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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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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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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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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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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각성 - 7

DUMMY

강인은 마리우스에게 헤스티넘에서 분석한 내용에 대해 알려주었다. 전쟁이 시작되기 몇 년 전부터 세계의 강대국들은 무기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수많은 핵무기와 생물 무기가 전쟁에 사용되었고, 그로 인해 세계의 전체 인구 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핵무기에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대다수는 당연히 정상인보다 크게 약했으나, 일부는 방사능과 바이러스가 복잡한 상호작용을 일으킨 끝에 지능은 떨어지지만 육체적으로 크게 강력한 존재가 되었다.


이들은 신체 구조 자체가 점점 인간과는 다르게 변했으며, 매우 폭력적이고 살육을 즐기는 성격이 되었다. 종국에는 도저히 같은 인간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변했다. 그리고 정상적인 사람들은 이것들을 괴수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폐허가 된 세계를 복구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은 바로 이 괴수였다. 전쟁에 너무 많은 돈을 쓴 국가들은 괴수를 퇴치하기 충분한 무기를 만들지 못했고, 그 결과 뉴욕이나 도쿄, 베이징 같은 도시들은 사실상 방치되었다.


인간들은 도시 전체를 둘러싼 철조망을 구축해 괴수의 침투를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괴수를 결코 박멸하지는 못했다. 괴수들이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번식’을 시작한 것이다.


괴수가 새로운 인류의 위협이 되면서, 게임업계 역시 괴수들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만드는 괴수 사냥 게임도 있었지만, 진지하게 군대와 협력하여 괴수 퇴치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회사도 있었다.


그런 회사들에게 있어 아스트로 게임즈는 뛰어난 성능의 가상현실을 제공해주는 회사였다. 수많은 회사들, 그리고 각국의 국방부는 아스트로 월드 내에 자신들만의 공간을 구축한 뒤, 그 안에서 끊임없이 괴수를 소환하고 죽이는 일을 했다.


*****


“어때, 여기까지 들은 소감은?”


“바깥 세계는 상상 그 이상으로 복잡하군요. 전쟁으로 인구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구가 30억 명이나 되다니......”


“그게 현실이란 거지.”


“맞다, 전 지금 바로 여신님을 만나 뵈러 가야 합니다. 얘기를 듣다보니 시간이 조금 늦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대장님, 다른 사람들이 세계의 진실을 알게 만들 방법은 없는 겁니까?”


“지금으로써는 우리도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야. 우선 지나치게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말아줘. 나도 여기서 오래 있을 수는 없어. 이만 가볼게. 또 봐.”


비루한 차림의 남자는 곧바로 사라져 이데아로 향해 갔다. 마리우스는 급하게 여신의 신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마리우스, 큰일 났어!”


신전 바깥에서 여신은 급하게 그를 불렀다. 수호병 여러 명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녀는 늦은 것을 질책하지도 않았다.


미네르바는 건물 사이의 한 틈을 가리켰다. 인적이 닿지 않는 조용한 곳이었다.


“이건......”


마리우스는 그 틈 사이에 균열이 생겨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틀림없이 괴수를 토해내는 균열이었다.


“하지만 균열의 크기가 너무 작습니다. 이 정도로는 괴수를 소환해낼 수 없을 텐데요.”


“아마 그 억제기란 것의 영향이겠지. 균열은 이렇게 작은 규모로 있다가 잠시 뒤 사라져. 하지만 어떤 시골에서는 아트록스를 목격했다는 증언도 있어. 괴수와의 전쟁은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물론입니다. 하루빨리 놈들의 본거지를 찾아야 합니다.”


마리우스는 미네르바에게 사실을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녀는 나름대로 괴수의 정체에 대해 추리하고 있었다. 미네르바의 말에 따르면 그 괴수들은 외계의 생명체였으며, 그것들이 천계와 마계를 집어삼키기 위해 침공을 개시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역시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이 세계가 가짜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마리우스는 곰곰이 생각했다. 자신이 직접 개입하지 않고도 진실을 깨우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자신이 단지 우연히 능력을 각성했을 뿐이라면, 자신 외에 이 세계에 의문을 품고 있는 존재가 천계 안에 있지 않을까?


마리우스는 미네르바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얼마 뒤, 엘리시온의 광장에는 다음과 같은 포고문이 붙었다.


<포고문>


만약 천계의 바깥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인간이나 계승자가 있다면 업무 시간에 미네르바의 신전으로 찾아올 것.


*****


“그러니까, 네가 직접 말하는 건 안 되지만 내가 스스로 깨닫는 건 괜찮다는 거지?”


미네르바가 물었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전 특별한 태생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진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저 역시 다른 사람에게 들은 거지만요.”


“그게 누군데?”


“포스마린입니다. 아르카다 원정대의 대장이죠.”


“아, 지금 이데아에서 쉬고 있다는 친구?”


“사실 그 이데아라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자세한 건 본인이 직접 깨닫는 수밖에......”


“하아, 정말 골치 아픈 일이네. 게리온처럼 그냥 명확한 적이 있는 거라면 몰라도, 이건 누구를 욕할 수도 없는 상황이잖아. 아무튼 그건 그렇고, 굳이 왜 사람들을 더 불러 모으는 거야?”


“만약 그들 중에 제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계획을 모의하기가 더 쉬워질 겁니다.”


“난 언제쯤 진실을 깨달을 수 있지?”


“어쩌면 이미 세계의 속박에서 벗어났을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그걸 확인하려다가 여신님의 영혼에 손상이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알았어. 생각해볼게.”


*****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 각지에서 포고문에 응한 사람들이 왔다. 인간 다섯 명과 계승자 두 명이었다. 그들은 예전부터 이 세계 바깥으로 나가보고 싶었다며 미네르바를 만나기를 요청했다. 마리우스는 그들을 자신의 수호병과 함께 막아섰다.


“미안하지만 그 전에 너희는 테스트를 받아야만 해.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야.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 물론 테스트에 성공하면 나랑 같이 일할 수 있다. 물론 여신님을 직접 알현하는 것도 가능하고.”


인간 한 명은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다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마리우스는 남은 여섯 명을 각자 떨어진 방에 한 명씩 넣은 뒤, 그들에게 이 세계의 진실에 대해 최대한 말해주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마리우스로부터 진실을 전해들은 계승자 두 명은 잠시 충격에 빠진 듯하더니, 곧바로 마리우스를 향해 칼을 겨누었다.


“감히 여신님을 해하려 하다니! 용서치 않겠다!”


마리우스는 하는 수 없이 둘을 죽였다. 잠시 뒤 영혼석에서 부활한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인간 네 명은 그대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마리우스는 그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 마리우스가 다른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두 명의 사제가 연락을 해 왔다. 한 명은 데무트 아츠펠드, 포스마린의 부관이었던 남자고, 다른 한 명은 오리안 케이다스였다. 그는 마리우스와 함께 괴수의 엘리시온 침공 당시 생존자들을 구출했던 전적이 있었다.


“우리도 그 테스트를 보겠다.”


케이다스가 말했다.


“너무 위험합니다. 제가 당신들을 죽여야 할 수도 있어요.”


“상관없어. 나 역시 괴수의 정체에 대해 궁금하던 참이다. 아츠펠드, 너도 그렇지 않나?”


“뭐......그렇죠. 무엇보다도 원정대장님의 비밀을 제가 모르는 건 좀 억울하잖아요. 같이 오랫동안 싸워왔는데.”


“알겠습니다. 그러면 각자 다른 방으로 들어가 주십시오.”


마리우스는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그들에게 이 세계의 진실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결과가 달랐다. 그들은 마리우스에게 적대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리우스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한 듯 했다.


“그러니까 원정대장님은 현실 세계의 사람이고, 지금은 현실로 돌아가 있다는 얘기군요.”


아츠펠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항상 옆에서 모셔왔던 만큼 잘 안다고 자부해왔는데......실상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군요.”


케이다스는 그와는 다르게 나름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어찌되었든 그 괴수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야. 이제 괴수의 본거지를 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건 지금으로선 어려운 일입니다. 일단 포스마린조차도 괴수들이 어떤 식으로 세계를 넘어서 우리 천계를 침공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군......그렇다면 여신님께 이 일을 말씀드리는 건?”


“그것도 곤란합니다. 솔직히 방금의 테스트는 도박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분은 어디까지나 계승자들 중 하나에 불과하니, 여러분이 한두 번 죽는다고 해도 그리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신님이 만에 하나 우리에게 적대적으로 변한다면......”


“하지만 자네 말에 따르면 여신님 역시 세계의 비밀을 탐구하는 것 같던데.”


“이건 어떻습니까?”


잠자코 있던 아츠펠드가 입을 열었다.


“마리우스님의 방법을 활용하는 겁니다. 여신님이 스스로 깨우치게끔 저희가 돕는 거죠.

이를테면......여신님의 질문에 맞다 혹은 틀리다를 말하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거라면 괜찮아 보이는데, 어때 마리우스?”


“확신이 서지는 않지만......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일단 부딪혀 보는 게 맞는 방법 같습니다.”


*****


마리우스와 아츠펠드, 케이다스는 미네르바를 중심으로 삼각형 모양으로 둘러앉았다.


“그래서 너희들이 이렇게 날 둘러싼 거야?”


“그렇습니다.”


마리우스가 대답했다.


“날 놀리는 것 같은데......”


“이게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알았어. 그러면 첫 번째 추측, 괴수는 외계에서 온 존재다.”


“아닙니다.”


마리우스가 대답했다.


“후우우......좋아. 괴수를 만든 상위의 존재가 있다.”


“맞습니다.”


“맞아? 진짜로 내가 맞힌 거야?”


“네. 이런 식이라면 금방 진실을 알아챌 수 있을 겁니다.”


“좋았어. 그러면 다음 추측. 괴수를 만든 존재는 우리들의 멸망을 바란다.”


“아닙......아니, 모릅니다. 이건 저도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가, 하긴 자신의 목적을 쉽게 드러내지는 않겠지. 하지만 내 생각에는 괴수를 만든 자들은 확실히 우리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음 추측. 천계와 마계가 존재하는 이 대륙 외에도 수많은 세계가 존재한다.”


“맞습니다.”


“다음 추측. 이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그건 반만 맞습니다. 가능한 사람이 있지만, 여신님과 같은 존재들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미네르바는 그가 하는 말을 하나하나 받아 적고 있었다. 서기의 정신이 오염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여신이 직접 필기를 하는 것이다.


“다음 추측. 이건......정말 내 순진한 생각인데, 괴수를 만든 존재가 있다면, 우리를 만든 창조주도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맞습니다.”


“그래, 벌써 여기까지 오다니. 혹시......우릴 만든 창조주와 괴수를 만든 창조주는 적대 관계야?”


“아닙니다.”


“그럼 우호관계야?”


“그건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호 관계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순간 여신은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는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여신님, 괜찮으십니까?”


두 사제는 급히 달려가 그녀를 진찰했다. 마리우스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때 여신이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아니, 난 괜찮아. 아직 죽으려면 멀었거든. 그러니까......우릴 만든 자들과 괴수를 만든 자들이 한패라는 거지?”


“여신님, 이 문답을 계속하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여신님의 정신은 오염되기 직전입니다.”


“시끄러! 묻는 말에나 대답해라.”


“......한패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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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결전 - 1 20.10.15 40 1 12쪽
96 새로운 세계 - 7 20.10.14 43 1 11쪽
95 새로운 세계 - 6 20.10.12 42 1 11쪽
94 새로운 세계 - 5 +1 20.10.09 45 2 11쪽
93 새로운 세계 - 4 20.10.08 43 1 12쪽
92 새로운 세계 - 3 20.10.07 50 1 12쪽
91 새로운 세계 - 2 20.10.06 53 1 11쪽
90 새로운 세계 - 1 20.10.05 58 1 11쪽
89 심판 - 4 20.10.02 51 1 11쪽
88 심판 - 3 20.10.01 55 1 11쪽
87 심판 - 2 20.10.01 56 1 12쪽
86 심판 - 1 20.09.29 96 1 12쪽
85 각성 - 11 20.09.29 60 2 12쪽
84 각성 - 10 20.09.24 70 2 12쪽
83 각성 - 9 20.09.23 68 2 12쪽
82 각성 - 8 +1 20.09.21 62 3 12쪽
» 각성 - 7 20.09.18 62 2 12쪽
80 각성 - 6 20.09.17 67 2 11쪽
79 각성 - 5 20.09.15 61 1 12쪽
78 각성 - 4 20.09.14 59 2 12쪽
77 각성 - 3 20.09.11 62 1 11쪽
76 각성 - 2 20.09.10 64 1 11쪽
75 각성 - 1 20.09.09 73 2 10쪽
7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2 20.09.08 5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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