좋을 건 없어. 기술자들에게 더 빨리 끝내라고 전해. 케이다스, 마리우스, 너희들은 나와 같이 괴수를 격퇴한다.”


“알겠습니다.”


마리우스는 함선 밖으로 나왔다. 바깥은 몹시 어두웠고, 비로 인해 더 우중충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자신의 팔찌를 바라보았다.


“바이젤, 제가 잘 싸울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는 손에서 덩굴을 소환했다. 괴수들은 끝도 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화이트 원정대! 함선의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라! 무리한 싸움은 하지 마라!"


미네르바는 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대원들은 모두 무기를 쥐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쟁 이후의 판타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3 후기 20.10.22 62 2 1쪽
102 마지막화 20.10.22 76 2 12쪽
101 결전 - 5 20.10.21 48 1 11쪽
100 결전 - 4 20.10.20 39 1 12쪽
99 결전 - 3 20.10.19 45 1 11쪽
98 결전 - 2 20.10.16 35 1 11쪽
97 결전 - 1 20.10.15 40 1 12쪽
96 새로운 세계 - 7 20.10.14 43 1 11쪽
95 새로운 세계 - 6 20.10.12 42 1 11쪽
94 새로운 세계 - 5 +1 20.10.09 46 2 11쪽
93 새로운 세계 - 4 20.10.08 43 1 12쪽
92 새로운 세계 - 3 20.10.07 50 1 12쪽
91 새로운 세계 - 2 20.10.06 53 1 11쪽
90 새로운 세계 - 1 20.10.05 59 1 11쪽
» 심판 - 4 20.10.02 52 1 11쪽
88 심판 - 3 20.10.01 55 1 11쪽
87 심판 - 2 20.10.01 56 1 12쪽
86 심판 - 1 20.09.29 96 1 12쪽
85 각성 - 11 20.09.29 61 2 12쪽
84 각성 - 10 20.09.24 70 2 12쪽
83 각성 - 9 20.09.23 68 2 12쪽
82 각성 - 8 +1 20.09.21 62 3 12쪽
81 각성 - 7 20.09.18 62 2 12쪽
80 각성 - 6 20.09.17 67 2 11쪽
79 각성 - 5 20.09.15 61 1 12쪽
78 각성 - 4 20.09.14 59 2 12쪽
77 각성 - 3 20.09.11 62 1 11쪽
76 각성 - 2 20.09.10 64 1 11쪽
75 각성 - 1 20.09.09 73 2 10쪽
7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2 20.09.08 59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