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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拳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8.12.12 19:10
최근연재일 :
2019.05.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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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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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97

작성
19.01.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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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격돌의 서막 2

DUMMY

20


제갈가의 비전으로 공표한 사향진이 벌써 6시진이 지나갔다. 생문이 열리려면 남은 시간은 하루하고도 반나절.

그러나 제갈세가에선 의문 제기가 한창이었다.


"아주 이상한 생각이 든단 말이야."

"무슨 뜻이신지요."

"우리 가문의 비전이 정말 맞는 걸까? 왜 이리 의구심이 드는지 도통 모르겠단 말이야."

"사향진 말씀이시죠? 외부의 풍경이 가려지고, 운무와 시야를 원천 봉쇄하는 진은 제갈가 특성 중 하나이죠. 아마 그의 말이 맞을 겁니다."


풍경의 변화와 시야를 가리는 특징만으로 제갈가의 진으로 인정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진을 설치하는 요령은 여러 가지.

그중 사물을 팔괘에 의해 설치하는 물진과

생물을 오식에 의해 설치하는 생진이 있다.


웅태환은 여덟 문을 언급했고, 생문(生門)을 제외한 휴문(休門), 상문(傷門), 두문(杜門), 경문(景門), 사문(死門), 경문(驚門), 개문(開門)에 진을 설치했다.


"일단 의심을 우선 두어야 하지 않겠나. 제갈가의 비전 중에 비전을 감히 마교 따위가 악용할 능력이 있을까 싶어서 말이지."

"듣고 보니 그럴 듯 합니다만."

"수상해. 인증할 필요가 있겠어. 매화검수 때문에 정신 사나워 생각을 미뤄뒀지만."


제갈가는 절대 한 가지만을 설치하지 않는다. 물진과 생진. 이 두 가지를 조합하여 설치한다. 그것이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비전.


"만약. 만약에 말이야. 사향진이 제갈가의 비전이라면, 놈은 이곳에 있을 게 분명해. 생진에 위치한 이가 그일 것이고.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게야."


웅태환은 구파일방의 자멸을 음미하며 기다린다. 생각해보면 능히 마교다운 행동이었다. 더구나 미끼로 걸어둔 궤 안에 엄청난 피해를 입힐 비급이 가득 있었다. 이를 버리고 벗어나기에는 너무 아까운 먹잇감이다. 이익을 생각해 예측해본다면 어렵지 않은 일.


"그를 나타나게 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제갈진님. 그래서 말입니다. 이건 어떻겠습니까."


제갈가의 식솔의 입가에 비소가 비쳤다. 협을 숭상하고, 의를 생각하는 정파로서는 감히 상상치도 못할 의견. 허나, 제갈진은 이를 듣고,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훌륭한 생각이다. 우리 제갈가를 길가의 돌멩이 보듯 바라보는 놈들에게는 아주 안성맞춤인 생각이야. 아주 칭찬해. 하하하하."


*


팽지환은 호흡을 멈추고, 노로파 주위를 은밀히 살폈다. 소가주로서 무모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이나,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식솔의 생명을 지킬 수만 있다면, 난처한 일을 처리 해야 하는 것이 도리. 또한 부차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며, 문제가 발생한다면 신속하게 대응하기 수월했다.


"이건 독이 아니야."


인근까지 접근하여 소량의 향을 맡았지만, 이상징후가 없었다. 독성이 있다면 마비나 구토 증상이 있어야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렇다면."


독이 아니라면, 화진일 가능성도 있었다. 흑사파의 잔여세력이 노로파의 눈을 피해 동귀어진의 수를 쓴다. 이는 노로파에 대한 억하심정을 풀 수 있었고, 불이 번져 백두에 모인 무림인을 모조리 몰살시킬 수도 있었다. 아주 대범한 행위이며, 위험천만한 일.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불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동일하게 연무는 계속 피어올랐다. 즉, 제지한 이가 없으니 의도적이라 볼 수 있었다.


"좀 더 가까이에서 확인해야겠어."


*


팽지환이 노로파로 떠난 지 일 다경. 호흡을 멈추기엔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에 팽아미의 지시하에 고수부터 한 명씩 숨을 내쉬며 상황에 적응했다. 다행스럽게 독은 아니었기에 한숨 돌렸으나, 또 다른 걱정이 생겨버렸다. 소가주의 소식이 없는 것이다.


"우려스럽네요. 이리 늦을 분이 아니신데. 짤막한 언질이라도 주실 분이 왜 이리 늦는 것인지."

"그를 믿으시오. 자세하게 확인할 일이 생긴 것이겠지."

"그러면 좋겠으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오. 반드시 건재할 것이니 걱정은 묻어두시오."


이 와중에 철신은 유심히 노로파에서 피어오른 연기를 살폈다. 독은 아니었으나, 향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약초와 유사한 향. 오래 맡을수록 머리가 아파졌다. 신체에 이상 없지만, 끊이지 않고 흩날리는 연무로 보아 분명 목적이 있었다.


"향이 매우 지독하군."

"향이요? 글쎄요. 전 잘 모르겠군요."


팽아미는 기를 순환시켜 재차 몸을 확인했다. 내공이나 신체는 정상이었다.


"막걸리 향이 나. 숙취인 듯 시큼하면서 짙은 특유의 향."

"막걸리요?"

"누룩으로 빚는 술이 있지. 고려의 자랑이라고나 할까."

"술?"


의외로 깜짝 놀란 팽아미는 철신을 바라봤다. 독이 아니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술과 같다.' 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소. 한두 잔쯤은 상관없으나, 많이 마실수록 숙취가 심한 술이지. 그 특유의 향이 나는군."

"설마."


무림인 중에 술을 싫어하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좌중을 둘러보니 향에 취해 일부 인원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식솔 중에 술에 약한 이가 있더냐."

"세가 내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자가 몇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어떠한가. 반응을 살피고 바로 보고토록."


잠시 후 돌아오는 대답에 팽아미는 더욱 고뇌에 빠졌다. 정말로 그들은 술에 취해, 속이 메스껍고 다리에 힘이 풀려있었다.


"아무래도 보통 연기는 아닌 거 같아요. 아!"


독에 관련된 해독제는 늘 갖춰두나, 술과 연관된 약은 없었다. 침투한 술의 기운을 내공으로 태우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이제서야 팽아미는 노로파의 의도를 눈치챘다.


"내공을 지속해서 소모하게 하려는 술수인 거 같아요. 하지만 상당히 얕은수로 그다지 효과는 볼 수 없는 방법이에요. 사파이긴 해도 무림인을 잘 아는 그들일 텐데. 단지 운기만으로도 대처가 가능한 일."

"술 내음 말고도 다른 생각이 있겠지. 설마 단순한 방법으로 우리를 함정으로 빠트리려는 건 저들을 기만하는 게 아닐까 싶소."

"또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건가요? 설마."


철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의 관절을 풀기 시작했다. 길게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픈 일.


"시간이 없소. 독이 아니라는 것에 의의를 두고, 빠른 시간 내에 공격하는 게 최상책이지. 우리는 연기를 피움으로써 한가지 치명적인 공격수단이 있음을 확인했고, 구파일방도 똑같은 공격이 올 수 있다는 것에 경각심을 두는 게 좋소."

"맞는 말이에요. 소가주님께서도 연기보단 그 뒤에 벌어질 일과 향후 발생할 일에 대해 대처하느라 시간을 지체했을 거예요."

"정확하오. 거참.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하더니. 저기 오는구려."


팽지환으로 보이는 그림자가 노로파에서 본진으로 다가왔다. 신법만으로 소가주임 확인한 경계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단시간에 철신의 무리에 안착했다.


"오라버니!"


팽아미의 눈빛이 떨렸다. 멀쩡한 상태로 돌아올 줄 알았던 그가 상당히 이상한 증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귀가 아프구나. 소리치지 말아라."

"대, 대체 어찌 된 일이에요! 안색이 그게 뭔가요. 좋지가 않습니다!"

"아미야. 난 괜찮으니 진정하거라. 후우. 아직 완전히 중독된 건 아니니라."


독에는 일가견이 있던 팽가의 소가주.

허나 돌아온 그의 얼굴은 평소의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중독에 쪄 들은듯한 형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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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격돌의 서막 3 19.05.08 89 1 6쪽
» 격돌의 서막 2 19.01.19 272 5 8쪽
19 격돌의 서막 19.01.08 300 4 8쪽
18 분열 2 19.01.05 307 5 8쪽
17 분열 19.01.04 333 6 8쪽
16 팽가 3 19.01.01 379 7 9쪽
15 팽가 2 19.01.01 378 6 8쪽
14 팽가 18.12.30 458 7 9쪽
13 명품의 권(拳) 2 18.12.29 480 7 9쪽
12 명품의 권(拳) 18.12.29 477 6 8쪽
11 칠십 명 4 18.12.28 507 7 8쪽
10 칠십 명 3 18.12.25 511 7 9쪽
9 칠십 명 2 +1 18.12.23 549 6 8쪽
8 칠십 명 18.12.23 590 8 9쪽
7 철신 7 +1 18.12.19 660 8 8쪽
6 철신 6 +1 18.12.18 676 8 8쪽
5 철신 5 +1 18.12.16 768 7 8쪽
4 철신 4 +1 18.12.14 883 10 11쪽
3 철신 3 +1 18.12.13 1,135 9 8쪽
2 철신 2 +1 18.12.13 1,511 12 7쪽
1 철신 +1 18.12.12 2,277 1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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