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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拳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8.12.12 19:10
최근연재일 :
2019.05.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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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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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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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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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팽가 3

DUMMY

16


"그럴 수야 있겠습니까. 답례하는 것뿐 아니라, 솔직히 저도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팽가에 힘을 보태야지요. 오히려 제가 부탁드릴 처지입니다."


팽지환의 의도는 간파하기 쉬웠다.

현재 오대세가는 중립에 위치. 구파일방과 사파 그 어디에도 적(籍)을 두지 않았다.

그렇기에 세가의 소가주라면 가문 간 연락책을 두어 연합할 것이며, 힘이 보태진다면 사향진에서 살아남을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세가 간에 서열도 존재한다. 그것을 가르는 것은 바로 힘. 무력으로 높은 위치에 서야 모든 이가 납득한다. 이는 내가 매화검수와 쌍수를 이루었기에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오대세가에서의 팽가의 서열.

상위권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나 역시 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기는 상당히 버거운 일이다. 언제나 호시탐탐 목숨을 노리는 습격에 힘들 것은 자명하며, 이들이라면 몸을 의탁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적합한 곳이었다. 하지만 생명을 구해줬어도 필요에 의해 살해당할 위험도 존재했다.

그건 차후에 일, 당장 위협은 없었다.


더구나 팽아미도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고일까.

기왕 무림에 나왔으면, 호연지기를 길러야 하겠지. 그것도 다홍치마와 함께라면 쌍수 들어 반길 흐뭇한 일. 물론 아까와 같은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면 더욱 짜릿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힘이 솟아오르네. 이거.


"소협께서 그리 생각하시니, 매우 달갑구려. 앞으로 잘 부탁함세."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내 누이가 왈가닥 같기는 하나, 능력 하나는 매우 출중하네. 다만 촐싹대니 내심 오라비로서 걱정이 되고. 앞으로 행동할 때 아미를 옆에 두어도 되겠나? 이건 이 팽모가 개인적으로 꼭 부탁하네. 철신소협."


이거 말 잘해야 할 대목이다.

이곳에선 행동함에 도움이 될지언정, 추후 생활에 막대한 지장이 있을 수 있었다. 호색한은 아니지만, 또 다른 여인과의 관계도 있고. 또 음, 또.....음.


"제 행동에 제약을 두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최대한 지킬 수 있도록 하지요. 물론 저를 구명해 준 당사자이니, 저 또한 보답할 처지. 알겠습니다. 아미소저를 지키겠습니다."

"고맙네. 고마워. 자네라면 아미를 믿고 맡길 수 있네."


어랍쇼?

어째 덤탱이쓰는 언어적 구사인데?


"아니, 제 말은 여기 백두에 있는 동안에......"

"고맙네. 정말 고마워."


왜 손을 이리 꽉 부여잡지?

하다못해 마치 누이를 시집보내는 오라비 같은 표정으로?

처분하기 힘든 골칫덩이를 치워버리는 후련한 표정은 대체 왜 여기서 나오느냐고! 뭐냐고!


*


"이야기는 끝나셨나요?"


외부로 나와보니 벌써 하늘이 검게 물들어있었다. 뽀송뽀송 솜털과 같이 수 놓인 밤하늘.


"그렇소."

"그렇군요."


이 어색함은 뭐지?

갑자기 처음 보는 사람처럼 동떨어져 앉아, 매우 혼란스럽다. 비록 연인 같진 않더라도 가깝다면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나. 김칫국을 들이마신 건 아니지만, 어색함에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미소저?"

"예?"

"팽가의 소가주에게 언질은 받았소?"

"무슨 말씀이신가요?"

"당분간 그대의 안전을 지킬 것이니, 이는 구명해 준 보답이오."

"네? 누가 그런 거지발싸개 같은 부탁을 하던가요? 소가주님이신가요? 전 누군가에게 호위를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요. 제 목숨은 제가 지킵니다. 아무에게나 목숨을 맡길 수는 없지요. 철신 소협의 말은 듣지 않은 것으로 하지요."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오라비는 부탁한다 간청하고, 정장 당사자는 개풀 뜯는 소리한다고 집어치우라 쏘아대고.

알 수 없는 종자들이다.


"그렇다면 그리하겠소. 못 들은 거로 치시오."

"네. 그러지 말라 해도 그럴 거예요. 그런데 답례는 뭐로 하실 생각인가요? 제가 좀 비싼 몸이라서 함부로 굴리진 않거든요. 더구나 목숨까지 걸며, 소협을 구해드렸는데."

"음."


한기가 철철 넘치던 좀 전과는 달리 눈매가 웃고 있었다. 단숨에 태세전환이 저리 가능하다니. 도무지 여인의 속은 알 수 없었다. 초승달처럼 휘어진 아미와 입가에 들린 천 가지. 웃는 게 틀림없긴 한데. 혹시 호위해준다니 속으론 좋아했던 건가. 판단 불가다. 판단 불가.


"답례치고는 소소하나. 목숨이 귀한 만큼 그대의 요청에 따르리다. 한 가지의 소원만큼은 내가 최선을 들어 줄 것이오."

"우와. 진짜인가요? 내 소원을 들어주는 사내라. 상당히 매력 있는 답변이네요."

"그렇소이다. 내가 좀 매력이 철철 넘치지. 그래서 철신이라오."


이런 미친.

또 분위기에 휩쓸려 엄한 말이 튀어나왔다. 매력이 철철 넘쳐 철신이라니.

자다가 이불에 수차례 발길질할, 그것도 몇 년은 해야 할 쓰레기 같은 언변.

자중하자. 자중해라, 바보 같은 철신아.


"호호. 철신 소협이 그런 뜻이었다니. 의외네요.

"그렇소. 그 얘기는 그만하고, 당장 중요한 사향진이나 말해보시오. 현재 어찌 되고 있소. 매화검수는 살아있소?"

"그럼요. 아주 생생하고도 멀쩡하던데요."


내 강권(強拳)을 두 대 맞고도 살아있다?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는 말인가.

도무지 이해되질 않았다. 분명 자기는 내 주먹에 깨졌다. 그리고 빈틈에 강권을 맞았다면, 내장이 파열되거나, 뼈가 으스러지는 게 이치.

그런데 멀쩡히 살아있다?


"확신하오? 매화검수는 최소 반병신은 되어야 할 텐데?"

"글쎄요. 확인된 바로 멀쩡히 걸어 다니며, 화산파 문도에게 손수 지도까지 해주고 있었어요. 혹시 본인의 무공에 오만함이 있으신 건 아닌가요?"

"그렇......소이까?"


예상밖에 상황.

내가 이리 피해를 입었다면, 놈 역시도 출혈이 있어야만 하거늘.


"혹시 또 모르죠. 우리 가문의 비전 같은 단약의 힘으로 살아났는지도. 분명 제가 현장에 도달했을 때, 매화검수도 큰 상처를 입었어요. 그건 부인할 수 없죠. 아마 철신 소협에게 당한 상처를 치료해서 멀쩡할 거예요. 아까는 농담이었으니, 죄송해요. 소협은 강한 무공을 소지하고 계세요. 자신감 가지셔도 됩니다."

"고, 고맙소."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팽아미를 보면서 자책감이 밀려왔다. 그녀는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오만함을 넘어선 판단력 상실.

내가 상처 입은 만큼, 상대도 그러할 것이라는 사실을 왜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었을까.

고쳐야 할 자세이며, 언젠가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오판이었다.


"갑자기 왜, 왜 이러세요."

"고맙소. 소저! 큰 깨달음을 얻었소."


허리를 굽히며, 크게 예를 갖추었다.

배움에는 나이가 중요치 않으며, 상대가 누구이든 가르침을 받았으면 그에 걸맞은 예를 갖추는 것이다.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행동한다. 난 고려권가의 가주가 될 사람이다.


"이제 그만 예를 거두세요. 매우 당황스럽군요."

"또 한번 날 구명해주었소. 육체와 정신을 이리 같은 사람에게 지도받은 건 스승님 외에는 처음이오. 다시 한번 감사드리오."


고개를 숙였지만,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팽아미 역시 서둘리 맞례를 갖추는 소리.

이 와중에 혼례식 같은 느낌이 들기에 절로 실소가 새어 나왔다.



*


"사향진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소?"


어색함이 사라지니, 한결 목소리에 부드러워져 상대를 대함이 수월하다. 팽아미 역시 마찬가지. 언제 그랬냐는 듯 거리가 한층 가까워졌다.


"세가는 연합진을 구축했어요. 단, 제갈가는 연통만 될 뿐 확답받기는 아직이구요."

"사파는 궤멸하였소?"

"아니요. 흑사파로 피해는 보았으나, 본진은 그대로예요."

"본진이라 함은?"


사파에도 뛰어난 이가 있을 것이다. 최정예가 선두에 직접 나설 일은 많지 않았다. 병법에서도 최후의 보루는 항시 남아 있는 법.


"확실하진 않지만, 흑사파보단 좀 더 큰 방파가 무리를 규합했어요. 노로파라고."

"노로파라."

"그보다 구파일방이 제일 문제에요. 비록 매화검수가 상처를 입었지만, 화산파의 전력은 그대로예요. 그보다는 그들을 제치고 나선 문파가 구파일방을 단합했다는 게 중요해요."

"단합이라. 화산파는 아니겠군."

"맞아요. 화산파는 이번 일로 당분간 몸을 사리는 거 같아요."


내부적으로 단속이 우선일 것이다. 특히 매화검수가 이빨을 갈 것이다. 수법이 매우 음흉한 자. 지금부터가 진짜 싸움이었다.


"그렇다면 누가 구파일방을 선동했소?"

"소림. 드디어 그들이 움직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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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팽가 18.12.30 458 7 9쪽
13 명품의 권(拳) 2 18.12.29 480 7 9쪽
12 명품의 권(拳) 18.12.29 477 6 8쪽
11 칠십 명 4 18.12.28 507 7 8쪽
10 칠십 명 3 18.12.25 511 7 9쪽
9 칠십 명 2 +1 18.12.23 549 6 8쪽
8 칠십 명 18.12.23 590 8 9쪽
7 철신 7 +1 18.12.19 660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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